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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라몬티] 아비의 회고록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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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조회1,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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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내가 처음 그를 인식한 감각은 시각이 아닌 후각이었다.



그에게서는 항상 희미한 연기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싸하고 아릿하기도 한 기묘한 냄새.



짧으면 한두 달, 길면 일 년이 넘도록 그는 소식이 없었다. 그는 우리의 가족이 아니라 가끔 우리 집에 들르는 손님 같았다. 그리고 집에 올 때마다 그의 부모님, 즉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다투었다. 아니, 다투었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를 달래기도 하고 그에게 애원하기도 하고 심지어 그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 내가 보기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에게 진짜로 화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그러하듯 진한 애정을 바탕으로 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늘 귀찮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상대했다. 배부른 야수처럼 아쉬울 거 하나 없다는 태도로 조부모님을 뿌리치고는 했다. 유치원생이었던 나의 눈에 자신의 부모의 손을 거칠게 내치던 그 모습이 묘하게 멋있어 보였다면 그건 내가 철이 없었기 때문일까.



텔레비전에서 게으른 표범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식사를 마친 표범이 엎드려서 무료하게 초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뼈다귀가 굴러다니고 남은 살점에는 파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 파리들은 때로 표범의 주변을 돌면서 윙윙거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표범은 꼬리를 휙휙 휘두르며 파리를 쫓고는 했다. 그 모습은 적극적이지 못하고 마지못해 한 번씩 꼬리를 휘두르는 수준이었다. 표범은 몹시 귀찮아 보였다. 파리 따위가 표범에게 해를 끼칠 수 없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절대 강자는 하찮은 약자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상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귀찮다는 듯이 꼬리를 가끔 흔들어 파리를 쫓을 뿐.



어째서인지 그의 모습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그 배부르고 게으른 표범과 겹쳐보였다. 그래서 나는 꽤 클 때까지도 다소 엉뚱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표범한테서는 연기 냄새가 나.



내가 어릴 때, 내 주변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할아버지였는데, 그는 할아버지보다 키도 크고 힘도 훨씬 셌다. 그는 별 힘도 들이지 않고 이제 그만 같이 살자고 붙잡는 할아버지를 밀치고는 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아무 힘도 못쓰고 픽하니 옆으로 쓰러졌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며 고함을 지르는데, 나는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와중에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는 서늘하면서 나른한 맹수 같았다. 기묘한 연기 냄새를 풍기며 함부로 구는 그가 이상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귀찮은 파리 취급하면서 나와 눈이 마주치면 묘한 난감함과 어색함을 가지고 눈길을 돌려버리곤 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기 좋았다.



그런데 그는 왜 눈을 돌렸을까. 자신만을 올려다보는 아이가 귀찮아서였을까. 아니면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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