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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유리]얼음정원[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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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소설

    * *

    [장편] 얼음정원 -상

    ◆ 하늘유리 03-06 | VIEW : 353

    얼음정원 1

    ―프롤로그

    이마를 손등으로 훔치며 두 발짝 정도 앞서 걷는 후배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무슨 일로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는 자신을 보자고 했는지 그 이유를 줄곧 생각했지만 파악이 쉽지 않았다.

    분위기로 보아 사적인 용무라는 것 정도만 겨우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 딱 한 가지. 짚이는 게 있긴 했다.

    도형은 며칠 전의 그 일이 떠올라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설마…… 하고 부정해 보았으나 그 일 이외의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 이유일 가능성에 대해서만큼은 애써 배제하고 있었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을 걷듯 다시 그 이유로 돌아왔다.

    후배의 발걸음은 긴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이어졌다. 현관을 벗어나서는 운동장 가장자리로, 다시 강당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이마에 또 손이 갔다. 정수리에 파고드는 햇살은 뜨거웠고 공기는 후텁지근했다. 땀은 닦아도 닦아도 금세 솟아났다.

    그러나 손이 자꾸 얼굴로 향하는 건 땀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경이 바싹 타들어갈 만큼 긴장하고 있는 탓이었다.

    나를 보자는 이유가 뭐야? 굳이 인적이 없는 장소로 가야할 만큼 중요한 용건이야?

    이런 질문을 하는 것조차 긴장이 되어 도형은 말없이 후배의 등만 바라보며 걸었다.

    강당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후배는 잠깐 도형을 돌아보았다가 곧 문으로 손을 뻗었다. 끼익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평소에도 거의 개방이 되어 있지 않은 곳인데다 지금은 방학 중인 터라 분명히 잠겨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잠겨 있기는커녕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쉽게 열렸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이 후배가 미리 열어 놓은 모양이었다.

    어두침침한 실내로 걸어 들어가는 후배의 뒷모습을 보며 도형은 한순간 주저했다. 따라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걸음을 되돌려야만 할 것 같았다. 어째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 수 없었다.

    바깥과 대비되는 어둠에 압도당해서였을까?

    도형은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기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벌어진 문 사이로 희미하게 들이쳐 있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안은 조용했고 다른 사람의 기척은 전혀 없었다.

    3개월 전 학교축제준비 때 도형을 비롯한 미술부전원이 총출동하다시피해서 큰 무대벽화를 그렸었다.

    그때이후로 처음 와 보는 강당 안은 이곳이 이렇게 조용하고 넓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었다.

    적막했다.

    몇 발짝 더 걸어 들어가 마침내 후배가 자신을 향해 돌아섰을 때 도형은 저도 모르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뒤쪽에 겹겹이 쌓여있는 접이 식 의자들과 2미터 정도 높이에 있는

    무대공간에 차례로 시선을 주며 눈치 채이지 않게 호흡을 골랐다.

    그런 다음 찬찬히 턱을 치켜 올려 후배 지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문에 의하면 그는 유명호텔회장의 손자라고도 했고 백화점 경영자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집안사람 중에 유력한 정계인사가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의 먼 친척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심지어는 암흑가 보스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저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이었을 뿐 진실은 알 수 없었다. 교사들이 특별대우를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가 지니고 있는 물건들이 특별히 명품 브랜드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매점에서 컵라면 용기에 코를 박고 며칠은 굶었나 생각 될 정도로 후룩거리며 면을 집어넣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누구하고든 쉽게 어울렸을 뿐 아니라 때로는 가벼운 말썽도 피웠으며 그 벌로 풀장 청소를 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할 때도 있었다.

    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도 도형은 풀장 청소를 하는 그를 보았었다.

    이렇듯 지강우가 다른 학생들과 차별되는 건 별로 없었다.

    그러니 그런 소문들은 어쩌다 흘러 다니는 재미있는 얘깃거리에 불과할 뿐인지도 몰랐다.

    일부는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일부는 허황되게 부풀려진 거짓일 뿐이겠지 하고 도형은 생각했다.

    그런 평범치 않은 배경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뭔가 좀 달라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도형은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상대가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바깥에 비해 어둑한 실내, 창문마다 길게 내리쳐진 커튼,

    자신을 말없이 내려다보는 눈동자. 이 모든 것은 상상이상으로 비밀스럽고 사적이고 은밀한 냄새를 풍겼다.

    “선배님.”

    지강우가 입을 열자, 도형은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탁 끊기는 기분이었다. 굳어있는 자신과는 반대로 그의 얼굴은 여유로워 보였다.

    “제가 왜 보자고 했는지 조금쯤은 짐작하고 계시겠죠?”

    부드러운 어조였다.

    “아닌가? 짐작하고 계실 줄 알았는데.”

    그는 대답이 없는 도형을 보며 자신의 턱을 긁적였다.

    “어쩌면 이상한 질문일수도 있고, 혹시 제가 오해했을 수도 있지만…….”

    그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도형은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역시 자신이 불려 나온 건 며칠 전 그 일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남자에 관심 있으시죠?”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 날아들었다. 오면서 이미 수없이 각오를 했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큰 동요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망설여졌을 뿐이다.

    아직은 그가 적이 될지 아군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아직은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날 선배님이 보시던 책 말입니다. 선배님이 가시고 난 뒤 저도 한번 훑어봤는데 역시 그쪽 소재의 책이더군요.”

    그는 이제 증거까지 들이밀며 한 단계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도형은 어설픈 변명이나 발뺌은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요.”

    어조는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확실한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형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책은 에드문드 화이트의 소설 「어느 소년의 고백」이었다.

    도형은 며칠 전 문제집을 사려고 들른 서점 한 켠에서 우연히 그 제목을 발견하고는 이끌리듯 책을 빼 들었다.

    「소년」과 「고백」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었다. 빼든 책의 앞표지 제목 아래엔

    「A Boy's Own Story」라는 영문 원제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책 뒤표지에 적혀 있는 안내문겸 짧은 서평은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책을 펼쳐서 안을 살피는 동안에는 심장이 두근두근 뛸 정도였다.

    책장을 하나둘 씩 넘기며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누군가와 팔이 부딪혔다. 누구야?

    하고 고개를 돌리던 도형은 상대를 확인한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책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부딪힌 사람은 지강우였다.

    아, 하필…….

    도형은 잠시 얼이 빠져 떨어진 책을 주울 생각도 못했다. 대신 지강우가 몸을 굽혀 책을 집어 들었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그는 이런 사과와 함께 도형에게 책을 내밀었다. 문제는 그때였다. 건네받은 책은,

    앞표지가 아니라 안내문이 있는 뒤표지가 위로 향해 있었다.

    안내문 군데군데 호모섹스, 성적체험의 고백서, 쾌락의 터널, 이런 문구들이 있었고,

    잠깐 동안 지강우의 시선이 그곳에 머무르는 것을 도형은 놓치지 않았다.

    그 문구들은 전체문단의 작은 한부분에 불과했지만 상황이 주는 긴박성 때문이었는지 도형의 눈엔 그것들만 강조가 되어 들어왔다.

    분명히 봤겠지? 봤을 거야. 봤을 거야.

    도형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의 표정을 살폈다. 심장 박동소리가 뇌를 울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는 도형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별다른 반응 없이 안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도형은 차마

    그 책을 다시 펼쳐 보지도 못한 채 재빨리 제자리에 꽂아 놓고는 도망치듯 서점을 나왔다. 별다른 기색이 없는 걸로 보아

    못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만에 하나 지강우가 그걸 봤다면 어찌될지 두려웠다.

    하필이면 지강우라니.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지강우는 곤란했다. 지강우가 알게 되는 건 절대로 원치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마음의 소요를 가라앉히고 나니, 그 짧은 순간에 설마 그 부분들만 골라서 눈에 띄었으랴 싶어졌다.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중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이미 그 안내문의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문구들이 보였지만 그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도형은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단지 머릿속에선 그 책 자체의 궁금증만 남아 있었다.

    3일 째 되는 날 다시 서점에 들러서 그 책을 샀다. 집에 오자마자 달력을 찢어 포장을 했다.

    흥분과 기대에 차서 포장을 하는 손끝이 떨렸다.

    도형은 그 소설을 읽는 동안, 이 글을 쓴 작가는 어쩌면 게이일지도 모른다는 강한 의문을 품었다.

    그 작가의 성정체성여부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가 게이이길 바랐다.

    자신이 아는 게이 한 명이 더 는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으니까.

    평생 자신과 만날 일이 없는 먼 이국땅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그럼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이런 화제를 꺼낸 이 후배 녀석은 어떨까? 지강우가 게이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왜 자신을 불러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일까?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배님이 호모라고 해서 그걸 빌미로 뭔가 협박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사실은…….”

    지강우는 마치 나쁜 비밀 이야기라도 공유하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도 남자에게 관심이 있거든요.”

    도형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부터 흔들었다. 믿어지지도 않았거니와 믿을 수도 없었다.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짓궂은 술수라도 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때문인지 그의 이 ‘놀라운’고백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전혀 반갑지도 않았다.

    지강우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것도 도형이 아는 것만 벌써 세 명 째였다. 그러니 이건 거짓말이다. 아주 질 나쁜.

    “못 믿겠다는 얼굴이시네요.”

    도형으로선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여자친구도 있고 여자가 더 좋지만, 남자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그 말입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서 남자의 몸이라고 해야 할까요.

    얼마 전에 어쩌다가 남자와 경험을 하게 됐는데…….”

    도형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번에는 좀 놀랐다. 도형은 그의 말에 좀 더 집중을 했다.

    “그게 생각 외로 좋아서 잘 잊혀 지지가 않더군요. 그 덕분인지 최근에 남자 쪽으로 굉장히 관심이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선배님.”

    지강우는 잠시 말을 중단하고 도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형에게 얼굴을 가까이 당겨 오며 살짝 웃어보였다.

    “앞으로…….”

    도형은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말이 이어질지 짐작이 되어서였다.

    “저 좀 만나주실 수 있으세요?”

    “뭐?”

    도형은 처음으로 소리를 냈다. 분명히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막상 듣게 되니 놀라웠다.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선배님이 그쪽이시라면 만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와 만나는 것 보다는 선배님이 나을듯해서요.”

    도형은 아무런 대꾸 없이 물끄러미 눈앞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 믿으셔도 돼요. 설마 이런 걸로 농담을 하겠습니까?”

    지강우가 이런 분위기의 녀석이었던가?

    도형은 이제 그가 하는 말의 내용보다 그에게서 배어 나오는 분위기에 더 놀랐다.

    지금의 그는 확실히 평소 보아오던 모습과는 묘하게 달랐다.

    그 때문이라도 더욱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요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를 좋아해, 라는 달콤한 고백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심장은 뛰었다.

    도형은 자꾸만 소란스럽게 들떠 오르려하는 기분을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지금쯤 보충수업 마지막 4교시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얼른 거절을 하고 수업을 받으러 가야할 텐데.

    싫다고, 안된다고 얼른 거절을…….

    “싫으시군요.”

    지강우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지나갔다.

    “저…….”

    “그럼 됐어요.”

    지강우의 얼굴에 한 차례 더 실망의 빛이 지나갔다.

    “싫으시면 할 수 없죠.”

    아니. 싫지 않아.

    도형은 자기도 모르게 지강우의 팔을 움켜쥐었다.

    싫을 리가 없잖아. 내가 너를 얼마나, 너를 얼마나…….

    “선배님?”

    지강우는 자신의 팔을 움켜쥐고 있는 도형을 내려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형은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지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랬다.

    이 얼굴을 좋아했다. 이 녀석을 좋아했다. 캔버스위에 통째로 옮겨와 도배를 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다. 그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그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의 존재자체가 도형에겐 아름다움이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었다.

    학교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날아오를 듯 설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마음속에만 담고 있었다.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노는 일은 모두 꿈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걸로 만족했었다.

    그를 향한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도형은 입술을 계속 달싹거렸으나 말은 한 마디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말씀드려본 것뿐이니까.”

    강우는 도형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

    “좋아.”

    도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만나자고 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 하고 돌아가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결심은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그는 여자가 더 좋다고 했다. 남자에 대한 관심은 ‘몸’에만 국한된 것이라 했다.

    그런 것들이 계속 대답을 머뭇거리게 했지만, 지금 거절을 한다면 언젠가 후회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몰랐다.

    “만나.”

    목소리는 힘이 들어가 몹시 경직되어 있었다.

    “만나자.”

    “정말이세요?”

    “그래, 만나자.”

    반복되는 긍정에 지강우의 입술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벌어졌다.

    그의 웃음을 보며 도형은 이 모든 것이 꿈의 연장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나를 향해 저토록 기분 좋게 웃고 있다니.

    그 웃음에 어쩐지 안심이 되어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잠시 주저 했던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졌다.

    오랫동안 짝사랑해오던 상대가 동성 간의 만남에 거부감이 없는 타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운인 셈인데 거기에 더해 교제 제의까지 받았다.

    그러니 다른 모든 건 무시해버리고 그저 이 행운에 감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경험은 있으시죠?”

    “경험? 아아…….”

    성경험을 일컫는 것이라면, 아직 없다. 그러나 도형은 경험이 없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선배다.

    후배인 이 녀석이 있는 경험이라면 자신도 있어야했다. 그것은 같은 사내로서 프라이드의 문제와도 결부가 되었다.

    도형은 거짓말을 했다.

    “당연히 있지.”

    도형의 대답에 지강우는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요. 없는 쪽보다 있는 쪽이 더 편하고 부담이 적거든요.”

    자신과 같은 고등학생일 뿐인 주제에, 도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있기에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가 싶어서

    도형은 한순간 위화감이 들었다.

    “받아주셔서 기쁩니다.”

    갑자기 지강우의 손가락이 턱을 건드려와 도형은 놀랐다. 손가락은 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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