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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시온] 최고의 장희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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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장희빈

    최고의 장희빈 1.

    *****

    "야!"

    어쩐지 아침부터 기분이 뒤숭숭에다 싱숭생숭 하더니 과연 나의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

    이 들어맞아갔다.

    "야!"

    "부르잖아, 임마!"

    "너 피칠갑 된 꼴 보고싶지 않으니까 언능 대답해!"

    "......"

    그렇게 말하고 단짝친구들은 종종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아 어떡해, 저런 애들이 친구라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지만 안돌아봤다간 정섭이 말대로 정말 피칠갑 될 것 같았기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힐끔 돌렸다.

    "시벌새꺄 귀에 딱지 앉았냐? 왜 개무시를 때려? 너 맞을래?"

    "아니......아니......잘 못......."

    "누가 너 죽인데? 왜 떨구 지랄이야!"

    "......미안......"

    정말 죽일거면서.

    "아 배고파 너 돈있냐?"

    "없......아니 있어......뭐 사주까?"

    "밥을 안 먹고 왔더니...매 번 미안한데?"

    "......괜찮아."

    미안한 줄 알면 제발 이러지 좀 마. 날 좀 내버려 둬. 부탁이야. 이러다가 말라죽겠다......

    결국, 오늘 아침 문제집 살 돈으로 엄마한테서 받았던 만 원은 모조리 녀석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야......야......괜찮냐?"

    "얘가 괜찮은 걸로 보이니?"

    "......"

    親舊라 쓰고 친구라 읽는다......이 아이들은......진짜 내 친구가 맞는 것일까.

    너무너무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책상에 엎드려 있으려니 아침에 녀석을 피해 달아났던 정섭

    이와 인용이가 슬그머니 내 자리로 다가와 위로라는 놈을 던진다.

    "장희빈 왜 저래?"

    "말도 마......오늘 아침에 내가 봤는데......또 최고 새끼한테......"

    "진짜야? 졸라 불쌍하다..........어쩌다가 그런 꼴통새끼한테 찍혀가지구......"

    나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대부분 동정적이다. 그러면서도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어쉰다. 자

    신들이 나같은 꼴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면서 안심해 하는거다. 또 한 편으로는 은근히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거 같다. 자기들만 편안하면 남이야 어떤 짓을 당하건 상관않고 즐기겠다는

    고약한 심보. 나쁜 놈들.

    "어휴 진짜, 최고 새끼 저거 어디 다리 한 군데 콱, 안 부러지냐?

    "으이......백두산이 복학하기만 하면 그 새끼 꼼짝 못할건데!"

    정섭이와 인용이는 친구를 버려두고 간 비겁함을 입으로 떼우고 있다. 그, 그런데?

    "백두산 새끼가 복학하면 내가 어떻게 된다고?"

    "!!!!!"

    "!!!!!"

    최......최......최고다 최고!

    정섭이 인용이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아주 매를 벌어요 매를, 숙제 빌리러 왔더니만 좀만한 것들이 뒤에서 다구리 까구 앉았

    네......엉?"

    "......"

    "......"

    갑작스런 최고의 등장에 두 화상은 입도 벙긋 못하고 벌벌 긴다. 최고는 정섭이와 인용이의

    목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나를 내려다 보는 중이다.

    "야 너희 수학 구도형 맞지? 연습문제 숙제한 거 있음 내놔."

    "......"

    "빨랑 안내놔?"

    "......으, 응......"

    가방 속에서 노트를 꺼내드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내가 내민 숙제노트를 빼앗듯이 나

    꿔챈 최고는 두 친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네 둘 점심시간에 강당 뒷터에서 잠깐만 보자, 응?"

    "......"

    "......"

    그 날 오전, 3대독자로 곱게 자랐던 정섭이는 지독하고 잔혹하기로 소문이 난 최고의 린치

    를 피해 조퇴해버렸다. 그리고 인용이는 최고 패거리 18명에게 돌아가며 돌림빵 당해 장장

    일 주일 간이나 학교를 쉬게 되었다. 물론 정섭이를 용서해줄만한 최고가 아니다. 조퇴하고

    이튿날 불안에 떨며 학교로 왔던 정섭이는 인용이 두 배는 더 맞고 두 배는 더 오랫동안 학

    교를 쉬었다.......숙제를 강탈당한 나는, 단무지(단순무식지랄) 구도형에게 엉덩이 20대를 얻

    어터졌다.

    *****

    내 이름은 장지언, 장지언이다. 열 일곱 살의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등학생이기도

    하다. 책 읽는 것과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던 나의 평범한 일상

    도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땡 하고 말았다. 이상한 심미안을 지녔던 변태담임 이상감에게

    찍혀 지나칠 정도의 총애를 받아 '장희빈'이란 싫은 별명이 생겨버렸고, 2학기 때 편입한 전

    대성중학 짱 최고에게 찍혀 하루하루 피말리는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상감의 총애를 받는 것 까진 참을 수 있었다. 오히려 나라는 일개학생에게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그게 좀 이상한 방향이긴 하지만), 가끔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받을 수 있었다.

    '저 애가 장희빈이야? 장희빈 같긴 하다 아주 표독스럽게 생긴게.'

    아주 어울리지 않냐며 담임은 자신이 내게 하사한 별명에 흡족해했다. 내 외모와 분위기에

    딱 어울린다면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좋아라 했다. 하지만 이 별명과 얼굴 때문에 나는

    최고에게 찍히고야 말았으니.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그냥 매일 같이 학교 와서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책을 읽으려고 펼

    쳐든 순간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는

    데 그 때 마침 전교를 돌면서 세금수거를 하던 패거리 중 최고의 눈과 번쩍, 마주치고 말았

    다. 그 때 나는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 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싱글싱글하던 최고의 얼굴

    이 갑자기 딱 굳어지더라. 그리고 성큼성큼 그 큰 키로 나한테 다가오는데 그건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다.

    "씹쉐리야 너 지금 나 야렸냐?"

    "......아......아니......아니...그게 아니고......"

    어디선가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그 길게 찢어진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날 쳐다보는데 너무 무서워서

    머릿 속이 새하얗게 타는 기분이었다.

    "아니긴 뭐가 아냐, 야 고개 들어."

    "......"

    "샹! 고개 들어!"

    "......"

    나는 그 때 소문으로만 듣던 최고의 주먹을 맛보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장지언......"

    "......"

    "......장지언? 니가 장희빈이야?"

    "......"

    내 이름표를 툭툭 건드리며 최고가 말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또.......................................................이게 상감이 그렇게 총애한다는 그 장희빈?"

    "......"

    ".....크......크......큭...................으하하하하하!"

    갑자기 최고가 미치기라도 한 건지, 정말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그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마구 갈기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는데 남들이 보면 나랑 농담 따먹기 하는 줄 알겠다.

    반 애들도, 일진 애들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 최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한참을 웃어넘

    기던 최고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로 인해......

    "씹, 웃기고 있네 이상감. 이게 무슨 장희빈이야? 무수리지!"

    나는 '희빈'에서 '무수리'로 격하되고 말았다. 한 순간에, 순식간에, 너무 어처구니 없이......

    그리고 그 때부터 '최고의 무수리'로서의 일상이 시작된 거다......

    *****

    학원물입니다...........................................

    네 학원물입니다........................................

    네 네..................................................................그렇죠......(먼 산)

    최고의 장희빈 2.

    *****

    단 한 가지 유일한 소망이 있다면 부재중인 우리 학교 짱 '백두산' 선배 징계가 풀려 하루

    빨리 복학하는 것일 뿐. 그리고 백두산 선배에 의해 최고가 좀 어떻게 되었으면 싶은......그

    런 작은 소원. 하지만 이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이상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기말고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그 소문은 그렇잖아도 괴물 같은 최고의 명성에다 '전설'이라는

    옵션까지 얹어준 셈이 되었다.

    "아주 개박살이 났다지?"

    "우리 누나가 백두산 입원한 병원에서 근무하는데,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더라..."

    "근데 최고는 상당히 깨끗하던데?"

    대충 이런 소문이었다. 징계도 아직 안 풀린 백두산이, 가당찮게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날뛰

    는 애송이를 손봐줄려다가 손 보임을 당했다는.

    실낱 같던 희망도 사라지고 지금 나는 최고에게 호출당해 매점에서 녀석을 마주보고 있는

    실정이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주변만 텅 비어있고, 또한 상당히 조용하다. 최고는

    뭐가 그리도 기분이 나쁜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볼 뿐이다. 경험으로 판단컨데 곧 나는

    아주 비참하게 녀석에게 갈굼 당할 거다. 녀석은 한 손으론 자기 턱을 받치고 나머지 손 손

    가락으론 득득 테이블만 긁고 있다. 아주 신경질 적으로.

    "야."

    "(시작이다)......응?"

    "너, 들었지?"

    "...................................응? 뭘...?"

    "백두산 새끼 나한테 완전 찌그러진거."

    "...........................................응......"

    "내가 얼마나 센 지 알겠냐?"

    "(항상자기자랑으로 시작하지)응."

    그리고 끊어진 대화, 이어지는 침묵.

    "야."

    "(또 뭐야)......응?"

    "너 솔직하게 대답해."

    "으......응."

    "내가 공부 못하게 생겼냐?"

    "....................................................................................(난감하다)................."

    "솔직하게, 니가 느낀 대로 대답해."

    "......................................................................................(웃지마 무서워)....................."

    "셋 셀동안 대답해. 하나 둘..."

    "아..............자......잘 하게 생겼어! 너 공부 무지 잘할 것 같애! 그래!"

    너무 거짓말 한 티가 많이 난 걸까. 그 말을 들은 최고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진다. 그리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더니 쾅 소리와 함께 테이블을 찍어누른다. 멀쩡하던 테이블이 삐걱삐걱

    거린다. 온 매점이 다 조용해진다. 세상이 다 고요하다.

    "......쉬버럴 백두산 새끼가.........................."

    "............"

    "다들 이렇게 말하는데, 감히 날더러 '상고에서 온 꼴통새끼'라 했겠다?"

    "............."

    너가 물으면 다들 그렇게 답할 수 밖에 없잖아. 슬슬 눈치를 보며 움찔거리는데 그 눈이 다

    시 나를 향한다.

    "그, 그래. 너 공부도 잘하잖아. 저번에도 전교 100등 안에도 들었었고...아 보려고 해서 봤던

    게 아니고 게시판에 전교생 석차가 나붙잖아. 그래서......"

    "......"

    '전교 100등 안에도 들었었고...'란 표현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그냥 '전교에서 98등도 했고...'

    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게 더 좋았던 걸까. 아 나는 어쩌자고 함부로 주둥일 놀렸던 걸까.

    누구 앞이라고 들떠서 신나게(아마도 최고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테지)나불나불거린 건지.

    어떡해 저 눈 좀 봐.

    "아니, 저 그게......넌 싸움도 잘 하고 공부도 잘......"

    쾅!

    좌중이 숙연해진다. 무서워 죽겠다. 정말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맨날 전교 5등 안에 드는 놈한테, 전교 100등 안에 드는 것도 공부 잘하는 거냐?

    "......(드디어 일났다 불똥이 나한테 튄다)......"

    "응? 말해봐 전교 5등!"

    "......(이럴 때는 입 닫고 묵묵하게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다 시간아 어서 흘러가 다오)......"

    "아까까지 잘도 떠들더니 왜 암 말 없어? 전교 5등!"

    내 이름은 장지언이야......제발 정상적으로 좀 불러줘.

    그렇게 점심시간이 다 지나갈 때 까지 나는 '전교 98등'에게서 '전교 5등'소리를 무려 197번

    이나 듣고 있었다. 정섭이와 인용이가 다가와 날 일으켜세우지 않았더라면 최고가 아까 벌

    써 갔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는 '전교 5등...전교 5등...'환청에 시달

    리느라 제대로 집중할 수도 없었다.

    간신히 그 충격의 여파를 견뎌갈 때 쯤, 또다시 최고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야. 너 당장 유성학원 수강증 끊어."

    "응?"

    "이 근처에선 유성학원이 제일 잘 가르친다며?"

    ".....그...그래......"

    "다음 기말 시험까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갈거야. 니가 책임지고 날 이끌어라."

    "......................."

    할 말 다하고 뚜벅뚜벅 사라져가던 최고가 다시 휙 뒤돌아서서 한 마디 덧붙인다.

    "학원비 내기 힘들면 내가 니 것까지 댈테니."

    돌아가시겠다......

    정섭이와 인용이와 뭇 동급생들의 동정과 연민을 한 몸에 받으며 나는 주저앉고야 말았다.

    *****

    2편입니다......

    최고의 장희빈 3.

    *****

    그 날도 나는 학원까지 가서 최고의 시달림을 받고(결국 내 돈 내고 원치도 않았던 유성학

    원 수강증 끊었다), 지친 몸을 이끌어 집에 도착했다. 현관 앞에 낯선 신발이 있는가 싶더니

    거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어......지훈이 형? 지훈이 형 아냐?"

    "올∼오랜 만이다, 지언아. 잘지냈어?"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아버지 심부름으로 숙모님께 뭐 좀 전해드릴 게 있어서 들른거야."

    인사도 안하냐는 엄마의 말은 무시하고 나는 폴짝 지훈이 형에게 매달렸다. 지훈이 형은 우

    리 집안에서 유일한 남자사촌으로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날 잘 대해줬다. 형이 이사가기

    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나서 같이 놀러다니고 그랬는데, 대학 들어가면서 큰 집 식구들까지

    서울로 상경하는 바람에 요 근래에는 거의 만나볼 수 없었다.

    "대학은, 재밌어?"

    "뭐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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