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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시스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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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렘시스터

    글 다케우치 켄

    날림번역 초코퍼지(=상유천당)

    제 1 장 목욕재계

    (크, 클났다…… 이번에야 말로 죽는 건가……)

    이슈타르 왕국의 북쪽, 크레온레제왕국의 남쪽. 그 양국의 국경에 위치한 미르크아 천. 그것은 대륙을 동에서 서로 가르는 대하 류미네의 지류중 하나였다.

    미르크아천의 상류는 계곡을 타고 산자락을 흘러내려 물의 명도가 높은 대신에 급류였다. 그 급류 속에 원래는 고급스러웠을 하지만 지금은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소년이 조약돌 처럼 구르고 있었다. 시야가 뱅글뱅글 돌며 몇번이나 바위에 부딪쳤고,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한 채 쉴새없이 물을 마셨다.하류로 갈수록 물결은 잔잔해졌지만, 이번엔 몸이 잠긴 채 떠오를 수가 없었다.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요 근래 약 일주일동안 입에 댄 것이라고는 흙탕물과 초근목피 정도뿐이었기에 이미 체력은 한계였다. 그런 상태에서 하천에 뛰어든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지만, 그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아, 수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날씨가 좋은 것 같구나..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숨을 쉴 수 있을텐데)

    수심은 상당히 얕았다. 하지만 인간은 무릎 정도의 깊이만 되어도 익사할 수 있는 생물이다. 코 앞에 신선한 공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팔을 필사적으로 들어올렸다. 그때 그런 그의 손을 잡는 뭔가가 있었다.

    "어?"

    수면에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비쳤다. 놀랄 틈도 없이 팔이 당겨 올라간다. 신선한 공기, 반짝이는 햇볕에 이어 선명한 붉은색이 눈을 가렸다.

    "푸앗! 콜록, 하아, 하아, 하아……"

    몰 속에서 끌어내진 소년은 네발로 엎드려 공기를 삼켰다. 하지만 크게 입을 벌리자 마자 공기가 아닌 대량의 물이 삼켜졌다. 결국 위장 가득 들이킨 물을 토하고 격렬하게 기침을 하면서, 눈물과 콧물과 침, 그리고 피를 토했다. 아무래도 폐까지 상한 모양이다.

    콜록, 콜록! 콜록……..!"

    그는 고통스럽게 기침을 반복하다 괴롭게 몸부림치고 뒹굴면서 위장의 내용물 전부를 토해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생명의 은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헉!"

    그곳엔 큰 키의 날씬한 여성이 서 있었다. 갑자기 눈부신 빛이 내리쬐는 듯한 느낌에 소년은 눈을 찡그렸다. 방금전 보였던 화사한 붉은 색은 그녀의 머리카락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루비를 녹여 만든 것처럼 보일정도로 멋진 적발이었다. 그 긴 빨간색 머리카락을 전부 뒤로 흘러 넘겨 이마를 넓게 드러낸 모습은 지적이고 고결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투명하기까지한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 가늘고 아름다운 속눈썹, 그린듯한 눈썹에, 커다란 눈, 그리고 연보라색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볼 듯이 투명했다.

    잘 뻗은 콧날, 빨간 입술은 얇았지만 요염했다.

    머리에는 황금 머리띠, 서클렛, 귀걸이를 하고, 빨간 이브닝드레스같은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드레스는 속이 비쳐보일 듯 은근히 천이 얇았고, 상당히 호화로운 자수가 수놓아져 있었다. 굉장히 화려한 의상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보기싫지 않은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옷에 지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보더라도 상당히 높은 신분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의 아름다움이나 옷차림과 관계없이 그녀의 분위기만 보아도 평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슬처럼 깨끗 공기를 주위에 뿌리고 있엇다. 그것은 이른 봄 햇살처럼 따듯하고 깨끗한 오라였다.

    나이는 이십대초반정도로 보이는 묘령의 미인이다. 그녀의 너무나도 조각같은 얼굴은 인형같다는 인상과 함께 침착하고 청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지적이고 우아하며 신비적. 언뜻 보아도 평범한 속인이라고 할 수 없는, 신성해서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미모. 너무나도 환상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흘러온 소년을 혐오하지도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동정하지도 않은 채 단지 초연한 표정으로 내려볼 뿐이었다.

    "서, 선녀…… 인가?"

    천상의 여신이 화창한 날씨에 이끌려 하계로 내려와 물놀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로맨틱한 상상이 뇌리를 스쳤지만, 곧바로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아니, 천사인가, 사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전사의 혼을 사냥하는 발키리인가! 뭐라도 상관없지만, 따라갈 수는 없어!"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 격정에 휩쌓인 소년은 최후의 힘을 발휘해 자리에 일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의 멱살을 붙잡았다.

    "제발, 천사 부탁이다. 나를 놓아줘. 나는 살고싶어! 살아야 한단 말야!"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 대신 지불할만한 대가는 전혀 없었다.

    흥분해 있는 애처로운 소년을 천사는 단지 무표정하게 청정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명했다.

    그 때 였다. 장소를 잘못찾은 게 아닐까 싶은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녀장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돌린 소년은 그때 처음으로 주위에 붉은 천막이 쳐져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 독특한 공간에 당황할 사이도 없이, 빨간 천막이 젖혀지고, 하얀 코이프(두건)를 쓴 소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나이는 십대중반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하얀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디를 보나 청빈을 신념으로 하는 전형적인 수녀차림이었다. 아니, 보이는 나이를 생각하면 견습수녀인 듯 했다.

    "……. 어라?"

    그 견습수녀는 천막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꽤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간 옷의 여성과 더러운 소년을 교대로 본다.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고, 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셧다. 그리고 양손을 붙잡고 크게 입을 벌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앗!"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소리는 아무리 무표정녀라고 해도,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버들잎같은 눈썹이 찡그려졌다.

    "시긴, 무슨 일이에요. 왠 소란이죠."

    천막 밖에서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소녀의 소란은 끝나지 않았다. 힘차게 정체불명의 소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파닥파닥 어깨를 흔들었다.

    "나, 남자, 남자가 있습니다. 베르벳트님, 크, 큰일이에요! 무녀장님을 남자가 덮치고 있어요!"

    "뭐! 뭐라구요!!"

    시긴이라고 물린 견습 수녀에 이어서 허둥지둥 천막으로 사람이 들어왔다.

    첫번째로 들어온 것은 검은 코이프에, 검은 수녀복이라는 전형적인 수녀차림의 성인 여성이었다. 눈가에는 은테안경을 쓰고 어디를 보나 신경질적일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이는 삼십전후. 성직자라고 하기에는 아이라인이 너무 선명해서, 화장이 진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런일이!!"

    목소리로 보아, 그녀가 시긴을 꾸짖었던 베르벳트라는 여성인 모양이다.

    "!"

    이어서 들어온 것도 여자였다. 하지만 앞의 두사람과는 상당히 성향이 다른 모습이었다. 남색 짧은 상의를 입고 허리에는 남색 랩스커트를 두른 그녀의 가벼운 차림은 어디를 보나 수녀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푸른 색 상의는 소매가 없어 긴 팔을 어깨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짧은 옷자락은 가슴을 가리기에도 벅차 아랫배가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그녀의 쭉 뻗은 긴 팔다리는 채찍같은 탄력을 느끼게 했다.

    나이는 십대후반. 여자치고는 키가 크고, 날카로운 안광과 꾹다문 입술,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형이다. 구리색 단발은 삐죽삐죽한 직모였고 피부는 거무스름하게 그을려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것은 손에 쥔 팔각봉이었다. 그것을 통해 유추해보면 이 용맹해 보이는 여성은 승병(몽크)인 듯 했다.

    "저, 이건?"

    여성들의 표정이 경악에서 분노로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소년은 머릿속으로 이해했다. 아무래도 여긴 현세이고, 어딘가 종교시설로 흘러 들어와 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곳의 높은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있다. 흉한이라고 오해당하더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 완전히 오해당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튼 적의가 없다는 것을 표하기 위해 멱살을 잡고 있던 신비한 미녀에게서 손을 뗐다. 하지만 늦은 모양이다.

    "그레이센! 제가 원호하겠습니다. 저 불측한 자를 해치우세요!"

    "넷!"

    은테안경을 빛내는 흑의의 수녀의 지시에 짧게 대답한 몽크는 팔각봉을 오른손에 쥐고 자세를 낮추고 달려왔다.

    "자, 잠깐만!"

    소년의 비명은 무시당했고, 여자들은 문답무용이라는 듯 바로 공격해 왔다.

    은테안경 안쪽으로 진한 아이쉐도우가 그려진 눈가를 찡그린 수녀는 검은색 수녀복의 옷자락을 펼쳐 빨간 안쪽 뒷면을 보이면서 수인을 맺었다.

    "이얏!"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하얀 광선과 같은 마법공격이 소년의 발치에 작렬했다. 그리고 소년이 마법에 정신을 빼앗긴 찰나를 노리고 날아든 가벼운 차림의 장신 여성이 곤봉을 휘둘렀다. 오른쪽에서 측두부를 노린 첫 공격은 다행히 팔에 찬 장갑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뒤이은 봉의 반대쪽으로 들어온 왼쪽 허벅지를 향한 일격은 그대로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대로 다리를 구부리며 쓰러지려는 순간에, 목을 노린 일격.

    "멈추세요!"

    차가움을 띤 늠름한 목소리에 몽크는 즉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행히도 강바닥에 쓰러진 소년의 목을 찌르기 직전 팔각봉의 끝은 멈춰있었다.

    "그 자의 얼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빨간 옷을 입고 황금으로 장식한 여성은 이미 스스로 일어설 기력도 잃어버린 괴한의 뺨에 손을 가져갔다.

    "…………"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인간의 온기를 느끼고 남자 아이는 몸을 경직시켰다.

    "이슈타르 왕국의 힐크루스 왕자로군요."

    순간, 소년은 대답을 망설였지만,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그 신분은 완전히 박탈당했지만……. 한때는 그렇게 불렸지."

    몸도 마음도 걸레가 되어 대답하는 것조차 괴로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몸을 일으켰다.

    "……!"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을 모두 알아차린 모양이다. 주위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베르벳트이라고 불리던 수녀는 안경 안쪽의 눈동자를 반개했고, 그레이센이라 불린 몽크는 입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 어린 시긴은 입을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힐크루스 왕자라니. 그 반역자!"

    그것은 이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었다. 일개월 정도 전 이슈타르 왕국을 둘로 가른 반란이 일어났다. 주모자는 선 왕제 히르메디스, 그리고 그 반란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고 알려진 것이 히르메디스의 아들 힐크루스였던 것이다.

    그런 정치범을 앞에 두고도, 빨간 옷의 여성은 어디까지나 평온했다.

    "저는 [주작신전]의 사교, 이 근처 사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무녀장 유포리아입니다. 예전에 이슈타르왕궁에 들렸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성녀님다운 누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본 후 힐크루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뭐야, 당신 천사가 아니었나…… 놀라게 하다니……."

    주작신전은 서쪽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앙을 모으고 있는 수녀원이다. 남자와의 접촉을 금하는 수녀원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이슈타르왕국에도 인기 있었다. 귀족가의 자녀가 예절을 배우기 위해 수녀원에 머물기도 했고, 귀부인이 세상을 덧없이 여기고 출가를 하는 일도 잦았다. 총본산의 정상에 있는 대사교나 법황은 물론이고 각 사교구의 대성당의 책임자를 맡은 무녀장도 대대로 인근 왕국의 공주가 맡고는 했다.

    확실히 이 근방에도 주작신전의 대성당이 있을 터였다. 명칭은 이 하천의 이름에서 유래한 미르크아대성당. 그곳의 무녀장은 바로무리스트왕국의 왕족 출신이라고 들었다. 새삼스레 그 용모를 확인하니, 그 태도에서 고귀한 혈통을 느끼게 하는 위엄이 풍기는 듯 했다..

    "힐크루스 왕자님이시라니 실례했습니다."

    은테안경의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수녀가, 죄스러워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자, 팔각봉을 휘둘렀던 몽크도 물러났다. 그런 연장자들의 행동을 본 견습수녀 시긴도 당황해서 푹 고개를 숙였다.

    "왕자님께선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우선 상처 확인을"

    상대의 정체를 알고나서도 전혀 태도가 바뀌지 않은 무녀장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부하들이 나서 힐크루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자, 갑자기 뭐야!"

    소년은 몸부림쳤지만 시긴과 그레이센에게 사지를 붙잡혔고 본래는 고급스러웠던 옷감이지만 지금은 걸레가 되어있는 옷이 억지로 벗겨졌다. 그리고 그의 몸을 확인한 베르벳트가 멍하게 되뇌였다.

    "이건…… 심하군요. 골절에 타박상에 절창. 대략 외상이라고 부르는 건 전부 있습니다. 거기에 영양실조에 수면부족. 그러고도 살아계신 게 신기합니다."

    "당연하다. 나는 죽지 않아……. 절대로"

    그 강열한 집념에 검은 옷의 수녀는 왼손을 아랫배에 둔 채로, 오른손으로 은테안경을 고쳐쓰며 희미하게 웃었다.

    "의기는 좋네요. 병도 의지에 달린 거니까. ………… 하지만, 이래서는 마법을 써도, 한번에 치료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합니다."

    마법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다. 치료 마법도 결국 인간의 회복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 그만큼 체력을 소모한다. 상처가 낫더라도 쇠약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무녀장은 황금으로 장식된 마법구슬이 빛나는 네크리스를 똑바로 누은 채 신음하는 젊은 소년에게 비추었다.청아한 흰색 빛이 상처투성이의 몸을 비추고, 힐크루스는 부드러운 힘에 감싸였다.

    "고맙다. 몸 전체가 갈갈이 찢기는 것 같이 아팠다. …… 조금은 편해졌다."

    마법치료가 끝나자 힐크루스는 일어서서 몸가짐을 바로했다. 그 모습에 유포리아가 아미를 찌푸렸다.

    "이건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고열에 시달릴 거에요. 조금이라도 영양이 풍부한 것을 먹고, 충분히 쉬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힐크루스에게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 지시였다. 무심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팔각봉을 쥔 몽크가 주의를 돌리게 했다.

    "무녀장님, 이 분이 힐크루스 왕자님이라면, 저건 추격자가 아닐까요?"

    몽크가 가리킨 방향을 보자 하천 상류에 흙먼지가 크게 일고 있다 기마병이 온다는 신호다.

    "쳇, 질기군……. 신세를 졌다."

    혀를 찬 소년은 한 발자욱을 떼기 힘든 상태에서도 주작신전의 수녀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가려하는 힐크루스를 시긴이 당황해서 잡았다.

    "나는 저녀석들에게 붙잡혀서는 안된다. 좀 더 하천에 몸을 맡겨봐야지."

    응급처치라고는 해도 마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힐크루스와 그녀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성직자로서의 자비로 마법을 써주었겠지만, 이 이상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집념에 일동은 질린 듯한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는……."

    마법치료를 받았다고는 해도 아직 만신창이었다. 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갓난아이라도 이길 수 없을 것 처럼 보인다. 이런 환자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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