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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터프한 아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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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ologue

    “세게좀 밟아봐!!”

    -야 밟는다고 그게 나가니? 이렇게 꽉 막혔는데?

    “아씨 그럼 뭐라도 해봐!!”

    -후우 말을 말자 마.

    막힐대로 막혀있는 고속도로에 갖힌채로, 나와 와이프는 벌써 몇분째 그렇게 옥신각신 다투고 있었다. 휴가 시즌이라는건 차치하고서라도 이렇게까지 막힐줄 알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나을 뻔했다. 자동차 옆자리에 앉아 연신 씩씩대는 와이프가 한사코 대중교통은 안된다고 버티고 버틴탓에 60개월 할부로 사버린 소형차에 갇혀서는 꼼짝없이 앉아있는 꼴이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짜증나, 그러니까 차 좀 좋은거 사자구 했잖아.”

    -야 이게 차 탓이냐?

    “왜 아니야? 그럼, 오빠탓인가보네.”

    -후우, 말을 말자 마.

    불난곳에 부채질 하는것도 아니고, 옆에 앉아있는 아내가 연신 짜증섞인 불만을 쏟아내는 탓에 내 쪽에서도 좋은말이 쏟아질리 만무했다. 괜히 더 말을 엮었다가는 언성만 높아질것 같아 나는 창문쪽에 팔을 괴고선 차창 밖을 응시했다.

    한심하다.

    2천만원도 하지 않는 차한대 사는데도 잔득 겁을 주워먹고선, 60개월 할부로 구입하는게 고작 내 인생이다. 서른을 넘어 서른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 전직원 규모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서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것. 그것 또한 내 인생이다. 그럼에도 어떻게 결혼은 해서 마누라랑 살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짧게 한숨을 내쉰뒤 나는 슬쩍 보조석에 앉아있는 은혜의 눈치를 살폈다. 토라졌는지, 와이프도 고개를 창가쪽으로 하고선 가슴에 팔짱을 낀 채 앉아있었다. 덕분에 풍만한 가슴이 양팔에 눌려 보기좋은 볼륨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뒤 갸름한 아내의 얼굴을 올려다보니 결혼 3년차 주부치곤 여전히 봐줄만한 얼굴이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아내와 나는 3년전에 결혼했다. 인문학부 건물에서 친구들과 함께 나오던 은혜를 보고 첫눈에 반해서는 거머리처럼 물고 늘어졌던 것도 나였고, 울고불고 사정사정하면서 결혼해달라고 매달렸던 것도 ‘꼴사납지만’ 내 쪽이었다. 하아. 후회한들 무엇하겠냐만은 짧다면 짧은 인생을 돌아보건데, 내가 결정했던 적지않은 일들중에 가장 ‘하지 말았어야 할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저 상기의 두 가지를 꼽을 작정이다. 철모르는 친구놈들에게 우리 부부 얘기를 들려주면, 열에 아홉은 ‘두 살터울에 예쁜 와이프를 얻은 놈이 배가 불렀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지만, 그건 정말 ‘속을 모르는’ 소리다.

    결혼하자마자 전업주부를 선언하며 집구석에 눌러앉아 버린건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치자. 그렇다고 퇴근후에 밥을 챙겨주는 것도 아니야, 기껏해야 먹으라고 챙겨주는건 우유에 말아먹는 씨리얼이 다반사였다. 그렇다고 가정살림을 잘하는것도 아니었다. 주말이면 성격탓에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닦고 하는것도,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찬거리를 정리하는 쪽도, 모두 ‘내쪽’ 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몸매가 망가진다며’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주부로써, ‘임신’을 거부하고 있는 그녀의 태도엔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뭐 그렇다고 섹스를 거부하고 그러는건 아니다.

    섹스라고 해봐야 침대위에 개구리처럼 가랑이를 벌리고 누워선 팔베게를 하고 있는 은혜위에 누워, 나혼자 바삐 왔다갔다를 반복하는게 끝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내가 꾸준하게 몸매관리를 한 덕분인지 섹스에 관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아... 나만 그런거야?.... 나만 그렇게 느끼는거야?..

    답답해서 어떻게 사냐고 묻는다면, ‘원체 생겨먹은 성격이 소심한지라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삽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측근이라 불리우는 자들이 가끔, 결혼하고 3년동안 변변한 부부싸움이래야 한적이 없는 우리 부부를 부러워하며 소위 ‘금슬 좋은 부부’나 ‘잉꼬부부’라는 ‘되지도 않는‘ 소리를 나불거릴때면, 난 그저 속으로 ’내가 병신이라 그래‘ 를 외치곤 했던게 다반사다. 그래 내가 ’병신‘이라 참는다. 후우.

    그래도 연애기간부터 결혼을 통틀어 와이프에 대해 안좋은 기억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눈꼬리가 올라간 ‘도도한 미인형’의 얼굴을 한 와이프 덕분에 좋았던 기억도 많다. 솔직히 ‘섹스’에선 뭐 말할것도 없겠고, 아 그래! 한가지 확실한건 내가 은혜에게 있어 육체적으론 ‘첫번째’ 남자였다. 남자들은 알겠지만, 이건 쥐뿔도 없는 나의 입장에선 과히 자랑할만한 일이다. -물론 현실에서 자랑한답시고 떠벌리면 그렇게 ‘병신’이 되는 거다- 왜 그런거 있지 않나? 정말 헉소리 나게 이쁜 미인들보다, 그보단 덜하지만 준수하게 생긴 여자들한테 더 많은 남자들이 대쉬를 하거나 하는것. 은혜가 그런 케이스였다. 그러니까 ‘하도 이뻐서’ 남자들이 대쉬하지 못하는.... 아 팔불출 같다. 연애시절 들은 바로는 놀랍게도 초중고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고백을 했던 남자가 기껏해야 2명밖에 없었단다. 그마저도 시덥지않게 굴어버린 탓에, 거두절미하고 거절해 버렸다고 했다. 잔득 들떠서는 ‘그럼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한 나의 남자다움에 반한거야?’ 라며 싱글벙글대며 물었던 나에게 ‘아니, 그건 아니구, 그냥 오빠가 존나게 귀찮게 해서.’ 라는 대답을 오른손 중지를 펴보이며 고이 돌려준 은혜를 떠올리자니, 다시금 부화가 치어 오른다. 나쁜 계집애.

    어찌되었든 그래도 모처럼만의 여행이다. 가구를 생산해 납품하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대리를 맡고 있는 나로썬, 강원도 어디쯤으로 떠난다는 워크숍 날짜에 ‘난 안되겠소!! 난 내 휴가 찾아 가겠소!!!’를 외치며 작정하고 이번 휴가를 계획한 참이다. 어차피 회사에선 나를두고 투명인간 취급하며, 소위 ‘왕따’ 취급하는데, 한번 개긴다고 해서 회사생활이 악화되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사실 조금 걱정은 돼. 갈데가 없거든. 회사를 때려치면 나를 받아줄 곳이 없네, 그게 함정이야.

    충동적으로 아내에게 충청도 온양에 가자고 선포아닌 선포를 했던게 이번년도 1월의 언젠가였다. 일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좀더 심사숙고 하는건데. 이제와서 대머리 김부장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한켠이 서늘해진다. 지금은 내 옆에서 잔득 성을 내고 있지만, 불과 서너시간전만해도 연신 방긋거렸던 은혜였다. 미운정이라도 들어버린 걸까, 그래도 모처럼 나를 보고 웃어주는 와이프의 미소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 생각에 은혜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워 올린다. 그래 난 아직 내 아내를 사랑해. 진정.

    “아썅! 뭐해~~~ 앞차 출발하잖아. 빨리 밟으라고!! 하여튼 굼뗘가지고..”

    취소.

    2. 온양에 도착하다.

    아 어깨가 뻐근해 온다. 분명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시계바늘이 숫자 9를 가리키고 있었건만 달리고 달려 온양 어디쯤에 차를 세우니 벌써 어둑어둑 밤이 잦아들은 시각이다. 보조석 차문을 열며 ‘피곤하다’를 외치며 기지개를 펴는 아내를 바라보며, ‘니가 한게 뭐가 있는데 기집애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절대 맞을까봐 두려워서 그런건 아니다.

    아 미쳐 말을 못했는데, 연애하고 얼마가지 않아 알게된건, 아내의 전공이 인문학계열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학부는 ‘체육학부’ 였다. 그녀를 처음봤던 인물학부 건물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그녀의 전공에 놀랬던건 둘째치고, 일단 외관상 가녀린 이미지 그 자체인 은혜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그녀의 전공에 흠씬 놀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뭐 반신반의 하며 실실쪼개던 나에게, 고이 주먹을 들어 ‘퍽’소리가 나게끔 내 등을 후려쳐 주시니 믿을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아 비참하구나.

    “짐부터 풀고 빨리 스파에 가자 우리.”

    -알았다고 쫌!

    그러니까 이 여자는 항상 이런식이다. 짐 한두개 정도는 나눠 들 만한데, 지 몸만 쏘옥하고 빠져 나와서는 앞장서서 펜션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꼴이라니. 뭐 어쩌겠나. 그저 나는 양손에 짐을 든 채 그녀의 뒤를 따라 걸을 뿐이다.

    “하아!! 하아!! 하아!”

    앞서 걷던 아내가 펜션의 방문을 열어 젖히자, 나는 방안에 쿵소리를 내며 손에 들린 짐들을 바닥에 내팽겨 치며 침대위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흡사 거친 섹스후에 -내 입장에선 아내와의 관계는 항상 거친 섹스의 연속이었다.- 토해내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는 쉼호흡을 연신 공기중에 격하게 뿜어댔다.

    “하여튼, 하여튼, 약해 빠져가지고. 운동좀 해라 인간아!”

    그럼 넌 닥치고 빨래 좀 해라. 아니면 밥이라도.

    한참을 침대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다가 발밑에서 분주하게 옷을 갈아입는 아내 때문에 천천히 침대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샌가 수영복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아내가 방구석쪽에 자리한 전신거울에 서서 연신 자신의 몸매를 확인한다.

    ‘꿀꺽’

    미우나 고우나 내 와이프가 예쁘긴 예쁘다. 풀어헤친 긴 생머리에 고무밴드를 가져다가 분주하게 움직이니, 아내의 갸느다란 턱선이 고이 보여질만큼 머리카락이 보기좋게 묶여진다. 자신의 뜻대로 아이를 가지지 않은 탓에, 군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잘록한 허리라인과, 바로 그저께 밤에도 연신 주물러댔던 풍만한 엉덩이 라인 -하하하하하- 과, 곧게 뻗어있는 두 다리의 각선미는 단연 최고다. 최고. 서른을 조금 남긴 나이에 이정도의 몸매와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와이프가 이제야 대단하게 느껴졌다.

    “빨리 옷갈아 입어. 많이 늦어서 스파에서 얼마 있지도 못하겠네.”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과 한 개 -에이 인심쓴다. 타조알!! 만한!!!- 크기만한 매끈한 젖가슴이 미세하게 출렁거린다. 그걸 게슴츠레 쳐다보자니, 아랫도리가 서서히 반응해 버리고 말았다.

    “저기... 은혜야 우리 ...”

    -아씨.. 짜증나 변태새끼. 빨리 옷갈아입고 나와.

    말을 걸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은혜가, 불룩하게 부풀어있는 나의 바지앞섶을 한번 찡그리며 바라보더니, 육두문자를 내던지며 신경질적으로 방밖으로 나가 버렸다. 더러운 기집애. 지아비를 이런식으로 섬겨서는 안돼.

    옷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서둘러 아내의 뒤를 따라, 스파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늦은 시간임에도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피니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때를 지어 스파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경제적 처지가 처지인지라, 프리미엄 글자가 붙어있는 ‘가족 온천’ 패키지 프로그램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 탓에, 당장 오늘은 이렇게 은혜와 스파에서 보내고 내일은 남탕 여탕 따로따로 온천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힐끔힐끔 사람들 눈치를 살피자니, 와이프가 아랑곳하지 않고 터벅터벅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나도 그제서야 헛기침을 한번 하고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이씨.. 솔직히 조금 신경 쓰이는데..’

    투피스 비키니 차림으로, 허리춤에 반투명한 레이스 천조각을 걸친채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내를 따라 걷자니, 늑대같은 남자들의 시선이 아내의 몸에 하나둘 달라붙는게 느껴졌다. 갓난 아들의 손을 붙잡은채 눈을 힐긋힐긋 돌리는 아저씨부터, 성장의 심볼이 얼굴가득 자리잡은 중학생 정도의 아이까지. 너나 할것없이 시선이 아내의 몸에 꽂혔다. 불쾌하긴 했지만 어쩐지 말못할 승리감에 도취되어서는 아내를 따라걷던 발걸음 속도를 한층 높였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내의 몸 어딘가에 시선을 꽂아넣고 있던 내 나이또래의 사내와 엉겁결에 눈을 마주치고 말았는데, 조금 미묘하면서도 어쩐지 기분나쁜 느낌이 들어 3초정도 눈을 마주치다 이내 황급히 시선을 거두어 버렸다.

    “아 좋다.”

    얼마간을 걸어 약간의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탕 안에 자리를 잡고 아내와 함께 발을 담그자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 나왔다.

    “늙은이 같아.”

    -.....

    잠시 잊고 있었다. 로맨스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계집애. 눈을 흘겨 아내를 쳐다보자니, 은혜는 이내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래도 발끝부터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의 감촉에 몸을 의지하고 있자니 하루간 쌓였던 피로가 금새 풀리는 느낌이 든다.

    한동안을 탕의 주변가에 앉아서 아내와 나란히 발을 담그고 있다가, 물기를 머금은채 풍만하게 모여져 있는 아내의 젖가슴을 한번 훔쳐보며 아내의 어깨위로 나의 한손을 스윽하고 얹어봤다.

    ‘투욱’

    손 끝에 아내의 어깨쪽의 살결이 느껴짐과 동시에, 아내의 어깨가 내 손을 ‘격하게‘ 떨쳐내고 만다. 하여튼 로맨스라곤 빈대의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년.

    은혜가 먼저 일어나 여기저기를 쏘아다니면, 내가 허겁지겁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는 과정이 한시간남짓 반복됐다. 그리곤 은혜는 기어이 흥미를 잃었는지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 우리가 들어왔던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나도 서둘러 그녀의 뒤를 밟았다. 뭐 솔직히 나도 이래저래 피곤한게 사실이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얘기하면 당장이라도 방에 돌아가서 와이프의 여기저기를 핥고 만지고 ‘쑤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긴 했다. 나도 남자니까.

    “혹시, 조지훈?”

    스파입구를 빠져나와 수영복 차림으로 스파에서부터 5분정도 거리에 있는 펜션을 향해 아내와 나란히 걷고 있을 무렵이었다. 내 뒤쪽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내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니, 아까 나와 눈이 마주쳤던 사내가 멀뚱멀뚱 서 있는게 보였다. 사내는 내 표정을 보더니 이내 얼굴 한가득 미소를 날리며 성큼성큼 아내와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스파에 있을땐 몰랐는데, 보기보다 작고 여리여리한 사내의 체구에 슬쩍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내가 거의 내 눈 앞까지 다가왔을 때 까지도, 좀체 사내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혼자 신나선 연신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사내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듣고 서 있노라니, 그제서야 어렴풋하게 이름 두 글자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아... 벼.. 병길이.. 강병길”

    -그래 새끼야!! 나다 임마 큭큭큭

    내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거의 반사적으로 사내의 목소리톤이, 방금전에 비해 몇 데시벨 가량 커졌다. 나는 조금 당황해서는 머릿속으로 천천히 강.병.길 이라는 3음절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고1인가 고2때 같은반이었던 녀석이다. 뭐 딱히 친하지도, 그렇다고 친하지 않다고 하기에도 뭣한 딱 그만큼의 관계를 유지했던 녀석인데, 이리도 반가워 하다니. 근 10여년만에 우연히 만나서 그런가 싶은 생각에, 슬쩍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이 연신 침을 꼴깍 삼키며 시선을 어딘가에 고정한채 서 있었다. 조심스레 녀석의 시선을 따라가니 아내의 젖가슴이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이생키야.

    “암튼 반갑다. 그럼 이만..”

    -어.. 어? 가.. 간다고? 그.. 그러지 말고 이렇게 만난것도 반가운데, 우리 방에 가서 술이라도 한잔 하자!

    자리에 서서 몇분간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이내 그만 헤어질 요량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나와 와이프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던 병길이가 왠일인지 다급히 우리를 잡아챈다. 나야 그렇다치고, 병길의 손이 자신의 팔에 닿자 은혜의 얼굴에 옅은 인상이 드리운다. 아내의 표정이 신경쓰여 애써 병길의 손을 뿌리치자니, 병길이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기어이 자신의 방에 가서 술 한잔만 하자고 조르고 나섰다. 원체 이렇게 막무가내였나 이자식?

    “병길씨 무슨일이에요?”

    아내와 내 앞에서 애걸복걸하며 사정하고 있는 병길의 등 뒤로, 병길의 이름을 부르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인가? 잘됐다 싶은 생각에 시선을 그쪽으로 꽂아넣으니, 병길과는 대조적으로 다부진 체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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