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닭뼈의 왕자님 - 8

127일전 | 88읽음

인중은 다친 적이 있는지 하얗고 길게 흉터가 가로지르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보기 흉하지 않았다.



송지언은 울적하게 생각했다. 만일 자신이 여자였더라면, 모든 상황을 체념하고 사내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처음 겁간 당했을 때 이미 사내를 지아비로 섬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겠는가? 처음에는 무식하고 두렵겠지만, 현명하고 당찬 여자라면 그의 말마따나 굶겨 죽일 일은 없는 사내를 데리고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 하필 이 자는 남자인 자신을 잡아와서 애먼 자신과 스스로를 고뇌에 빠트리는 것일까.



송지언은 자신이 사내라 탓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때 문득, 사내가 송지언의 납작한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렇게 매일같이 하는데, 언제쯤 아이가 생기겠느냐?”



송지언은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백날을 해도 아이 같은 건 생기지 않을 거요.”



“어째서?”



송지언은 이제는 그런 사내의 의문이 새삼스럽지도 않아, 처음의 기막힘도 잊고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덤덤하게 대꾸했다.



“말했지 않소. 나는 사내이고, 같은 사내끼리는 아무리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소. 내 생김과는 상관없이 그것이 사실이오. 이제는 당신도 그것을 알지 않소?”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포기하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송지언을 응시하고 있다가, 그를 다시 끌어당겨 안으며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꼭… 내가 꼭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주겠다.”



“그러니까, 설령 천지가 개벽하고 하늘이 뒤바뀐다 해도 내가 사내란 사실은 변함이 없을 텐데 무슨 수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준단 말이오? 그리고 대체 사내인 내가 어째서 아이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도 나는 이해할 수 없소.”



“너는 내 짝이니까. 내 씨를 받았으니 내 아이를 낳아줘야 할 게 아니냐.”



“내가 아니라 지나가던 아무 여인네를 잡아다가 해도 아이는 생길 거요. 하지만 나는 다르오. 나는 사내이니 아이가 생기지 않소. 그러니…… 그러니까.”



송지언은 사내의 어깨를 붙잡아 밀어내고 눈을 맞추고는 애원했다.



“그러니까 날 보내주시오.”



곧장 사내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당신이 필요한 것은 아이를 낳아주고 가정을 꾸릴 아낙이 아니오? 하지만 나는 그래줄 수 없소. 내가 아무리 맘에 든다 해도 나는 사내고 아이를 낳을 수도, 여자노릇을 할 수도 없단 말이오. 나는 이미 고향에 아내가 있소. 내 아이는 그 여자에게서 얻어야 할 것이지 내가 낳을게 아니란 말이오. 허니 헛된 짓일랑 이만 하고 나를 보내주시오.”



송지언은 자신을 붙잡은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허리를 억세게 옥죄는 바람에 그곳이 아팠다. 하지만 송지언은 애걸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제발 부탁이오. 제발, 제발 내 사정을 좀 헤아려주오. 그대는 짐승이 아닌 사람이잖소. 사람이 사람을 강제로 이리 할 순 없는 거요. 사람에게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란 게 있소. 헌데 같은 사내가 붙어먹으며 아이를 낳는다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오.”



사내는 불쑥, 영 엉뚱한 말을 했다.



“내가 싫으냐?”



송지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내는 눈썹을 일그러트리고는, 송지언을 거칠게 흔들면서 말했다.



“내가 그렇게나 싫으냔 말이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지 않소.”



“뭐가 다르냐! 내 아이를 낳아줄 수 없다 하고, 나를 떠나겠다 하는데, 뭐가 다르냔 말이다!”



송지언은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오!”



그러자 사내가 송지언을 붙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렇다면 됐다.”



“뭐가 말이오.”



“내가 싫지 않으면 됐다는 말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사내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아 송지언은 소리쳤다.



“좋다고도 한 적 없소! 싫소! 싫소! 나를 보내주오!”



그러자 사내가 얼굴을 찡그리며 웃는 것도 아니고 인상을 쓰는 것도 아닌 아주 이상스런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짐승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게 무슨…!”



“네 다리 사이를 핥아줄 때도, 내 고추를 집어넣을 때도 너는 매번 싫다고 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잖아. 좋을 때 싸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쌀 때는 기분이 좋으니까. 기분이 좋지 않고서야 그렇게 되지는 않지. 허니 내가 싫다는 말 역시 거짓말이다. 내가 싫다고 물었을 때도 너는 바로 싫다 대답하지 않았지 않느냐.”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몸이 느끼는 거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그런 것뿐이오! 정말은 싫단 말이오!”



“마찬가지다. 나는 널 놓아줄 마음이 없으니, 내 짝이 되어 내 아이를 놓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허니 나를 화나게 하지 말아라.”



화라는 말에 송지언은 입을 다물었다. 송지언은 사내가 자신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온 몸의 근육들이 팽팽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 분노와 광기가 일렁였다. 사내는 참고 있는 것이다. 송지언이 혹여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고 송지언의 말을 상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송지언은 상냥한 언행으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내의 압도적인 힘- 자신 하나쯤은 한손으로 간단하게 죽여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자각했다. 송지언은 덜컥 두려움을 느꼈다.



송지언은 고개를 수그렸다. 나약한 자신을 질책하며, 힘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무도한 사내에게 원망을 퍼부었다. 자신의 가문과 재산, 쌓아온 학문과 지식의 힘은 사내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기서 통용되는 것은 남자로서의, 아니, 수컷으로의 강함이었다. 사내 앞에서 그 자신은 너무도 무력했다. 분했지만 사내의 말이 맞았다. 마음이야 어떻든, 몸은 어쩔 수 있는 것이 없다. 아무리 사내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해봤자 이곳에 억류되어 있는 한은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다. 이곳에 억류되어 있는 한은.



‘도망가야 한다.’



도망가서, 자신을 되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힘과 이성, 자신이 지니고 가꿔온 모든 것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내에게 위협받는 것은 그저 엉덩이 사이의 구멍 따위가 아니었다. 사내가 가지려는 것은 송지언의 모든 것, 자아 그 자체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하다못해 식물조차 가지고 있는 본능. 바로 생존욕구가 송지언을 후려쳤다.






며칠 뒤, 해도 뜨기 전인 이른 새벽 송지언은 문득 자신의 옆자리가 빈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사내가 볼일이라도 보러 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길어지는 비로 움집에 먹을 것이 떨어져 간다는 것을 상기했다. 송지언은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넝마가 다 되어가는 바지를 꿰입고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보니, 사냥을 나갔으리라 기대했던 사내는 아직 뜰에 서 있었다. 하지만 사냥을 나갈 생각인 것은 맞는지 허리춤에 예의 그 쇠막대를 끼우고 팔과 다리에 가죽을 감고 있었다. 송지언은 입구에서 멈춰 섰지만 사내는 송지언의 기척을 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송지언은 그 뒷모습에서 사내의 심중을 읽을 수 있었다. 사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이젠 걸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발목이 나아있었기 때문에, 혹여 사내가 다시 그것을 부러트리지나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굶을 수는 없으니 사냥은 나가야 할 테고, 그러자면 송지언을 혼자 둬야 하는데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다. 사내는 겁에 질린 송지언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송지언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도, 도망가지 않을 거요.”



“………”



“저, 정말이오. 도망가지 않을 거요.”



“정말이냐?”



“정말이오.”



사내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었다.



“너는 거짓말쟁이라서 의심스럽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송지언은 얼굴을 붉혔다. 매번 입으로는 싫다 싫다 하면서도 몸은 좋아하는 자신의 행태를 보고 그리 이르는 것이다. 사내는 눈썹을 일그러트리더니 말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그냥 사냥 나가지 말고 널 잡아먹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비단 은유적인 표현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민한 반응인 것일까? 송지언은 께름칙한 사내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건너편 산에 있는 길을 보았겠지.”



송지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을 묻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디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던 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끊어진지 오래야. 왜 그런지 아느냐?”



사내가 히죽 웃었다.



“저 산에 처녀 구미호가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난 못 먹는 것이 없지만 사람은 안 먹어. 하지만 처녀 구미호는 다르다. 처녀 구미호도 못 먹는 건 없지만 사람 간을 제일 좋아하거든. 그러니 죽고 싶지 않거들랑 저쪽으로는 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리고 오늘밤은 큰 비가 올 거야. 저 산으로 가려면 못과 이어진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불면 저편으로 건너 가려했다가 골로 가기 십상이다.”



사내는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송지언은 사내의 말이 길다는 것을 눈치 챘다. 저런 예까지 들면서 자신을 만류하려 드는 것은, 저 산에 구미호가 살든 어쨌든 간에 탈출 가능성이 있으니 이러는 것이다. 사내는 자신이 송지언을 겁준답시고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일러준 꼴이 되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송지언은 사내의 바람대로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손을 뻗어 길게 헝클어진 송지언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몸을 돌리며 덧붙였다.



“도망가지 않는다 했으니 그리 해라. 만일 도망간다면 나는 앞으로 네가 하는 말은 전부 거짓이라 생각할 거다.”



송지언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내가 주절주절 늘어놓은 외부의 위협보다 자신의 말을 신뢰 않겠다는 사내의 말이 더 두려웠다. 다시 잡히면 애걸하거 눈치 보는 일이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려 문 입술을 질근질근 빨면서, 송지언은 결코 붙잡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 사내와 계속 짐승처럼 사는 것보다는 구미호에게 잡혀 먹히거나 계곡물에 빠져 죽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사내는 마침내 움집을 떠났다.



송지언은 사내가 움집을 떠난 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한시라도 바삐 달아나고 싶어 마음이 초조하고 급했지만 사내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금방 쫓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해가 뜨고 사위가 훤히 밝아올 때쯤에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송지언은 자신의 발목을 여미고 있던 도포자락을 더욱 단단히 여미고, 지팡이로 짚을만한 적당한 나뭇가지를 골라 잔가지를 쳐 낸 후 숲 속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못까지 가는 것은 쉬웠다. 몇 번이고 사내의 등에 업혀 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까지 오는 것은 들켜도 몸을 씻으러 왔다 사내에게 변명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곳을 벗어나면 사내는 송지언이 도망치려했다는 사실을 알 것이고, 그러면 더 이상 봐주지 않을 테니까.



송지언은 걸음을 내딛는 것에 불안감을 느꼈다. 축축하게 젖은 숲은 어둡고 음험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가지 않을 수 없었고, 어째서인지 내키지 않는 걸음을 떼었다. 숲 속을 걸으면 걸을수록 그 걸음은 더욱 더 빨라졌다. 이윽고 그는 짚고 있던 지팡이도 던져버리고 미친 듯 숲 속을 내달렸다. 당장이라도 자신의 목덜미를 사내가 낚아챌 것만 같았다. 뒤통수에 소름이 오싹오싹 돋는 느낌에 송지언은 이성을 잃어버렸다. 맹수에게서 달아나는 노루와 하등 다를 바 없이 겁에 질린 절박한 모양새였다.



“앗!”



정신없이 달리던 그는 돌부리에 발이 걸렸다. 송지언은 자빠졌고, 나무에 어깨를 한번 들이받은 후 거꾸로 자빠져 비탈을 구르기 시작했다. 낙엽이 파사삭 일어나 허공을 날았다. 구르던 와중 옆구리와 허벅지가 어딘가에 호되게 부딪쳤다. 허나 몸이 멈추지 않았기에 송지언은 그 아픔을 내색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정신없이 비탈을 구르다, 몸이 쑥 꺼지는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사방이 캄캄해진다 싶더니 온 몸이 바닥에 확 쓸렸고 관자놀이를 바윗돌에 부딪쳤다. 송지언은 정으로 머리를 찍은 듯 번쩍하는 아찔함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을 놓쳤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는 것인지 사위는 푸르렀고, 공기 중에는 싸늘한 겨울의 냄새가 났다. 칠흑처럼 검은 하늘에서 재처럼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이상했다. 지금은 여름이 아닌가? 이성은 그리 생각했지만 몸은 겨울을 느끼고 있었다. 그 차가운 풍경에 송지언은 추위를 느끼고 자신의 몸에 닿은 따뜻한 존재에게 달라붙었다. 뜨거운 호흡이 송지언의 입술을 삼켰다. 송지언은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음장 같은 엉덩이 사이를 드나드는 뜨거운 육봉도 느꼈다. 송지언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불덩이처럼 뜨거운 사내의 몸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신음했다. 계집처럼 음란하게 허리를 놀리며 솟아오른 유두를 사내의 탄탄한 가슴팍에 비비고 있었다. 사내가 물었다.



<좋으냐?>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것이 꿈이란 것을 자각했을 뿐이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엄청난 통증이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송지언은 끔찍한 아픔에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웅크렸다.



주변은 어두웠다. 머리의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어두운 사위에 불꽃이 번쩍번쩍 튀었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아팠다. 처음으로 사내에게 꿰뚫렸을 때만큼이나 아팠다. 송지언은 기분 나쁜 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꿈에서 깨어난 것을 원망했다. 그만큼 상황이 최악이었다. 온 몸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고, 구르며 돌부리에 부딪친 옆구리와 허벅지가 매타작이라도 받은 것처럼 얼얼했다. 찌잉찌잉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간신히 고개를 들자, 자신이 구덩이 같은 곳에 빠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바깥에는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 빗물이 송지언이 굴러 떨어진 좁은 구덩이 안에 들어차고 있었다. 벌써 송지언의 몸은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바닥에 물이 철벅하게 고였다. 송지언은 큰 비가 내릴 거라는 사내의 말을 상기했다. 머리를 짚은 손을 떼자 손에 흥건히 피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가 깨진 모양이다. 움직일 때마다 그곳이 너무 아파서 꼼짝하기 싫었지만 물이 차는 곳에 누워 있을 순 없었다. 송지언은 온 몸에서 엄습하는 고통 때문에 헉하고 나오는 신음을 삼키며 나무뿌리와 풀떼기를 잡고 구덩이 밖으로 기어나갔다. 밖으로 몸을 끌어올리니 폭력적이기까지 한 빗줄기가 온 몸을 때렸다. 송지언이 처음 길을 잃었을 때 내리던 비보다 더한 비였다. 나무가 미친 듯 와스스 와스스 흔들리며 허옇게 내리는 비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게, 그냥 비가 아닌 태풍인 모양이었다. 하필이면 태풍이라니, 송지언은 이를 악물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내조차 자신을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무 뿌리위로 기어 올라갔다. 처음 깨어났을 땐 머리가 무지막지하게 아팠는데 움직이니 또 움직일 만 했다.



어디로 굴러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데다 비 때문에 사위가 밤처럼 어두웠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고, 이 비에 어쩌면 사냥을 나갔던 사내도 발이 묶였을지 모르니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을 잡을 수 없었지만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에 송지언은 무작정 걸었다. 쏟아 붓는 비와 섞여 흐르는 피를 연신 닦아내며 비척비척 걷다 몇 번이나 비틀거렸다. 발아래 진창이 송지언의 발을 잡아당겼고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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