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어]닭뼈의 왕자님 - 7

128일전 | 94읽음


“아흣… 좋다, 좋아.”



사내의 탄성에 기분이 이상했다. 송지언은 사내의 귀두를 빠는데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그것에 당혹감을 느꼈지만, 이유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때리고 물어뜯어봤자 돌덩이 같은 사내의 육체를 어찌할 수 없고, 사내의 손길에 놀아나는 것은 늘 자신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사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송지언은 그것에 희미한 쾌감이랄까, 우월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자각했다.



다시 구멍을 쑤셔주니, 사내가 헐떡거리며 그의 비부를 물었다. 극도로 민감한 곳이라 송지언은 귀두를 놓치고 탄성을 올렸다.



“아!”



사내는 첩첩 소리를 내며 부어오른 송지언의 구멍을 핥아댔다. 따갑고 쓰린 곳이었지만 긴 혀가 성감인 회음부를 함께 핥아대었기 때문에 무작정 아프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송지언은 사내의 음경을 손잡이처럼 붙잡은 채 버르적거렸다.



“우… 으흑!”



다리 사이로 침이 질질 흘러내릴 지경이 되자, 사내가 송지언의 허리를 앞으로 밀어 보내고 상체를 일으켰다. 앉은 채로 옆구리에 송지언의 다리를 끼우고 삽입을 시작했다.



송지언의 남근이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다가올 고통을 각오하고 송지언은 이를 악물었다.



헌데 언제나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던 남근이 들어오다 말고 뒤로 물러났다. 문득 큰 손이 송지언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 때문인지 허리에서 힘이 빠졌다. 다시, 아주 천천히 귀두가 밀고 들어왔다. 여전히 구멍이 찢어질 것 같은 위기감에 진땀이 바짝 났지만 전처럼 죽을 만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유독 느린 사내의 움직임에 조바심이 났다. 아득한 시간이 흐른 듯도 했다.



어느 틈엔가 비부에 사내의 음모가 딱 와 닿았을 땐 믿기지 않는 기분이었다. 고통 없이 사내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몸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스스로의 적응력이 두려웠다. 자신이 여자처럼 변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싸늘한 무섬증이 들었다.



사내가 그런 송지언을 일으켜 안았다. 무게가 가해지자 남근이 더 깊게 박히며 사내의 귀두가 위장이라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를 만지면 사내의 것이 만져지기라도 할 것 같았다. 숨이 막히는 느낌에 송지언은 헐떡거렸다. 저도 모르게 바닥을 짚은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다친 발목이 아팠다. 송지언을 끌어안은 사내는, 버거운 듯 헉헉거리고 있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받아내고 있는 그가 대견스럽다는 듯 귓전에 속삭였다.



“오늘은 안 우는구나.”



“으아앗!”



그리고 송지언의 아픈 오른쪽 무릎 뒤에 팔을 걸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자 발목의 고통은 줄어들었지만 몸의 무게가 더해져 사내의 음경이 더 깊숙이 박혔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다. 입으로 내장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 비지땀이 주룩주룩 흘렀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송지언을 끌어안고 사내는 천천히 허리를 들썩였다. 다정하게 가슴을 어루만지며 뒷목에 입술을 붙였다. 평소의 거칠고 질척한 정사와는 달랐다. 정사는 정사이되 사내보다 송지언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정사였다. 송지언은 그런 착각을 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몸의 고통이 덜하자 머릿속에 별의 별 잡생각이 다 오갔다. 그 잡생각의 대부분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적신호였고, 그것을 깨트릴 재주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어쨌든 아프지 않으니 된 것 아니냐는 안이한 생각마저 하고 싶었을 때쯤, 사내가 유두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송지언은 몸을 움츠렸고 동시에 사내의 것이 속살을 뭉근하게 긁어 올리며 어느 부위를 찍었다.



송지언은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 했다. 사내의 것이 다시 빠져나갈 때 그 느낌은 사라졌지만, 다시 치고 들어왔을 땐 발가락에 힘이 꽉 들어갔다. 사내의 왕복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더 빨라지자,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감각이 송지언을 장악했다. 유두를 쓸던 사내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 일어선 음경을 붙잡았을 때 송지언은 허리를 꺾으며 사내의 어깨에 뒤통수를 비볐다.



“아읏!”



사내의 뜨거운 손바닥이 음경을 붙잡자 애액이 줄줄 흘러내려 손바닥이 금방 미끈하게 젖었다. 들락거리는 남근의 움직임에 따라 사내의 손이 같이 자신의 것을 훑어주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고통 때문이 아닌 쾌감 때문에 정신이 완전히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아아! 아! 아!”



신경이 온통 자글자글 끓는 느낌이었다. 사내의 손길이 스치고 지나 갈 때마다 쾌감이 불붙었다. 송지언은 고통의 것이 아닌 비명을 질렀다.



“아흑! 으아! 시, 싫어! 아!”



사내가 송지언의 뒷목을 꽉 씹었다.



“오늘은 어찌 그리 예쁘게 우냐.”



송지언은 그 말에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너무 큰 쾌감에 그냥 흐느끼고 있는 것이다. 힘이 빠진 송지언의 허리가 휘청거렸다. 사내는 단단하게 송지언의 허리를 끌어안고 힘차게 허리를 놀렸다. 구렁이처럼 굵은 것이 송지언의 엉덩이 사이를 빠르게 들락거리며 애액을 튕겨댔다. 송지언의 비부에 문질러진 음모가 젖어 하얗게 거품이 일어났다.



“히잇, 하앗! 흐아아!”



“하앗, 하아, 아흐, 좋다. 이리 좋으니, 하앗, 어쩜 좋으냐.”



사내는 비스듬히 누워 점점 더, 아무리 깊이 넣어도 부족하다는 듯 그와의 결합을 깊숙하게 만들었다. 찌걱찌걱 질척해진 구멍 속에서 살이 마찰하는 소리가 낯 뜨겁게 울렸다. 하지만 그 낯 뜨거움을 송지언은 자각하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신음들이 그 소리를 덮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송지언은 도리질을 치며 애원했다.



“아흐! 아, 그, 그만… 이러다 주… 죽겠, 아학!”



“내 것으로, 흐으, 꽉꽉 채워주마. 후읏, 넘치도록 싸주겠다.”



이건 내가 아니다, 이건 내가 아니야!



송지언은 마음속으로 그리 외쳤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도록 자신의 몸은 절정을 쫓아 달리고 있었다. 엉덩이를 터트릴 듯 움켜쥔 사내의 손아귀에 흔들리며 송지언은 자신의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사내의 것이 쑥 뽑혀나갔다가 콱 박혀들자, 송지언은 질근 감은 눈 안에서 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아!”



다시 쑥, 빠져나갔다가,



“으응.”



콱, 박힌다.



“아아!”



철썩철썩 살 부딪치는 소리가 한참 요란했다. 어느새 거친 사내의 움직임에 떠밀려 엎드린 송지언은 한껏 엉덩이를 쳐들고 울었다.



“아흐으으윽!”



“흐아아!”



사내가 긴 탄성을 내질렀다. 사내의 손안에서 송지언도 사정했다. 아랫도리를 붙인 채 둘은 배가 뒤집힌 뱀처럼 꿈틀거리며 경련했다. 송지언의 내부에 들어찬 살덩이도 뜨거운 정액을 토해내며 용두질을 쳤다. 결합된 구멍에서 사내의 장담처럼 꽉 채워진 정액이 넘쳐 허벅지 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락으로 떨어지듯 아찔하고 기나긴 절정의 순간, 송지언은 차라리 이대로 콱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했다.






송지언은 다시 눈을 뜨고서야, 자신이 잠시 기절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내는 송지언의 등에 가슴을 붙인 채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숨소리가 죽은 듯 낮은 것을 보니 잠든 모양이었다. 바깥에서는 비 내리는 소리가 울렸다. 빗방울이 나뭇가지와 젖은 흙과 고인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가 추적추적, 찰박찰박 울렸다. 가끔 우르릉 천둥이 우는 소리도 들려왔다. 송지언은 멍하니 그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치 죽어있는 듯 기운이 빠진 자신의 몸이 이상해 다리를 움직였다가, 항문에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사내의 정액에 몸을 굳히고 말았다.



어찌된 것인가. 자신은 어찌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송지언은 사내의 위에서 쾌감에 울었던 자신을 상기했다. 엉덩이를 들락거렸던 뜨거운 양물에 뇌가 타는 듯한 쾌락을 느꼈던 것을 상기했고, 스스로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짐승 같은 신음소리 또한 상기했다. 밀려오는 오한에 송지언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비 때문에 차가워진 공기 탓이 아니었다. 사내의 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끔찍한 고통에 괴로웠지만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자신은 겁간을 당했고, 사내와 사내 사이의 관계에서 쾌감 같은 것은 있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이성을 잃게 만들고 육체를 장악했던 것은 고통이 아닌 쾌감이었다.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너무도 아득하고 너무도 거대하며……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했던.



송지언은 의지를 배반하고 좋아 날뛰었던 추한 육신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 알몸으로 바깥에 뛰쳐나갔다. 굵은 빗방울이 그의 벗은 몸을 마구 내리쳤다. 채찍질과도 같은 거센 빗방울 속에서 송지언은 스스로를 결박하듯 팔꿈치를 꽉 붙잡고 머리를 쳐들었다. 멀리서 음탕한 그를 규탄하듯 천둥이 와르르릉 울었다.



‘비야, 내려라! 내려서 이 더러운 몸을 죄다 씻어버려라! 씻어버릴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다오!’



번개가 번쩍였다.



송지언은 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에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는 벌거벗고 비를 맞고 있는 송지언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입술 끝을 들어 올리고는, 손을 뻗어 송지언의 도톰한 입술을 매만졌다.



“뭐하느냐? 입술이 새파랗잖아.”



송지언은 대답 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의 긴 속눈썹에 빗방울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젖은 머리카락이 흰 나신 위로 흘러내렸다. 송지언은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었지만,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이니 별 다른 것을 못 느꼈겠지만, 빗속의 그는 실로 매혹적이었다. 또한 얼음으로 만들어진 조각처럼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싸늘함과 고결함이 존재했다. 사내는 한참 송지언의 입술을 매만지며 홀린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득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렵다는 듯 말을 골랐다.



“너는, 정말이지………”



송지언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간 사내의 손이, 문득 허공을 쥐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새삼 용기를 낸 사람처럼 다시 손을 뻗어 송지언의 차가워진 몸을 끌어안았다. 사내의 몸도 비에 젖어 있었지만 얼음장 같은 송지언과는 달리 그의 피부는 여전히 뜨거웠다. 마치 김이라도 피어오를 것 같았다. 송지언의 입술이 거세게 맥박 치는 사내의 목덜미에 가 닿았고, 송지언은 쿵, 쿵, 자신을 두들기듯 큰 고동으로 뛰는 사내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는 송지언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송지언의 가슴이 사내의 가슴에 바싹 붙었고, 그가 너무 세게 끌어안는 바람에 조인 어깨가 아팠다. 사내는 송지언은 끌어안은 채 비 저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넌 내 것이다.”



사내의 음성에는 기묘한 처연함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그에게서 우러나오는 불안감 때문인지도 모르고, 순수한 어떤 감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혹은 미치기 시작한 자신의 정신이 불러오는 착각인지도. 넋을 놓고 있던 송지언은 문득 항문에 아직까지도 남아있던 정액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도망가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이대로 있다간, 자신마저 미쳐버릴 것만 같다.






길고 지리한 장마동안, 몇 번이나 사내와 몸을 섞었는지 모르겠다. 사내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주의 깊게 송지언을 만졌다. 어차피 비가 내리는 동안은 크게 할 일이 없으니 사내는 송지언과의 정사에만 몰두했다. 송지언의 몸을 탐구하고 그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에 열정적이었다. 송지언에 대한 배려라기보다는 그것 역시 사내가 가진 욕망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송지언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우는 것보다는 쾌감에 신음하고 흐느끼는 것이 더 좋으니까 그리 하는 것이다.



송지언은 사내의 품안에서 반항하기를 그만두었다. 지나치게 잦은 정사와 쾌감에 점차 이성이 무뎌지고 육욕만으로 움직였다. 비속에 갇혀 사내와 단둘이 고립된 채로 주어지는 것은 오로지 열락뿐이니 그리 되는 것도 당연했다.



허나 송지언의 내부에 평생을 걸쳐 쌓아온 질서와 도덕이,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송지언의 열망을 지켜주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이나 안사람도 안사람이지만, 그것보다는 사내와 사내라는 비정상적인 관계에 대한 거부감과 오로지 동물적인 쾌감에 몸을 내맡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송지언의 죄책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던 것이다. 사내가 자신을 안을 때면 저도 모르게 다가올 쾌감을 배고픈 짐승처럼 기다리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자각될 때 느껴지는 공포- 자신이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변하는, 자신이라는 존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자아의 위협에 아무리 사내와의 관계에서 고통이 사라졌다 해도, 사내가 주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해도, 사내가 애틋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해도 도망갈 것을 종용했다.






사정을 마친 사내가 송지언의 등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내의 무게에 송지언은 깔린 개구리 같은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몇 번이고 체액을 쏟아낸 잠자리는 이미 털가죽 특유의 냄새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곳에는 오로지 정사의 시큼한 냄새만이 났다. 송지언은 그에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자신을 깔아뭉갠 사내가 무겁기 짝이 없어 그는 몸을 뒤척이며 미끈거리는 사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무겁소, 비키시오.”



사내는 비키는 대신 팔꿈치를 바닥에 세워 몸을 지탱해 무게를 덜었다. 그는 아랫도리의 결합을 풀지 않은 채 땀으로 찝찌름하게 젖은 송지언의 피부를 핥았다. 뒤가 물렁거리는 살과 정액으로 가득 차서 꿀렁거리는 것이 불쾌했다. 송지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어렵사리 사내를 밀쳐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여전히 가는 실비가 내리고 있었다. 송지언은 뜰의 큰 바위에 손을 짚고 무릎 하나를 올려 기댄 뒤 엉덩이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뱃속에 정액을 남겨두면 배앓이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채 다물리지 못한 입구를 비스듬히 누르며 힘을 주자 정액이 고인 빗방울 위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몇 번이고 배에 힘을 줘 정액을 빼낸 송지언은 바위에 엎드려 비가 땀과 침에 젖은 몸을 씻어주길 기다렸다. 송지언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늦자 사내도 집밖으로 나왔다. 그는 바위위에 기대있는 송지언의 등 뒤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안 들어오고 뭐하느냐.”



“몸이 찝찝하다.”



“못에 데려가 줄까?”



송지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알몸인 채 마찬가지로 알몸인 송지언을 들쳐 업었다. 그는 가는 빗줄기를 뚫고 숲으로 들어갔다. 오래도록 내리는 비에 나무와 숲이 전부 진하게 젖어있었고 이끼가 세를 늘려 온 나무 등걸과 바위를 파랗게 뒤덮고 있었다. 낙엽이 푹푹 썩어들어 가고 바위가 미끄러웠지만 사내의 걸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못에 도착하자 사내는 송지언을 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갔다. 아무리 여름인데다 실비라지만 체온이 내려가 차가운 못의 물은 선뜻했다. 그 추위에 몸을 옹그리며 송지언은 사내의 등에 달라붙었다. 사내는 그것이 기쁜지 웃으며 송지언을 앞으로 돌려 안았다. 그를 보듬고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그의 긴 머리를 정돈하고 새빨갛게 짓무르도록 핥은 귓전과 목덜미를 손으로 닦아주었다. 사내의 손길은 다정했고, 품은 따뜻했다. 사내는 보기 드물게 이가 드러나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짐승 같은 행태에 가려있어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보통 때 산발하고 있는 머리칼을 물에 적셔 넘기고 자잘한 흉터가 가득하여 살벌한 얼굴이 느슨한 표정을 지을 때면 그는 여인네들이 줄줄 따를 정도로 사내답게 잘생긴 얼굴이었다. 코는 성기만큼이나 우뚝하고, 푹 패인 움푹한 눈두덩에 파묻힌 눈은 부리부리했다 두툼한 아랫입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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