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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황음후 (완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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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 회 음란강호(淫亂江湖) 1

    호북성 무한을 지나 악주로 향하는 동쪽의 관도는 하늘높이 치솟은 아름드리나무가 길게 뻗어 산허리

    를 향하고 있다. 그 기슭을 돌아들면 앞으로는 넓게 펼쳐진 동호(東湖) 호수의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

    고 뒤로는 깎아내린 듯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절경을 이룬다.

    그 절벽을 뒤로한 숲속에 옥녀궁(玉女宮)이 위용을 자랑하며 숨은 듯 자리해 입구의 외길만 조심스럽

    게 방비를 하면 어느 누구도 침범하기 어려운 천혜의 요새를 이루었다.

    그 옥녀궁,

    궁주(宮主)가 머무는 본궁의 내실, 분홍 휘장이 둘러진 그곳의 침상위에는 실오라기 하니 없이 벌거

    벗은 남녀 한 쌍이 온갖 치태를 연출하며 땀을 뿌리고 있었다. 언뜻 언뜻 간드러진 교성이 흘러나오

    는 내실의 창문사이로 보이는 광경은 두 눈 뜨고 보기가 부끄럽다.

    침상아래에 분홍빛 속옷이 떨어져 요염하게 뒹굴고, 한껏 들어 올려 진 여인의 달덩이 같은 엉덩이의

    벌어진 사이로 끈적한 음수가 흘러내려 새하얀 이부자리를 적셨다.

    여인의 얼굴 모습은 마흔을 훨씬 넘긴 나이로 보이나 투명한 살결은 어리디 어린 처녀의 피부를 방불

    케 하고, 곱고 탄력 있는 나신의 한가운데 솟아오른 젖가슴은 마치 그릇을 엎어 놓은 듯 봉긋했다.

    여인의 조각처럼 늘씬한 다리가 길게 아래로 뻗어, 좌우로 한껏 벌어진 허벅지의 깊은 곳에 거뭇한

    방초가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만큼 아름다운 나신의 여인,

    고금 제일의 미녀라 불리며, 한번 그녀와 마주해 얼굴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며 오금이 저려 그

    녀의 환영에 밤잠을 설친다는 옥녀궁의 궁주 소옥연(素玉姸)!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침상위에 젊고 체격이 당당한 우람한 청년을 발가벗겨 놓고 질펀하게 색사를 즐겼다.

    “ 학, 하흑. 아으으윽! ”

    흔들리는 둔부에 박자를 맞추어 소옥연의 입에서는 연신 흥분에 겨운 콧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궁주 소옥연의 둔부아래 널브러진, 이제 겨우 약관(弱冠)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청년은 흥분에 겨워

    몸부림치는 소옥연의 행색과는 달리 마치 무언가 깊은 생각에 젖어든 듯 눈을 멀뚱히 뜨고 멍하니 천

    정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 짝! 짜악!

    침상에 누워,

    소옥연의 허리 놀림에 박자를 맞추며 무심히 아랫도리를 움직이던 젊은 청년의 볼에 갑자기 불꽃이

    튀었다.

    “ 이 쓸모없는 놈!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느냐? ”

    엉뚱한 궁리를 하느라 정신을 놓고 있던 청년이 소옥연의 앙칼진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 구... 궁주님. 소인 귀벽공(鬼霹鞏), 잠시 딴 생각을 했습니다. 궁주님이 즐거워하도록 더 열심

    히 몸을 놀리겠습니다. ”

    자신을 소인이라 한껏 낮추고 궁주 소옥연의 앞에 무릎을 꿇어 애걸을 하는 청년 귀벽공의 얼굴은 두

    려움 때문에 새파랗게 질렸다.

    “ 이놈! 모든 정성을 쏟아 수련에 열중하여도 이룰까말까 한 게 음공(淫功)의 이치다. 본 궁주의 성

    신(聖身)을 너에게 직접 제공하여 범방의 묘결을 가르치는 이 순간에 감히 딴 생각을 하다니! ”

    노한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소옥연의 나신은 눈이 부실 정도로 매끄럽고 아름다웠다.

    “ 그... 그게. 궁주님의 말씀을 마음깊이 새겨, 어떻게 하면 장문인을 쉽게 손아귀에 넣을 수 있을

    까 잠시 궁리를 하느라! ”

    “ 허... 이놈 보아라. 본 궁주의 몸을 탐하고 있는 이 순간, 네놈은 머릿속에는 그 보잘 것 없는 장

    문인의 육체를 그리고 있었더란 말이냐? ”

    “ 궁주, 아닙니다. 궁주께서 이놈의 문파인 화산 장문인을 빠른 시일 내에 영혹하라 하명한 그 말씀

    이 머릿속에 맴돌아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 쯧쯧... 이렇게 어리석은 놈을 보았나. 이놈 벽공아. 그 정도의 아랫도리 힘으로 어찌 네놈이 모

    시는 장문인을 휘어잡을 수 있겠느냐? 그 일은 내가 가르치는 음공의 묘결을 터득한 후라 하지 않았

    더냐? 어서 다시 시작해 본 궁주가 미쳐 날뛰도록 만들어 보아라! ”

    “ 예, 궁주님. ”

    다시 몸을 침상의 보료위에 몸을 뉘며 채근하는 소옥연의 발가벗은 피부는 흘러내리는 비단결보다도

    더욱 희고 탄력이 넘쳤다.

    “ 어서! 뭘 하느냐! ”

    소옥연의 닦달에 화들짝 놀란 귀벽공이 벌어진 두 다리 사이로 얼굴을 디밀었다.

    “ 하흑! 그... 그래. 바로 그거야! ”

    귀벽공이 소옥연의 허벅지 사이 은밀한 곳을 파고들어 도톰한 구릉위에 볼록 솟아오른 돌기를 입으로

    머금어 버리자 바튼 호흡이 터졌다. 힐끗 눈을 치떠 그녀의 표정을 살피던 귀벽공이 이제는 그 돌기

    를 물고 잘근잘근 씹었다.

    “ 아하학! 더... 더. 좀 더 강하게! ”

    동시에 혓바닥이 회오리치며 돌기를 감아 들자 감미로움에 들뜬 소옥연의 사지에 경련이 일었다.

    “ 끄윽. 아하하... 아하하학! ”

    이제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일그러진 얼굴에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소옥연이 두 손으로 귀벽

    공의 머리카락을 잡아 허벅지속으로 끌어 들였다.

    - 꿈틀!

    그녀의 하얀 피부는 요동치고 농익은 속살은 점점 더 벌어지고 깊은 곳에 숨어 습기 가득한 동굴에서

    폭포가 쏟아지듯 음액이 흘러 아랫도리는 마치 비온날 진흙탕처럼 질펀 거렸다.

    “ 이... 이놈. 그곳은... 그 속은... 아하학! ”

    소옥연의 나신이 소스라쳤다.

    귀벽공의 젖은 혓바닥이 그녀의 음호(陰戶)를 지나 후정(後庭)의 옴찔거리는 후공(後孔)을 핥고 지나

    간 탓이다. 그 기막힌 자극에, 적당히 살 오른 소옥연의 아랫배가 견디지 못할 열락의 충격에 울렁거

    렸다.

    “ 하학, 그만! 그만 감질나게 만들고 어서 넣어 이놈아! ”

    화끈 달아오르는 열기를 이제 더 참을 수 없었던가 보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소옥연은 서로 위치를 바꾸어, 단단히 솟아있는 귀벽공의 하체를 위에 두 다리

    를 활짝 벌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 슉, 슈우욱!

    진흙탕을 파고드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제 귀벽공의 하체는 뜨겁게 조여드는 소옥연의 깊은 심연 속에 빠져 들어가 그 뿌리조차 보이지 않

    았다.

    “ 끄으으... 끄윽! 그래, 잘한다. 그렇게 여체를 다루는 법을 익혀 가면 조만간 네놈의 장문인을 후

    려도 될 만한 경지를 이루겠구나! ”

    꺼억 꺽 괴성을 지르며 숨차게 한마디를 던지는 소옥연의 얼굴은 광란에 벌겋게 익어 열락의 한고비

    를 넘고 있었다.

    음모(陰謀), 음모였다!

    음욕의 화신이 된 중년의 여인이 젊은 아이를 침소에 불러들여 색정을 풀어내는 광경으로 짐작을 했

    건만 그게 아니었다.

    옥녀궁의 궁주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약관의 청년이 음욕에 휘둘려 자신의 끈적한 육신에서 헤어나

    지 못하게 만들고, 또한 그 재주를 열심히 익힌 다음 불문의 고승을 육욕으로 유혹하여 손아귀에 넣

    어라 명하는 치밀하고도 해괴하게 계획된 음행이 분명했다.

    ▣ 제 2 회 음란강호(淫亂江湖) 2

    옥녀궁 궁주 소옥연,

    그녀 아름다운 자태는 고금 무림의 어느 여인도 견줄만한 인물이 없는 무비일색(無比一色)의 뛰어난

    용모임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강호에 퍼져있는 기막힌 소문!

    옥녀궁의 궁주 소옥연이 그 수려한 미모를 이용해 강호의 뭇 남정네를 비밀리 끌어들여 음욕의 노예

    로 만들고, 음행을 저지르는 도중 음공을 시전하여 남자의 정기를 한 방울 남김없이 흡수해 자신의

    내공증진을 이룬 후 상대의 목숨까지 가차 없이 앗아버리는 난행을 저지른다는 풍문이 강호를 어지럽

    게 만들었다.

    때문에 무림의 정의협사들은 그녀를 제압하여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 강호를 어지럽힌 죄를 묻지 않

    을 수 없었다.

    허나 어찌하랴!

    옥녀궁주 소옥연은 어설픈 무림고수들에게 호락호락 당할 만큼 어리석은 여인이지도 않을 뿐더러 또

    한 그녀의 일신에는 가공할 절세의 무공까지 갖춘 천하의 음녀(淫女)인 것을!

    그러나 소옥연의 무공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정파라 자처하는 육대문파는 육향이 물신 풍기며 강

    호를 색공으로 손아귀에 넣으려는 그녀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해서,

    육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음녀 소옥연을 처단해 무림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미명아래 서로의 힘을 합하

    기로 중지를 모아 드디어 연맹을 결성했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옥녀궁의 위치를 찾아 험산준령을 헤매기를 일년 여, 드디어 어렵게 찾아낸 옥

    녀궁에서 조우한 소옥연에게 육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체면 불구하고 연공(聯攻;연합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줌 허망한 꿈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소옥연이 지닌 옥경환록(玉經歡錄)속의 지고무상(至高無上)한 절학(絶學)에 한 수의

    무공조차 제대로 펼쳐보지 못하고 넘어지고 쓰러져, 드디어는 육대문파의 장문인들 마저 그녀의 치마

    폭에 무릎을 꿇고 음욕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강호무림은 이제 어쩔 도리 없이 그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옥녀궁의 음행이 강호를 뒤흔들고 있을 그 즈음!

    언제 그 모습을 드러내었는지도 모르게 홀연히 중원 강호에 나타난 한 쌍의 부부, 혈인군(血刃君)과

    설향녀(雪香女)!

    그들 또한 감히 우러러 보지 못할 가공할 무공을 지닌 광세의 고인이었다.

    하루, 이틀.

    숨을 죽이고 이 부부의 행보를 주시하던 무림 협사들은 어느덧 이들 부부의 무공에 탄복을 하고는 모

    두 그 앞에 달려가 강호의 질서를 바로잡아 주기를 하소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혈인군과 설향녀 부부는 강호 무림인들의 지극한 청(請)에 화답을 해, 보검 한 자루를 몸에 지니고

    소옥연을 찾아 나선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궁주 소옥연과 대면을 해 서로 절정의 무공을 과시

    하며 치열한 대결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서로 마주해 경천동지의 비무를 시작한지 사흘 밤낮이 지나, 궁주 소옥연은 결국은 그들 부부의 드높

    은 무공을 견디지 못하고 부상을 당한 채 겨우 그 자리에서 도망쳐 기암절벽이 즐비한 은처 동호(東

    湖) 호수 변에 숨어들었고, 옥녀궁의 이름은 무림인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망각되고 강호에 그 존재조

    차도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 강호는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소옥연이 강호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모든 강호인들은 혈인군과 설향녀 부부를 우러러 보며 존경

    해 마지않았으나 그 또한 잠깐의 시간 손에 쥐고는 강호를 호

    령하기 시작했다.

    혹여 그들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 무림인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자비하게 검공을

    펼쳐 목숨을 거두거나 폐인으로 만들어, 오히려 소옥연이 강호에 존재하고 있을 때 보다 수십, 수백

    배의 두려움을 조성해 암울한 강호로 만들고, 육대문파 뿐만 아니라 모든 무림세가를 자신들의 발아

    래에 두어 그들의 위에 군림했다.

    그런데,

    강호 군웅들은 이 부부의 포악한 악행 때문에 공포에 떨면서도 이 부부를 보며 기괴하다 여기는 사실

    은, 이들 부부가 둘 중 한사람이 혼자서 무공이 펼쳐 상대와 대적을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

    했다는 점이었다.

    혈인군 혼자서 화극검을 시전하는 모습이나 설향녀가 따로이 한빙검을 펼치는 자태를 한 번도 본적이

    없고, 언제나 두 사람이 어우러져 마치 검무(劒舞)를 추듯 함께 화빙(火氷)의 검(劒)을 펼쳐낸다는

    기이한 사실이었다.

    어쩌면,

    두 사람이 내공을 서로 공유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이루어 지지 않는 무공이던가?

    언제나 무공을 전개할 때면, 혈인군과 설향녀가 뽑아든 두 자루의 검(劒)이 서로 마주해 춤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무심한 강호는 이 한 쌍의 절세고인도 편히 무림에 군림하며 자유롭게 강호를 횡행하도록 가만히 놓

    아두지를 않았다.

    어느 날,

    설향녀가 갑자기 이름 모를 지병을 얻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던 것이다.

    그러자 지아비인 혈인군은 아예 무림의 형편은 도외시하고 오직 부인을 살리려는 일념에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도 물거품!

    결국 목숨이 다한 설향녀를 앞에 두고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몇날 며칠을 보낸 설인군은 부인 설향녀

    의 시신을 품에 않은 채 홀연 강호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허망하게도,

    그들의 발자취는 어느 심산유곡에 자신들의 무공을 저술한 화빙지보(火氷至寶)란 비급 한 권을 남긴

    것뿐이었다.

    ‘ 필시 그들이 지닌 가공할 무공에 하자가 있어 주화입마한 결과이리라! ’

    절대 권력자가 어이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힘의 공백이 생긴 무림에는 온갖 억측과 소문만 무성했다.

    하지만 강호 무림인들은 그렇게 짐작만 할뿐, 그들은 설향녀가 죽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찾아볼 궁리

    를 하기 전에, 우선은 두려움의 대상이 사라진 것에 안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인의 죽음을 안타

    까워 해 시신을 품고 강호를 떠난 그들 부부의 지극한 순애보에 감탄하며 연민의 눈물까지 흘렸다.

    이렇게,

    음녀 소옥연의 흔적이 묘연하고, 혈인군이 설향녀의 시신을 안고 강호에서 사라져 두려움의 대상이

    모두 없어진 무림은 이제 따사한 봄날처럼 평화롭기만 했으나, 이러한 강호무림의 한 귀퉁이에서 또

    다른 음모의 불길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제 3 회 황음화산(荒淫華山) 1

    그믐밤,

    연화봉 정상은 별빛조차도 구름에 가려 칠흑 같은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그 아래 화산파의 장엄한 건물이 자리해 있고, 그 경내에도 어둠이 깃들어 이따금 순검을 도는 딱딱이 소리만 귀에 울릴 뿐 천지사방이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천하의 명산인 화산,

    그 수려한 서악(西嶽)의 정기를 받은 화산파는 속가와 도가가 합쳐진 중원정통의 검파(劍派)로 이름을 드높이며, 사문 비전의 절세무공인 검종(劍宗)과 기종(氣宗)을 자랑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이 잠들어 적막 같은 화산의 경내에 오직 한곳, 장문인의 거소인 구궁전(九宮殿)에서 이상하게도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각에 화산의 장문인 무량선자(無亮仙子)가 구중전 선실에 혼자 남아 도학의 수련에 열중하기 위해 켜둔 불빛이었다.

    이미 사십을 훌쩍 넘겨 쉰 살을 바라보는 나이였으나 아직 한창의 젊음을 간직한 단아한 용모가 무량선자의 맑고 정순한 깊이의 내공을 짐작케 했다.

    그 괴괴한 밤의 정적 속에,

    사문의 제자들이 기거하는 자하각을 지나 구궁전으로 향하는 지름길 중앙에 자리한 조그만 연못 옥녀지 앞으로 얼핏 사람의 그림자가 스쳤다. 그 인영은 일순 연못가 나무 뒤에 멈추어 사방의 인적을 살피더니 눈앞에 보이는 구중전을 향해 훌쩍 몸을 날렸다.

    표범처럼 날렵하고 구름에 달 흐르듯 가벼운 움직임, 미미한 기척도 남기지 않고 구궁전으로 다가드는 그 인영은 대단한 경공의 소유자임이 분명했다.

    구중전 선실(禪室)에 앉아, 무념의 경지에 들어 법경을 읊던 무량선자의 미간이 꿈틀했다. 바람 한점 없는 이곳 선실을 훤히 밝히던 촛불이 언뜻 흔들리는 느낌을 받은 탓이었다.

    “ 누구냐? 날 찾는 거면 들어오너라! ”

    낮으나 위엄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창문 가까이 다가가 선실 내부를 살피던 흑영이 흠칫 놀랐다.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해 아무도 자신의 은형술(隱形術)을 알아차리지 못하리라 짐작한 그 였기에, 선실안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음성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 사부님, 제자 벽공(霹鞏)입니다. ”

    도리 없이 선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는 무릎을 꿇고 배견을 하는 제자를 바라보는 무량선자의 눈빛은 자애로웠다. 헌데 제자의 표정이 심상찮다.

    귀벽공(鬼霹鞏)!

    화산파의 많은 제자들 중 특히 자질이 뛰어난 제자들을 선택을 해 매화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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