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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항해일지 1-38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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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기사와 마법사의 시대가 저물었다.

    영웅이 광야를 질주하고 현자가 별을 헤아리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검이 부러지고 믿음이 시들어도 인간은 나아간다.

    @

    랑트 시 ‘레드 에일’ 선술집.

    오르크 파우스트는 몸을 낮춰 엄폐했다. 선술집 테이블이 참나무로 만든 견고한 물건이라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몸 어딘가에 바람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탕! 탕! 타앙-!

    오르크는 참나무 테이블에 등을 붙이고 앉아 손가락을 꼽았다. 세 명이 들어왔고 세 발의 총성이 울렸다. 더 이상 총격은 없다. 오르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호통 쳤다.

    “네 이놈들! 내가 누군 줄 알...”

    탕-!

    오르크는 잽싸게 처음 자세로 돌아갔다. 해적들은 플린트락 머스킷*을 2정 씩 가지고 있었다. 하마터면 머리가 날아가 뻔했다. 바텐더가 바 뒤에서 악을 썼다.

    “어르신! 어떻게 좀 해봐요!”

    “...자네는 총 가진 거 없나?”

    “그딴 거 없어요!”

    오르크는 한숨을 쉬었다. 적대국 군인, 해적, 악마 추종자, 비밀결사 등등에게 습격당한 지 20년째다. 그들에게 쫓기는 이유와 그들 손에 붙잡히지 않은 이유는 동일하다.

    오르크는 롱코트 안주머니에서 손가락 하나 크기의 작은 앰플을 꺼냈다. 그 안에는 성분이 의심스러운 보라색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저런 조무래기한테 쓰기는 아깝지만...”

    오르크는 이빨로 밀랍을 뜯어내고 액체를 단숨에 마셨다.

    한 모금도 안 되는 연금술 비약Arcanum이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다.

    “좋아! 각오해라, 해적 놈들!”

    오르크는 연금술 비약을 마신 후 엄폐물로 삼고 있던 참나무 테이블을 뻥- 걷어찼다. 120파운드 나가는 테이블이 빈 깡통처럼 쏘아졌다. 상식에서 벗어난 괴력이다.

    “커억!”

    운이 없는 해적 하나가 테이블에 맞고 날아갔다. 십중팔구 내장파열로 즉사했을 것이다.

    오르크는 번개처럼 움직였다. 오우거 비약*의 효과는 3분 남짓이다. 그 안에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해적들은 머스킷을 겨누었지만 총구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르크는 단 두 걸음 만에 해적 품 안으로 파고들어 손바닥으로 턱을 올려쳤다. 콰득- 이빨이 우수수 떨어지고 턱뼈가 으스러졌다. 혀 깨물지 않은 것이 천운이라면 천운이다.

    “으아악! 죽어! 죽엇!”

    혼자 남은 해적이 겁에 질려 방아쇠를 당겼다. 오르크는 턱 나간 해적을 바디벙커로 삼았지만 불필요한 방어였다. 해적이 쏜 총탄은 선술집 천장으로 날아갔다. 애초에 명중률 좋은 무기도 아니거니와,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쏘니 제대로 겨냥될 리가 없다.

    오르크는 턱이 으스러진 해적을 팽개치고 혼자 남은 해적에게 다가갔다. 혼자 남은 해적은 발작적으로 커틀러스*를 뽑았지만 전의가 상실된 상태였다.

    “연금술사... 연금술사 오르크 파우스트...”

    “그래. 잘 아는군.”

    오르크는 씨익- 웃어보이고는 해적 명치를 올려쳤다. 그 한 방으로 상황이 정리된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이 정리된 건 아니었다.

    외해(外海) 개척도시도 아닌, 에르나 왕국 대도시 랑트 시 선술집에서 총질과 칼부림이 일어난 일에는 복잡한 사연이 있었다.

    ----------

    플린트락 머스킷 :

    일명 수석총. 심지에 불을 붙여 쏘는 아쿼버스(=화승총)에서 한 단계 발전된 총기다. 전장식 장전(총구로 화약을 붓고 총알을 밀어 넣어 장전)이기는 하지만, 현대총기와 비슷한 부싯돌 공이로 화약을 점화시켜 발사한다.

    커틀러스 :

    칼날이 약간 휜 단검. 선원무기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백병전 무기로도 쓰이지만, 돛줄을 자르거나 배럴 뚜껑을 뜯어내는 등 작업도구로도 쓰인다. 길이는 50~60cm, 무게는 1.2~1.4kg 정도다.

    오우거 비약 :

    작중에 등장하는 오우거 힘을 부여하는 비약. 약효가 2~3분 정도 지속된다. 부유한 모험가가 즐겨 사용하는 비약이다.

    1장. 선원 모집 (1)

    1장. 선원 모집

    기사가 몰락하고 마법이 쇠락한 시대.

    기사는 명예직으로 전락하였으며 마법은 시장 구경거리가 된지 오래다. 검과 마법이 저물고, 총화기와 연금술이 각광 받고 있다.

    “...요즘은 상인과 모험가가 더 인기 있지.”

    총화기와 연금술의 발전과 더불어, 또 다른 변화는 해상교역의 활성화였다 유라피아 대륙은 동방항로 개척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차, 향신료, 비단, 도자기 등이 유입되면서 사교계와 예술-문학계가 변하였고, 농업, 건축, 가공기술 등이 동방대륙과 기술교류를 통해 몇 단계 더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상리에 밝은 자와 항해술이 뛰어난 자는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었다.

    올해 쉰두 살이 된 파우스트 가(家) 집사가 품위를 갖춰 말했다.

    “그 덕은 어르신도 보고 계시지 않습니까.”

    오르크 파우스트 ‘어르신’은 코웃음치고 책상 위로 두 발을 올렸다.

    오르크는 18살에서 20살 사이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키가 작고 피부가 새하얀 탓에 더 어려 보이기도 했다. 어찌됐든 ‘어르신’이란 호칭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오르크도, 집사도 ‘어르신’이란 호칭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아참. 내 배는 어떻게 되었나?”

    “어제 조선소로 도킹되었습니다. 직접 가보시겠습니까?”

    “그야 물론이지.”

    오르크는 말해 뭐하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집사는 빙그레 웃었다.

    오르크 파우스트. 전설의 비약 ‘넥타르’를 만들어낸 최고의 연금술사이며, 북해 곡물 유통을 장악한 파우스트 상회 대표이며, 항해와 모험을 꿈꾸는 낭만주의자였다. 그리고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새로운 시대’를 가장 잘 누리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랑트 시.

    오르크 파우스트가 살고 있는 도시였다. 에르나 왕국 북부 해안에 위치한 교역도시로 수도인 에르비아 다음가는 대도시였다. 인구는 약 15만 명. 특산품은 모직물, 향수, 그리고 연금술 비약이다.

    오르크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 후 조선소로 걸음을 옮겼다. 오르크의 재산은 주인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으로 입항하자마자 조선소에 직행했다.

    오르크는 조선소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한가해 보이는 조선공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말 좀 묻지. 수석 조선공은 어디 있나?”

    “뭐야? 수석 조선공?”

    대패질하던 젊은 조선공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뒷짐 쥐고 와서 대뜸 수석 조선공을 찾으니 화가 나기 앞서 어이가 없었다.

    “임마. 넌 뭔데...”

    “어이구! 어르신 오셨습니까!”

    그때, 나이가 많은 조선공이 허둥거리며 달려왔다. 오르크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자네는?”

    “수석 조선공 안토니입니다. 하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석 조선공은 굽신거리며 오르크를 조선소 안으로 안내했다. 젊은 조선공은 벙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 어르신? 저게?”

    수석 조선공을 따라 나온 숙련 조선공이 톱밥 가루를 털어내며 말했다.

    “신참은 처음 보겠군. 저 사람이야. 연금술사 오르크 파우스트.”

    “억! 그 사람은 70살 다 된 늙은이잖아요? 아들이나 손주가 아니고요?”

    “쉿! 말조심해.”

    오르크는 젊은 조선공들이 숙덕거리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수석 조선공에게 물었다.

    “내 배는?”

    “하하! 정말 잘 빠진 스쿠너(Schooner)*더군요. 주문하신 내용대로 손을 보는 중입니다. 내일까지 마무리 될 겁니다.”

    “역시 유능하구먼.”

    “어르신 의뢰인데 당연합죠. 작업 중이긴 하지만 한번 둘러보시겠습니까?”

    오르크는 뒷짐 쥐고 느긋하게 조선소 내부를 돌았다. 드라이 독(Dry Dock=건선거)에 올려져있는 전장 20야드 배수량 35만 파운드의 쾌속 스쿠너가 한 눈에 들어왔다.

    포비아 왕국의 모 귀족이 교역 및 탐사용으로 제작하였으나 진수식하기도 전에 집안이 파산하여 경매로 나온 스쿠너다. 그것을 한 다리 걸쳐 오르크가 구매했다. 대리인을 통해 구매한 것이라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호오.”

    “선명(船名)은 다시 정해도 될 듯 합니다.”

    “기존 이름은 뭔가?”

    “화이트엔트 호입니다.”

    “...새로 이름 붙이는 게 좋겠군.”

    나무로 만든 배에 흰개미(white-ant)라니, 누구 센스인지 몰라도 참 암담하다.

    오르크는 스쿠너 갑판을 둘러보며 선명을 고민했다. 연금술사 아니랄까봐 연금재료와 실험기구 이름만 떠올랐다. 수석 조선공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르신. 이 스쿠너는 곡물수송선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격 대비 운송물량을 보면 브리그(Brig)*나 카락(Carrack)*이 더 나으니까요. 선실과 포문을 늘리는 것도 그렇고... 교역용보다 탐험용도 같은데... 맞습니까?”

    “맞네.”

    “누가 쓰려는 겁니까?”

    오르크는 수문 너머 조선소 밖으로 이어진 바다를 보았다. 북해의 청량한 바다였다. 오르크는 씨익 웃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장난기가 엿보였다.

    “물론 내가 쓸 걸세.”

    오르크는 스쿠너 선실과 창고를 둘러보고 조선소를 나왔다.

    수석 조선공은 빠르면 내일 점심. 늦어도 내일 저녁식사 전까지는 출항준비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오르크는 잔금내역을 확인하고 조선소를 나왔다.

    “배는 준비됐고, 선원이 문제인데...”

    오르크는 선원모집을 고민했다. 랑트 시는 큰 교역도시였고 선원은 구하고자 하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부두나 술집에서 소리만 질러도 두 자리 수는 모일 것이다. 그러나 오르크가 구하는 선원은 선상 일만하는 일꾼이 아니었다. 그런 선원은 오르크가 소유한 파우스트 상회에도 많이 있다.

    “전투와 모험에 능숙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오르크는 고민하다가 해양조합으로 향했다. 혼자 찾기보다는 전문가의 추천을 받는 편이 좋을 듯 했다.

    랑트 시 해양조합.

    오르크는 손님맞이하는 어린 사환에게 모자를 벗어주고 조합장실로 향했다. 약속은 없지만 누구도 오르크의 방문을 문제 삼지 않았다.

    “안녕하신가, 칸트 조합장.”

    “오오! 어서 오시게! 오르크 백작!”

    오르크는 에르나 왕국 백작이고, 선주연합 일원이며, 해양조합 간부였다. 신분으로 보나 직위로 보나 연륜으로 보나 명성으로 보나 일개 도시 조합장이 쫓아낼 수 있는 인사가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신분이나 직위가 대단하지 않다 해도 쫓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칸트 조합장은 주름진 손으로 홍차를 내리며 말했다.

    “그 모습 정말 적응 안 되는군. 넥타르*라는 거. 대단허이. 대단해.”

    “넥타르 ‘마이너 버전*’일 뿐이야. 넥타르는 아직 만들지 못했어.”

    “아참. 약효가 1년만 지속된다고 했었나? 어허. 난 1년만 젊어질 수 있으면 전 재산도 내놓겠네.”

    “연금술사 앞에서 후회할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오르크와 칸트 조합장은 40년 지기 친구였다. 오르크가 막 독립한 초보 연금술사일 때, 칸트 조합장은 전 재산 털어 어선 한 척 끌고 바다로 나온 병아리 선장이었다. 현실은 모르고 포부만 크던 철부지 청년들은 술 한 잔하며 금방 친해졌다.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이번에 스쿠너 한 척 장만했더군.”

    “그래. 더 늦게 전에 출발해야지.”

    오르크는 홍차 향을 음미했다. 칸트 조합장은 두 손을 가지런히 놓고 말했다.

    “...지금도 충분하지 않은가.”

    “아닐세. 아직 부족해.”

    오르크는 차향만 맡고 도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중하게 말했다.

    “자네에게 마이너 넥타르를 권하지 않는 이유가 뭔 줄 아는가.”

    “그야 값이 비싸서 아닌가. 국왕 폐하와 자네가 쓸 양도 모자란 걸로 아는데.”

    “그렇지 않아. 젊음의 활력을 만끽하고 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이야. 활력은 마약보다 지독한 중독이지. 이제 방법이 없어. 진짜 넥타르를 만들어야 하네.”

    오르크가 확신을 담아 말했지만 칸트 조합장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솜씨 좋은 모험가를 고용하면 되지 않나. 자네가 직접 움직여야만 하는가?”

    “연금재료를 구할 수 있는 모험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운이 좋아 재료를 찾는다 해도 손상 없이 채집하고 보관할 수 있는 이는 더욱 드물어. 내가 직접 찾아야해.”

    “...자네를 노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야. 너무 위험하네.”

    “그래서 자네를 찾아왔지 않은가.”

    오르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칸트 조합장은 비지땀을 흘리며 말했다.

    “나, 난 늙어서 모험은...”

    “누가 자네 데려간다고 했나? 골골거리는 늙은이는 사양이야.”

    “...자네가 나보다 2살 더 많거든!”

    “아아. 나이 얘기는 됐고. 사람 좀 추천해주게.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때, 조합장실 밖에서 우당탕- 하는 괴음이 들렸다.

    스쿠너(Schooner) :

    세로돛을 장착한 중형범선. (세로돛은 역풍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유용하다.) 돛대가 2개 이상이며 모두 세로돛을 장착한다. 유사한 세로돛 범선인 욜(yawl)이나 케치(ketch)와 비교하면 앞 돛대(포어마스트) 돛보다 주 돛대(메인마스트) 돛이 크고 높은 것이 특징이다.

    브리그(Brig) :

    가로돛을 장착한 중형범선. (가로돛은 순풍에서 속도를 내는데 유용하다.) 돛대가 2개 이상이며 모두 가로돛을 장착한다. 주 돛대에는 스팽커를 장착한다.

    카락(Carrack) :

    캐러벨에서 발전된 중형범선. 돛대가 3개 이상인 중형범선이다. 선수누각이 낮고 선미누각이 높다. 선수루가 뱃머리 너머로 길게 뻗은 것이 특징이다. 선폭이 넓고 선체가 깊어 적재용량이 많으며 원해항해에도 적합하다. 화물선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넥타르 :

    작중에 등장하는 불로불사 비약. 전설로 전해지는 최고의 연금술 비약이다. 본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음료 이름이다.

    마이너 넥타르 :

    작중에 등장하는 오르크 파우스트의 오리지널 비약. 신체를 젊게 만든다. 약효가 1년 정도 지속된다. 약효가 떨어지면 본래 나이로 돌아간다. 오르크 파우스트가 유라피아 대륙 최고의 연금술사임을 공인 받은 비약이다.

    1장. 선원 모집 (2)

    오르크 파우스트와 칸트 조합장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들었다. 오르크는 보라색 약병과 핸드액스였고, 칸트 조합장은 장전된 플린트락 피스톨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고함소리에 두 사람 다 무기를 치웠다.

    “왜 안 되는 건데요! 왜! 왜! 왜애앳! 그냥 해 줘요!”

    어린아이가 떼쓰는 듯한 고음이다. 칸트 조합장은 피스톨을 서랍에 넣으며 투덜거렸다.

    “저 아가씨 또 왔군.”

    “잘 아는 사람인가?”

    “잘은 아니지만 알긴 아네. 어린 마녀야.”

    오르크는 눈썹을 찡그렸다. 마법은 쇠퇴했지만 마법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 광대나 전승학자나 연금술사로 일부 남아 있었다.

    “마녀가 무엇 때문에 해양조합에서 난동을 부리는 거지?”

    “난동도 아니고 그냥 떼쓰는 걸세. 자신을 항해사로 고용해 달라는 게야.”

    오르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긴 침묵 끝에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마녀가 항해사를?”

    “연금술사가 선장 하겠다고 덤비는데, 마녀가 항해사 하겠다고 덤비는 것도 이상할 것 없지. 요즘 세상이 그렇잖은가.”

    “듣고 보니 그렇군. 그럼 항해사로 고용하면 되지 않나.”

    “마녀를? 풉! 자네 안 본 사이 개그가 늘었군.”

    오르크는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충분히 식어서 뿌려도 뜨겁지 않을 거 같았다. 다만 조합장 체면을 생각해서 한번 참았다.

    “실력은 있는가?”

    “그건 모르지. 포비아 왕국 해상학교 졸업생이라고 하더군. 그쪽에서도 항해사 자리를 못 구해서 여기까지 온 거겠지만.”

    “흐음. 해상학교 졸업생이라.”

    오르크는 조합장실 밖으로 나갔다. 해양조합 안내원을 붙잡고 화내고 소리치고 울먹이는 젊은 아가씨가 보였다. 머리에는 고깔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두 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들었다. 누가 봐도 고전적인 마녀였다.

    오르크는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상기한 후 대뜸 물었다.

    “항해사가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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