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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파츠 - 수천년은 이른 물건 1-80_아낙필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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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기 시작한다.

    "이쪽도 급하니까, 빨리빨리 한 끼 식사가 되어주면 좋겠는데. 많이 빨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맞아줄 걸 그랬나. 어째 저걸 맞고 죽었으면 편히 죽었겠지만, 이제는 편히 죽을 수도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네. 딱, 하고 손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손 위에 피어오르는 시퍼런 불길.

    [고온의 열원을 확인. 형성 과정을 분석 중...]

    "마법..."

    뱀파이어가 마법을 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연히 쓰겠지. 애초에 마법이라고 하면 사람보다는 저 친구들이 훨씬 더 능숙한 편일테니까. 손을 살짝 앞으로 뻗자, 그대로 시퍼런 불길이 창의 형태를 빚어낸다.

    "아, 좀."

    비겁하게 그러기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시퍼런 불길을 바라봤다. 당연히 저런 흉악한 물건을 자랑하려고 뽑아낸 건 아닐거고. 나한테 던질 생각인 모양이다. 맞으면 아플 겨를도 없이 바싹 구워지겠지.

    "그거 던지면 너 피 못 빨잖아. 밥 굶어도 좋냐?"

    내 말에 그녀가 한참을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 상관없어."

    [사용자의 위치, 비정상적인 온도 저하 포착.]

    나는 그 말에 재빠르게 몸을 뒤로 뛰었고. 내가 있던 자리의 바닥에 허옇게 서리가 일어나다가 그대로 얼어버렸다. 저기에 그대로 있었으면 내 다리도 저 바닥꼴이 났겠지. 손에 들고 있던 불꽃을 쏘아내지는 않았다. 역시 피는 아까운 모양이다.

    "칫."

    뱀파이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나를 향해 겨누고 있던 창을 든 채로 나를 노려보다가 멈칫하고, 안색이 변했다.

    "..."

    긴장한 상태에서 나는 손에 시퍼렇게 타오르는 창을 든 여자 뱀파이어를 응시했다. 손에서 타오르고 있던 불꽃이 갑자기 휙 사라졌다. 왜 갑자기 멈춘 거지. 갑자기 뱀파이어가 고개를 숙이고 양 손으로 배를 감쌌다.

    "...?"

    갑자기 뭐 하는 짓거리야. 내가 저 뱀파이어의 배를 찌른 기억은 없는데. 난 손을 찔렀잖아. 왜 배를 잡아? 고개를 숙인채로 꿈틀꿈틀. 그렇게 나는 긴장한 상태로, 여자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가 고개를 든 뱀파이어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있지, 아까 전에 내가 한 모든 행위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하다고 생각해. 조금 전의 싸움은 비긴걸로 하자, 응?"

    나는 그 말에 멍해졌다. 뭐야 이게. 지금 뭐 하자는 상황이지. 전혀 감도 안 잡히는데.

    "저기... 그렇게 많이도 필요 없으니까. 부탁할게, 피 좀 나눠줄래?"

    뭔 개소리야. 이봐요?

    "으극..."

    말을 끝냄과 동시에 안 그래도 창백한 편이던 뱀파이어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리고, 시퍼렇게 두드러진 혈관 같은게 얼굴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야. 저기, 니가 이겼다고 해도 상관없어. 남들한테 가서 뱀파이어랑 1대1로 싸워서 이겼다고, 뱀파이어 슬레이어라고 떠들고 다녀도 괜찮으니까."

    푹 쓰러져서는 얼굴만 이 쪽을 보면서 애원하는 흡혈귀. 눈동자의 시뻘건 색깔이 이제는 검게 변했다 다시 붉게 변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상대의 생체 신호가 약해지는 것을 확인.]

    죽어가고 있다는 건가? 나는 그 말에 흠, 하는 소리를 냈다. 저쪽 상황이 급한 건 알겠지만, 일단 궁금한 게 좀 있어서 말이지.

    "아니, 보통 뱀파이어라고 하면 마을 같은 곳을 습격해서 피를 빨아내지 않나? 왜 숲속에서 굶어 죽을 지경이 된 거야."

    내 말에 그녀가 신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길을 잃었어."

    나는 그 말에 헤, 하는 소리를 냈다. 뭐야, 나랑 별로 다를 것도 없잖아.

    "마법은?"

    내 말에 뱀파이어가 울상을 짓고는 말했다. 다 죽어가는 상태에서도 참 표정이 풍부하신 뱀파이어다.

    "그런 마법 안 배웠어. 나는 공격 일변도야. 애초에 이렇게 멀리 올 생각도 없었어."

    그러니까, 공격 마법만 잔뜩 배우고 정작 생활에 도움이 되는 종류의 마법은 전혀 안 배운 채로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이 꼴이 난 건가.

    "변신은?"

    박쥐 같은 걸로 변해서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어디로 가야 이 삼림지대를 벗어날 수 있는지 아는 건 일도 아닐텐데.

    "안개화나, 변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지는 못했어..."

    참 사정 꼬여도 단단하게 꼬였구만. 대답을 마치고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있던 뱀파이어가 중얼거렸다.

    "이젠 무리야. 동물 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어. 결국 사람 피가 아니면 안된단 말이야. 젠장, 흡혈귀가 사람한테 피를 구걸하다니. 너무 추해... 이래서야 완전 모기잖아. 흡혈귀는 피를 강탈하는 건데... 구걸하는게 아닌데."

    거 보쇼, 강제로 피를 뜯어가는게 모기거든? 그 벌레들이 사람 동의 구해가면서 피를 빠는 줄 아냐?

    참나, 흡혈귀가 사람한테 피를 구걸하다니.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구경하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흡혈귀는 사람에게서 피를 뜯어간다. 수많은 서적에서 알려진 흡혈귀의 행보는 항상 비슷하다. 인간을 습격한다. 저항하면 싸워서 기절시킨다. 그리고 패배하거나 포기한 인간의 피를 갈취한다. 피를 털린 인간은 한동안 급성 빈혈로 시달린다.

    피를 갈취당한 상대가 죽는 경우는 의외로 적다. 사람 몸에 들어있는 피가 5리터니까. 그걸 다 빨아먹으려면 위장이 5리터를 먹어치울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제 아무리 인간이 대식가라고 해도 5kg을 먹기는 힘들지. 아마 흡혈귀도 비슷한 모양이다. 보통 털리는 피는 많으면 0.5리터 정도. 그 정도면 어지간히 몸이 약한 사람이 아니면 최소한 죽지는 않는다.

    피 빨린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내가 죽어라 싸운 이유는, 이 숲 한복판에서 기절당하고 피 빨려서 빈혈이 오면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어지니까 그런거고.

    하, 이건 어디 가서 누구한테 썰을 풀어도 아마 안 믿어줄거야. 가만 보고 있으려니, 묘한 동질감 같은게 형성되기 시작한다. 날 죽이려고 했던 녀석이긴 한데.

    나도 숲에서 길 잃은 녀석이잖아. 우연히 팔찌 하나 주워서 살아남는데 성공은 했는데.

    "은혜는... 은혜는 잊지 않을테니까. 흐윽... 아직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이제 막 20년 살았는데. 꼴랑 이거 살고 죽는 건 싫어."

    이젠 울기까지 한다. 세상에 맙소사.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팔아버렸구만. 학계 보고서에 따르면 흡혈귀는 자존심이 어마어마하게 강하고 막 스스로를 밤의 귀족이니 뭐니 하며 사람을 가축취급하며 돌아다닌다던데.

    이게 밤의 귀족이냐, 밤의 거렁뱅이지. 애처로울 지경이다.

    "살려줘..."

    그러는 꼴을 보고 있던 나는 머리를 긁었다.

    [사용자의 갈등 및 동정심, 공감대 형성을 확인. 도움의 타당성을 판단하기위해, 필연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

    나는 떠오르는 문자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얼마나 필요한데?"

    내 말에 고개숙인 뱀파이어가 대답했다.

    "한 컵 정도...?"

    말하는 중에도 얼굴에 금이 조금씩 가고 있었다. 이대로 구경하고 있으면 그대로 이승은 떠나겠군.

    [상대방은 최초 접촉시 사용자에 대한 적의를 표출. 요구한 분량의 피는 사용자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빈혈증상은 피할 수 없음. 체력을 회복한 상대방의 습격시, 전투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상당한 위험에 처할 수 있음. 판단, 부정적.]

    "... 아, 괜찮아. 나중에 달려들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으니까. 절대 못 달려들어."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이내 픽 웃고는 팔을 그었다. 흘러내리는 피. 혈향이 퍼지자 엎어져 있던 흡혈귀가 버둥거리면서 이쪽으로 기어온다. 깨져나간 살점 조각들이 바닥에 닿자 그대로 부서져 가루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참 미쳤지. 죽어가는 흡혈귀라고 한다면야 그냥 버려두면 알아서 처리될 텐데. 이걸 굳이 살리고 앉아있냐. 흡혈귀의 입에 내가 스스로 벤 상처가 닿지 순간적으로 아찔한 감각이 머리를 달리고 약간의 현기증이 온다.

    [빈혈 증상을 확인, 나노머신을 통한 조혈작업 가속화 시작. 사용자의 협조가 필요함. 조혈 작업 가속을 위한 영양소, 패치형 비상식량을 통한 공급으로 충분함. 추가적인 수분 보급 요망.]

    물 마시라는 거지. 나는 빈혈을 느끼면서 수통을 꺼내 물을 마시고 일단 어지럼증 때문에 잠깐 주저앉았다.

    이 거지 흡혈귀는 잠시 시간이 지나자 얼굴 위로 두드러지게 튀어나와있던 혈관도 사라지고, 부서지던 몸도 멀쩡해졌다. 잠깐 나를 보던 흡혈귀가 이내 나를 보다가 그대로 툭 주저앉았다.

    또 뭐야. 밥 달라 그래서 밥 줬잖아. 근데 또 뭐가 딸려서 주저앉아. 더 달라고만 해봐라. 그때야말로 심장에다가 칼을 박아넣을 테니까. 갑자기 솟구친 동정심에도 한계와 정도가 있는 법이라고.

    "인간한테 피 구걸을 했어. 세상에, 구걸해서 살아남았어. 나는 쓰레기야... 그지새끼야..."

    그러면서 말 그대로 설움이 폭포수처럼 줄줄 흘러내리는 소리와 함께 울기 시작한다. 자괴감이라도 드는 모양이지. 펑펑 울던 흡혈귀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고는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러니까. 지금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줬으면 하는데."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방금 전에 뱀파이어 슬레이어라고 떠들고 다녀도 좋다고 말하던 뱀파이어가 있었는데, 그게 누구더라."

    내 말에 뱀파이어, 밤의 귀족이자 밤의 거렁뱅이가 윽,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네... 저기, 그러니까. 음, 나는 이제 가볼게."

    그냥 그러고는 가는거냐? 의외로 약속은 잘 지키네. 나는 축 처진 어깨로 터벅터벅 걸어가던 뱀파이어를 바라봤다. 분명히 고개 돌리고 저거 또 징징 짜고 있다. 왜냐하면 뒤돈 상태에서도 소매가 얼굴을 훔치고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으니까.

    거의 애처로움과 구차함의 한계점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이 세상 뱀파이어가 아닌 수준인데. 나는 그걸 보다가 문득 뭐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서 입을 열었다.

    "나가는 길은 알고 가냐?"

    내 말에 그 축 처진 걸음이 뚝 멈췄다. 그러니까, 뱀파이어라고 하는 종족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일종의 고정관념을 지금 이 눈 앞의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흡혈귀가 다 때려부수고 있었다. 이 자식들 의외로 사실은 허당인거 아니야? 원래 잘난척 하는 녀석들이 의외로 별거 없는 경우가 많잖아.

    "..."

    멈춘채로 침묵한 흡혈귀.

    "나는 아는데."

    내 중얼거림에 몸이 움찔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흡혈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숲은 위험하지... 그치? 인간 혼자서 돌아다니기에는 그렇게 좋은 환경도 아니고. 그러네, 당연하게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뱀파이어니까. 그, 밤의 귀족이니까."

    이제와서 자존심을 챙겨보려고 해봤자. 한 번 버린 자존심은 다시 주워 넣을 수 없는 거야. 나는 그녀를 보면서 픽 웃었다.

    "이제 와서 자존심 챙기지 말자 우리. 그게 더 구차하다."

    내 말에 흡혈귀가 곧바로 수직으로 고개를 팍 숙이며 대답했다.

    "도와주세요. 집에 가고 싶어요. 이 숲은 이제 싫어요. 살려주세요. 내보내주세요."

    숙인 고개 아래로 몇 방울 떨어지는 눈물. 스스로도 자신이 싫겠지. 어쩌다가 자기가 이 꼴이 난 건가.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다 휘몰아치고 있을거다. 나도 자존심 다 버렸을 때 저랬으니까.

    아카데미에서 몸이 아파서 쉬었을 때, 강의 관련 필기 좀 보여달라고 다른 높으신 학생분들에게 부탁했다가 저것보다 조금 더 구차한 자세를 취하고 빌어야 했지.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그 자식들 그냥 나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는 거다. 사람 앞에서 빌었는데 그 상대방이 나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옆의 친구랑 점심 메뉴 이야기하는 걸 듣는 기분 아냐?

    와, 생각해보니까 나 진짜 쓰레기다. 내가 당했던 걸 그대로 남한테 하는거야?

    아니지, 내가 거기까지 쓰레기가 될 수는 없지. 그때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해. 한숨을 쉰 나는 대답했다.

    "가자고 뱀파이어 아가씨. 나가는 길 근처까지는 동행 할테니."

    00003 거지 흡혈귀 =========================

    "학생이 실종된 상황입니다!"

    회의실 안에서, 여자가 그렇게 외쳤다. 허리춤 언저리에서 흔들리고 있는 짙은 검보라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자는, 허리춤에는 검을 차고 있지만 복장 자체는 일상복이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회의실의 상석에 앉아있던 노인이 성을 내는 여자를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다고 하셨습니까? 지금 우리가 한 달을 수색 작업을 했습니까? 아니, 한 달까지 갈 것도 없죠. 지금 애초에 수색 작업은 하지도 않았잖습니까!"

    그 말에 다시 상석의 노인이 대답했다.

    "이미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시험이 시작될 당시에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물자를 고려해 봤을 때, 해당 학생이 그 숲속에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요."

    여자가 그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실종이 확인 되었을 당시에 제가 분명히 권고를 드렸을 텐데요. 더 늦으면 학생의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니 당장 탐색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근데, 당장 현장에 있는 학생들의 심리적인 동요를 막아야 한다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이제 와서는 어차피 죽었을 테니 어쩔 수 없다?"

    그 말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럼 그 자리에서 다른 학생들이 모두 그 학생을 기다려야 했다는 말입니까."

    그 말에 여자가 대답했다.

    "동시에 진행했어야죠. 학생들을 인솔해서 수도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히 진행해야 하는 일이었고, 일이 이렇게 그르쳤으면 충분한 인원을 남겨두고 바로 수색작업을 시작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말에 한 중년이 대답했다.

    "학생들의 안전한 복귀는 최우선 순위네. 모두가 나중에 제국의 중요한 기둥이 될 분들이야. 애초에 해당 시험에 파견된 인원은 복귀를 돕기 위한 인원만 딱 맞춰서 보냈어."

    그 말에 여자가 어이없다는 그를 바라봤다. 지금 실종된 녀석은 학생이 아니라는 건가? 뭐라고 더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종된 학생 제임스 그레인필드는 필튼 아카데미 내에서 깊은 조의를 표하며 충분한 예우를 갖춰 장례식을 치를 생각이네."

    그 말에 여자가 이제는 숫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젠 그냥 확인도 안 하고 죽여버리는 거야? 진짜 막 돌아가네 이거."

    그 말에 다른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입을 조심하세요, 레티아 경. 학부장님 앞입니다."

    그 말에 레티아라고 불린 짙은 보라색 머리의 여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조심하면 어쩔건지?"

    그 말에 레티아의 언행을 지적한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레티아는 와일드 팽 기사단 부단장이자. 필튼 아카데미의 초빙교수다.

    15살의 나이에 검에 재능을 보이기 시작해 17살에 와일드 팽 기사단장의 눈에 들어 최연소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리고 스물이 넘어 곧바로 부단장까지. 제국 안의 수많은 귀족 자제와 재능있는 자들이 모이는 필튼 아카데미에서 그녀를 기사학부 초빙 교수로 불러오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리자마자 말 그대로 학생부터 학부모까지 모두 흥분으로 몸을 벌벌 떨었다.

    그녀가 제발 교수 시켜 달라고 사정한게 아니라, 필튼 아카데미에서 사정사정해서 교수로 가까스로 모셔온 거다. 그녀를 교수에서 해임했다가는 필튼 아카데미 안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광기 어린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렇게 지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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