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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blue blue friday 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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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Blue Blue Friday

    0. 윤이원

    “맘대로 해. 그 새끼는 나도 이제 슬슬 질려가던 참이었거든. 그딴 새끼는 길가에도 널렸으니까 마음대로 하시지.“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온 그 말은 듣던 우리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 핸드폰 옆에 있던 그 녀석은 오히려 담담했지만.

    “대담한 거야? 바보인 거야?“

    “체념한 거겠지.“

    킬킬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가해지는 폭력에도 그는 가만히 있었다. 어쩌면 체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축 늘어진 팔과 다리, 가해지는 압력에 흔들리는 몸뚱이는 힘없는 인형 같았다. 비록 묶여 있다고는 해도 저렇게

    저항이 없을 수가 있을까.

    세 명에게 둘러싸여서 연신 강간당하는 사람답지 않은 태도에 나는 조금 호기심이 생겨버렸다. 한참 싸대던 주환

    이가 고개를 들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정말 안 오네, 이 새끼.“

    “방금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던가봐.“

    “독종, 독종이라도 말이야, 사내새끼치고는 정말 더러운 자식 아냐?“

    “그건 독종이 아니라 치사한 새끼야.“

    말들도 많다. 심명환이를 불러내겠다고 그 깔을 납치해 온 놈들이 뭐가 그렇게 말이 많은 지. 주환이가 바지춤을

    걷어올리면서 물었다.

    “한 번 더 전화해 볼까?“

    “관둬, 올 새끼였다면 벌써 왔지, 지 깔이 어떻게 될지 뻔한데 아직까지 안 왔겠어?“

    그 말에 녀석들은 일제히 한 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하고 나니 더 허탈한 것같은 얼굴들.

    서너명에게 시달려서 온통 피투성이가 된 녀석은 손목을 쇠파이프에 묶인 채로 추욱 늘어져 있었다. 다리는 아무

    렇게나 벌려져 피가 나오고, 정액으로 범벅이 된 하얀 다리는 멍투성이에 생채기투성이. 이렇게 앉아 있는 내 쪽

    에서는 녀석의 벌어진 애널이 그대로 보였다. 벌어진 것은 둘째치고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혹시 내장파열같은 거 된 게 아닐까 싶었지만 굳이 나서서 손을 더럽히기는 싫었다.

    “기분 더럽네.“

    “뭐, 새로운 걸 맛봐서 썩 나쁜 건 아닌데 뒤가 찝찝하잖아? 마치 뭐하고 손 안닦은 거처럼 말이야.“

    새로 담배를 피워물면서 중건이가 중얼거렸다. 녀석은 나를 향해서 티껍다는 듯이 물었다.

    “넌 왜 안해?“

    “강간은 내 취미가 아니라고 했잖아?“

    “이거야 뭐 취미로 하냐? 어디까지나 본보기지.“

    녀석은 마땅치 않다는 듯이 날 보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별 시답지 않은 소리 지껄이고 자빠졌네. 씨발, 너 이 새끼, 심명환이 그 새끼를 가장 갈구고 싶어한 게 너 아냐?“

    “별로, 그 새끼야 어차피 서울 이 바닥에 있을 거 아닌가? 그럼 그 새끼 족칠 날도 머지 않은 거지. 굳이 그 깔을

    치댈 정도로 욕구불만도 아냐.“

    “잘난 체 하지 마, 짜샤!“

    바닥에 널려있던 심명환의 깔 옷가지를 내게 집어 던진 중건이는 기분 더럽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문득 밖에서 오줌

    발을 세우고 있던 주섭이의 뒤통수를 향해 외쳤다.

    “야! 가자!“

    “한발 더 싸고.“

    주섭이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투덜거렸다. 주섭이는 중건이쪽을 보다말고 내 쪽을 흘긋 보았다. 내가 담배꽁초를 내

    버리자 한숨을 내쉬면서 다가섰다.

    “너 고자지?“

    “그 고자랑 어제 박아댄 년은 뭐냐?“

    “지랄 마. 근데 왜 안 끼어? 네 놈새끼는 의리라는 게 없냐?“

    “의리같은 소리 하고 있네, 구멍동서가 되면 의리가 넘쳐 흐르는 거냐?“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침을 뱉어내고 있던 주환이가 크게 소리질렀다.

    “야, 더 볼일 없으면 가자.“

    “이 새낀?“

    축 늘어진 하얀 몸뚱이를 발끝으로 툭툭 치면서 중건이가 물었다.

    “손이나 풀러. 그럼 알아서 기어가든 죽어가든 하겠지.“

    주섭이가 중얼거리자 중건이는 칼을 꺼내들어 녀석의 묶인 손목을 풀어 주었다. 덕분에 녀석이 의식을 차린 것인지

    부스스 고개를 들었다. 불투명한 눈동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맑아보이는 그 눈에 나는 조금 의아해졌다.

    체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야, 심명환이가 널 배신 때린 거 기분 어떠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든 건지 주섭이가 툭하고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여지껏 비명이외엔 지른 게 없었던 녀석이 처음으로 주섭을 정면으로 보았다. 멍이 잔뜩 든 그 얼굴과 터진

    입가. 눈물자국으로 엉망이 된 녀석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배신?“

    “어라라? 이 새끼 웃어?“

    그 말에 중건이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혀를 찼다. 갑자기 녀석은 축 늘어진 채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김정인, 심명환이 깔이 아니야.“

    그 웃음에 우리들은 잠시 침묵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녀석의 말투가 지나치게도 시니컬해서, 여

    지껏 우리가 박아댔던 녀석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뭘 믿어야 배신이지? 깔? 웃기지 마. 녀석도 니들이랑 똑같았어. 제멋대로 끌어다가 후려치고 박아대더니 그

    다음에는 깔이라더군. 그리곤 신입생이 들어오자 그 새끼에게 푹 빠졌지.“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깨끗해서 잠시 나는 숨을 삼켰다.

    “하하하하하......이제, 싫증이 났다? 이제 그럼 난 자유야.“

    녀석은 늘어진 채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에 우리들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개운한 그 웃음소리에 나도 피식 웃어버렸다. 엉망진창으로 윤간당한 녀석이 이런

    소리로 웃다니.

    문득 킬킬거리던 녀석을 보고만 있던 주섭이가 피식 웃었다.

    “그럼 우리가 저 새끼 은인인 셈이군?“

    “그런 가봐.“

    중건이도 피식 웃었다. 아까의 더러운 기분이 좀 가신 것인지 우리들은 이 놈의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치다 말고

    상쾌해졌다.

    “이 새끼, 병원으로 옮겨.“

    아까의 버리고 가자는 말이 무색하게 주섭이가 말했다. 그 말에 놀란 중건이 그를 돌아보자, 주섭이는 이를 드러

    내며 웃었다.

    “근성 있는 새끼잖아? 대접 해줘.“

    1. 윤이원

    심명환은 정일고의 짱이었다. 우리 학교와는 항상 사이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놈은 정말로 더티할 정도로 비겁한 수도 아낌없이 쓰는 놈이라 우리들은 이 놈을 증오했다. 그저 싸우

    는 게 아니라 반쯤 죽여놓고 싶을 정도로 이 놈이 싫었다. 이 새끼가 남자놈들을 박아댄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전혀 가책감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심명환의 깔이라는 녀석을 끌고 왔었지만 심명환이란 놈은

    깔이라는 놈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내버려두었다.

    이 정도 되면 나는, 이 녀석을 죽이든 갈아버리지 않으면 틀림없이 우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고교시절의 낭만을 즐기는, 그냥 좌충우돌하는 패거리가 아니라 이 심명환이란 놈은 깡패가 될 놈이었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부딪치는 그런 놈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죽일 그런 놈. 그런 냄새가 다분했다.

    우리 그룹의 짱인 주섭이는 심명환과는 조금 달랐다. 이 놈은 낭만파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이 안 가는

    놈은 아니었다. 절대로 지나친 짓은 하지 않는, 묘한 균형감각이 있는 놈이었다. 나와 그 놈은 초등학교 때부터

    같이 붙어 다니던 사이었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섭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래로 우리들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녔지만 절대로 서로에게 터치하지는 않았다. 주섭이의 맹렬한 추종자 중건이가 우리들 사이에 끼어 들고,

    중건이의 친구라는 주환이가 또 끼어 들어 네 명이 되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우리들 사이는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매사 무관심한 나에게 중건이는 조금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건 그거

    고 어쨌거나 우리들은 잘 지냈다.

    병원에 스스로를 김정인이라고 말한 녀석을 입원시키고 나서 우리들은 해장국을 먹었다. 해장술을 조금 하고 싶

    었지만 단골집 할머니가 구속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저 소주나 몇 병 얻어들고 나왔다. 문득 주섭

    이가 나에게 물었다.

    “너, 저 자식에게 관심있지?“

    “뭐?“

    아지트가 된 주섭이의 아파트에서 소주병을 따자마자 물은 소리가 그거라 나는 조금 시큰둥해서 녀석을 바라보았

    다. 그 말에 일제히 다른 놈들도 날 바라본다.

    “그 놈에게 관심 있는 거 아냐? 내 말 틀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가? 그런 건가?

    “내 눈은 못 속인다. 씨발 새끼. 그래서 그런 거 아냐?“

    주섭이가 술을 털어 넣으면서 묻는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 그것보단 꼴리지 않아서 안 한 것 뿐이야.“

    “그럼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어떤 눈?“

    “매사 흐리멍텅 썩은 동태알 같은 네 놈이 그 놈을 볼 때는 번쩍번쩍 하더라. 새꺄.“

    그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정말인가?

    “그 새끼, 이뻤지?“

    갑자기 재미있다는 듯 중건이가 슬쩍 끼어들었다.

    “이뻤지, 하얀 피부에 야들야들한 엉덩이에.“

    “심명환이 새끼, 당연히 꼴렸겠지.“

    둘이서 키득거리는 소리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가?“

    나는 그 놈의 눈 밖에는 기억나지 않았다. 웃던 그 얼굴은 꽤나 선명해서 흰 목과 더불어서 기억에 남았다.

    “그 새끼, 이제 자유라고 지껄였으니까 네가 가져.“

    중건이가 내 허리춤을 찌르면서 키득거렸다. 나는 소주잔을 들이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고. 하지만, 별로 꼴리진 않아. 사내새끼를 보고 꼴린 적이 별로 없었거든.“

    “사내새끼도 나름이지. 난 그 새끼, 야들거리는 주제에 근성이 있어서 제법 마음에 들었어.“

    웬일인지 주섭이가 칭찬해서 우리들은 일제히 놀라는 얼굴로 주섭을 보았다. 주섭이는 옆에 앉은 중건이를 쿡쿡

    찌르면서 말했다.

    “그 새끼 범생이지? 공부도 제법 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심명환이가 사람 하나 버렸지.“

    갑자기 키들거리면서 중건이와 주환이가 웃기 시작했다. 둘이서 하도 웃는 터라 나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주섭이는 웃지도 않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그 새끼가 마음에 들었어.“

    “그럼 너나 가지던가.“

    내가 중얼거리자 주섭이는 고개를 흔들더니 옆에서 고추장에 오징어를 찍고 있던 중건이의 목을 끌어 당겼다.

    “난 이 새끼로 충분해.“

    그 말에 중건이의 얼굴을 새빨갛게 달아 올랐다. 녀석은 한 참동안 컥컥거리더니 주섭이를 뚫어지도록 야렸다.

    “왜? 감격했냐?“

    중건이가 부들부들 떨자 주섭이는 히죽 웃어보였다.

    “이 새끼! 죽어!“

    발로 걷어차고 발광을 하는 중건이의 발목을 잡아 챈 주섭이는 중건이가 발라당 넘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 발목을 질질 끌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디가?“

    주환이가 눈치도 없이 물었다.

    그러자 주섭이가 씨익 쪼개며 말했다.

    “이 새끼가 발광하니까 꼴려서.“

    “안 놔! 이 새꺄! 아까 잔뜩 하고 왜 지랄이야!“

    주섭이가 중건이가 발광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녀석의 발목을 잡아끌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남은 주환이가 중얼거렸다.

    “저 덩치를 끌어안고 그 짓이 그렇게 하고 싶을까?“

    “취향인가 부지.“

    내가 중얼거리자 주환이는 혀를 찼다.

    “키 180에 몸무게가 80킬로를 오가는 놈을 끌어 안고 싶다니, 나는 할 말이 없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놈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2. 김정인

    “정말로 괜찮겠어?“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반듯하게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천장. 청회색의 벽. 너무나 깨끗하고 차가워보이는 그 벽을 바라보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어머니는 내 얼굴에 수건을 대며 울었다.

    “사람 몰골이 아니야. 기분은 어떠니?“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요.“

    허탈한 웃음으로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글썽해진 어머니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창피하지 않을 수

    가 없겠지, 사내자식이 남자들에게 윤간당해 입원을 했다는 게 도무지 기가 막혀 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아버지는 내가 입원을 한 직후 다시는 내 병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틀림없이 내 얼굴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의외인 것은, 내가 아주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심명환에게 처음 강간당했을 때는 죽고 싶었다.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 녀석에게 찍혀서 강제로 끌려나가 화장실

    에서 강간당했다. 다리가 부러지고 팔에 금이 가고, 갈비뼈가 두 대나 나갔을 정도의 중상으로 내버려졌을 때 나

    는 죽고만 싶었다. 병원에서의 치욕적인 수군거림도, 부모님의 경악도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퇴원해서

    거의 1년간 심명환의 화장실 노릇을 하는 동안에는 이 치욕도 아픔도 수그러들어 마비되기 시작했다.

    가끔은 심명환이 나에게 귀엽다느니 이쁘다느니 하는 소리가 진심으로 들리기도 했다. 뭐 좋으니까 깔았겠지 하는

    기묘한 자조감도 있었다. 하지만 새 학년이 시작되어 신입생 중에 귀엽고 이쁜 애를 하나 찍은 뒤로 심명환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게 불안하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해서 나는 언제나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이제는 자유야.“

    그 말은 허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심명환이 이렇게 최악의 상태로 날 버린 것이 우스웠다. 화가 난다기 보다는 우스워서 그저 웃음만 나왔다. 오히려

    날 윤간한 녀석들이 근성있다고 칭찬하며 날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때가 나에겐 더 놀라웠다. 녀석들은 묘하게 친

    절한 눈으로 나를 병원에 입원시키더니 몸 조심하라는 소리까지 덧붙이며 사라졌다.

    그 말이, 묘하게 나에게 구원이 되었다.

    나는 남자야. 나는 심명환이 깔이 아니라 김 정인이야. 나는 남자야. 나는 깔이 아니야.

    그 말을 되뇌던 순간 그렇게도 폭력적으로 날 상처입히던 녀석 중 한 명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웃어 주

    었다.

    “정인아?“

    어머니가 사과를 깎다말고 불안한 듯 나를 불렀다.

    “아아. 괜찮아요.“

    “정인아, 전학하자.“

    “전학이요?“

    “그래, 전학해. 우리 이사도 가자.“

    “그래요. 이제 다 끝났으니까 가요. 엄마.“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어머니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사과 깎던 칼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흐느끼면서 어

    머니는 중얼거렸다.

    “네, 네 잘못이 아냐. 아니라구.“

    “아니에요. 약한 내가 잘못이죠.“

    이렇게 생겨 먹은 내가 잘못이죠. 나는 그렇게 되뇌면서 1년 동안이나 살을 섞어 오던 심명환보다 그날, 내 머리

    를 쓰다듬어 주었던 그의 얼굴이 더 선명한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경멸과 조롱기만 가득하던 학교 녀석들과는 다른 시선.

    이제, 전학을 가고 이사를 가고 나면 자유다. 심명환따위와 다시는 볼 날이 없을 것이다. 보통의 학생으로 평범

    하게 친구를 사귀고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이제, 나는 자유야.

    나는 웃었다. 계속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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