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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토깽]모두가순조롭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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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순조롭다 1권]

    하늘에 계신 옥제(玉帝)님께서는 땅 위의 세상이 궁금하시매 신수(神獸)들을 보내어 그 소식을 듣곤 하셨다.그중 청란(靑鸞)은 가장 날쌔어 옥제는 청란을 자주 부르셨다.

    "청라니야."하고 부르시매 바람보다 빠르게 머리에 두 개의 뿔과 커다란 눈, 날카롭고 뾰족한 이를 가진 청란이 나타났다.

    "땅 위에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고?" 옥제로 물으시자 청란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사람을 다스리는왕을 데려와 자세한 이야기를, 구천구백구십 일하고도구 일간 더 하도록 할까요?"

    옥제가 손을 내저으며 말하기를, "아니다, 아니다. 재미없다."하시니 청란이가 "그러하시면 짐승의 왕을 데려와 숲의 이야기를 그의 몸에 있는 털의 개수만큼 하도록 할까요?" 대답 하니라.

    옥제가 손을 내저으며 말하기를, "아니다, 그도아니다.이미 모두 들은 얘기다."하시니 청란이가 두 손을 모으고 대답하기를 "그러하시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를 데려와 나이테에 새겨진 만큼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요?"하고 묻는다.

    옥제가 "아니다, 그도 지루하다."하고 고개를 내저으시매 청란이 파란색 눈을 빛내며 꾀를 내어 말한다. "그러하시면 제가 세상에 내려가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재미있는 것들을 모두 옥제님께 가져다 바치겠나이다."

    그 대답을 들은 옥제가 흡족한 얼굴로 청란에게 상을 내리시어 그 이름을 빛나게 하셨다. 옥제의 명을하달 받은 청란은 인간 세계에 내려와 그 모습을 인간의 것과 비슷하게 꾸미어 옥제를 기쁘게 해 줄 것들을부지런히 모았다.

    그의 보자기에 재미있는 이야기와 금은보화, 진귀한 존재들이 그득그득 들어찼다. 마술보자기에는 끝도 없이들어갔다. 청란은 신이 나서 한 해를 보내고 두 해를 보내고, 그렇게 거듭하다 백하고 여든 해를 보내고도 그 끝을 알지 못했다. 옥제께서 몇 번이나 청라니야, 하고 부르셨지만 청란은 조금만 더 모으고 가겠다고 들리지않는 척 고개를 흔들었다.

    하늘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날, 청란은 풀숲 사이에 놓여 있는 새파란 구슬을 발견했다. 구슬을 넣으면보자기가 넘칠 것 같았다. 청란은 그 자리에 서서 고민을 시작했다. 저 구슬을 그냥 두고 가자니 너무 아깝고가지고 가자니 보자기가 너무 무거워진다.

    "괜찮겠지. 구슬 하나쯤은."

    청란은 구슬을 보자기 안에 담았다. 보자기에 더 이상풀 한포기 담을 공간도 남지 않게 되자 청란을 그제야 하늘로 올라가겠다고 소리쳤다. 커다란 구름 사이에서 굵은 동아줄이 내려왔다. 청란은 어깨에 보자기를 메고 동아줄에 매달렸다. 보자기에 든 것이 너무 무거워 구름이 우르릉, 쾅쾅,하 며 천둥소리를 냈다.

    "청라니야. 보자기에 마지막에 넣은 것을 덜어내어라."하늘에서 동아줄을 당기던 신수들이 그렇게 외치자 청란은 보자기 안에 손을 집어넣어 구슬을 덜어내는 척했다.

    구름 사이에서 천둥이 쾅쾅, 몇 번 더 울리고 동아줄이 위로 조금 움직였다. 구름 위 신수들은 몇 마리 더 달려들어 동아줄을 잡아당겼지만 보자기에 든 것이 너무 많아 청란을 하늘 위로 올릴 수가 없었다. "청라니야. 보자기에 마지막에 넣은 것을 덜어내어라." 하자, 청란이 이번에도 손을 보자기 안에 넣어 물건을 덜어내는 시늉만 했다.

    "하나라도 두고 갈 수 없어. 내가 어떻게 모은 것들인데." 하고 중얼거리며 청란은 동아줄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굵직한 동아줄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끊어지고말았으매 청란의 보자기 안에 들어있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땅위로 흩뿌려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인간과 나무, 짐승, 온갖 것들이 뒤섞여 살게되었고 세상은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게 엉켜버렸다. 욕심 사나운 청란의 이야기를 경계해 옥제는 더 이상 청란을 하늘 위로 불러들이지 않으셨다. 청란은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모두 모으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열심히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찾아 땅위를 헤매게 된다.

    ㅡ 청설야담 중에서

    어두운 골목 사이로 가쁜 숨소리가 내달렸다. 하늘에 걸린 보름달이 아슬아슬하게 나뭇가지 위를 스쳤다. 아직은 차가운 늦겨울의 바람이 나무를 할퀴고 지나가자나뭇잎들이 스산한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흩어진다.

    골목의 모퉁이를 돌면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뒤를확인했다. 없다.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까부터 그를 뒤쫓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는 골목의 모퉁이를 지나 한참을 달리다 담벼락 옆에 바작 기대어섰다. 숨소리가 가쁘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달린 남자의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소맷자락으로 땀을 닦으며 남자는 한 번 더 뒤를 확인했다. 역시 따라오는 이는 없었다.

    "하아……, 하아, 깜짝 놀랐네."

    요즘 들어 누군가 자신을 따라다닌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 같다. 남자가 목에 걸고 있던카메라를 확인했다. 목숨보다 소중한 자료가 그 안에 그득하다. 버튼을 눌러 망원렌즈로 찍은 그녀의 사진을감상했다. 오늘도 아름답다. 남자의 얼굴이 금세 정욕으로 물든다. 자신은 어느새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사진이 한 장 한 장더해갈수록 그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 듯했다.

    오늘은 게다가 특별한 우편물까지 몇 개 챙긴 것이다. 주머니 안을 확인하자 마음까지 두둑해지는 기분이었다. 남자의 시선이 다시 카메라 액정으로 향했다.

    그러자 사진이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남자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여자의 옆에 남자의 실루엣이 보이는 것이다. 화면 속에서 웃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더듬는손가락이 분노로 조금씩 떨렸다.

    안 된다. 이대로 두었다간 이 아름다운 미소가 더렵혀질 것이 분명하다.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어떻게 얻은 그녀의 미소인데. 남자가 결심을 굳힌 듯 카메라를 다시 목에 걸고 몸을 돌렸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어깨를 두드린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걸음을 옮겼다. 다시 등 뒤에서 엇흠, 하는 기침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남자가 일부러 공포를 떨쳐내기 위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않던 길 위에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뭐요! 당신! 왜 나한테……!"

    말을 채 마치기 전에 남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검은 옷을 입고 있던 남자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남자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찰싹 내리쳤다.

    "뭐야. 대체 무슨, ……."

    눈을 뜨고 꿈이라도 꾼 것인가. 남자는 보고도 믿기지않는 광경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바람이 불었다.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골목 안을메웠다. 일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빨리 벗어나자.

    남자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이 골목길에서 벗어나 큰길로 가야겠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가면, 사람이…….

    남자의 눈에 길 끝에서 움직이고 있는 차량과 사람들이들어왔다. 긴장감이 무너지자 일순 다리에 힘이풀렸다.남자는 담벼락에 손을 짚었다.

    동시에 그의 몸이 공중에 둥실 떠올랐다.

    "――――!"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머리로 파악하기 전에 그의 몸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남자의 비명 위로 어둠이 덮쳤다.

    "카메라는요?"

    "여기 있습니다."

    카메라를 받아든 여자가 메모리카드를 꺼내 바닥에 던지고 하이힐 굽으로 밟아버렸다. 두 동강이 난 메모리카드를 보고도 여자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자료는요?"

    "컴퓨터 하드, 외장하드, 나머지 메모리카드 모두 회수했습니다. 웹하드에 올린 것은 제 분야가 아니라 손은대지 못했지만 일단 알아듣게 타일러뒀습니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던 남자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각서입니다."

    남자가 내민 종이 위에는 덜덜 떨면서 썼을 것이 분명한 내용들이 차있었다. 종이 아래에 찍힌 지장은 인주가 아닌 피라는 사실을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종이 위에 군데군데 번진 글씨 위에는 눈물자국이 얼룩져 있기도 했다.

    "정말 짜증났다고요. 매일 나타나서 사진이나 찍고, 우편물도 훔쳐가고. 아이, 정말."

    남자는 스토커였다. 매일 나타나서 여자의 뒤를 쫓아다니고 사진을 찍고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끊었다. 경찰에도 신고를 해보았지만 순찰만 두어 번 돌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진 않았다.

    참다못한 여자는 결국 주변에 물어물어 해결사를 고용해 남자를 처리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케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몸을 사용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해결해준다고 했다. 보수도 괜찮고 일처리 또한깔끔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여자도 같은 곳에서 일하는 언니가 추천을 해줘서 케이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남자를 상대하는 바에서 일을 하다보면 스토커 같은 남자들이 하나 둘 붙는 것은 연례행사와 다름없었다.

    "또 나타나면 어떻게 하죠?"

    여자가 붉은 입술을 새치름하게 내밀며 투덜거렸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며 대답했다.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30분 내로 오겠습니다. 그런데 웬만해선 보실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남자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방금 전 처리한 스토커가 실금을 한 상태에서 각서를 썼다는 얘기를 필요하면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아니에요. 이쪽 업계에서 케이 씨의 명성이 자자해서요. 알아서 잘해주셨겠죠."

    여자가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가 수표를 받아 주머니에 구겨 넣은 후, 고개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후드 모자 안에 가려 있던 얼굴이 드러나자 여자의 눈이 일순 벌어졌다. 음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외모가 예상 외로 말끔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선을 눈치챈 남자가 웃으며 후드 모자를 눌러 썼다.

    "잘생기셨네요."

    여자의 목소리에 교태가 어린다. 후드 모자 아래에서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던 여자가 물었다.

    "차라리 우리 가게에서 일하시는 건 어때요? 마담 언니한테 말하면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해드릴 수 있는데.우리 가게에 진상들 오면 처리해주고. 가끔 이런 부업도 하시고."

    "어디 한 곳에 매여 있는 것은 취향이 아니라."

    남자가 산뜻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여자가 아깝다는 듯이 그래요? 하고 눈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다른 일을 제의한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리라.

    그럼에도 아직도 혼자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방금저 대답이 꾸며낸 말은 아닐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여자는 아쉬운 마음을 떨쳐낼 수 있었다.

    "시간 나시면 한번 들르세요. 공짜로 해드릴 테니."

    여자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남자가 명함을받아들고도 그 자리에 서 있자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더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계약 사항을 꼼꼼히 읽지 않으셨나 봅니다."

    "읽었는데. 계약금 50에 일이 끝나면―――, 아. 맞다."

    여자가 기억났다는 듯이 손을 마주쳤다. 좀 이상하다 싶은 계약 조건이 하나 떠오른 터다.

    "정말 하려고요?"

    "네."

    남자의 단호한 대답에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끼고있던 장갑을 손에서 뺐다. 남자가 내건 조건은 여자의가운데 손가락을 10초간 물고 있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뭐 그런 변태가 다 있어, 하고 소리질렀지만 주변에서 케이의 신세를 졌던 사람들이 입을모아 하는 얘기가 정말 물고만 있을 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가게에서 일하는 언니가 10초는 금방 지나가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말했다. 일을 해결하는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니고 그까짓 손가락 좀 입에 물려주면 어떠냐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손가락인데, 뭐……닳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 언니는 일단 한 번 넣어보면 생각이 달라질거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도 덧붙였다.

    여자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남자가 그 앞에 무릎을꿇고 앉았다. 모자 아래에 가려져 있던 콧날이 드러나자 여자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잘생긴 남자가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성스러워 보인 것이다.

    "여기요."

    여자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흔들자 남자가 손을 뻗어 여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하나면 돼요."

    "……?"

    남자가 입을 벌렸다. 유난히 날카로워 보이는 송곳니에정신을 빼앗긴 틈에 여자의 가운데 손가락이 남자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살짝 따끔한 감각을 느낀 순간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을 감쌌다. 여자는 순간 헛, 하고 숨을 삼켰다. 손가락만 입안에 들어간 것뿐인데 온몸이 따스해지는 느낌이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물에 몸을담근 듯했다.

    아, 좋아…….

    온몸이 나른하게 풀리는 기분에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숨을 내뱉었을 때, 남자가 손가락에서 입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벌써 10초가 지나간 것인가.

    여자는 저도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을 거두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 여자의 손가락을 닦아주며 말했다.

    "됐습니다."

    "네?"

    "그럼 저는 이만."

    남자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 걸어가자 남겨진 여자는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의 모습은어둠속으로 흘러들어가듯 사라졌다.

    거울을 보면서 칫솔을 움직이던 김수영은 아르륵, 하고 입에 머금고 있던 거품을 세면대에 뱉어냈다. 그리고는수도꼭지를 비틀어 물을 튼 다음 입을 헹궈냈다.

    "맛없어."

    거울 속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담배는 대체 왜 피우는 거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손가락은 맛이 좋지 않았다. 그런 사람의 손가락을 입에 물고 나면 김수영은 반드시 양치질을 했다. 몇 번 더 입을 헹구고 난 뒤 김수영은 고개를 들었다. 손바닥으로 입가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그는 몸을 돌렸다. 그때 마침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던 남자와 어깨가 부딪쳤다. 김수영은 죄송합니다, 하고 건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

    험상궂어 보이는 남자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를 내며 자신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김수영은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죄송하다고 끝날 문제면 이 사회에 경찰은 왜있는데?"

    얼굴에 흉터가 있는 남자가 바닥에 침을 딱 뱉으며 말했다.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김수영은잠시 멈칫하다 후드티의 모자를 썼다.

    "어이 형씨. 내 말 못 들었어? 죄송하다고 말하면 다냐고."

    김수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화가 난 남자가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남자의 손은 허공으로 던져졌다. 남자가황당하다는 얼굴로 김수영을 노려보았다.

    "어쭈."

    남자의 손을 쳐낸 김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모자를 고쳐 썼다.

    "너 지금 내 손을, 으아악!"

    남자의 다음 말은 비명소리에 가려 이어지지 못했다. 김수영은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향해 몇 번 더발길질을 했다. 퍽퍽,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몇 번 난 후 남자는 조용해졌다.

    신발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 김수영은 쯧, 혀를 찼다.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남자의 옷에 대충 신발을 닦고 김수영은 화장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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