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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딛딛=신예운] 어느 날 죽음에서 돌아오는 꿈을 꿨다 1-13(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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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애캐가 내 옆에 누워 있는 꿈

                             

    이건 꿈이다. 눈치가 빠르다는 말은 빈말으로라도 한 번 들어본 적 없지만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건 꿈이었다. 오전 8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면 끝끝내 깨어버릴 꿈. 그러니까 말하자면…. 기껏 꿈에서라도 눕게 된 최애캐의 옆자리에는 타임 어택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이 모든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단 1분, 아니 단 1초라도 더는 낭비 할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의 생각을 그만두고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나에게는 시간제한이 있었다. 최애캐가 옆에 자고 있는 이상, 엉덩이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액체와 뻘겋고 또 허옇게 물든 더러운 시트 같은 것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음. 그래, 최애캐.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이 잘생긴 남자가 요즘 시즌의 내 최애캐다. 비록 캐릭터의 외모에 대한 묘사가 어제 바르고 잔 수분 크림에 들어있는 유채 꿀의 함유량 수준으로 빈약한 소설이지만 확실했다. 이 남자는 ‘라울’이 맞았다.

    팔다리를 위아래로 쭉 뻗어도 나보다 훨씬 커다란 키.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이 잡힌 다부진 몸. 은은하게 구릿빛이 도는 까무잡잡한 피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누워 있는 침대의 꼬라지와 그보다 심각한 난장판이 벌어진 방의 풍경. 내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정보 그대로였다.

    시원하게 뻗은 코를 따라 꾹 닫힌 입술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그러니까…. 으음, 그러니까…. 내가 잠들기 전에 읽고는 하는 여성용 야…야설…. 아, 아니지. 로맨스 판타지 카테고리 안에 있으니까 장르적으로는 로판이 맞지. 그래, 내가 잘 챙겨보고 있는 십구금 로판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다.

    이름은 라울. 출신지는 마법 강대국인 니아른 왕국. 날고 기는 마법 왕국이라는 니아른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대한 마법사 중 한명이고, 모든 캐릭터가 미쳐 돌아가는 이 소설에 나오는 유일한 정상인이었다.

    물론 그렇게까지 정상인은 아니지만…. 소환사의 협곡이나 볼스카야 인더스트리에서 자주 보이는 스타일로 입을 털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중 가장 상식인인 탓에 이 소설에서 매번 열심히 구르고 노동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또 내가 좋아하지.

    아, ‘이 소설’이라는 건 지금 내가 꾸고 있는 꿈의 배경이 되는 소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꿈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 제외한다면 흔히 보이는 ‘빙의물’의 주인공이 된 상황이네. 뭐, 나쁠 건 없는데 하필이면 또 이 소설에 빙의된 걸까. 다른 로판도 이것저것 보는데….

    아, 취소. 지금 이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그 상황이 맞는 거라면 다른 소설에 빙의된 것보다 이 소설에 빙의한 게 뭐 퍽 나쁘고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딱히 여주에게 친절한 세계관은 아니지만 이 세계의 남자들은 모두 여주에게 친절하니까. 친절하다 못해 완전 사랑이 넘쳐서 그렇지.

    내가 지금 들어와 있는(것처럼 보이는)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말하자면…. 아, 씨바. 소설의 장르가 야설이라서 줄거리에 대해 뭘 설명을 못 하겠네. 이거 대체 어떻게 설명 하냐?

    대충, 정말 대충 요약하자면 이 소설은 지상 최강, 지상 최흉의 인간 흉기 겸 걸어 다니는 페로몬 덩어리인 여주가 자신의 (전)상관, 부하, 친구, 성기사, 마법사, 신관, 왕자, 왕, 기사 따질 것 없이 모든 남자들을 다 따먹는 내용이다. 심지어 따먹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어장 관리까지 하고 그런다. 개인적으로 정말 난년이라고 생각한다.

    음, 그리고 이 남자…라울은 이 소설의 주요 조연이다. 말했듯이 내 최애캐 이기도 하고. 남주가 정해져있는 로판에서 조연을 좋아하는 일은 정말 괴롭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친 삼기에 좋은 남자란 말이야.

    그렇다. 풍기문란을 소재로 삼고 있는 역하렘 야설이지만 이 소설에는 남주가 따로 존재한다. 그러니까 소설 속의 라울이 얼마나 괜찮은 남자이고, 내 눈 앞에 보이는 라울이 이렇게 끝내주게 섹시할지라도 라울은 주인공이 아니다. 조연이다. 흑흑, 다시는 남조를 파지 않겠다고 예전에 맹세했었는데….

    하지만 이 꿈이 오전 8시의 모닝콜과 함께 끝날 것을 아는 나는, 소설 속 조연인 최애캐의 비중과 이루어 질 리 없는 여주와의 관계를 아쉬워하는 대신 그의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가슴 근육을 탐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쪽이 더 생산적이니까.

    그의 탐스러운 가슴 근육을 보다 못한 나는 라울의 가슴팍 위에 손을 얹었다. 크, 이 탄탄한 감촉…. 그건 그렇고 가슴 진짜 크다. 딱 잡힌 근육이 못해도 B, C컵은 되어 보인다. 왜 작가님은 라울이 가슴이 크다는 말을 해주지 않으신 걸까. 아니, 누구 하나는 감탄 할 만하지 않나? 여주 가슴이 너무 커서 다들 신경을 안 쓰나?

    뭐가 됐든 나는 제법 패기롭게 라울의 가슴 근육을 주물렀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새하얀 손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가늘고 예쁘지만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혀있는 하얀 손을 따라.

    사실 이, 손가락 운동이라고는 스마트폰 게임 밖에 하지 않는 현대인의 손과 영 딴판인 손이 내가 이 상황을 빨리 알아차리게 만든 첫 번째 이유다. 그 다음은 어깨가 무거울 정도로 빵빵한 가슴. 마지막이 난장판이 된 이 커다란 방과 더러운 시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의 주인은 분명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시스하다. 조연이나 엑스트라에 빙의하는 소설이 유행하는 만큼 이름만 나오는 여캐가 아닌가도 고민해봤는데, 어떻게 생각해봐도 여주 본인이 맞다. 온 세상이 여주의 역하렘을 꾸려주기 위해 남녀 성비가 개판인 것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것이 아작 난 이 방에서 살아있을 만한 사람이 여주 밖에 없다.

    그 즈음 커다란 손이 내 손, 아니 시스하의 손을 쥐었다. 숨소리가 고르지 않다 싶었더니 그새 그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좀 자라. 안 피곤하냐?”

    순간 헉,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혼자서 소설의 불건전한 언어 사용을 주도하는 내 최애캐는 가슴 근육과 얼굴뿐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끝내줬다.

    이 좋은 목소리로 미친년, 쌍년 같은 말을 한단 말이야? 와…. 꼴린다. 안 돼, 이러다 내 내면의 이상한 취향이 눈을 떠버렷….

    “뭐야. 왜 또 그렇게 병신 같은 표정인 건데.”

    세상에. 저렇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저런 공력력 높은 어휘를 골라 사용하다니. 갑자기 치솟은 내 최애캐에 대한 애정 때문에 내 손, 아니 여주의 손이 나의 이성을 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단한 가슴팍 위를 느긋하게 쓸어내린 것이다.

    진짜 몸 끝내준다. 어떻게 지상 최강의 마법사라는 스펙도 달고 있는 주제에 이렇게 피지컬마저 좋을 수가 있냐. 작가님이 말해준 건 키 크다는 거랑 몸 다부지다는 것뿐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부지다는 말로 얼버무리지? 존나 개 끝내주는데, 시발! 억울함이 이 사랑과 함께 뻐렁친다….

    “…뭔데. 그 새끼가 어제 또 뭐 했어? 지금 화나서 그런 거야?”

    과연 기떡전떡의 야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남친력을 보여주던 남자. 말투는 여전히 험했지만 그 내용이나 반응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가슴을 더듬는 여주를 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니까.

    가만히 얼굴을 들어 라울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다. 한때는 니아른의 왕실 마법사였고, 지금은 온의 전투사령관인 그는 어린 시절에 늑대 인간에게 물렸었다.

    늑대 인간에게 물린 인간에게 남은 미래는 두 가지이다. 그대로 죽거나,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늑대 인간이 되거나. 아무리 그가 뛰어난 마법사이고, C컵 브래지어를 다 채울 커다란 가슴 근육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다.

    원래 그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이 소설의 남주를 찾아갔었다. 로판의 남주가 보통 그렇듯 이 소설의 남주 또한 존나 말도 안 되는 먼치킨이었고, 그래서 늑대 인간 전염이 면역이었다. 그가 늑대 인간이 되면 남주가 늑대 인간이 된 그를 막았고, 그래서 그는 남주를 따르게 된 이후로 아무도 물지 않았다. 원래는 이랬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이 소설의 분류는 야설이었다. 야설의 작품구조는 보통 기승전떡의 구조를 띈다. 만약 라울이 계속 남주를 찾아갔을 것이라면 그가 늑대 인간이라는 설정은 소설에 중심적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설의 장르적 특이성을 따라 늑대 인간이 되는 그를 막아주던 남주가 자리를 비우게 되고, 라울은 여주를 찾아가게 된다.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기 에피소드에 나오는 일이다.

    사실 라울과 여주는 5년 지기 친구다. 모든 남자가 다 여주와 섹스를 하는 와중에도 라울만큼은 여주에게 키스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존나 꼴리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여태까지 하지 않았다면 이제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게 라울은 여주와 단 둘이 남은 방 안에서 늑대 인간으로 변해버렸고, 그의 안에 살고 있던 짐승은 야설의 클리셰를 귀신같이 따르며 여주를 강간한다.

    보통의 로판 여주였다면 5년을 알고 지낸 친구가 늑대 인간으로 변해서 자기를 강간했을 때 멘붕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하는 야설의 여주라는 자리에 걸맞은 비범한 쌍년이었다. 그런 그녀가 늑대 인간에게 앞뒤로 당한 것에 절망 할리 없었다. 아, 여기서 앞뒤는 그러니까…. 그거 맞다. 앞구멍…. 뒷구멍 다…. 흠흠.

    뭐가 됐든 여주는 ★빗치쌍년/먼치킨/여기사/강철멘탈/어장관리 장인 여주/여주가 제일 나쁨★ 이라는 걸출한 키워드도 달고 있는 여자였다. 여주는 늑대 인간이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을 빌미로 라울을 유혹했다. 라울은 정액 범벅이 된 여주가 바라는 대로 그녀의 몸을 씻겨주게 된다.

    평소라면 여주의 정신공격을 모두 튕겨냈을 라울이었지만, 그는 이 소설 유일의 정상인답게 멘탈이 그다지 여물지 못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말이지만. 하여튼 라울은 전적으로 그의 잘못을 시인하고 여주가 해달라는 대로 제 손가락으로 여주의 앞과 뒤에 가득 찬 정액을 긁어 씻겨준다.

    제 품 안에서 움찔거리는 작은 몸과 낮게 울리는 신음 소리를 듣다 못한 라울은 결국 여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고, 그렇게 5년 내내 제대로 된 스킨십 따위 하지 않았던 친구와 섹스를 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이걸 지금 왜 말하는 거냐면.

    “라울.”

    아, 역시 내 목소리가 아니다. 노래를 하듯이 낭랑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다. 꼭 속삭이는 것처럼 조근조근한 목소리. 이런 목소리로 보지에 넣어주세요 같은 소리를 하다니…. 새삼스럽지만 진짜 비범하기 짝이 없는 년이다.

    그러니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 저 ↑↑↑ 시츄에이션 말인데, 지금도 이 상황에서 응용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꿈인데 내가 숨겨서 뭘 하겠냐. 내가 야설이라는 딱지가 붙을 정도로 야한 로판을 이렇게 열심히 읽은 6974개의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이런 판타지 같은 섹스를 동경하기 때문이었다. 경험이 없냐고? 시발, 그랬으면 차라리 덜 억울하지!

    현실 섹스라면 나도 좀 해봤다. 이 나라 남자들이 남자 구실을 못해서 그렇지. 다른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봐도 그래. 남자들이 쓴 글 보면 뭐 ‘나는 5분간의 기나긴 애무 끝에 지친 그녀를 안고’라든지, ‘분당 90회라는 믿기지 않는 속도의 피스톤 질’이라든지 이런 얼척 없는 소리만 하고 있잖아. 시발! 너희는 진짜 그게 대단하고, 판타지의 영역이고 그러냐?

    당당하게 구금 로판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도록 적지 않은 섹스를 해보긴 했지만 ‘지금 넣은 거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존만한 크기의 좆을 넣어놓고 ‘너무 커? 뺄까?’ 라고 물어보는 남자부터, 컵라면 익을 시간 동안 좀 움직여놓고 ‘나 지금 싸고 싶은데 참고 있어’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어이없는 남자만을 겪었다.

    진짜 나도 야설 읽는 대신 진짜 홍콩에 좀 가보고 싶다. 아니, 홍콩 근처라도 한 번 가보고 싶다. 근데 매번 자랑스레 찍 싸는 남자들은 홍콩을 보내주기는커녕 비행기 이륙도 못 시키더라. 그나마 궁합이 괜찮았던 지지난 남친은 비행기 이륙은 시켜놓고 좀 기분 좋을라치면 제주공항 즈음에 불시착을 시키고. 그러니 내가 지금 라울의 다리 사이에서 눈을 못 떼는 것은 분명 불가항력이다.

    사실 이 소설 다 좋은데 어디 가서 이거 본다고 말을 못 하겠는 게 여기서 쓰는 용어 때문이다. 다른 소설은 페니스, 아니면 뭐 그곳이나 기둥 같은 말로 둘러서 잘 설명하던데, 이 소설은 대놓고 좆, 보지, 자지 뭐 이런 걸 쓴단 말이야. 물론 좆을 좆이라고 부르는 대신 페니스라고 부른다고 해도 그게 좆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거 여성향인데….

    하지만 나의 이런 불만은 지금 이 순간 이미 증발하고 없다. 얼굴 찢어지는 겨울에 난로 틀어놓은 토익 학원에서 뿌린 미스트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내 옆에 누워있는 이 반은 짐승이고 반은 사람이 젠틀한 남자의 다리 사이를 보는 순간 그런 불만은 싹 다 사라졌다.

    이건…. 이 사이즈와 이 풍채는…. 이 거대함은…. 도무지 ‘그것’이나 ‘기둥’ 같은 애매한 말로는 느낌이 안 산다. 그 정도의 말로는 표현 할 수가 없다.

    내 눈앞에 펼쳐진 시청각 자료는 평범한 용어 대신 좆 내지는 자지라는 단어를 써서 매번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던 작가님을 내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래요, 작가님. 작가님이 맞았어요.

    이건 정말…. 좆이다. 아니, 좆으로도 뭔가 부족하다. 좀 더 원초적이고 거친 용어가 필요하다. 그래, 자지. 어떻게 생각해도 자지가 딱이다. 와, 진짜 딱이다. 딱. 이런 크고 아름다운 물건에는 그렇게 천박하고 원초적이더라도 뭔가 근원적인 용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ㅇ…왜. 뭐 어디 아프냐?”

    “아파.”

    “뭐? 어디가!”

    여태 짓던 표정 또한 그의 진심에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듯이 라울의 짐짓 거칠어 보이는 얼굴이 격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찼다. 크흐, 과연 나의 최애캐…. 입은 험해도 몸은 다정한 남자지.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설령 그가 최애캐가 아니었어도 내렸을 것이다. 어차피 꿈이잖아. 내 꿈인데 내가 뭘 해도 괜찮지 않을까? 좆을 바나나나 가지도 아니고 고추에 빗대는 나라에서 태어난 내가 기껏 역하렘물 여주가 되어있는데. 그것도 막…. 여러모로 크고 아름다운 남자가 옆에 있는데.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들리는 숨소리는 내 것이 아니라 여주인공의 것이었다. 솔직히 맨 정신이라면 하지 못했을 짓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 오늘 아침 8시에 모닝콜로 기상할 현대인이 아니라 남자 후리기를 취미처럼 하는 역하렘 야설의 여주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눈앞이 핑핑 도는 끝내주는 섹스, 꿈에서라도 좀 해보자!

    “여기.”

    그렇게 말한 나는, 내가 마치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닫혀있던 허벅지를 벌렸다. 그 작은 움직임을 따라 여주의, 나의 몸을 가득 채웠던 정액들이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라울의 갈색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 마침 앞이고 뒤고 가득 찬 정액들이 절찬리에 시트 위로 떨어지던 중이었다. 내… 그러니까 여주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다 적시다 못해 질질 흘러내리는 정액을 보다 못한 라울이 얼굴을 구겼다.

    커다란 손이 세수를 하듯 그의 얼굴을 덮었다. 잠깐 잠깐 욕설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지난 밤 실컷 여주와 굴러놓고 해가 뜨자마자 잠든 늑대를 원망하는 중인 듯 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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