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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g]태양의_연인_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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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연인

    <서장>

    카악, 카악 울어대는 새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세상이 온통 죽어버린 것 같은 적막 가운데 유일하게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오직 시신을 파먹는 새들의 불길한 울음소리뿐이었다.

    “시끄럽군…”

    남자는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한 차례 차가운 바람이 스쳐갔다. 근래 대륙의 전체를 지배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제국에서 시작된 암울한 분위기에 세상 전체가 숨을 죽였다. 오직 새만이 불길한 소리로 울어대는 묘지에 모습을 드러낼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달이 검은 하늘 꼭대기에 걸렸을 때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는 나타났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새들을 무시한 채로 검은 두건을 깊이 눌러쓴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새들이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이리저리 흩어지는 것을 무시한 채, 그는 똑바로 걸어갈 뿐이었다.

    “…?”

    그대로 묘지를 스쳐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그는 한순간 멈춰 섰다. 남자는 그대로 서서 한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또다시 날카로운 바람이 스쳐가고 새조차 숨을 죽인 고요 속에서 그는 낮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호오… 이것은 또, 흥미롭군.”

    그리고 그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 몇 개의 무덤을 지나친 그가 하나의 무덤 앞에 서자, 일순 공기마저 움직임을 멈춘 듯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눈을 가늘게 뜬 그가 이윽고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을 때, 새들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르고 묘지는 어마어마한 굉음에 휩싸였다. 그리고….

    땅의 진동이 멈추고 대기의 묘한 떨림이 가라앉자 높이 날아올랐던 새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숨을 죽이고 그곳을 주시하는 새들의 시선 속에서 짧은 고요가 흐른 뒤 땅을 헤치고 불쑥 하나의 손이 솟아올랐다.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는 남자의 앞에서 또 하나의 손이 솟아나오고, 그것은 메마른 흙을 파헤치고 서서히 대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마침내 그의 전신이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그것을 바라보던 남자는 탄식처럼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너는 정말로 추하구나.”

    조소가 섞인 속삭이듯 가라앉은 남자의 음성에, 그는 멍하니 눈을 깜박이며 남자를 올려다볼 뿐이었다. 암울한 은색의 달빛이 그의 전신을 비추고 있었다.

    *

    그날의 기억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언제나 그렇다. 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꿇어앉아 있을 뿐 카이르 쪽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마지막까지 그랬다. 카이르는 알고 있었다. 곧 연의 목이 떨어질 거라는 걸, 연이 죽어버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막아야 했다. 처형은 중지라고 소리쳐야 했다.

    하지만 목은 꽉 막혀 소리가 나지 않고 몸은 돌처럼 굳어져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안 돼, 죽이지 마.

    병사의 칼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연이 머리를 숙인다. 카이르는 소리치려 했다. 무슨 말이든 하려고 했다.

    죽지 마, 날 두고 가지 마!

    커다란 검이 연의 목을 무자비하게 가르는 것을 카이르는 보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연─”

    그제야 카이르는 피를 토할 듯 격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연은 이미 죽은 것이다.

    카이르는 흠칫 놀라서 눈을 떴다. 너무나 고요한 침묵에 그는 순간 현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 거친 숨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조금씩 감각이 돌아옴에 따라 그는 자신이 언제나처럼 악몽을 꿨다는 걸 자각했다. 젖어있는 눈가를 닦는 손끝이 생소하다. 벌써 몇 번이나 그는 같은 경험을 했다. 철이 든 뒤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지만 연이 죽은 뒤로 그는 때때로 이렇게 악몽에 시달리다 눈물을 흘리며 깨어나곤 했다. 그러면 어마어마한 상실감에 빠져 그대로 극심한 슬픔으로 젖어들었다.

    너 역시 울고 있을까.

    내가 없는 곳에서 너 역시 나처럼 울고 있을까.

    자신의 앞에서 몇 번이나 울음을 터뜨리던 연을 카이르는 어제 일처럼 뚜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울면 안 되는데. 연은 울면 안 되는데. 행복하게, 웃고 있어야 하는데.

    잘못한 건 나니까.

    ─ 카이르.

    부드러운 연의 음성을 떠올리며 카이르는 눈을 감았다. 마치 그를 품에 안은 듯한 착각에 숨이 가라앉는다. 그 작은 몸이, 한없이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진다.

    카이르는 눈을 떴다. 눈물로 부옇게 흐려진 시야에 자신의 텅 빈 손이 들어온다. 거친 흐느낌과 함께 숨을 삼켰다.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두 손은 텅 빈 채 언제까지나 공허하다. 이제 다시는 그 몸을 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뜻한 체온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앳된 음성도 듣지 못한다. 모두 끝났으니까. 연의 모든 시간은 거기서 멈춰버린 것이다. 오직 연만이 모든 것이 끝났다. 카이르가 끝낸 것이다.

    습관처럼 손은 검을 찾는다. 침실에 비치되어 있던 검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계속되는 자해로 시종들이 부랴부랴 치운 것이다. 검은 물론이고 어떤 날카로운 것도 침실에는 없었다. 어떻게 해도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카이르는 자해를 멈추지 않았다. 시종들 또한 그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의 자해를 막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매일 아침 여전히 죽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카이르의 절망은 더욱 깊어졌다.

    “…큭…”

    악문 이 사이로 울분에 찬 흐느낌이 터져 나간다. 카이르는 두 손을 꽉 쥔 채 괴로운 신음을 한사코 참아내었다.

    버려졌다는 걸 카이르는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라는 것도. 또다시 되풀이되는 결론에 카이르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미치기라도 한 듯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이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찻잔이었다. 카이르가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수면제와 함께 마셨던 차다. 시종이 치우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 그것은 카이르에게 행운이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카이르는 곧바로 찻잔을 내던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난 찻잔을 뒤적여 제법 크고 날카로운 조각을 찾아냈다. 망설임이란 없었다. 곧바로 자신의 손목으로 가져가 아직도 혐오스럽게 뛰어대는 맥박을 찾아 내리그었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그어대자 붉은 체액은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계속 그었다. 팔이 온통 너덜너덜해 질 때까지 계속했다. 이윽고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제발 이번에는 눈을 뜰 수 없기를 기원했다. 부디 연의 얼굴을 볼 수 있길. 화를 내고 있어도 좋으니까 제발 다시 그를 보게 되길. 그래서 그에게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길.

    제발 죽을 수 있길.

    더할 수 없이 간절한 기도와 함께 눈을 감자 곧이어 몸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미지근한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혔지만 별다른 감각은 없었다. 곧이어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그는 의식을 잃었다.

    뭔가 소리가 들린다. 처음 카이르는 그것을 부정하려 했다. 또다시 자신이 죽지 못했다는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의식은 뚜렷해지고 이어지는 말소리도 보다 정확하게 들려왔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뜨자 거기엔 익숙한 얼굴이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폐하.”

    하렌이었다. 슬픔으로 가득한 예전 친우의 모습을 카이르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부산히 움직이던 시종들은 하렌의 말에 급히 의사를 찾으러 갔다. 카이르는 스스로가 난도질했던 자신의 팔을 들어 상처를 바라보았다. 꽤 두터운 붕대가 매어져 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상처도 조만간 아물어 희미해지고 말 거라는 걸. 상처는 오직 마음에만 남아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 패여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폐하.”

    카이르가 팔로 눈을 가리자 하렌이 속삭였다. 그러나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저 안타가운 중얼거림이었을 뿐이다. 카이르는 자신이 또다시 죽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이번에도 역시 연을 만날 수 없었다는 실망감에 상심하고 말았다.

    어째서 나는.

    카이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째서 나는 너에게 마지막까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가.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그것이었다. 조금만 더 고집을 꺾었더라면 좋았을 걸. 조금만 더 다정하게 연을 안아줬다면 좋았을 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폐하.”

    끝없는 자책에 하렌의 낮은 음성이 끼어들었다.

    “의사가 왔습니다. 진찰을…”

    조심스럽게 카이르의 팔을 붙잡아 얼굴을 드러낸 하렌의 행동에 카이르는 마지못해 눈을 떴다. 문득 햇살의 눈부심이 생소하게 다가왔다.

    “…해가… 떴군.”

    멍하니 중얼거린 말에 하렌은 의아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폐하.”

    물론이라니? 당연하다는 소린가?

    어째서?

    카이르는 납득할 수 없었다. 어째서 해가 뜨지? 어째서 세상은 전혀 변한 게 없지? 어째서 모든 게 그대로지?

    연이 이 세상에 없는데.

    그것을 자각하자 그의 안에서 맹렬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용서할 수 없었다. 연이 죽었는데, 영원히 사라져버렸는데 모든 것은 그대로라니. 어째서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증오를 깨닫는 순간 카이르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았다. 그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카이르는 맹세했다.

    이 뻔뻔한 세상을 전부 파괴해버리고 말리라고.

    * * *

    며칠째 계속된 스산한 바람은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 사람들은 모두가 두려움에 떨며 해가 지기가 무섭게 집안으로 모을 숨겼으며 이윽고 달이 뜰 무렵에는 세상에 생명의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고요한 거리에 규칙적으로 울리는 발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숨을 죽이고 집안의 불을 껐다. 이 알 수 없는 이방인이 자신들에게 축복의 사자일지 아니면 악몽의 계시자일지 그들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불길한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들으며 잔뜩 숨을 참고 있다가 그 영원 같은 시간이 흘러 이윽고 그것이 자신들의 집 앞을 스쳐가 멀어지는 것을 깨달은 뒤에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다음 날 해가 떴을 때 하나둘씩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전날의 발소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나눴지만 그 정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정오가 지날 무렵에는 모두의 머릿속에서 그 불길한 징조는 사라져버렸고, 또다시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스산한 바람을 느끼며 일상을 계속했다.

    * * *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며칠 만에 보는 맑은 하늘에 소년은 무심코 시선을 빼앗겼다. 넋을 잃고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덜컹─

    갑자기 들려온 커다란 소리에 소년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황급히 창틀을 닦는 척하는 소년을 무시한 채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주저 없이 곧장 걸어와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허름한 바랑을 풀어 거꾸로 흔들었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던 소년은 안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온 물건을 신기한 얼굴로 이리저리 훔쳐보며 물었다.

    “스승님, 이건 다 어디에 쓰는 건가요?”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처음 보는 풀뿌리에 이상한 채소와 기절한 듯 보이는 알 수 없는 작은 동물 등등을 보며 불안한 얼굴로 하고 있는 소년에게 남자는 흘긋 시선을 주더니 대답했다.

    “저녁이다.”

    “예?”

    소년이 놀란 얼굴로 묻자 남자는 곧바로 깊이 눌러 쓰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밤과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허리를 지나 길게 출렁거리며 쏟아진다. 그와 대조적으로 마치 시체를 연상시킬 정도로 창백한 피부는 언뜻 푸른빛이 감돌았다. 가늘고 긴 눈매는 서늘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근접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을 전신으로 뿜어내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감탄할 정도의 미형이었다.

    성격만 좋았더라면.

    내심 그런 생각을 하는 소년의 앞에서 그는 자신의 실험도구를 몇 개 가져오는가 싶더니 재료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 회색과 보리색이 뒤섞인 듯한 묘한 색의 칙칙한 배합물에 남자가 마지막으로 하얀 가루를 뿌리자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겁을 하고 의자 뒤로 숨은 소년에게, 남자는 음침한 얼굴로 웃더니 그것을 컵에 따라 들여다보았다. 조마조마해 하던 소년은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시선이 마주치자 기겁을 했다.

    “저, 저는 빵을 구우러!”

    재빨리 달아나려 했지만 물론 통하지 않았다. 잽싸게 소년의 뒷덜미를 붙잡은 남자가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먹어.”

    “시, 싫어요!”

    “닥치고 먹으라니까.”

    “싫어요, 스승님이 드세요! 왜 제가 먹어야 돼요!”

    “이 식충이 녀석. 널 살려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게 누구냐! 닥치고 먹지 못해!”

    “싫어요, 싫어요!”

    “입 벌려!”

    소년은 힘껏 버텼으나 볼을 꽉 눌러 억지로 입을 벌린 남자가 마구 액체를 들이붓는 바람에 그것을 마셔버리고 말았다.

    “어떠냐.”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던 남자가 물었다. 목을 꽉 붙잡은 채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 소년의 얼굴에,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스, 스승님, 스승님! 숨이, 숨이!”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며 바들바들 떠는가 싶더니 목을 잡고 소리치며 헐떡거리는 ㅅ년의 모습에, 남자는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작은 책을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역시. 크레도 뿌리를 넣으면 독이 되는군.”

    “스, 스승님, 스승님.”

    급기야 안색이 보라색으로 변해 ‘아아아’하고 숨이 넘어가는 소년을 보고, 남자는 꼼꼼히 결과를 적은 뒤에야 비로소 또 다른 약재를 섞어 내밀었다. 이번엔 붉은 색과 갈색이 뒤섞인 액체를 받아든 소년은 주저하지 않고 약을 마셨다. 다음 순간.

    “스으으으으…”

    컥, 하고 그대로 고꾸라진 소년은 곧 잠잠해졌다. 그 모습을 본 위대한 흑마법사는 심각한 얼굴로 다시 메모를 했다.

    “아누크 잎은 해독이 안 되는군.”

    * * *

    오븐에서 막 부풀어 오르는 빵처럼 땡땡 부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씨근거리는 소년을 보면서도 남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살았으니 됐잖아. 어차피 넌 안 죽으니까.”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로 실험재료들을 섞고 있는 남자를 보고 소년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래도 하루에 몇 번씩 죽었다 살아나는데!”

    “살려줬으니 목숨 값을 해.”

    남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 거만하게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무덤에서 울고 있는 걸 꺼내줬더니 반항이냐. 이 건방진 녀석, 다시 흙으로 돌려보내줄까?”

    그 말에 흠칫 놀란 소년은 슬쩍 남자의 실험물을 보더니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아픈데.”

    “닥쳐, 둘 중 하나 택해라. 먹을래 죽을래.”

    불쑥 내놓은 컵과 내용물에 소년은 하얗게 질렸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액체가 심상치 않았다.

    “시, 싫어요!”

    “이 자식이!”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반항하는 소년을 꽉 잡아 누른 남자는 자신이 만들었던 투명한 액체를 소년의 입에 들이부은 뒤에야 비로소 그를 놓아주었다. ‘어어엉’ 울음을 터뜨리려던 소년은 남자의 무서운 시선에 울지도 못한 채 훌쩍이며 눈치를 봤다.

    “예! 괜찮은 거 같아요. 휴, 다행이다.”

    이마의 땀을 싹 닦으며 해맑게 웃는 소년을 보며 남자는 일그러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젠장, 실패군.”

    그 말에 소년은 하얗게 질려 소리쳤다.

    “도대체 뭘 만드시는 거예요─!”

    제국의 속국이었던 쿠엔 왕국이 반란을 일으키고 그 덕에 왕국이 몰락해버린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제국의 황제 라 카이르가 그의 연인이자 태양이라 칭하던 자신의 전부를 스스로 죽인 지도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날 밤길을 가던 흑마법사가 단순한 변덕인지 아니면 어떤 이유에선지 죽어 흙으로 돌아가 버린 그의 육신을 되살린 것이 얼마 전의 일이다. 그 뒤 제국의 소식은 물론 세상의 어떤 소식도 소년은 알지 못했다. 그들이 그를 잊었듯이, 그 또한 모두를 잊은 것이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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