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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k] 내려가다 2권 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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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k]내려가다

    두 번째 이야기

    기훈의 책상 위에는 공짜로 얻은 빵이 있었다.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공짜를 즐기는 것도 적정선이 있었다.

    "어머~ 기훈 씨, 빵 가게 차렸어요?"

    사무실로 들어온 여직원이 놀라서 물었다. 그녀는 산처럼 쌓인 빵을 손으로 뒤적였다.

    "먹고 싶은 만큼 가져다 드세요."

    "그래도 되나…… 아니, 됐어요."

    반색하던 여직원은 거절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거 또 부사장님이 주신 거죠?"

    기훈이 쓴웃음만 짓자 근처에 있던 안 과장이 답했다.

    "맞아. 그러니까 안 먹는 게 좋을 거야."

    여직원은 더 크게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럼 그렇지. 요 며칠간 기훈에게 쏟아진 음식은 빵이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엔 모두 놀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나 출처를 알고 나선 반응이 바뀌었다.

    "기훈 씨, 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예요?"

    여직원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부사장이 이렇게 많은 빵을 줬다는 건 뜻이 하나뿐이었다. 어디 배 터질 때까지 먹어봐라.

    "별로 잘못한 건 없는 건 같은데……."

    기훈이 중얼거리자 여직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점점 양이 많아지는데도요? 부사장님이 뭐라고 하면서 빵을 주셨는데요?"

    "그냥…… 다 먹는 걸 기대한다고."

    것 봐, 저주잖아! 저 빵을 다 먹는 건 죽으라는 소리였다. 직원들 모두 그럼 그렇지 하며 기훈을 안타깝게 봤다.

    "분명히 표정은 '어디 네가 다 먹나 안 먹나 지켜보겠다.' 였겠지?"

    안 과장의 질문에 기훈은 부정하지 못했다. 정말로 태석의 눈빛이 그랬다. 그것 때문에 빵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많은 빵을 줬다면 부담스럽다며 거절했을 거다. 이런 큰 호의를 받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러나 태석은 전혀 호의로 느껴지지 않아 거절할 타이밍을 매번 놓쳤다. 자신이 받아선 안 될 호의와 친절은 칼같이 거절하던 습관이 태석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저주처럼 느껴지는 공격적인 태도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의 빵도, 어제의 초밥도, 그제의 샌드위치도 받고 나서야 어라,하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부담되는 선물이나 전혀 호의로 느껴지지 않는 물건은 기훈에게 딜레마였다.

    "저거 맛있는 건데. 기훈 씨 혼자 다 먹으려면 한 달 넘게 걸리겠어요.

    여직원은 입맛을 다시며 슬쩍 앞으로 나섰다.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인사과 박 과장님이 샌드위치 얻어갔다가 부사장님한테 들켜서 어떻게 됐는지 몰라?"

    남의 간식을 빼앗아 먹을 정도로 한가하냐며 삼일 연속 야근하느라 집에 못 가고 있었다. 안 과장의 경고에 여직원은 굳은 표정으로 물러섰다.

    "비서실에서 찍힌 건 서기훈 씨 하나로 충분하죠."

    찍힌 사람의 표정은 더 씁쓸해졌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런 것들을 주는 걸까? 같은 비서실 직원들의 생각처럼 그가 태석에게 찍힌 탓일까? 이건 신종 괴롭힘이고? 하지만 그러기엔 걸리는 말이 있었다.

    '서기훈 씨 나대는 거 좋습니다.'

    호텔에서 그가 한 말은 비꼬는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바로 알아차렸을 거다. 평소 그가 비꼬는 투는 딱 드러나니까. 하지만 비꼬는 게 아니라면 더 혼란스러웠다. 정황상 당연히 비꼬는 거야 했다. 어디 마음대로 나대봐~ 하는 심보로 이렇게 산더미 같은 간식을 안겨주고 말이다. 그가 자신이 좋아서 이러지는 않을 것 아닌가?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 부사장님이 화나서 이런 건 아니실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

    "……."

    "하하, 농담이야. 놀라긴."

    김 팀장은 웃으며 기훈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잖아."

    "최악이요?"

    "부사장님이 서기훈 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러는 거."

    생각만 해도 두려운지 말하는 김 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랬다면 서기훈 씨는 이걸 진짜로 먹어야 할 거야. 정말로 죽을 지 모르지."

    근처에서 듣던 안 과장이 흠칫했다. 기훈도 빵을 내려다보며 동감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걸 보냈다면 자산의 호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는지 스토킹하면서 마지막 빵 하나까지 추적할지도.

    "부사장님 기분이 별로 안 좋으실 때 기훈 씨가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해. 박 이사님과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시잖아. 가뜩이나 주말에는 동구와도 헤어져야 하는데."

    동구와 헤어져? 기훈은 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서 김 팀장을 봤다. 그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훈 씨 오전에 없을 때 회장님 비서가 왔었어. 동구가 한동안 유치원 안 온 걸 아셨나 봐. 동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데 숨기는 거 아니냐면서……."

    "그래서 회장님이 동구를 데려가시는 겁니까? 부사장님이 허락하셨어요?"

    "주말 동안만. 부사장님도 동구 일을 숨기려면 어쩔 수 없으셨겠지. 안 그러면 회장님이 정말로 의심하실지 모르니까."

    동구는 다행히 붕대는 풀어서 겉으로는 다친 곳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직 산책은 못하는 걸로 아는데. 동구를 보살피는 펫 시터의 말로는 한 번 나갔다가 근처의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경련이라도 일으킬 듯 벌벌 떨었다고 한다.

    "부사장님 심기가 불편하실 거야. 동구 범인은 오리무중이지, 박 사이님은 반대하던 일을 추진하려고 하지, 회장님은 박 이사님 편을 들지……."

    "회장님이 박 이사님 편을 드시나요?"

    "지금 회사에 소문은 그렇게 났지. 부사장님이 회장님 만난 날 오전에 사라지셨잖아. 쇼핑몰 관련 약속도 깨버리고. 그 약속 박 이사님이 꿰찼어."

    그 소식은 기훈도 들어 알고 있었다. 박 이사가 태석이 반대하는 계획을 정면으로 맞서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파벌 싸움에 민감한 직원들은 식당에 모이면 이 이야기로 수군거렸다. 그러나 김 팀장의 말투는 의외로 가벼웠다.

    "그래도 박 이사님 쪽은 큰일이 아니니 괜찮지만, 동구 일은 문제지."

    "박 이사님 일은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응, 상대가 부사장님이잖아. 누구도 못 이겨."

    김 팀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서기훈 씨도 잘못한 게 있으면 어서 사과드리고 용서받아."

    사과. 혹시 그 일 때문인가? 기훈은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호텔에서 태석이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했었다. 정확히는 통보였다.

    '도와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요. 여기서 발 뺄 겁니까?"

    그러나 기훈은 아직 자신의 집에 그대로 있었다. 동구도 꽤 안정됐고, 자신이 그 집에서 머물 이유가 딱히 없었다. 김 팀장은 걱정하지만, 동구의 범인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태석이 곧 회사로 협박물을 보낸 사람을 찾아낼 거라고 했다.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단지, 동구가 좀 보고 싶기는 하지만.

    "서기훈 씨, 부사장님실에 들어가 봐요."

    데스크의 연락을 받은 안 과장이 기훈에게 전했다. 기훈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실히 말하자. 동구에 관한 일은 제가 꼭 필요하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먹을 건 이제 됐습니다.

    ***

    "쑥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기훈이 용기 내 진실을 말했으나 돌아온 건 어리둥절함뿐이었다. 예? 그가 되물으니 태석이 모니터에서 눈을 돌렸다.

    "고마워서 거절하는 거잖습니까. 설마 내가 주는 약간의 간식이 맛도 없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싫어서 하는 말은 아닐 테고."

    "…… 예."

    "그럼 그냥 받아요. 쥐꼬리만한 집에 빵쪼가리조차 없으면서."

    이거였다. 고마운 일이지만, 태석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져 부담감도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기현상. 기훈은 빠져나가려는 이성을 간신히 잡았다.

    "그래도 양이 너무 많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

    태석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양이 많으면 나랑 나눠 먹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엥? 기훈은 멍청한 소리를 입 밖으로 낼 뻔했다. 무슨 소리야?

    "난 적어도 서기훈 씨가 하나 정도는 같이 먹자고 가져올 줄 알았습니다."

    나 진짜 서운하다. 그가 온몸으로 말했다. 기훈은 눈을 끔벅이며 상황을 이해했다. 뭐야, 그런 거야? 같이 나눠 먹자고 준 건데 안 권하니 점점 양을 늘렸단 말이야? 이해는 됐으나 새로운 의문이 생겼다. 먹고 싶으면 날 주지 말고 자기가 처먹으면 되지 않은가?

    "서기훈 씨. 은근히 먹을 거 욕심이 있군요."

    태석은 사실을 관찰하는 과학자처럼 스마트 기기를 꺼내 뭔가를 기록했다. 기훈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를 불렀다.

    "부사장님."

    "왜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알잖아요. 내가 낯가림이 심한 거."

    기훈은 하마터면 헛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게 무슨 낯가림……응? 따지고 보니 낯가람이긴 했다. 흠칫. 태석의 말이 맞다는 사실에 기훈은 충격 받았다.

    "내일 뭐합니까?"

    "내일 쉬는 날인데요."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기훈이 멍하니 답하자 태석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뭐하냐고요. 내가 알면 안 돼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대로 근처 산이나 오를 것 같습니다."

    "아, 산. 서시훈 씨는 산을 아주 좋아했었지."

    태석의 눈이 진지해졌다.

    "현이가 그랬었죠. 서기훈 씨한테는 산의 존재가 너무 커서 다가가는데 오래 걸렸다고."

    딱히 현이 선배여서는 아니었다. 그때는 누구든 기훈에게걸 왜 묻지? 기훈이 경계하며 쳐다보자 태석이 바로 알아차리고 차갑게 되물었다.

    "왜요? 내가 쫓아가기라도 할까 봐 걱정됩니까?"

    ***

    기훈은 습관처럼 15kg짜리 가방을 꺼냈다. 고작 2시간짜리 등산에 필요 없는 가방이라 안을 열어본 건 오래다. 기훈은 아무 생각없이 가방을 어깨에 멨다가 멈칫, 현관에서 도로 내려놨다. 예전에 큰 꿈이 있을 때는 1시간짜리 트레킹이라도 꼭 메고 다녀야 할 이유가 있었으나 이젠 아니었다. 필요 없다는 걸 알아도 내려놓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냥, 지금 깨달았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진즉에 사라졌으니 새삼 서운할 건 없었다. 그러나 등산화의 끈을 당겨 단단히 묶고 문을 나서는 어깨가 유난히 허전했다.

    ***

    [게장이 아주 맛있게 됐어. 너 좋아하는 쇠고기도 넣고 같이 한거니까 와서 가져가. 오늘 올래?]

    "예, 오후에 갈게요."

    기훈이 답하자 이모가 아주 좋아하셨다.

    [그래, 알았다. 그런데 이모부 말로는 너 굉장히 바쁘다며? 이모부가 회사일로 너한테 궁금한 거 있다고 했는데. 이 양반 축구하러 나가서 언제 들어오나 모르겠네. 오기 전에 꼭 미리 전화하고 와.]

    회사일로 궁금한 거라. 기훈은 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마도 부사장과 박 이사와의 일일 거다. 하지만 자신도 딱히 해줄 말은 없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태석이 어떻게 박 이사를 제거하려는지 감도 안 잡혔다. 오히려 태석은 손을 놓은 상태였다. 그에 반해 박 이사는 전에 없는 탄력으로 쇼핑몰 인수 건을 추진했다. 쇼핑몰의 근처는 최근 정부에서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곳이라 전망이 좋았다. 회사 내부에서도 찬성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겉으로 보기엔 박 이사의 승리가 예상됐다. 그럼에도 기훈은 김 팀장의 말에 동의했다. 결국 부사장이 이길 거라고. 어쩌면 부사장은 아무도 모르게 박 이사를 이길 준비를 하는…… 우뚝. 기훈의 걸음이 멈췄다. 그만 멈춘 건 아니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은 등산로 입구를 걷던 이들 중 몇몇이 흠칫흠칫 놀라며 멈췄다. 뭐야, 저 무서운 사람은? 도태석이다. 오전부터 길가 분식점 앞에서 어묵을 먹으며 전화하는 사람. 통화 내용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

    "…… 그러니까 간신은 하루에 두 번만 주시라고요. ……고모가 육포만 주니까 그렇죠. 하긴 동구한테 관심 받을 게 간식밖에 없겠죠. 그래도 당근하고 양배추를…… 저나 토끼처럼 처먹으라고요? 제대로 못 먹고 회사에 헌신하는 조카한테 그게 할 말입니까?"

    태석이 다 먹은 어묵 꼬치를 격하게 내려놨다. 탁자 위의 꼬치는 열댓 개가 넘어 보였다. 태석은 자연스레 하나를 더 집어 입에 넣고 인상을 썼다.

    "그럼 저 자르세요. 동구하고 조금이라도 떨어지라고 나 안 자르는 거 제가 모를 줄 압니까? …… 아, 자르라고요. 잘라요, 잘라."

    목소리와 얼굴은 살벌했으나 내용은 정말로 유치했다. 기훈은 잠시 망설였다. 길이 좁아 태석 모르게 저곳을 통과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가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되돌아 갈까? 그러나 이 계획은 포기했다. 눈이 마주쳤다.

    "서기훈 씨."

    어느새 전화를 끊은 태석이 간판 뒤에 숨은 기훈을 귀신처럼 찾아냈다. 기훈은 자신도 모르게 숨었던 곳에서 나와 어색한 걸음으로 다가갔다. 대체 여기 왜 있는 건지 모를 태석이 기훈을 보며 물었다.

    "여긴 웬일입니까?"

    "……."

    "운동하러 왔어요?"

    "…… 예."

    아, 여기가 간다던 그 산이군. 태석은 어색한 추임새를 날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부사장님은 여기 웬일이십니까?"

    "나도 운동하러."

    "여기까지요? 부사장님 집하곤 꽤 먼 데요?"

    "그냥 오고 싶었습니다. 이 산을 서기훈 씨가 전세 낸 것도 아니잖습니까."

    기훈은 할 말이 없어졌다. 차마 날 따라온 건 아니냐는 의문은 뱉을 수 없었다. 본인은 이렇게 주장하니까.

    "우연히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가죠."

    태석이 앞장서서 가훈은 할 수 없이 따라갔다. 여전히 그가 자신을 일부러 기다린 것 같다는 의혹은 지울 수 없었으나 그게 대한 한 가지가 신경을 더 끌었다. 그는 이곳에 처음 오는 게 아니었다. 등산이 시작되는 입구의 표시와 함께 그들이 걷던 콘크리트 길이 끊겼다. 그다음부터는 여러 갈래로 나뉜 산길. 태석은 주저 없이 한길로 들어서며 기훈을 돌아봤다.

    "헬기장 쪽으로 갈 거죠?"

    예, 기훈이 답하자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헬기장 쪽 길은 등산객이 거의 다니지 않지만, 대신 가파른 길만 이어지는 함한 코스다. 등산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힘든 곳이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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