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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k] 마르스도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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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k]mars door

    미래의 어느 때, 세계는 ‘센터’라는 하나의 단체가 국가를 대신하고 황가라는 동양의 한 집안이 센터에 대항 할만한 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센터의 건물 지하에 숨겨진 실험실이 있는데 그곳에서 연구를 하던 쉘 박사가 죽은 친구를 위해 친구와 그녀의 남편(황가의 인물)사이에서 수정된 아이를 태어나게 합니다.

    하지만 약하게 태어난 아이를 친구의 남편은 죽이라고 지시하며 대신 자기는 여러 천재들의 유전자를 통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아이를 아들로 삼겠다고 하죠. 그것과 다른 여러가지에 회의를 느낀 박사가 그날 아이를 데리고 센터를 사라집니다.

    20년 후 황가에서 길러진 ‘율’이란 이름의 실험실 아이는 기대대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센터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섰지만 센터는 그가 황가의 인물이라 경계를 합니다. 하지만 황가 내에서도 그는 직계 혈통이 아니어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그는 어릴 적 자신의 존재를 알고 20년전 없어진 쉘박사와 살아있을지도 모를 진짜 황가의 아이를 죽이기로 결심한 채 자랍니다.

    그런 그에게 센터에서 화성 식민지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황가가 운영하는 기업중 하나인 ‘헤븐스’의 비리를 조사하고 살아있다는 소문이 있는 쉘박사를 찾으라는 지시에 그는 화성식민지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쉘박사가 20년전 실험실에 남겨두었던 힌트로 ‘마르스도어’라는 가게를 찾지만 그날 저녁 화성 ‘헤븐스’를 운영하는 황가 사촌에 의해 잡혀 이상한 약을 주사 맞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탈출을 하고, 쓰러져 있는 그를 ‘마르스도어’의 주인이자 20년 전 쉘박사와 함께 없어졌던 아이인 ‘오브앤’에 의해 발견 되 ‘마르스도어’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마르스도어의 식구들은 깨어나지 않는 그를 해독할 방법을 두고 고민을 합니다.

    이렇게.

    여전히 바닥의 낮은 침상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남자주위에 다섯 명의 사람이 말없이 쭈그리고 앉아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남자의 옆에는 주사기와 여러 개의 작은 병에 담긴 투명한 액체가 놓여있다는 점. 그리고 이상하게 모두들 액체가 담긴 병들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먼저 정적을 깬 건 키슈.

    “뭐야, 그냥 대충 주입해.”

    짜증이 담긴 말에 마마가 주사기를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그럼 니가 대충 해봐라 한번.”

    “앗! 싫어요. 그거 해독의 양이 정확하지 않으면 마약인 SIN의 독성분 때문에 완전히 골로 간다면서요. 내가 그걸 왜 해!”

    흥분하며 말을 마친 키슈가 오브앤을 보고 그러게 왜 데리고 왔냐 라며 투덜거리자 가만히 남자의 얼굴을 보고 있던 오브앤이 결심한 듯 손을 뻗어 주사기를 들었다.

    “좋아. 내가 데려왔으니 내가 책임지겠어.”

    그리고 정말 바늘을 액체에 찔러 넣고 주사기 안으로 약을 끌어 담기 시작하자 오브앤 옆에 달라붙어 앉아있던 플루가 박수를 쳤다.

    “와~ 오브 멋있다.”

    물론 다른 이들도 한마디씩 거들기는 했다.

    “약 너무 많은 거 아냐?”

    키슈가 옆에서 간섭하자 오브앤은 멈칫하며 약을 도로 병에 밀어냈다.

    “그렇다고 다시 밀어내긴 소심하게.”

    마마가 간섭하자 다시 멈칫한 오브앤이 약을 좀 끌어당겼다.

    “완전 치사량 같은데.”

    키슈의 말에 다시 올라갔던 주사기 안의 눈금이 약간 내려가자 마마가 속삭였다.

    “쪼잔하게 겨우 그걸 주사하겠다고?”

    그렇게 주사기를 가지고 쪼물딱거리며 넣다 뺐다 하기를 몇 십번. 결국 오브앤이 마마가 꺼내놨던 대공포를 집어 들며 난동을 부린 후 겨우 주사기안에 약을 제대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좋아. 이제 해독한다.”

    심호흡을 한 후 오브앤이 어렵게 주사기 안으로 넣은 약을 이스탄의 몸속에 집어넣으려고 바늘 끝을 정맥 핏줄위에 올려놓는데 누군가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닐까?”

    “키슈 너 이자…….”

    식! 이라며 불끈 화를 내려던 오브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심각한 표정으로 있는 그랜마라는 걸 알고 왠지 모를 배신감에 얼어버렸다.

    어째서 그랜마마저!

    휘몰아치는 배신이란 이름에 오브앤이 얼어 있을 때 대신 진짜 키슈가 다시 간섭해주었다.

    “내가 뭐랬어! 많아 보인다니까? 골로 갈 거야 아마.”

    그랜마의 후원을 등에 업은 키슈가 음침한 예언을 하자 마마가 오브앤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사나이답게 그냥 다 밀어 넣어.”

    “마마는 좀 빠져요! 그랜마도 양이 많아 보인다잖아요!”

    “흥, 어차피 그냥 놔둬도 뒈질 놈인데 차라리 마약으로 뿅 가서 죽는 게 더 낫지 뭘 그래?”

    “쳇, 그럼 마마나 뿅 가던가요.”

    “뭐? 널 뿅 가게 해줄까 이 자식!”

    “아니, 지금 나랑 해보자는…….”

    “모두 솻 다운! 내가 결정할 거야! 이 건 반만 넣을 거니까. 알았어?”

    다시 한번 대공포가 들이밀어지는 상황에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오브앤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씩씩거리던 마마와 키슈가 겨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각자 그랜마와 플루의 다독임을 받으며 서로를 노려보는 와중 오브앤은 드디어 바늘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또 한번의 방해만 없었다면.

    “근데 솻 다운이 뭐야?”

    순진한 플루의 질문에 다시 타이밍을 놓친 오브앤은 한숨을 쉬며 또랑또랑한 눈으로 옆에 달라붙은 그에게 설명했다.

    “조용히 하란 굉장히 예절바른 말이야. 솻 다운. 지구생활영어지.”

    그리고 막 살갗에 바늘을 꽂으려는데 마마와 눈싸움을 하던 키슈가 눈을 찌푸렸다.

    “그건 솻 온이지. 바보야. 넌 학교에서 지구영어 배울 때도 맨날 졸더니.”

    검지손가락을 흔들며 키슈가 작게 바보, 바보를 외치는데 바로 건너편에서 가소롭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저런 무씩한 놈과 방금 전까지 싸웠다니 정말 화장 안 한 맨 얼굴로 데이트하러가는 것만큼 창피하군. 잘 들어라 바보들. 솻 온이 아니라 ‘조용히 하라’의 지구영어는 슛 업이다.”

    자신 만만하게 내뱉은 마마의 의견에 묘하게 웃고 있는 그랜마를 제외하고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먼저 질문을 던졌던 플루가 밝은 목소리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럼, 그럼. 혹시 솻 업이 아닐까?”

    모두의 시선이 눈을 빛내고 있는 플루에게 향했고 잠시 후 세 사람의 우렁찬 웃음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푸하하하~ 솻 업이래!”

    “으하하~ 어디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조합을. 솻 업, 솻 업 하하하~”

    “플루 너 때문에 미치겠다. 하하 솻 업!”

    웬일인지 굳어버린 그랜마를 제외하고 모두들 즐겁게 웃는 와중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랗게 숨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헉!!”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들려온 오브앤의 놀람에 모두들 ‘왜?’라는 표정으로 사색이 되어버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굳어버린 그의 얼굴에서 천천히 시선을 내려가자 그 곳에서 원인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바로 웃다가 주사의 액체를 모두 주입해버린 오브앤의 손. 그대로 한동안 냉기가 흐르는 지하에서 침묵이 흘러갔고 얼마 후 키슈가 조용히 모든 이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를 내뱉었다.

    “뒈지겠군.”

    어째 왠지 집중되는 시선의 강도가 평소와 다르다. 오브앤은 희미하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옆의 율은 말 그대로 ‘평소’였기 때문에, 뭐라 판단할 기준조차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만한 상황도 아니니 할 수 있는 일은 평소처럼 무시하는 것뿐이다. 오브앤은 접수처의 담당자에게 다가가 신분증을 내보이고, 무기를 맡겼다.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던 듯 두 사람이 무기를 맡기자, 담당자는 별 말 없이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안쪽에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변함없었다. 키슈의 방으로 향하는 그 짧은 거리 동안 스쳐지나간 헌터들도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시선을 향해오고 있었다. 주로 율에게.

    이 새끼, 내가 없는 동안 길드에서 뭔가 저질렀다. 키슈와의 용건이 끝나는 즉시, 추궁을 하던가, 아니면 키슈라도 들볶아서 알아내겠다고 생각하며, 오브앤은 눈앞에 있는 방문을 밀었다.

    키슈는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들이 들어왔을 때, 단 한 번 시선을 향해서 확인한 것이 전부. 원체 많이 당한 일이라 이젠 별로 할 말도 없는 율과 오브앤이 각자의 자리에 앉자 그제야 키슈는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푹 쉬었나?”

    “…뭐, 그럭저럭.”

    오브앤은 아주 잠시, 옆의 율을 흘겨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말 그대로 찰나였기에, 키슈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오브앤이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율은 보일 듯 말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 역시,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지만.

    “그럼 이거 읽게. 두 사람 다.”

    키슈는 오브앤과 율에게 서류를 건네었다. 간단한 개요만을 확인한 율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옆의 오브앤을 흘낏 바라보았다. 율과 마찬가지로 대충 요점만 파악한 오브앤은 담담한 얼굴로 서류를 무릎 위에 내려놓고 키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이번에 떠넘겨진 일의 내용에 대해선 그 어떤 불만도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보지 않는 오브앤의 옆얼굴을 바라보던 율은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키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왜 하필 저희입니까?”

    “뭔가 문제라도?”

    “별로. 다만 납득이 안 갈 뿐입니다.”

    은근슬쩍 과보호인 키슈다. 오브앤에게 이런 일을 맡길 리 없었다. 보통이라면. 아니. 그 이전에, 그 누가 맡아도 좋을 일이다. 굳이 율과 오브앤을 지목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율의 얼굴에, 키슈는 잠시 오브앤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율의 말에 동의도, 반대도 표하지 않고 있던 오브앤은 살짝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키슈는 율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오브앤의 요청이었네.”

    율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오브앤은 여전히 율을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그 옆얼굴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율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키슈의 책상에 되돌려 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오브앤의 팔을 붙잡아 자리에서 일으켰다.

    “잠시 둘이서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그건 상관없네만.”

    “알고 있습니다. 일의 내용에 대해선 발설 안 해요.”

    율은 오브앤을 붙잡고 방밖으로 나왔다. 그의 험악한 기세에 키슈와 만나기 위해 대기 중에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살기어린 눈으로 그 시선을 하나하나 받아쳐내, 자신들에게서 눈을 돌리게 만든 율은 여전히 무표정한 오브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부탁했어?”

    “어떤 대답을 원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대답.”

    오브앤은 낮은 한숨을 흘렸다. 체념과도 닮은, 지친 사람과도 닮은, 그런 표정이 아주 잠시 오브앤의 얼굴에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율은 그 틈새로 드러난, 무표정의 가면 밑에 숨겨져 있는 오브앤의 결의를 눈치 채었다.

    “이 일이 마음에 안 들어?”

    “말 돌리지 마. 오브앤 그레이브. 나라면 모를까, 네가 이 일을 요청했다는 건 말이 안 돼.”

    “어째서?”

    율은 오브앤에게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오브앤의 턱을 잡아 치켜들어 얼굴을 가까이 한 뒤,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젯밤의 일을 내가 언급해야 하나? 아직 잊지도 못한 주제에 무슨 객기냐?”

    어젯밤의 일을 떠올린 오브앤은 짜증스레 미간을 찌푸렸다. 회복이 빠른 몸이라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한 3일은 누워있게 될 뻔 했었다. 실제로 오늘은 오후 늦게야 일어났고.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치밀어 오른 의혹에 오브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무지막지 의심스러운데, 설마 날 걱정하는 거?”

    “한참 임무 수행하는 와중에 네게 뭔가 일이 발생하면 그건 그대로 나의 마이너스로 이어지니까. 말했을 텐데,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했어. 그래서 이 일을 부탁했어. 그럼 안 돼?”

    “어째서 이 일이 날 위한 것인지, 말해. 나를 납득시켜.”

    “첫째. 지금 우리 랭크로 할 수 있는 일 중에선 가장 보수가 좋으니까. 둘째, 랭크 업에 도움이 되니까. 셋째, 내가 ‘그걸’ 극복할 수 있으니까.”

    “할 수 있어? 어제 그런 반응을 보여 놓고?”

    “이건 사막에서 돌아올 때……. 아니, 사막으로 나가기 전부터 결의하고 있었던 거였지만, 어제 그건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필요하면, 네가 그걸 원한다면. 그것도 극복해낼 수 있어.”

    어제 자신이 돕기는 했지만, 오브앤이 어떻게든 버텨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율으로선 그의 확답을 부정할 근거가 없었다. 오브앤은 빈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율은 입술을 비틀며, 잡고 있던 오브앤의 턱을 내던지듯 놓아주었다.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오브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그것도 극복해내 봐. 할 때마다 그런 반응을 보이면 재미없으니까.”

    “일은?”

    “지금은 네 장단에 놀아주지.”

    율은 싸늘하게 내뱉은 뒤, 돌아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반보 정도 뒤떨어져서 오브앤도 따라 들어왔다. 키슈는 서류를 보고 있던 눈을 들어 자신들을 바라보자 율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민간 생명공학연구소의 불법 생체 실험에 대한 증거 입수, 그리고 연구소의 괴멸. 그것이 오브앤과 율이 이번에 맡게 된 임무의 내용이었다. 율과 오브앤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험하거나 부담이 큰 임무는 아니었다. 법적인 대응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상대방도 훌륭한 범법자니까.

    그동안 여러 의미로 손해 볼 것이 없는 이 임무를 그들이 맡지 않아왔던 이유는 오직 하나. 오브앤의 과거였다.

    보기 드문 실험 개체로서 1년 가까이 불법적인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어 있었던 오브앤였다.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관련이 되는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자기가 좋다면 다른 사람은 눈곱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율도 그런 관련으로는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으니 오브앤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일을 강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키슈는 그런 쪽으로 일을 강요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도 않았고.

    세 사람의 침묵의 공조. 오브앤은 이번에 그것을 깨뜨렸다.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지만 율은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기분이 조금 더러워진다는 것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오브앤이 동의한 이상, 율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율은 집의 거실에 연구소의 도면들을 어지럽게 흩어놓았다. 헌터 길드의 정보망을 총 동원해 긁어모은 것들이니 정확도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빈틈없이, 철저히 필요한 도면들만이 모여져 있어서 추가조사의 필요가 없어진 율은 연구소의 축소 모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율과 달리 구조 공학 같은 것에는 눈곱만큼도 소질이 없는 오브앤였지만, 나름 손재주를 발휘해서 조력해 주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투자해 모형을 만들어 낸 율은 컴퓨터 앞에 앉아 본격적인 파괴 공작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브앤과 율은 공격 능력이라면 헌터 길드 안에서도 손꼽히는 톱클래스다. 연구소 하나 붕괴시키는 일이 어려울 리는 없지만, 그것은 시간적인 제약이 없을 때다. 연구소 하나 때려 부수는 일에 몇 시간이나 투자하고 있다간 가디언에게 체포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꼴이 되어버린다.

    들어서 있는 연구소는 민간 업체고, 해대는 짓거리가 짓거리인 만큼 목소리 높여 피해에 대한 손해보상 따위를 요구할 수 없겠지만, 그 건물 자체는 국가 소유로 등록되어 있었다. 연구소와 달리 국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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