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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그림]전학생[절교외전]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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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갸우뚱하고 내려가는 아줌마의 뒤통수를 밀어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은 지만은, 2층 구석에 위치한 자신의 황량한 방에서 분노와 서러움의 일갈을 외쳤다.

    "영감탱!! 선생들!! 반드시 복수하겠어!! 우어어어어!!!"

    딸칵. 콰르르르-.

    '씨발.'

    지만은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저녁때 그 심술 아줌마가 차려 준 괴상한 향과 모양의 수상한 국을 그나마 맛은 괜찮아서 꾸역꾸역 다 먹을 무렵, 그 안에서는... 윽.

    '다리였어! 그건 분명히 곤충의 다리였어! 아니면 더듬이야!! 이 집 해장국을 먹는 사람들은 본체를 먹는 게 틀림없어!!'

    너무 놀란 나머지 지만은 말도 못하고 손짓으로 아줌마를 불러 보여 줬더니 그녀가 씨익 웃으며 했던 말은 더 가관이었다.

    "원래 학상 나이 때는 많이 묵어야 좋은 것이구만. 사양말고 많~이 묵어라."

    낮부터 시달린데다가 저녁까지 그딴 걸 먹으니, 지만의 속이 난리도 아니었다.

    '객지가면 고생밭이라더니, 씨발! 청운이고 뭐고, 내가 그 학교 먹기 전에 저 마구할망구한테 잡아먹히고 말거야. 이러니까 하숙집이 근처에 하나인데도 방이 남아돌지!!'

    기실, 이 하숙집의 하숙생은 온리 그밖에 없었다.

    아무튼 기진맥진해서 방으로 돌아오는데, 복도 쪽 창으로 앞집 마당이 보였다. 낮의 입 박치기 사건이 떠올라서 또 한번 홀로 버닝! 진짜 첫 발부터 엉망진창 난리 브루스다. 정작 내일 화려한 신고식을 해 올리기도 전에 기운이 쪽쪽 빠져 버렸으니.

    이걸 노리고 여기 처박은 거면, 영감 정말 짱이유.

    '하지만 사나이 강딴이 있지. 이 허지만이 고작 이따위 시련에 굴할 줄 알아!'

    "그 집엔 악마가 살어."

    "히익!!!!!"

    "키키키. 뭘 그리 놀라남? 고추 떨어지겄네."

    한참 어두운 창 밖을 바라보며 홀로 분노를 불태우는데, 그의 뒤에서 울리는 쇳소리. 지만은 정말 놀라버렸다.

    깜깜한 가운데 달빛을 받아 푸르고 창백하게 덩그러니 떠있는 아줌마의 웃는 얼굴은, 납량특선 공포특급 그 자체였다. 게다가 저 웃음소리!! 후다닥 물러선 지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 모습에, 소름이 쫙 돋으며 등골이 오싹했다.

    "잊지 말어. 그 집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아. 암, 고럼. 그놈은 악마니께."

    웃음기마저 거둔 채, 그녀는 지만을 잡아먹을 것처럼 바라보다 건너편 집으로 눈을 돌렸다. 그 눈이 너무나도 살벌해서, 쌈꾼인 지만조차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마녀는 잠시 더 창 밖을 노려보다가, 뒤돌아 뒤뚱뒤뚱 걸어가기 시작했다.

    "화장지 아껴 써라. 한 번에 4칸 이상은 쓰지 말어."

    음산한 경고를 남기며.

    지만은 또 헤매고 있었다.

    어제의 할인점을 기점으로, 또다시 방향이 얽히기 시작한 것이다.

    개미소굴처럼 다닥다닥 붙은 데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는 동네구조는 실로 미로라 불릴만 했다. 참다못해 또다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봐도, 상황은 어제와 같았다. 동네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지만은, 사방을 휘휘 돌아보며 청운 고교의 교복을 찾았다.

    출근 시간의 많은 사람들 틈에서 이상하게도 고교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한 지만이 마침내 어제와 같은 짜증을 낼 무렵... 있었다. 꾸리꾸리한 청색 셔츠와 흰색 베스트, 거기에 곤색 바지. 틀림없는 청운 고교의 교복이다.

    지만도 지금 입고 있긴 하지만, 처음 이 교복을 보고 얼마나 치를 떨었던가! 착용자의 스마트함을 최소 반 이상 깎아 내리는 이 교복은 패셔너블한 지만의 감성에 좌절감을 안겨줬다. 그래서 그는 교복바지 폭부터 줄였다.

    아침에 처음 입어본 이 쫄쫄이 교복은, 새 옷이라 그런지 좀더 낑겼지만 다리를 꿰는데는 무난했다. 거기에 나름대로 애지중지하는 뾰족 가죽구두를 정성 들어 닦아 신고 하숙집 통들어 하나밖에 없는 대형거울 앞에 서니, 자신이 보기에는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 자신이 보기에는.

    '웃! 빛난다! 역시 원판 불변의 법칙!'

    스스로 흡족해하며 므흣하게 미소짓고 있을 때,

    "하이고, 눈꼴 시려라~. 꼴이 그게 뭐여? 미친 거 아녀? 살다살다 별 꼬라지를 다 봤지만서도, 학상 같은 꼴은 처음 보는구먼. 양아치 중에서도 쌩 양아치여. 시방, 참말로 고러고 나갈 건감? 부끄럽지도 않은겨? 하유~, 머리 꼬라지 좀 보소. 쯧쯧."

    "뽀그리 파마에 때꾹물 묻은 월남치마 아줌마한텐,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라고 그는 외치고 싶었지만, 이번엔 예의 곤충을 전체적으로 우려 낸 먹거리라도 먹게 될까봐, 참았다.

    '씨발! 두고봐! 이런 곳에 날 처박다니!! 영감탱, 선생들!! 기필고 복수한다!!'

    다시 굳은 다짐을 끝으로 불쾌한 기억을 접으며, 앞에 가던 청운고교 학생을 위엄스레 불렀다.

    "어이! 교복! 너, 이리 좀 와봐라."

    "저요?"

    대답하며 슥 돌아보는 이는 어디서 많이 본 면상이었다.

    "어라?"

    "아!"

    어제 본 왕따, 옆집 사는 장녹수였다.

    "......고등...학생이었나?"

    "네. 2학년입니다."

    "......혹시, 몇 년 꿇었다거나?"

    "아니오. '열 여덟' 맞는데요."

    '거짓부렁!!!'

    싱글거리며 답하는 장녹수는 교복만 입었지, 어디로 봐도 고등학생은 아니었다. 그 보통 있지 않은가, 고교생 특유의 '싱싱하고 청초한 오오라'라는 것이!

    그를 포함해 그의 주변에도 험상궂게 생긴 덩치들이야 많았지만, 그래도 척 보면 겉늙은 고딩이구나 싶은 정도였다.

    그런데 장녹수는 키만 좀 크다 뿐이지 별 특별한 점은 없는데도 성인처럼 보였다. 덧붙여 교복 입은 모습은, 마치 안 어울리는 옷 억지로 걸친 대학생 같았다.

    한참동안 녹수의 외양에 대해 요리조리 고찰하던 지만은 그가 삭은(?) 것이 어제 봤던 그 상처의 원인ㅡ즉 왕따에 기인한다고 결론 지으며 그를 불쌍하게 쳐다봤다.

    '대체 얼마나 고생이 심했으면, 쯧쯧.'

    길 찾기로 벌써 두 번이나 도움을 받는데 마침 같은 학교라니, 저 정도 트러블이야 자신이 가볍게 해결해 줄 수도 있다. 후훗, 역시 나이스 가이.

    지만은 녹수의 어깨를 콱 거머쥐었다.

    "걱정마라! 이제부터는 이 허지만 형님이 널 지켜주마!"

    "...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 하지만 이제 이 형님이 청운에 온 이상, 너도 고생 끝이다."

    "저... 뭔가, 오해를...?"

    "아니! 말 안 해도 다 안다! 불안해서 주위 어디에도 하소연 못하는 그 고통, 내 다 안다. 걱정 마라. 이 형님, 능력 있다!"

    ...거듭 말하지만, 그는 인천바닥에서 알아주는 꼴통이었다.

    대망의 청운 고교 앞.

    학교는 생각보다도 큰 규모였다. 건물은 두 동으로 나누어져 가운데엔 꽤 넓은 운동장이 있었다. 정문은 학교 전체 크기에 비해 무척 작고 담도 높아서, 일견하기에는 교도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언뜻 엄격해 보이는 외관이었지만 지만이 길을 헤맨 시간을 생각하며 꽤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아무 제재 없이 태평스레 교문을 드나들고 있었다. 그 흔한 선도부라던가 학생주임의 복장단속 광경 따위는 눈에 띄지 않았다. 설마 소문이 사실이란 말인가. 지만의 가슴이 뛰었다.

    "여기, 지각이라던가 복장 같은 거 잡는 사람 없냐?"

    "그냥 다른 학교보다 등교시간이 한 시간 늦는 것뿐이에요. 시간 지나면 교문 걸어 잠급니다."

    그럼 그렇지.

    "그ㆍ대ㆍ신."

    장녹수는 빙긋거리며 학교 뒤쪽을 가리켰다.

    "디딤돌까지 구비된 낮은 담장이 비공식 루트로서 정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는 순찰 같은 것 안 돌거든요. 신입생 환영회 때 다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구요. 아참, 대신 출석 체크는 칼같이 하니까 자의조퇴 시에는 과목단위 잘 계사해서 하세요."

    갑자기 불쑥 지만에게 바짝 다가서서 킁킁댔다.

    "모... 목욕했는데..."

    당황한 지만이 얼빠진 대답을 하자, 그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담배 피우시나 해서요. 실내 흡연은 금지거든요. 냄새 배고 지저분해 진다고 관리가 어렵다나. 그래서 담배는 쓰레기 소각장 옆이나 옥상에서만 가능해요."

    '거짓말! 그런 뻥이 어딨어!'라고 지만이 외치려는 순간, 뒤이은 말에 먹혔다.

    "거짓말이 아니라, 학교 관리 아저씨가 건의한 것이 받아들여진 거래요. 남학교에 어쩐지 거친 학생들이 많아서 꽁초는 산처럼 쏟아지는데, 그게 여기저기 사방팔방으로 퍼지니까 아저씨 혼자 청소하시기 여간 힘드신 게 아니었나봐요. 참다못해 학교측에 고육지책으로 건의하고, 안되면 그만두겠다고 못박으셨답니다. 우리 학교는 어째 일하는 분들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할 수 없이 들어 준 거구요.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못하고, 학생회 통해 홍보문 돌렸어요."

    ㅡ오오!

    독심술이라도 한 듯 좔좔 읊는 그 말에, 지만은 손을 탁 치며 이해했다.

    ...여전히 안 믿기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학교 자체가 문제아들 집합소라는 특수환경이니까. ...어라?

    "그런데, 그런걸 지키냐? 귀찮게끔."

    녹수는 훗- 하고 웃으며 두 번째 손가락을 들었다.

    "물론, 벌칙이 있습니다. 꽤, 아니, 아주 효과적인... 이 학교 유일무이한 벌칙."

    그리고는 운동장을 가리켰다.

    "<완전군장 뺑뺑이>"

    "완전군장 뺑뺑이?"

    "네, 완전군장 뺑뺑이. 통칭 연병장으로 불리는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아주 치사하고도 모욕적인 체벌입니다."

    지만은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벌이면 이곳의 야수들을 잠재울 수 있는 걸까. 그는 하키스틱에 맞아 엉덩이가 터진 적도 있지만, 그딴 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아마 이 곳에 있는 대다수의 놈들도 그럴 터.

    "흐음. 그게 뭔데?"

    그가 관심을 보이자, 자신만만한 자세로 장녹수가 답했다.

    "책 꽉꽉 채워 책가방 매고, 양손에는 주전자, 앞에는 공익광고 문구가 달린 플래카드, 허리에는 깡통 꼬리를 단 채 운동장 10바퀴. 참고로 광고문구는, '낮에는 불조심 밤에는 쉬ㆍ아ㆍ조ㆍ심♡'."

    뭐....., 뭐야 그게!!!

    "뭐냐, 그게!! 유치하게!! 고작 그거야?!!"

    "어라, 우습게 보지 마세요. 그래뵈도 본보기로 적발한 10여명이 당한 것을 본 이후로는, 그 누구도 어긴 적이 없다는 전설의 형벌이니까. 간혹 신입생이 겁없이 도전했다 걸린 걸 제외한다면 말이죠."

    ......엄청 쪽팔릴 것 같긴 하다.

    "아참, 특히 조심하셔야 할 곳은 매점과 화장실입니다. 거기게 제일 빈도수가 높은 위험지대거든요."

    "흐음."

    지만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장녹수의 정보를 위장한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청운고교 교무실 앞으로 당도했다.

    "그럼 지만 형, 도움 필요하시면 저 찾으세요. 2학년 1반입니다."

    "어, 어. 그래."

    종종걸음으로 명랑하게 사라지는 녹수의 뒷모습을 보며, 지만은 흐트러진 머릿속을 정리했다.

    귀가 다 쟁쟁하네. 사내자식이 수다라니.

    피식. ...형이라. 생긴 것 답지 않게 애교스럽다. 형이라...

    '형이라니! 하핫!! 지만 형, 지만 형이라고?! 하하하핫!!'

    외아들에 늦둥이인 허지만은, 형이란 단어에 약했다.

    "야, 저 녀석 못 보던 놈인데."

    "장녹수란 걷고 있었어."

    "헉! 그럼...!"

    문득 잡소리가 귀를 가렵혔다.

    지만은 안광을 번뜩이며 뒤돌아, 잡소리의 주범을 찾아 노려봤다. 눈이 마주친 덩치 두 명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고 서둘러 사라졌다. 자신의 짐작이 맞는 것 같다.

    '도대체 그 녀석은 왜 왕따를 당하는 것일까. 짧은 시간 겪었지만, 시끄러운 것 빼면 성격도 밝은 것 같은데.'

    지만은 혀를 차고, 의기양양하게 교무실의 문을 열어 제쳤다.

    "우헥!!!"

    들어선 문 바로 앞에는 퀭한 눈의 비쩍 마른 교사 한 명이 지키고 앉아 있었다. 어쩐지 어두침침한 오라를 발산하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던 그 교사는 허겁한 표정의 지만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허지만?"

    "네? 네."

    "따라와라."

    일언반구도 없이, 그대로 지만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담임인 듯한 그는 2층의 한 교실 앞에 서더니 더더욱 음침한 오라를 뿜었다.

    멈춰 선 곳은 2학년 1반, 장녹수의 반이었다. 지만은 어쩐지 낯뜨겁기도 하면서, 또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한 가지..."

    교실 문을 열기 직전, 창백한 안색의 담임이 입을 열었다.

    "이대한, 유병우, 한상식, 그리고... 아니다. 특히 이대한을 조심해라."

    "...네? 누구요?"

    갑작스런 말에 당황하며 반문하자, 담임은 다시 웅얼웅얼 세 명의 이름을 알려주고 문을 열었다.

    늦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반의 대다수는 잠들어 있었다. 전체 인원은 대충봐도 50명은 넘지 않았고, 빈자리도 많았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장녹수로, 방금 헤어져서인지 팔팔하게 앉아서 뭔가 열심히 노트에 적고 있었다. 어쩌면 범생이라 따를 당한 것인지도...

    끼이익- 열린 희미한 문소리에 고개를 든 그는 지만을 발견하더니 반갑게 웃었다. 그리고 서둘러 옆자리에서 자고 있던 짝을 깨웠다.

    눈을 부비대고 일어나 안경을 걸친 옆자리 학생은 지만과 담임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일어섰다.

    "차렷-!!"

    기상나팔 소리처럼 우렁차게 구호가 터졌다. 그러자 반 여기저기 쓰러져 자고 있던 시커먼 덩치들이 좀비처럼 꾸물꾸물 일어나기 시작했다. 반장임에 틀림없는 그 학생은,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잡을 때까지 2~3분 여를 기다렸다가 다시 구호를 외쳤다.

    "경례!!"

    "안녕하십니까!"

    마치 잘 훈련된 군대 함성소리 같았다. 박력과 기합이 팍팍 들어가서 단음절로 딱 완결되는 완전무결한 인사였다.

    그들은 잠이 완전히 깼는지, 뉴페이스인 지만을 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그 분위기란 것이, '새 친구야 어서 와' 따위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적수의 등장에 하나같이 긴장하며 전투력을 측정하는, 바로 싸우기 직전의 탐색전 같다랄까. 과연 비공식 배틀스쿨이란 말도 허튼 소리만은 아니었나 보다.

    처음 낯선 환경에 내심 쫄았던 지만은, 익숙한 공기를 접하자 다시 투기(鬪技)가 들끓었다.

    "전학생이다. 허지만, 19세. 1년 꿇었고 인천에서 왔다. 이상. 오늘도 사고 치지들 말아라."

    실로 간단한 조례를 남기며 담임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교탁 옆에 세워둔 지만은 그냥 내버려둔 채.

    홀로 남은 그는 참으로 민망했다. 어쨌든,

    "허지만이다. 오늘 부로 청운은 내가 접수한다! 붙고 싶은 놈 있으면 다 나와!!"

    밤새 준비한 소개 멘트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거하게 외치고 히죽 웃는 지만을 향해, 살의에 찬 시선이 집중됐다. 숨막힐 정도의 침묵과 함께 증폭되는 투기들.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어 마침내 절정에 달아, 허지만 대 청운고교 2학년 1반의 대치는 일촉즉발!!

    "와아! 지만 형! 이리와 앉으세요. 우와 반가워라. 에헤헤."

    ㅡ휘청.

    경악을 담아 일제히 장녹수를 바라봤다. 교실을 가로지른 이 눈치 없는 한 마디에, 실내는 종전과 다른 의미의 침묵이 흘렀다.

    "...노...녹수야... 너, 저 형 알아?"

    "응. 어제 내가 길도 가르켜 드렸거든. 해장국집 하숙생이셔."

    놀란 반장의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받아치는 장녹수를 바라보며, 지만은 그가 '따'가 된 이유를 어쩐지 알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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