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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그림]전학생[절교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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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학생(轉學生) ♤

    그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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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을 가리고 과거를 그리는 것은 미련 맞은 짓이다.

    이미 떠난 버스에 대고 안녕하는 건 더더욱 꼴불견.

    흥얼거리는 올드 팝송 따위는 그냥 입에 배인 습관일 뿐.

    손안에 쥔 시계는 그저 예쁜 추억일 뿐.

    그러니까 울지 말고, 아프지도 말고...

    행복해라, crazy.

    ------------------------------------------------------

    이상하 나라에 뚝 떨어진 엘리스 생각이 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진정 대한민국 서울 맞단 말인가.

    하늘도 땅도 다 미쳐 돌아가는 이 동네에서......

    나는 과연 제 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허지만 19세, 여름.

    초여름의 일요일 오후, '허지만'은 기분이 바닥이었다.

    이미 1년을 꿇었는데, 이번엔 학교에서 짤리기까지 했으니.

    지금 그가 땀 한 바가지를 흘리며 찾아가는 곳은, 이런 사정으로 전학하게 된 학교와 가장 가까운 하숙집이다.

    "씨발, 졸라 머네."

    ......'허지만'은 인천 바닥에서 알아주는 폭력학생ㅡ일명 양아치, 이명 깡패다. 이번에 퇴학당한 것도, 타학교 일진들과 구역을 놓고 크게 한판 붙다가 상대 쪽 한 명이 크게 다치는 바람에 그가 짱으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 이유였다.

    내심 선처를 기대했건만, 학교측에선 냉큼 기회를 잡고 그를 댕강 잘라버렸다.

    기껏 지켜줬던 동네 민방위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국토방위군이 된 기분.

    몹시 억울했지만, 황새의 뜻을 뱁새 따위가 어찌 아랴. 사나이 넓은 마음으로 용서했다.

    "나쁜 새끼들! 씨버럴 놈들! 두고 봐. 밤길이 평탄치 않을 것이다!! 으드득."

    ...어쨌든 고등학교는 마쳐야겠기에 전학 갈 학교를 찾아봤지만, 이미 인천 바닥에선 그를 받아 줄 곳이 없었다.

    결국 잉리저리 수소문 한 끝에야 겨우, 서울 강북 어딘가에 박혀 있다는 문제아들의 집합소 '청운고교'에 발 디디게 된 것이다.

    청운고교.

    그를 개 패듯이 패서 쫓아낸 그의 부친 말을 빌자면, 그곳은 '갈 데까지 간 녀석들의 집합소'라고 했다. 인천바닥도 떠들썩하게 했던 '연합'인가 하는 싱거운 이름의 강북학군 통합 본부에, 비공식 배틀스쿨이란 소문. 교사들 수준도 개판 5분전이라 웬만한 일 아니면 교내에서 담배를 피든 삥을 뜯든 내버려둔다는, 세살박이 어린애도 코웃음칠 소문들이었다.

    '그건 파라다이스잖아! 격전 속에서 꽃피는 사나이들간의 뜨거운 우정과 열정의 전장(戰場)!! 럭키!!'

    그래, 말만 들어도 그를 위해 존재하는 학교 같다.

    "좋았어. 서울 상경 기념으로, 청운부터 접수한다!"

    벗-뜨!

    접수건 제패건, 지금 당장의 지만은 굉장히 난감했다

    비하자면, 고차원적 방향 탐지 기능의 동서남북이 얽혀버린 채 자기장 한 가운데에 서서 나침반을 들고 있는 기분이랄까. ...한 마디로 말해, 길을 잃었다.

    벌써 몇 시간째 같은 곳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인지.

    불친절한 하숙집 주인 아줌마는 지만이 3시간 전 걸었던 3번째 전화를 짜증 만땅으로 받아 끊고 코드까지 뽑아버림으로써, 앞으로 그곳에서 먹고살아야 할 그의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할 수 없이 집에서 가져온 어설픈 약도를 이리저리 디밀며 물어도 봤지만, 근방 인간들이 몽땅 뻥쟁이인지 도대체 가도가도 이놈의 하숙집은 나타나질 않았다. 이러니까 서울에서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단 말이 나왔을 것이다, 나쁜 놈들.

    지만은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사나이 나이 19세ㅡ수많은 격전의 장을 치러온 그가, 고작 이따위 길 하나 못 찾아 서울 놈팽이들의 조롱을 받아야 하다니!

    게다가 초여름이라지만 제법 더운 날씨에, 모처럼 단정히 차려입은 흰 셔츠가 온통 땀으로 뒤덮이며, 그의 불쾌지수는 무한 상승곡선을 이뤘다. 덧붙여,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로 걸친 베이지 색 여름 정장 바지는 가뜩이나 짜증스러운 그의 마음에 기름 붓고 불붙이고 선풍기까지 돌렸다.

    '씨발, 아무나 잡아 족치자.'

    얼토당토않은 결심을 하고 나서야, 그는 나이키 가방과 여행용 트렁크를 털썩 내려놓고 그 위에 앉아 희생양을 기다렸다.

    이왕에 할 것ㅡ상경기념 첫 개시라 치고, 본격적으로 긴 다리 쫙 뻗어 모양새 잡은 뒤, 올백으로 넘겨 올린 머리를 다시 한 번 정성스럽게 고쳐 쓸었다. 그리고 어깨에 힘을 팍팍 준 채, 고개는 30˚각도, 포인트 눈빛을 살렸다.

    허 눈빛. 캬- 원빈이 울고 가는구나.

    평소대로 영업용 자세를 마무리한 지만은, 음산하게 미소지으며 희생양을 기다렸다. 그러나...

    5분. 10분. 30분.

    동네에 사람이라곤 씨가 말랐는지, 거리는 적막하기만 했다. 똥개 한 마리조차 그의 앞을 지나가지 않았다.

    지만은 몹시 당황했다.

    배도 고팠고, 피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정 시간동안 뽀다구 나는 자세를 유지하느라, 체력을 다 써버린 그의 팔다리는 굳어버린 채 쥐가 날 지경이었다. 싸우나 탕 같은 무더위가 계속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씨발!! 안 오면, 내가 간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에 도달,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퍽!

    "우악!!"

    "!!!!!!!"

    씩씩대며 벌떡 일어나 골목을 거칠게 돌아가려는 순간, 그는 그만 누군가와 강력하게 정면 충돌했다. 그것도 안면을. 게다가 입술을.

    로스트 마이 퍼스트 키스.

    화르륵!

    19년 동안 지만이 고이 지켰던 입술의 순결이었다. 고작 이런 허접한 동네 낡은 담벼락 앞에서 잃어버린 순결이었다.

    "나, 나의...! 나의...! 나의...!!!"

    충격으로 어버버거리던 그는 기어코 할 말을 잃었다. 기념비적인 첫 키스 상대는 바로,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남ㆍ자'였던 것이다!

    "끄아아아악!!! 죽여 버리겠어!!!"

    자기랑 똑같은 거 달린 놈과 입박치기 했다는 현실에 비관, 그는 무고한 시민을 향해 핵펀치를 난사했다.

    천만 다행히도, 놀란 시만이 반사적으로 피하면서 휘두른 무언가가 그의 관자놀이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그리곤, 까무룩- 털썩.

    "정신 들어요?"

    신선한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식혀줘서 기분이 좋았다. 어쩐지 어질어질해서, 지만은 눈을 뜨고도 한참동안 시야의 초점을 맞출 수 없었다.

    "괜찮습니까?"

    다시 한 번 걱정스러운 음색을 담은 목소리가 울렸다.

    "젠장."

    "아, 정신이 납니까?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눈앞의 남자는 분명 아까 그놈이었다. 19년 동안이나 그가 지켜왔던 싸나이 순결을 짓밟아버린!

    다시금 혈압이 오르는 지만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듯, 남자는 재빨리 비켜서며 손사래를 쳤다.

    "아까는 정말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너무 놀라서..."

    그리고 난처한 듯 얼굴을 조금 붉혔다. 흘낏 보니 꽤나 딱딱해 보이는 하드 커버의 책이 그 옆에 놓여 있었다.

    흉기는 저것인가 보다. 일반 수학의 정석.

    "어떻게 죽을래."

    "네?"

    "어떻게 죽여줄까 하고 물었다."

    "정말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쪽도......"

    "닥쳐!!!"

    지만은 거칠게 그의 멱살을 잡아 내렸다. 그런데 그만 힘이 과했는지, 남자가 확 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우왓!! 뭐, 뭐야!!"

    "아~ 아~, 죄송~."

    놀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남자의 얼굴은 천연덕스러웠다. 싱긋 미소까지 짓는 모습에, 순간 지만의 팔에는 오도독 소름이 돋았다.

    "벼... 변태같은 새끼!! 절루 안 꺼져?!!"

    "하핫. 죄송죄송~."

    남자는 여전히 능청맞게 싱글거리면서 일어나 몸을 툭툭 털고, 지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이 연결되는 그 동작에, 지만의 손이 무심코 그 손을 붙들었다. 남자의 조금 처진 눈꼬리가 가늘게 접혔다.

    그는 지만을 잡아 일으켜 옷을 가볍게 털어 준 뒤, 옷단장 마무리까지 해 주고는 방긋 웃었다.

    장난기 어린 그 웃음을 보고서야, 하는 대로 내버려둔 채 멍하니 있던 지만이 뒤늦게야 '핫!'하고 발끈했다. 울그락 불그락.

    그런 지만은 아랑곳없이, 남자는 정석 책을 주워 옆구리에 끼고 바닥의 트렁크를 응시한 채 물었다.

    "혹시 하숙집 찾고 있어요?"

    지만은 움찔 했다. 말아 쥐었던 주먹을 풀고, 머쓱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아까보다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트렁크를 주워 들었다. 옆에 놓여 있던 나이키 가방은 어깨에 둘러맸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를 향해 상냥하게 말했다.

    차 두 대가 지나가면 꽉 찰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복잡스럽게 돌아가니, 약도 어딘가에 적혀 있던 할인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서야 남자가 제대로 안내한다는 확신을 한 지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무사히 하숙집에 도착한다면, 아까 일에 대한 응징을 조금 가볍게 해줘도 되겠다.

    "어라? 잠깐, 이봐! 내가 어느 하숙집 찾는지 알아?"

    "이 근처에 하숙집은 한 군데 밖에 없어요. 몰랐습니까?"

    지만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씨발, 그럴 수도 있지. 감형 취소다.

    쿡쿡 대며 앞장서던 남자는 동네 슈퍼 두 개만한 할인마트 앞에 멈춰 섰다.

    "저...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들러 장을 봐도 괜찮을까요?"

    "맘대로 하쇼."

    지만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정중한 말씨도 배알이 꼴렸다.

    남자가 마트로 들어가자 처음엔 밖에서 기다리려던 그는, 내리쬐는 햇살에 못 이겨 결국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별달리 살 것도 없었기에, 그저 입구 근처에 멀뚱하니 서서 남자를 노려봤다.

    그는 대학생처러 보였다. 키는 자신과 비슷한 183 정도로, 호리호리한 체형에 특별히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말라보이지도 않는, 그저 그런 평범한 몸뚱이. 검은 커트머리에 조금 눈꼬리가 처진 속 쌍꺼풀의 눈과 조금 비스듬한 것 같은 코는, 보기 좋고 건실한 인상을 주었다. 옷은 캐주얼하게, 스타일 잘 빠진 헐렁한 청바지와 흰색 티를 위에 체크무늬 칠부 반팔 남방을 걸쳤다.

    '어려 보이려고 발악을 하는구만.'

    남 말 할 처지가 아닌 허지만의 평이었다.

    트렁크는 입구 옆에 세워두고, 옆구리에는 여전히 정석 책을 낀 채로 이것저것 고르는 모습이 아주 능숙해 보였다. 과외라도 갔다 오는 길에 장을 보는 것인가 보다.

    '사내자식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여자 틈에 섞여 시장을 보다니.'

    지만의 집안은 가부장적인 분위기로, 그는 어렸을 적부터 '고추 달린 노은 부엌에 들어오는 것 아니다'란 가르침을 받고 살았다. 더불어,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따위의 촌스런 가훈을 부친으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 온 것이다. 어머니 애교 한 방이면 홀라당 넘어가는 부친이라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지만.

    아무튼 여타의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소리들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요런 것만은 머리 속에 쏙쏙 집어넣는 인간, 허지만이었다.

    복잡스러운 물건들을 요령 좋게 쌓아올리며 계산대에 내려둔 남자는, 각각 다른 종류의 담배 두 갑을 주문하고 돈을 치렀다. 그러다 입구 옆의 지만을 흘낏 보더니 물었다.

    "음료수 드실래요? 제가 사겠습니다."

    마침 목이 말랐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계산대 옆의 냉장고에서 캔 두개를 꺼내 마저 계산했다.

    지만은 흠칫 놀랐다. 캔을 넘겨주는 남자의 팔에는 아주 희미하지만 여러 상흔이 보였다. 유리 같이 날카로운 것으로 베히 베인 상처였다. 그것도 어쩐지 악질적인 고의성이 엿보이는.

    지만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 어딘지 좀 특이했다.

    생긴 생긴 것도 멀끔하고, 보아하니 꽤나 범생이였을 것 같은데도, 그는 무척이나 친절해 보였다. 대개 그러면 싸가지가 바가지인데 말이다.(ㅡ어디까지나 그의 기준) 게다가 시중 드는데 익숙한 저 동작들. 거기에, 솔직히 척 봐도 양아치인 자신에게 당황하지 않고, 비위를 맞추며 자연스럽게 대하는 점!

    '왕따였구나!'

    입구에 서서 한 보따리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자신을 기다리는 남자를 향해 지만은 혀를 찼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안 가세요? 뭐, 다른 거 사드릴까요?"

    '붕신, 겁먹었구나. 졸라 겁쟁이네. 새끼.'

    지만은 그가 조금 불쌍해졌다. 얼마나 당하고 살았으면, 처음 보는 양아치에게도 전자동 풀 서비스일까.

    '인생이 불쌍하니 때리진 말자. 까짓 입술 박치기야, 기집애랑 하나 것도 아닌데 뭐 어떠냐.'

    지만은 손안의 음료수를 화끈하게 들이키고, 마무리로 캔을 빠직- 구겼다. 터프한 남성미.

    "갑시다."

    서비스로 콩나물 봉다리 하나도 들어줬다.

    그들이 복잡한 골목길을 다시 구비구비 돌아서 하숙집 앞에 도착한 것은, 할인점에서 출발하고부터 약 5분 뒤였다.

    허름한 해장국 집은, 낡아빠진 복층 건물 1층에 구멍가게 만한 크기로 자리잡고 있었다. 간판도 꾸질하니 달랑 '해장국집' 이 한마디가 파란색 낡은 판대기 위에 검은색으로 갈겨써져 있을 뿐이었다. 가게 입구 옆으로는 조그만 회갈색 쪽문이 하나 있었는데, 가게 위의 건물 내부로 통하는 길인 것 같았다. 그러나, 비록 외양은 협소해도 위치나 가격 면에서, 또 음식점을 겸업한다는 점에서 볼 때, 하숙집으로서는 정말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영감탱!! 날 이런데다 처박다니!!! 수전노 같으니라구!!!"

    인천 땅부자 허지용씨 댁 늦둥이 허지만 군은, 부친을 향해 분노성 포효를 날렸다.

    "그럼, 안녕히 들어가세요."

    곁에서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울렸다.

    그때서야 남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 그는, 순간 쪼금 쪽팔렸다.

    "어... 수고했수다."

    "아니요, 이웃끼리 서로 도와야 잘 살죠. 앞으로 자주 볼텐데."

    "엥?"

    "옆집의 장녹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해장국 집 맞은 편으로 보이는 낡은 초록색 대문을 가리키며, 남자ㅡ장녹수는 미소지었다.

    "어라, 학상. 이제야 도착한건감? 아니, 전화한 지가 언즉인디?"

    지만이 해장국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걸죽한 음성의 배 뽈록이 아줌마가 나타났다. 모든 일의 원흉!!

    "이 아줌마야! 당신이 길만 똑바로 알려줬어도 이럴 일은 없었잖아! 전화까지 끊어 놓고는!!"

    ...이리 소리치고 싶은 것을 최대한 꾸욱 눌러 담으며, 지만은 무뚝뚝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도 제법 빨리 왔구먼? 최단 기록이여. ...거참, 이상하구먼..."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긁적이며 말한 중얼거림. 그것이 지만의 귀에 쏘옥 들어갔다.

    "아니, 헤맬지도 모르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랬단 말입니까?!!"

    "사내자슥이 사소한 것 갖고 시부렁거림 못 쓰제~. 근디 참말로, 워찌 이리 퍼뜩 왔나 모르겄네."

    커억!! 비꼬듯이 웃고 앞장서는 아줌마의 뒤꽁무니를 바라보니, 꽃무늬 월남치마에 출렁이는 엉덩이가 온통 심술통으로만 보였다.

    1인실은 매우 협소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가 놓여있고, 사이에 사람 하나 누우면 끝날만한 통로. 방구석에는 조그만 행거 하나가 초라하게 서 있었다.

    "짐 풀고 내려오든지, 밥 한 술은 줄 터니. 시간 안 지키믄 다음부턴 국물도 없을 줄 알어. ...최장 기록은 48시간인데 말여. 이상-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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