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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의 검은 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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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 1. 피할 수 없는 검은 실

    퇴근시간이 끝나고 한적한 도로 위를 고급 세단이 달린다. 비싼 만큼 제값을 하는 세단은 타고 있으면 매끄럽게 도로위를 질주해 나간다. 해외 M사의 모델 모델인 세단의 주인은 이 도시의 젊은 시의원 김혁수였다.

    그리고 그의 부인 이지은은 오랜만에 남편이랑 바깥 나들이를 해서 기분이 좋은 듯 조수석에서 싱글벙글한 얼굴을 하며 한껏 쇼핑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좀 과소비 한거 아냐?"

    남편 혁수가 묻는다. 그도 그럴게 이미 뒷자석에는 아내가 산 물품들로 가득 차있었다. 최연소 시의원에 집안도 빵빵한 그에게 이정도 소비는 가계에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그의 이미지가 걸려있는 일이었다.

    시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 때에는 바짝 엎드려 지나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뭐라도 한 번 잘못한 순간 즉시 시의원자리는 물건나갔다고 보면 된다.

    남편의 다정한 물음에 멋쩍은 듯 미소짓는 지은은 정리하던 옷가지를 쇼핑백 깊숙히 밀어 넣고 변명아닌 변명을 한다.

    "그게... 당신하고 쇼핑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라 너무 즐거워서 그만..."

    봐달라는 듯 헤헷하고 애교짓는 지은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혁수는 지은이 자신의 아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이쁘고 애교가 많아 매력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아마 집안끼리의 연이 아니었다면 결혼하지 못했을 정도로 과분한 여자다. 게다가 나이도 그보다 9살이나 어리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으니까 봐줘요~"

    지은이 혁수의 옆자리에서 두 손을 모으고 비빈다. 잘못했을 때의 애교다. 오늘 그다지 잘 못한건 없지만 혁수는 그 모습에 껌벅 죽으며 기꺼워한다. 한창때의 나이인데 집안에만 있는 것이 괴롭겠지. 라고 혁수는 생각하며 그녀의 과도한 쇼핑을 묵인해주었다.

    "하하하. 알겠어. 그보다 배고파서 죽을 지경이야."

    "헤헷. 기다려요. 저녁은 엄청 맛있는걸 준비했으니까!"

    아내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기대가 되는 혁수다. 지은은 부잣집 아가씨란 겉모습과 다르게 청소와 요리 등 가사의 모든 부분에서 뛰어났다. 특히 그녀의 요리는 발군이라 같은 시의원 동료들은 언제나 혁수의 집에서 3차를 하기를 원했다.

    "앗!"

    갑자기 지은이 놀란 소리를 한다.

    "왜 그래?"

    "삼촌 부탁 잊어버렸어요."

    착한 아내는 집에서 바로 5분 거리의 본가에서 지내는 동생의 부탁을 생각하곤 어쩌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런 작은 부탁쯤 잊어버렸다고 해서 큰일날 것은 없는데라고 현수는 생각한다.

    "하하. 이제 집에 다 왔어."

    어쩔 수 없다는 뜻이 담긴 혁수의 말에도 지은은 약간 고민하듯 눌린 음성을 낸다. 그리고 고민이 끝나자 다시 밝게 말하는 아내다. 천성이 밝은 사람이다.

    "괜찮아요. 우리 집 앞 편의점에서도 파니까 잠깐 들러줄래요?"

    "그 정도야."

    "정말 고마워요."

    동생의 부탁 때문에 일이 생긴것 인데도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감사하는 아내다. 두 사람이 탄 차 안에 훈훈한 미소가 감돈다.

    한편, 혁수 부부네 집 앞의 편의점 안에서는 편의점 점주인 김의성은 본사에서 나온 관리직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아니, 거의 폭언에 가까운 말을 들으며 어떻게든 참아내고 있었다. 현재 편의점은 적자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수준이라 의성은 편의점을 다시 본사에 넘겨야만 했다.

    "하아, 형편 없네요. 당신의 의욕 없는 점포 운영이 그대로 숫자로 나타나 있잖아요."

    안경을 낀 깐깐한 직원은 매출 테이블을 보며 하나 하나 따져가며 의성을 압박한다. 솔직히 배운 것 없는 의성으로서는 직원의 화려한 언변을 이겨낼 수 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매달리는 것이었다.

    "제가 본사 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역시 이젠 속수무책입니다."

    직원이 서류 폴더를 닫으며 일어난다.

    "인수 계획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아,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서류를 가방 안에 넣고 밖으로 나가려는 직원을 의성이 최대한 붙잡는다. 그런 의성을 보고 본사 직원은 냉정하게 말한다.

    "수익성이 없는 점포를 안고 갈 여유가 본사는 없어요."

    "그런... 갑자기. 본사에 판매가 안 된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의성은 최대한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매달려 본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신의 업인 본사 직원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자세한 건 조만간 상의합시다. 나는 다음에 이만..."

    "앗! 잠깐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매달려보는 의성이었지만 직원은 냉정하게 뿌리치고 떠나간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의성은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친 의성은 괜히 스태프 룸의 벽을 발로 세게 찬다.

    "제길! 개 같은 놈! 하아."

    속이 탄다. 의성은 밖으로 나가 기한이 다 되어가는 커피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문다. 차가운 커피가 그의 속을 어느정도 달래주는 듯 하다.

    "크으."

    단숨에 커피를 들이 마시니 속에서 부터 시원한 것이 올라와 절로 숨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올라오는 숨을 내뱉으로 고개를 든 순간 의성은 편의점에 들린 여신을 보아버렸다. 그녀의 뒷 모습에는 후광이 나는 듯 했다. 의성이 처음으로 본 타입의 여성이다. 미인에 단아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티비속에 나오는 그런 엉덩이를 흔들어 대는 천박한 아이돌하고는 다르다. 그녀에게는 진짜 여성이라는 매력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의성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본다.

    "어이, 뭐하고 있어?"

    갑자기 어떤 남자가 들어온다. 그리고는 의성의 여신에게 친한척을 한다. 그런 남자에게 여신은 친근한 듯 고르던 푸딩을 들어올리며 애교있게 말한다.

    "이거봐요. 디저트! 집에 가서 먹는거 어때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마치 부부를 연상케 했다. 그런가. 부부인가. 의성의 마음 속에서 여신이었던 이름 모를 그녀는 단숨에 지위가 격하된다. 범접할 수 없었던 여신에서 남의 자지나 빨고 있는 이름 모를 돼지로.

    그런 돼지라면 적어도 자신에게는 기회가 와도 되지 않을까? 의성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런 상상을 해본다. 저 유부녀를 밑에 까는것 만으로도 고간이 강하게 발기해온다.

    "아, 좋긴 한데. 편의점 디저트 따위가 맛이 있나?"

    "문제 발언이네요. 정치인이 그런 말 하면 바로 비난 받게 된다구요."

    그들의 말을 엿들은 의성은 그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한다. 정치인이라. 그래, 기억이 났다. 저 남자는 도시의 시의원이다. 언젠가 최연소 시의원이라 신문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것이 기억이 난다. 딱 저렇게 야비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예. 발언 철회."

    "편의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편의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편의점 제품도 맛있다구요."

    시의원인 젊은 정치인을 가볍게 나무라는 아내다. 혁수는 그런 아내의 질타를 가볍게 웃으며 받아드린다. 아내는 젊고 사회경험이 없었지만 누구보다 현숙하고 지혜로웠다. 그는 아내의 말이라면 웬만한 것은 다 들어주었다. 아내가 도를 넘은 부탁을 한 적도 없었고 말이다.

    "아, 네. 오늘은 아내의 쇼핑에 끌려다니기만 했네요."

    단아하고 세련된 2층 집의 안에서 혁수는 전화를 받으며 아내가사온 물건들을 집 안으로 옮겨 정리하고 있었다. 전화의 상대는 장인어른, 아내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다. 혁수와 지은을 이어준 장본인이도 하지만 그 전에 장인어른은 혁수와 정치적 파트너로써 함께 길을 걷는 사이였다. 물론, 국회의원인 장인어른이 이끄는 쪽이긴 하지만.

    "네? 아, 그러네요. 선거는 순조롭습니다. 아버님은 어떠십니까? 국민과 달리 지금 시기면 우리는 마지막인데요."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정치인들 사이에서 선거기간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시기였다. 국민들은 선거기간에 투표만 하면 되는 일이지만 정치인은 그 전에 사전 작업을 전부 해야 한다. 선거가 시작 되기 전에 당선은 결정되어있다는 말이 도는 것은 괜한 말이 아니다.

    "아, 네. 지금 바꿔드릴게요."

    혁수는 주방에서 한창 요리를 만드는데 열중인 지은에게 전화를 들고 다가간다. 무언가 손에 잔뜩 묻히고 있는 지은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이셔."

    "아, 미안. 손이 이래서 통화는... 귀에 좀 대줄래요?"

    지은이 곤란하다며 얼굴 한 쪽을 혁수에게 가져다 댄다. 혁수는 자연스럽게 뒤에서 그녀의 귀에 핸드폰을 대어준다.

    "여보세요? 아빠. 응, 잘 지내죠. 잘지내요."

    혁수는 지은의 뒤에 서서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싼다. 그녀는 간지러웠는지 잠시 쿡쿡대지만 통화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장인어른과 통화중 이었지만 이 정도의 애정표현은 괜찮으리라. 애초에 이런 귀여운 딸을 낳은 장인어른이 잘못한거다.

    "아, 얼마 전 국회 답변이 잠꼬대 같이 들렸어요."

    아마 혁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혁수는 아내의 배를 만지던 손을 멈추고 의도치 않게 들리는 통화의 내용을 청취한다.

    "응? 좀 말하지 마세요. 이제... 알고 있어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잔소리인 듯하다. 정치인의 아내는 어떻고 저쩌고 아내는 그 소리가 익숙한지 장인어른에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혁수는 저런 아버님 밑에서 자랐으니 아내가 이정도로 현모양처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잔소리는 길어서 약간 싫었다.

    "오! 끝내주네."

    "맛있죠? 파스타와 국수는 다르다니까요."

    혁수는 아내가 준비한 상차림에서 스파게티를 포크로 휘어잡아 먹으며 감탄을 한다. 매일 먹는 요리지만 지은이 할 줄 아는 요리는 다양해서 새로운 식단이 올라온다. 매일매일의 식도락이 즐거웠다.

    "정말 의외야. 당신 같은 아가씨께서 요리도 잘하니까."

    혁수는 매일하는 칭찬이었지만 오늘도 빼먹지 않고 말한다. 남을 칭찬하는 것은 정치인의 덕목이었다. 대부분은 가식이 섞인 말이지만 아내의 앞에서는 진심이었다. 게다가 정말 요리도 환상적이다. 지은은 더 환상적이었고.

    "어려서부터 신부수업을 받았거든요."

    아내가 후후 웃으며 대답한다. 남편 혁수의 칭찬이 듣기 싫지는 않은가 보다. 그리고 주먹을 들어 꽉 쥐는 제스처를 취한다.

    "남편의 바람기를 잡으려면 음식을 잘해야 한다. 이것이 엄마의 입버릇."

    그 말에 혁수는 하하하하고 웃어버린다. 저런 말을 해도 어찌나 귀여울 수가 있는지.

    "대단하죠?"

    "하하하. 그러네. 그래서 아버님은 뭐라셔?"

    "음... 항상 똑같죠. 손자 얼굴 빨리 보여달라고."

    지은이 말을 하고 스파게티를 한번 더 입으로 가져간다. 그런 지은을 혁수가 똑바로 쳐다본다. 그리고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그것도 그러네. 슬슬 생각해 봐야겠네."

    아이 낳기, 그전에 행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 굉장히 야한 대화가 될 수도 있지만 부부에게선 당연한 대화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남편의 눈을 지은도 역시 제대로 바라본다. 그리고 돌려서 자신의 요구를 전달한다.

    "힘내셔야죠. 이번 선거 공약이 저출산 대책이잖아요."

    "그러네. 그럼 오늘힘 좀 내볼까?"

    남편은 바로 알아듣고 지은이 원하는 반응을 내어준다. 지은은 남편의 이런 섬세하고도 다정한 면이 좋았다. 지은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그덕인다.

    "힘 내주세요."

    둘은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식사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며 먼저 샤워를 마친 혁수는 방안에 들어간다. 안에서 낮의 일거리를 체크하고 내일의 안건을 정리한다.

    뒤늦게 목욕을 마친 지은은 드레스룸에 들어와 오늘 구입한 슬립들을 꺼낸다. 남편의 심장을 녹여버릴 승부 속옷은 이미 장착한 상태다. 섹시한 레이스가 달린 팬티, 보통 보다 얇아서 속이 다 비치지만 그래서 좋다. 이미 부끄럽기 보다는 남편을 흥분시킬 생각에 기댁 된다.

    "역시 이게 딱이네."

    지은은 지금 입은 슬립이 마음에 들었다. 원피스 처럼 길게 내려오는 치마같아 보이지만 적당히 가리면서도 나풀거리고 촉감도 좋은 것이 남편의 취향같다. 브라는 입지 않은 탓에 지은의 적당한 크기의 가슴이 그녀가 옷을 둘러보러 거울 앞에서 움직일 때마다 흔들린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거울 앞에서 가슴을 모으고 입술을 내미는 포즈를 취한 뒤에 싱긋 미소를 짓는다. 준비 완료다.

    "들어가요."

    방에 밝게 웃으며 들어간 지은은 방안의 풍경에 살짝 미소를 잃었다. 혁수는 서류 뭉치들을 침대의 한켠에 흐뜨려 놓은 채 한 손에는 한 장의 서류를 들고 베개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지은은 혁수가 올라 있는 침대에 무릎으로 올라가 혁수의 코를 살짝 잡는다.

    "이제 힘내셔야 하잖아요."

    투정부리는 지은이 코를 약하게 흔들어보지만 혁수는 신음성만 흘릴 뿐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의 일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는 지은은 그래도 미소 짓는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을 것같다.

    지은은 자고 있는 남편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한다.

    "수고 많으셨어요."

    지은은 남편이 어질러 논 서류들을 고이 옆 책상에 정리를 하고 나서 남편의 옆자리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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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챕터 1. 피할 수 없는 검은 실

    이른 아침, 지은은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있었다. 가사도우미를 써도 되는 일이었고 남편인 혁수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지은은 아직 젊은 자신이 그런 소일거리라도 있어야 숨통이 트일것같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남편은 이른 아침에 나가고 집안에 홀로 남아 이것저것 하는 지은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네, 여보세요. 응. 응? 연말... 아, 선생님 계신 곳... 어쩌지? 사놓고는 보내질 않았어. 미안, 금방 보낼게."

    꽂꽂이를 같이 수강하는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그녀가 다니는 플로리스트 교육 과정은 그녀같은 정치인의 아내나 기업인의 아내들이 다니는 곳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정도 모여서 꽂꽂이를 하고 대화도 나누는 장소였다.

    연말이라 그 선생님에게 선물을 같이 보내기로 했었는데 그 담당이 지은이었다. 하지만 지은은 그것을 깜빡 잊고서 사놓은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 전화한 친구에게 당장 보내겠다고 말을 한 뒤 지은은 선물을 들고 바로 집 밖으로 나온다. 가까운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은 밀봉한 쇼핑백을 들고 편의점에 찾았다. 집 앞의 편의점엔 점주인 의성이 상품 진열을 하며 편의점을 지키고 있었다.

    "저기요."

    의성은 인기척이 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며칠 전 보았던 지은이 와있었다. 의성은 뒷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편의점에 들리는 손님들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 지은에 대해 꽤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최연소 시의원인 혁수와 지은 부부는 근방에서 꽤 유명했다. 부자 동네라 하더라도 차기 국회의원으로 까지 불리는 혁수 내외에 대한 관심은 유별 났다. 그저 입싸보이는 졸부에게 몇 마디 붙이는 것만으로 지은에 대한 이름과 나이 집안 까지 알 수 있었다. 성격이 착해서 거절을 잘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아, 네. 어서오세요."

    "택배 좀 부탁해도 될까요?"

    지은이 손 안에 든 쇼핑백을 들며 얘기한다. 의성의 눈은 쇼핑백 보다 그녀의 반짝이는 머리카락과 단아한 얼굴에 눈이 간다. 저것을 더럽히고 싶다. 그런 추한 욕망이 올라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의성은 택배를 맡기 위해 카운터로 간다. 그리고 주소를 써달라고 부탁하자 지은은 카운터 위에 검정색 핸드백을 올리고 펜을 들어 종이에 열심히 쓰기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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