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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소설가 1-289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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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소 문단 데뷔한 우연 작가.

    화제의 데뷔작으로 연일 화제.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온 성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로 다시 한번 살아가는 인생. 지금 시작합니다.

    ────────────────────────────────────

    흐르는 강물

    어떻게 벌어 먹고살까.

    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진로 고민. 주호 또한 다르지 않았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중학생. 공부는 안 하면서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꿈도 희망도 없지만 일단 먹고살고는 싶은 평범한 학생이다.

    어떻게 벌어 먹고살지. 미래에 어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노인이 되면 그때 자신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 자신은 글렀다고 주호는 생각했다. 미래도 과거도 현재에서 시작한다고 치면 밤잠을 설치며 미래를 두려워하는 지금의 모습에서 이미 답은 나왔다.

    우리 반의 전교 일등은 이번 시험에도 일등을 했다. 딱 붙은 교복을 입고 반항하는 녀석은 학교 몰래 아르바이트를 한다. 다들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다들 멋져 보였다.

    매일 자기 전에 이렇게 기도한다. 제발 내일의 해가 떠오르지 않기를. 그리고 일어나서 생각한다. 이놈의 지구는 언제 멸망하나. 한숨이 나왔다. 오늘 같은 막연한 생활이 반복될 거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그 일상에서 탈출한 모양이다.

    “주호야, 대박이야!”

    꿀 같은 주말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받으니 들리는 건 남자 목소리였다.

    “무슨 소리에요.”

    “네 책이 미친 듯이 팔리고 있다니까! 넌 이제 인생 폈다 자식아!”

    “예?”

    “네 수상작이 대박 났다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창밖에선 참새가 울고, 안 감고 잔 두피는 가려워 죽겠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대박이 났단다. 이게 뭔 상황이래.

    “잠깐만, 지금 인쇄소에서 연락 온다. 이따가 다시 통화하자!”

    툭. 끊어진 통화에도 멍하니 핸드폰을 붙잡고 천천히 다시 침대 위로 누웠다.

    “개꿈이네.”

    자고 일어나니 그것은 현실이었다.

    주호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학생이다. 공부는 하기 싫고 돈은 가지고 싶은 평범한 학생.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일로 미루고 현재를 즐기는 어리석은 대한민국 학생이었다. 몇 달 전까지는.

    개꿈이 현실임을 깨닫고 계절이 바뀌어 고등학생이 되었다.

    지난 7월의 공모전에 제출했던 원고가 눈앞에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불이 나게 팔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대형 서점 안으로 들어가니 수많은 책 가운데 자신의 책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 책에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애정 때문이 아니다. 서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에 그 책을 진열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베스트셀러 코너였다.

    주호는 어렸을 때부터 속상한 일이 있으면 펜을 잡는 버릇이 있었다. 버릇은 쌓이고 쌓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장편 소설 하나가 완성되었다.

    별생각 없이 공모전에 그것을 보냈다.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보낸 것은 아니었다. 돈도 못 버는 직업을 선택할 만큼 자신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충동이었고 어쩌면 두려움이었다.

    화풀이나 다름없었고 분풀이나 마찬가지였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과 달리 재벌 3세도 아니고 똑똑하지도 않고 얼굴에는 나름 만족하지만 연예인에 비할 바는 못 되는 어정쩡함에 좌절한 청춘을 담았다고나 할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신이 났었지."

    한동안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켰지만 곧 정신이 들었다. 평범한 학생의 좌절한 청춘이 팔리겠냐는 소리다. 남의 화풀이, 분풀이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성격이 무자비하게 꼬인 사람이나 소수의 변태 밖에는 없다.

    그래서 주호는 정했다. 손에 들어온 상금 오천만 원의 고료로 다른 진로를 찾자고. 좀 더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걸까. 드라마화 결정. 영화화 결정. 7개국 번역 수출 확정.

    엄청 팔리고 있다. 엄청 팔리고 있다는 건 즉, 엄청 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거구나 싶었다. 자신 같이 평범한,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청소년이 쓴 글이 이렇게 인기가 있다니.

    책을 사 가는 많은 사람이 계산대 앞에 줄 서 있는 게 보였다. 믿기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광경이었다. 살맛 난다.

    윙. 주머니 속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주호야, 인터뷰 때문에 전화했어.”

    편집자로부터였다. 대박을 외치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또요?”

    얼굴이 알려지고 난 후부터 연예인 못지않게 기자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에야 스타가 된 기분에 들떴지만 하루에 몇십 명의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역시 피곤했다.

    “최연소 문단 데뷔라는 타이틀은 여러모로 인기가 있으니까. 어떻게 할래? 힘들면 거절해도 되고. 요즘 계속 인터뷰만 했으니까.”

    걱정이 담긴 음성이었다. 주호는 잠시 뜸 들이다가 물었다.

    “어쩔까요.”

    “글쎄다. 물들어왔을 때 노 젓는 것도 좋고, 뺄 수 있을 때 빼는 것도 좋아.”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편집자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마음대로 해.”

    그렇긴 하다. 자신의 돌발행동이 이렇게 황금이 돼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나. 어딘가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전지전능한 신밖에는 모를 거다.

    고민하다가 자신을 못 알아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얼굴을 널리 알려서 스타 작가가 되면 돈도 더 많이 벌 것이다. 남의 책도 아니고 자기 책 팔려고 하는 일인데 힘들어도 어쩔 수 없지.

    눈앞에 쌓여있는 책들이 보인다. 책을 사 가는 사람들. 감정이 격하게 흘러넘친다.

    “할게요.”

    “그래? 괜찮겠어?”

    “네.”

    주호는 재차 물어보는 그에게 괜찮다고 대답하며 힘찬 발걸음으로 서점을 나왔다. 그 와중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느라 발이 꼬여 넘어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주호의 나이 47세. 만으로 46세. 꼬박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일어나고 있었다. 손에 든 소주병을 휘두르며 난간에 기댔다. 난간 너머로는 강이 흐르고 있다.

    그때가 좋았지. 소주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반사적으로 딸꾹질이 나왔다. 구멍 난 옷을 겹겹이 싸매고 있는 신세가 처량했다.

    “사람들이 말이야. 책을 안 읽어. 다른 책 다 읽어도 내 책은 안 읽는다고.”

    어두컴컴한 밤하늘만큼 자신의 속도 시커멓다. 그놈에 인터뷰는 하는 게 아니었다. 그때 나이가 17세 아니던가. 만으로 16세. 꽃다운 나이였다. 감수성이 풍부해서 뒹구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나올 나이었다고 빌어먹을.

    인터뷰를 참 많이도 했다. 정말 많이. 하루 반나절을 인터뷰로 보낼 정도로 말 한마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힘들고 하기 싫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건 익숙했다. 그래서 계속했다.

    나름의 이익도 있었다. 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도 출연요청이 오고, 학교에서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인기가 좋았다. 모두가 떠받들어주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재능 있는 인간이라고 인정받은 기분.

    “문제는 차기작이었지.”

    차기작은 시험이었다. 소설의 인기가 절정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에 사람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그는 천재다. 그는 가짜다. 거품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소문은 날로 무성해져갔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사랑했지만 그만큼 어린 작가를 믿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많이 신경 쓰지 않았다. 기분은 좀 상했지만 당당할 수 있었다. 그 글은 정말 자신이 쓴 거였으니까. 차기작으로 모두에게 증명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천재에게는 간단하고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것은 데뷔작도 마찬가지였다. 편집자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 결국 편집자의 만류를 거부하고 출판사까지 옮겨서 책을 냈다.

    전과는 달라진 평가에, 그제야 무엇을 배신했는지 깨달았다.

    “이봐요, 신님. 당신은 알고 있었지? 그 선택이 거지 같았다는 걸.”

    얼굴 한 번 안 비추는 전지전능한 신은 대답이 없었다. 주호는 우울한 기분으로 흐르는 강을 보았다. 다음 생에는 강물로 태어나고 싶다. 몸에 힘을 빼면 아무대로나 흘러가는, 도착지에도 출발지에도 연연하지 않는 그런 강물.

    “강물이 되고 싶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설가들의 얼굴이 주호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들을 존경하기에 이름은 밝히지 않을 것이다. 자기 파괴의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강물로 뛰어든 예술가. 뛰어난 소설가. 그들의 작품은 제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 없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었다. 자신과는 달리.

    일생을 허비하다가 주식과 사업에 손을 대고, 실패하고. 또 한눈을 팔다가 실패하고. 글을 썼다가 실패하고. 지금은 지나간 영광의 시절을 되뇌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 노숙자가 되었다. 노숙자가 된 자신은 천재도 소설가도 아니었다.

    흐르는 강물로 손을 뻗었다. 술의 힘을 빌려 소설가 흉내를 내봤다. 당장에라도 뛰어들 것처럼. 영원을 사는 소설가. 위대한 소설가. 돈과 명성에 욕심을 부린 평범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저 밑으로 몸을 던지자. 풍덩. 허우적허우적.

    “아저씨, 거기 위험해요.”

    “예, 예. 안 죽으니까 걱정하지 마쇼.”

    다리를 지나가는 한 청년이 위태로운 주호의 자세에 주의를 주었다. 대충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좋은 글 나오려고 했는데.”

    저놈이 방해를 한다. 누가 죽는다고.

    난간에 기댔던 몸을 바로 세웠다. 밤바람에 얼어붙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냈다.

    자신의 일생을 배경으로 한 글을 쓸 것이다. 실패한 천재. 나락으로 떨어진 천재. 사람들이 한 번쯤은 기웃거릴만한 소재였다. 집도 가족도 친구도 잃은 자신에게 마지막까지 붙어있는 것은 결국 종이와 펜이었다.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야.

    펜을 쥐었다.

    몸에 쌓여있는 알코올 때문에 손이 떨렸다. 술이 들어가니 이 추위에도 졸음이 쏟아진다.

    "하아."

    주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찬바람에 한참을 노출된 얼굴에는 이미 감각이 없었다. 손과 발도 그랬다.

    “조심해요!”

    다급한 외침이다. 아까 그 청년인가. 잠결에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런 태평한 생각을 했다. 그 순간 자신의 몸은 이미 난간을 벗어나 있었다. 누군가의 비명. 차가운 바람. 두피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가는 건가. 눈을 뜨니 시커먼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별이 없었다면 눈꺼풀에 가려진 세상과 헷갈릴 뻔했다. 그래. 나쁘지 않다. 이대로 소설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다음 생에는.

    그리고 보이는 건 천장.

    “엥.”

    주호는 몸을 일으켰다. 강물에 떨어진 것까지 기억이 났다. 일단은 살아있다.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병원이 아니라 개인의 방이었다. 물속에서 구조가 되었다면 병원으로 옮겨져야 하는데.

    혹시 죽은 걸까. 제 뺨을 꼬집어보았다. 아프다. 아프면 살아있는 건가. 죽어도 아픔을 느끼던가. 모르겠다. 꼬집은 뺨을 쓸어내리다가 깨달았다. 수염이 없어. 피부도 묘하게 탄력이 있다. 급하게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오른쪽 중지 두 번째 마디에 굳은살이 있다. 어른이 되고 펜을 쥘 일이 없어 깨끗해진 중지손가락에 굳은살이 있다.

    일어나서 벽에 붙어있는 거울을 보았다. 그 안에는 연예인에 비할 바는 못 됐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얼굴이 있었다. 앳된 얼굴. 그제야 이 개인의 방이 누구의 방인지 깨달았다. 자신의 방이었다.

    윙.

    깜짝 놀라며 소리가 난 책상을 보았다. 핸드폰이 있다. 전화가 오고 있었다. 상황파악이 안된 자신에게 내려진 단 하나의 임무였기에 홀린 듯이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주호야, 대박이야!”

    익숙하다. 너무나 익숙하다. 그립고도 익숙한 이 목소리.

    “편집자님.”

    “편집자님은 무슨. 아저씨, 아니 형이라고 불러! 그보다 너 대박 났다니까! 넌 이제 인생 폈다 자식아!”

    “혹시 제 수상작이 미친 듯이 팔리고 있나요?”

    “어! 엄청! 미친 듯이!”

    창 밖에선 참새가 울고, 안 감고 잔 머리는 가려워 죽겠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그것도 대박이 난 직후로.

    “잠깐만, 지금 인쇄소에서 연락 온다. 이따가 다시 통화하자!”

    아저씨, 아니 형은 흥분한 채로 전화를 끊었다. 잠깐 멍하게 따끈따끈해진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외쳤다.

    “대박이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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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작 (1)

    “아들, 밥 먹어.”

    주호가 과거로 돌아오고 며칠이 지났다. 이제는 적응이 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나가자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부엌으로 간 주호는 국자를 젓고 있는 어머니의 어깨에 얼굴을 얹었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엄마냄새다.

    “너 요즘 자꾸 안하던 짓 한다? 뭐 잘못했니?”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갑자기 웬 존댓말? 뭔데 말해봐.”

    다 해결해 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사업에 도전했다가 다 망하고 마지막에는 주식으로 한 방을 노렸다가 실패해 노숙자가 되었다.

    이런 처지를 시골로 내려가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는 부모님에게 말할 염치도 없어 매번 거짓말을 해야 했다.

    공원에서 낙엽을 덮고 지하철역에 몸을 눕혔다. 매 끼니를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내일이 온다는 게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중학교 시절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비참하고 두려운 나날들이었다. 내일 모래 쉰을 앞두고 중학생보다 더 나약했던 자신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방법이 안 보여서 무서웠다.

    “엄마.”

    “왜 불러.”

    “그냥요.”

    습관처럼 등을 쓰다듬어 주는 어머니의 손길에 주호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내 소설 잘 팔리니까 좋아?”

    “좋지. 내 자식이 잘 된다는데.”

    “이제 드라마화도 되고 영화화도 될 걸? 7개국 번역 수출도 되고.”

    “너 꿈 꿨니? 너무 김칫국 마시면 안 돼.”

    “그런가 봐요.”

    그럴 리가. 그게 꿈이었을 리 없다. 자신의 인생의 끔찍한 실패를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돌아왔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얘가 눈 뜨고 잠꼬대를 하네. 빨리 나와서 밥이나 먹어. 가서 네 아빠도 부르고.”

    “네.”

    셋이서 모여 두런두런 얘기하며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왔다. 잠시 뭘 할까 생각하다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책을 검색해보았다. 베스트셀러 1위 ‘새의 흔적’ 저자 우연. 우연이란 것은 필명이다. 연이라는 주인공의 이름과 자신의 성을 합친 즉석에서 생각해낸 성의 없는 필명.

    어머니에게 보여주니 이런 반응이었다.

    “이게 네가 쓴 거라고?”

    “그렇다니까.”

    “1위 한 거야?”

    “응.”

    어머니의 얼굴은 서서히 환해졌다. 어머니를 기쁘게 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독히도 불효자였다.

    “아이고, 장하다 내 새끼. 방구석에 쳐 박혀있을 때는 뭐가 되려나 싶었는데 이런 장한 일을 하고 있었구나. 아이고.”

    엉덩이를 가격하는 어머니의 손맛에 조금 안심이 됐었다. 그와 동시에 존경심도 들었다. 당신 나이에 자신은 노숙자가 되어 있었는데 어머니는 자식도 낳고 기르고 온갖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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