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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_똥차가고_벤츠온다_외전-Youre_in_my_arm_4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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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 You're in my arms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시끄러운 타자 소리만 울리는 사무실. 나는 부하 직원이 막 올린 서류를 훑어보다가 체크할 것이 있어 볼펜을 들었다. 그 순간, 옆에서 잘 자고 있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다행히 전화 울림이 아니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왼손을 이용해 핸드폰을 들어 손가락을 미끄럽게 움직여 화면을 밀었다.

    [야! 노영기! 왜 요즘 연락이 없냐? 그렇게 깨 볶고 있는 거냐?

    석우의 문자에 나는 길게 한숨을 쉬고 오른손에 있던 볼펜을 내려놓고, 한이 서린 손놀림으로 꾹꾹 화면을 누르며 한자 한자 정성들여 썼다.

    깨 좀 볶아봤음 좋겠다. 전화하지 마

    혹여나 문자를 보고 심각하게 생각한 녀석이 전화할까 두려워 뒷내용을 덧붙이고 전송을 누르자, 정말 빠르게 답문이 왔다.

    왜? 그 가진자가 괴롭혀?!

    그러니까 그 괴롭힘이라도 당해봤으면 좋겠다니까.

    나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고 어깨의 힘이 빠진 채로 다시 답문을 보냈다.

    아니야. 회사일이 너무 바빠. 승진하고 더 바빠. 계약이 체결되어서 진짜 바빠. 현재 야근만 열흘째 하고 있어.

    그렇다. 회사가 지금 너무너무 바쁘다.

    라식을 하고 첫 출근길. 세상이 달라졌다고, 승진했다고 기뻐하기도 전에 커다란 계약이 체결되어서 거의 하늘을 날아다닐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은 점점 어려워져 가는데, 반면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잘되고 있으니 어찌 아니 기쁠쏘냐.

    그런게 그 거래처는 제시한 조건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고, 원하는 결과를 빨리 보기를 원하는 회사여서 나를 비롯한 회사의 전 직원이 비상사태였다. 그래도 전부 기쁜 마음에 '하루 이틀 야근은 어쩔 수 없죠!' 하고 두 팔 걷었고, 나 역시… 가슴 아프지만, 진재에게 이삼일정도는 못 볼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그랬는데… 일이 생각보다 커지고, 커져서 열흘 동안 야근 중이었다.

    덕분에 회사 사람들은 모두 생기를 잃은 지 오래고, 전부 푸석푸석한 머리와 다크써클 가득한 얼굴로 좀비처럼 회사를 거닐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일 덕분에 집에 가자마자 뻗고, 일어나서 출근하고, 밤 12시나 1시쯤에 퇴근하고, 또 뻗고… 그러다보니 진재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또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 여행도 미뤄지게 됐다. 진재에게 너무 미안해서 전화로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다. 다행히 마음이 넓은 그는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다. 계속 되는 야근으로 혹시나 내 몸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해 저녁에는 자신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극구 거부했다.

    그렇게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도 일하는 사람이고, 출근하는 사람인데, 나와 같은 생활 패턴으로 움직이면 많이 힘들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가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고, 미안해 한다는 것을 알기에 다행히 그는 더 이상 그러겠다고 말하진 않았다. 다만 아침, 저녁으로 내게 전화를 해주고, 다정한 말을 건넸다.

    그렇다고 전화 통화를 오래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피곤할까봐 간단간단하게 오늘 있었던 일을 주고받고, 내가 건강한지 확인한 그는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는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석우가 말하는 '깨 볶는다.'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정식으로 사귀게 된지 보름이 다되어가는 커플, 즉 신혼이나 다름없는데. 이럴 수가…… 히아….

    안됐다. 어쩌냐;; 여튼 힘내라. 노영기. 일 끝나면 말해. 술 한잔하자.

    석우의 마지막 문자에 나는 핸드폰을 다시 책상위에 올려두며 중얼거렸다.

    일 끝내자마자 진재에게 전화할거야. 그리고 진재랑 만나서 감자탕 먹고, 영화도 보고…. 아니, 그 전에 진재 집도 보고, 제주도도 가고…. 아아, 진짜 진재가 너무 보고 싶고, 그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나는 훌쩍이며 열심히 부하 직원이 올린 서류를 보고 확인해서 건넸다. 그리고 다시 내게 주어진 일을 위해서 타자를 열심히 치기 시작했다.

    "과장님, 저녁 안 드실래요?"

    여직원의 말에 놀라서 컴퓨터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7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사무실을 살펴보니, 이미 절반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는지 사무실 안이 휑했다. 같이 움직일까 생각했지만 아직 모니터 창과 책상에도 해결하지 못한 일거리가 잔뜩 쌓여 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급한 일거리였다. 내일까지 기획안 초안도 완성해야 하고… 하아.

    "미안. 나는 시켜먹어야겠다."

    나는 권해주는 여직원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부장님과 둘이서 시켜 먹기로 하고 잠시 멈춘 손을 다시 부지런히 움직였다. 부장님이 뭐 먹을 거냐고 물으시기에 순두부찌개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서류 한 장에 손을 올렸을 때, 몇 시간동안 잠자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라고 생각하기에는 길게 울리는 진동에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부장님께 잠시 통화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서둘러 비상구 쪽으로 향했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을 닫자마자, 통화 버튼을 눌렀다.

    "노영기입니다."

    기진재입니다.

    아,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진재야."

    나도 모르게 울먹이면서 조심스럽게 진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수화기 건너편에서 약간의 침묵과 함께 진재가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었다.

    오늘도 야근이시군요.

    "응…. 미안해. 어떻게 하지?"

    전 괜찮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그리고 그렇게 기죽은 목소리를 들으면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어.

    그보다 저녁은 드셨습니까?

    "아니, 아직. 아, 그런데 먹을 거야. 순두부찌개 주문했어."

    안 먹었다고 말하면 걱정할까봐 얼른 주문한 음식을 말하니, 그가 웃었다.

    "너, 너는?"

    이제 먹어야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말씀하시니까 저도 순두부찌개가 먹고 싶군요. 오늘 저녁은 저도 순두부찌개를 먹겠습니다.

    "응…. 미안해. 아마 다음 주쯤엔 일이 끝날 것 같으니까. 그‹ž…같이 집 보러 가자. 제주도도 좋아."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몸 상하지 않게 천천히 일하세요. 혹여 마르신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마르진 않았어. 하하."

    내가 웃으며 답하자, 그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쉽게 눈이 피로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응, 알아.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잘 지키고 있어."

    그럼, 다행입니다.

    우리 두 사람의 아쉬운 대화는 그것을 끝으로, 작별인사하고 전화를 끊었다.

    왠지 울적한 기분이 되어 비상구를 나오니 이미 순두부찌개가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장님은 정말 배가 고프셨는지 내가 오기도 전에 밥을 잔뜩 퍼서 입에 쑤셔 넣으며 서류를 보고 타자를 치셨고, 나 역시 밥뚜껑을 열고 한 숟가락을 펐지만, 좀처럼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복 나가니까 한숨은 쉬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밥을 입에 넣었다.

    순두부찌개가 생각보다 매워서일까? 눈가에 계속 눈물이 고이려고 한다. 그것을 꾹꾹 참으려 밥을 더 열심히 퍼먹다보니 어느새 순두부찌개와 밥그릇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부장님 것과 함께 빈 그릇을 챙겨 사무실 앞에 있는 큰 화분 옆에 놔두고 신문지로 덮는데, 마침 저녁식사하고 돌아온 여직원들이 꺅꺅거리며 잔뜩 들뜬 얼굴로 수다를 떨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앗, 노과장님!"

    "식사하셨어요?"

    이달에 들어온 신입사원이 방긋방긋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와서, 나는 먹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꼭 저희랑 드시러 가요!"

    "그래."

    "아, 맞다. 오늘도 봤어요!"

    "음? 뭘?"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여직원들이 다시 꺅 소리를 내며 수다의 장을 열었다.

    "왜! 어제 말씀 드렸잖아요. 회사 앞에 벤츠가 서 있다고요! 요 며칠 계속 이 시간만 되면~ 벤츠가 회사 앞에 서 있는 거예요~!"

    아, 그러고 보니 들은 기억이 있다. 얼마 전에 회사빌딩 앞에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비싸고 귀한-나는 차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일단 그렇게 들었다.-벤츠가 서 있다고 여직원들이 그랬다. 그런데 그녀들은 벤츠, 그러니까 '차'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차주인을 보고 놀란 것이었다.

    그녀들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헉 소리 날 정도로 잘생긴 남자가 차 주인으로, 차에 기대어 서 있다고….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누굴 기다리는 것 같다고 여직원들이 이야기 했다. 남자 직원들은 잘생기지도 않았고 벤츠 끌고 다니면 연비만 비싸다고 투덜거렸지만, 여직원들은 다 열등감이라며 비웃었다.

    그 덕분인지 요즘 여직원들은 야근 중에 유일한 즐거움이라며 저녁은 꼭 밖에서 먹고 있었다.

    "응. 그 벤츠가 왜?"

    "오늘 올라오면서 차주인이 전화를 하고 있는데, 와 진짜 한 폭의 화보였어요!"

    "진짜 누군지 궁금해요. 우리 회사에 연인이 있나? 데리러 온 건가?"

    "누군지 몰라도 진짜 부럽다!!!"

    여직원들이 다시 그 벤츠 주인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했고, 나는 하하 웃으면서 그 자리를 피해 내 자리로 돌아와 한숨을 쉬었다.

    그런 벤츠 하나도 부럽지 않다. 내겐 메탈실버를 타고 있는 그가 벤츠나 람보르기니를 탄 남자들 보다 더 멋있어 보이니 말이다. 그러니까 제발 제게 만날 시간 좀 주세요! 사장님!!

    * * * * * *

    "차라리 말단 사원이었던 것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

    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열쇠로 문을 열며 말했다.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비틀비틀 걸어가 커다란 침대에 몸을 던지듯 뉘이고, 들고 있던 전화기를 귀에 붙였다.

    오피스텔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잘 도착했는지 진재의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반갑게 웃으며 받았고 진재도 반갑게 웃으며 나보고 어서 오라고 이야기 해주었지만, 그런 그의 다정함에 더해 미안함만 커지고 있었다.

    책임져야 할 짐이 더 많아져서 힘드시군요.

    아니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래, 일은 즐거워. 즐겁지만….

    "진재야…."

    네.

    "…보고 싶다."

    …저도 보고 싶습니다.

    "우리 내일 만날까?"

    내일 거래처에서 회의가 있다고 아까 말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저는 이렇게 전화통화하면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젊어서 그런 걸까? 자제심이 깊구나. 아닌데, 보통 젊으면 더 자제심이 없는 거 아닌가? 아, 진재는 또래답지 않지. 너무 의젓해도 문제구나. 이때쯤 만나자고 한마디만 해주면 피곤해도, 진재가 뭐라고 해도 당장 달려갈 텐데…. 아, 아니야. 너무 내 생각만 한다. 정말 9살이나 위면서 어떻게 생각이 이렇게나 어린애 같은지. 철 좀 들자. 노영기.

    따뜻한 물에 몸 담그고 어서 쉬세요.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진재야."

    네.

    "내 이름 불러줘. 그게 내겐 반신욕보다 더 좋은 피로 회복제다. 사실은 최고의 피로회복제는 네가 쓰다듬어 주는 건데 말이지."

    후… 당신이라는 사람은….

    진재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것이 얼마나 듣기 좋은지.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그는 알까?

    노영기씨.

    "응."

    영기씨.

    "응."

    영기씨.

    "응."

    좋다. 네가 불러주는 내 이름.

    사랑합니다.

    그리고 네가 말해주는 고백. 정말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기쁘고, 나를 행복하게 해.

    "나도, 사랑해. 진재야. 정말 사랑해."

    아쉬운 전화 통화를 끝내며 '그래, 내일 힘내서 회의 빨리 끝내고! 진재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자. 아자아자! 노영기 파이팅!!' …을 외치며 피로가 사라지도록 반신욕 하고, 일찍 일어나서 밥도 먹고 개운하게 출근하고 회의까지 하고 왔건만… 일은 끝나지가 않았다.

    이야기가 잘 되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사장님께 오늘 일찍 퇴근해도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사장님은 새로운 일거리를 내게 보여주면서 며칠만 더 고생하자고 간곡히 부탁하셨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장님과 도시락을 하나씩 사들고 터덜터덜 걸으며 회사로 돌아왔다.

    마침 저녁 식사시간이라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사무실 안은 나 혼자 밖에 없었고, 사장님은 사장실로 들어가셨다.

    가방을 내려놓고 한 10분 정도는 일이고 뭐고 정신을 놓고 쉬고 싶은 마음에 의자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

    진재라고 생각해서 반갑게 전화를 받으려고 보니 발신자가 석우여서 약간 실망했지만, 그래도 요즘 석우에게도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응, 나야."

    야, 너 목소리 다 죽어간다? 뭐냐? 아직 회사야? 퇴근 안 해?

    "이제 회사에 돌아왔어. 지금부터 다시 일…."

    …너 해골된 거 아니야?

    석우의 말에 나는 옆에 놓인 거울을 힐끔 쳐다봤다. 볼살은 지금 빠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아."

    그럼 전혀 가진자는 못 만나고 있어?

    "기진잰데…."

    그거나, 그거나.

    "음, 못 만나고 있다. 라식 수술 한 이후부터 쭉…."

    진짜??? 야, 그럼 섹-.

    "그만해라. 회사거든??"

    석우가 무슨 말을 할지 얼른 눈치 챈 나는 으르렁 거리며 그의 말을 차단했다. 아무리 지금 사무실에 나 혼자 앉아 있다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 말이다. 내 경고를 알아들은 석우가 목소리를 한톤 낮추고,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거사는 아직 이야?

    "…어…."

    어린놈이 제법일세. 자제심이 제법 강해. 이야~ 칭찬해야 할지, 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하."

    나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부는 바람 때문에 창가에 있는 부장님 책상 위의 서류가 나풀거리는 것을 보고, 창문을 닫기 위해서였다.

    석우랑 수다를 떨며 무의식적으로 창을 닫기 위해 아래를 내려 보니 여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언가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여직원들의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니, 소문의 그 벤츠가 보였다.

    "아, 저게 그건가 보네."

    음? 뭔 소리야 갑자기.

    나는 여직원들이 난리인 벤츠와 그 차주인을 보기 위해 목을 좀 더 쑥 빼며 석우에게 벤츠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석우는 잘난 놈이 자랑하려고 그런 거 아니냐고 코웃음을 쳤고,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창문을 닫는 손이 멈췄다.

    "설마…."

    방금 벤츠에서 키가 큰 남자가 내리자, 여직원들은 더 설레어하며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 남자를 바라보다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해가 제법 진터라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익숙한 모습. 익숙한 얼굴과 머리형.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진재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는 남자는 핸드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몇초 뒤에 다른 통화가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음이 들려 나는 깜짝 놀랐다.

    발신자는 기진재….

    "설마…."

    야, 너 뭐해? 왜 그래?

    다행히 혼이 반쯤 나가려는 것을 석우가 붙잡아 주었다. 나는 석우에게 얼른 미안하다고 전화 끊어야겠다고 말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전화가 들어오고 있는 그것에 통화 버튼을 누르고 창가에 붙어서 벤츠와 그 벤츠에 기대어 있는 남자의 정수리를 바라보았다.

    "…노…영기입니다."

    기진재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남자의 모습. 한번 인식하니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내게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방금 그 남자가 '기진재입니다.' 라는 모양으로 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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