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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어 라이브 11.5권[1]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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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 어 라이브 11.5권

    이츠카 페런츠

    <라타토스크>가 관측한 어느 일상 11.5

    타치바나 코우시

    도쿄 도 거주. 제20회 판타지아 장편소설 대상 준입선작[창궁의 카르마]로 데뷔. 네 11.5권입니다. *11.5권이라고 읽으면, 착한 아이 느낌이 장난 아니네요. 분명 평소보다도 더 토카 일행이 착한 아이가 된 걸 겁니다. 이걸 뛰어넘기 위해선 *41.5권이 필요하지만, 41권은 현실적이지 못하니 4.15권으로 하죠. 4권에서 살짝 후의 이야기.... 어, 그거 린네 유토피아잖아.

    *1&2 115는 이이코, 415는 요이코라고 읽을 수도 있는데, 각각 '착한 아이', '뛰어난 아이' 정도로 번역 가능.

    *3 PS3로 발매된『데이트 어 라이브 린네 유토피아』. 원작 4권과 5권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다.

    1.

    "……어후, 역시 사람 엄청 많은데."

     어느 겨울날. 시도는 혼자서 시내의 백화점에 와 있었다.

     시도가 있는 11층 특별 행사장에선, 기간 한정으로 홋카이도 특산품 행사가 열리고 있던 모양이라, 평소엔 좀처럼 보기 힘든 식재료나, 맛있어 보이는 현지의 주전부리 등이 다닥다닥 나열되어 있었다. 물론 그걸 노리고 온 사람도 많아서 플로어는 손님으로 엄청 붐비고 있다.

     그러는 시도의 목적 또한 그것이었다. 신문에 끼워져 있던 전단지에서 특산품 행사를 알게 된 시도는, 볼일도 해결할 겸 저녁 찬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에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모처럼 신선한 해산물이 잔뜩 있으니…… 해산물 덮밥도 나쁘지 않겠는걸. 마침 오늘은 다들 우리 집에 있겠다."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머릿수를 세면서 손가락을 꼽았다.

     그렇다. 오늘은 휴일이라 정령들이 다들 이츠카 가(家)에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지금 집에 있는 사람은 토카, 요시노, 카구야, 유즈루, 미쿠, 나츠미, 오리가미로 일곱. 거기에 일 때문에〈프락시너스〉에 가 있는 코토리도 저녁 식사 전에는 집에 올 터였다.

    "그렇게 되면 제법 양이 많겠는걸. 9인분…… 아니, 토카가 최소 3인분은 먹으니까 11인분……"

     늘 있는 일이지만 제법 무게가 나갈 것 같다. 누구 한 명 정도 도와 달라고 데려오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뭐, 한 명 데려가려고 하면 한 명, 또 한 명 줄줄이 일행이 늘어나게 되니, 어쩔 수 없다면 없는 일이지만.

     시도는 작게 쓴웃음을 지으며, 장바구니를 들고 생선이 진열되어 있는 코너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응……?"

     시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정령들 중 누군가가 건 전화인가 싶어 봐 봤으나…… 아무래도 아니었나 보다. 화면엔『발신자 표시 제한』이란 글자가 표시되어 있다.

    "……누구야, 대체."

     수상쩍게 여기면서도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왠지 우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딸을 데리고 있다. 돌려받고 싶으면 내일까지 1억을 준비해.』

    "……어?"

     예상 밖의 말에 시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기요?"

    『장난이 아니다. 지금 목소리를 들려주지.』

    『꺄아 살려줘 아빠!』

     멀리에서 왠지 새된 목소리 같은 비명이 들린다.

    "…………"

     그 목소리에 시도는 이마에 손을 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부러 발신자 표시 제한까지 해 가면서 뭐하는 거야, 아빠, 엄마."

    『어머, 벌써 들켰니?』

     시도가 말하자, 아까보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랬다. 전화 상대는 해외 출장 중인 부모님, 이츠카 타츠오와 이츠카 하루코였다. 참고로 유괴범 역할은 하루코, 딸 역할은 타츠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배역이었다.

    "제법 오랜만에 전화했다 싶었더니 이러기야……"

    『미안, 미안. 일이 바빴거든. 이야, 근데 역시 대단해, 시이 군. 한 번에 간파하다니.』

    "시이 군이라고 부르지 마.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야?"

    『뭐야, 아들한테 전화하는 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니?』

    『슬프다, 슬퍼서 아빠 눈물 날 것 같아. 우아아앙.』

    『아, 시이 군이 탓군 울렸대요~ 울렸대요~』

    "……끊는다."

    『아, 좀만 기다려 보래두. 여전히 농담이 안 통한다니까.』

    『그래. 코토리였으면 솔직하게 놀라 줬을 텐데.』

     그리 말하며 "그치~" 하고 송화기 앞에서 합창한다. 여전히 떠들썩한 부부였다.

    "그래서……"

    『아, 그렇지. 깜박했네, 깜박했어. 지금 우리 어디 있게?』

    "어디냐니, 미국이잖아? 본사에 출장 간다고……"

    『때앵! 틀렸습니다! 대답할 기회가 넘어갑니다! 자, 탓군!』

    『도쿄 도 텐구 시 동 텐구, 정겨운 우리 집 앞이랍니다!』

    『네, 딩동댕 정답! 탓군에게 1억 점이 주어집니다!』

    『앗싸! 1억 점이면 새 컴퓨터 사도 괜찮은가요!』

    『그러려면 100억 점 필요합니다.』

    『젠장!』

    "뭐……?"

     노도와도 같이 흘러온 정보에 시도의 눈이 점처럼 작아진다. 하지만 전화 상대는 별로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돼서, 집에 왔답니다! 뭐, 임시 휴가라서 또 금방 돌아가 봐야 하지만.』

    『이야, 시도랑 코토리 보는 것도 오랜만인걸. 잘 지냈니?』

    "자, 잠깐만!"

     시도가 비명 섞인 목소리를 내자, 주변을 걷고 있던 쇼핑객들이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하지만 지금의 시도에겐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지 않았는가. 이츠카 가 앞에 있다고.

     ――정령들이 집을 보고 있는 이츠카 가 앞에, 있다고.

    『응? 왜 그러니?』

    "아, 아니…… 실은 나, 지금 장 보러 나와서 집에 없거든! 코토리도 외출 중이라……!"

    『어머, 그랬니? 그럼 마침 잘됐네, 저녁 찬거리 우리 몫도 추가해줄래? 오랜만에 시이 군이 해주는 밥 먹고 싶다~』

    "그, 그게 아니라! 우리가 집에 갈 때까지, 잠깐 밖에서 시간 좀 죽이고 있으면 안 될까!?"

    『에에~ 왜? 집에서 기다리면 되잖아.』

    "윽…… 어, 어쨌든! 제발 부탁이니까……!"

     시도가 애원하듯 말하자, 하루코가『아하앙』하고 짓궂은 웃음소리를 냈다.

    『탓군~ 시이 군이 우리 없는 사이에 집에 뭔가 숨겨둔 모양이니까, 애 오기 전에 집 좀 뒤져봐.』

    『OK, 좋았어.』

    "안 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상황이 악화됐다. 시도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럼 저녁밥 부탁할게. 메뉴에 따라 시이 군의 보물을 발견했을 때의 반응이 가벼워질지도 몰라. 참고로 엄마는 지금 게가 엄청 먹고 싶단다.』

    『아, 아빠는 성게.』

     마치 시도가 홋카이도 특산품 행사에 가 있는 걸 아는 듯한 주문을 남기고, 전화가 끊어졌다.

     시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허둥지둥 휴대전화를 조작해 집에 있을 토카 일행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어젯밤 충전을 깜박한 게 화근이었는지, 참으로 타이밍 안 좋게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배터리가 다 돼 화면이 암전되고 말았다.

    "왜 이럴 때에!?"

     이대론 큰일이다. 진짜 위험하다. 믿고 집에 남겨 둔 아들이 모르는 새에 하렘에 빠져 처음 보는 여자애들을 집에 데려왔다니, 가족 회의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아무리 밝은 성격의 부모님이라도, 좋아하는 걸 사다 드리는 정도로 용서해 주시진 않을 것이다. 게와 성게의 이용법이라곤, 껍질째 입에 물려서 입을 막는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튼, 서둘러 집에 가야 해……!"

     시간이 걸리면 걸릴수록 상황이 악화되기만 할 뿐이다. 부모님과 정령의 콘택트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둘 사이에 뭔가 치명적인 대화가 오고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 시도는 쇼핑객들 사이를 헤치며 달려나갔다.

     도움이 안 될 줄 알면서도, 만약을 위해 게와 성게는 장바구니에 담았다.

    2.

    "으음…… 한 번 더 하자, 오리가미!"

     이츠카 가의 거실에서 게임 컨트롤러를 쥔 채, 토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긴 흑발에 수정 같은 눈동자가 특징적인 소녀였다. 허나 지금 그 단정한 얼굴은 분함에 일그러져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지금 토카의 눈앞의 화면에, 엎어져 쓰러진 캐릭터와『KO!』란 글자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해도 똑같아."

     대답한 건 토카의 옆에 앉은 소녀, 토비이치 오리가미였다. 토카와는 정반대로 시원스러운 표정을 한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통산 전적 5전 5패. 야마이 자매가 하고 있던 게임이 재밌어 보여서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아까부터 오리가미의 초 절정 테크닉에 농락당해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토카와 오리가미의 뒤에서 카구야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캇, 역시 대단하다고 해 두마, 오리가미. 허나 내 권속을 괴롭히는 걸 잠자코 보고 있을 순 없지. 어디, 슬슬 내가 직접 상대해 주마."

    "지적. 카구야는 우선 유즈루부터 이기고서 하세요."

     카구야 옆에 앉아 있던 유즈루가 푸훗, 하고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찜찜했는지 카구야의 말문이 막혔다.

    "그, 그런 야비한 수법은 인정 못해! 아름답지 못하다구!"

    "부정. 이긴 건 이긴 거예요. 카구야는 초필살기만 노리고서 화면 끝에서 깡총거리고 있어서 맞추기 쉬워요."

    "으, 으그으으윽……!"

     카구야가 분한 나머지 으르렁댄다. 실제로 카구야는 자신이 우세한 시합에서도, 화려한 필살기로 KO시키려다 역전패 당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여, 여러분, 사이좋게……"

    『그래~ 게임은 즐겁게 즐겨야지~』

     하고, 더욱 뒷편에서 요시노와 그 손에 장착된 토끼 인형『요시농』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실 뒷쪽에선 요시노, 나츠미, 미쿠 셋이서 게임 그룹의 달아오른 시합을 관전하면서, 우아하게 홍차를 마시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요오, 사이좋게 지내야죠. 저랑 나츠미처럼요~"

    "……아니, 딱히 사이좋진 않잖아. 그보다 그, 왜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고 있어? 무섭거든?"

    "네? 딱히 거리를 좁힌 적 없는데요? 만약 그렇게 보였다면 그건 착각이겠죠~ 나츠미 안에서 제 존재가 커진 걸 거예요~"

    "……응, 저, 일단 무릎에 손 좀 올려놓지 말아 줄래? 그리고 꼬물꼬물 손가락 좀 움직이지 말아 주겠어?"

     미쿠와 나츠미가 뭔가 공방을 시작한다.

     저쪽도 저쪽대로 궁금했지만, 지금 우선시해야 할 건 자신의 싸움이었다. 토카는 고개를 회회 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튼! 진 채로는 기분이 안 풀린다! 승부다, 오리――"

     하지만. 토카가 도중에 말을 멈췄다.

     귀가 수상한 소리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

     곧 오리가미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눈치챈 모양이다. 다들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이 소리는……"

    "현관 쪽……이네요. 시도 씨나 코토리 씨가 돌아온 거 아닐까요……?"

    "아니, 시도나 코토리와는 발소리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으음, 그럼 손님이려나요?"

    "아니, 그럼 보통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

    "수긍. 그 말대로예요. 그렇다는 건――"

    "――빈집털이."

     오리가미가 내뱉은 말에, 정령들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서, 설마 이런 대낮에 당당하게……"

    "그럼 강도일지도 몰라. 아무튼, 이 집에 시도와 코토리 이외의 누군가가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칩입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

    "어, 어떡하죠……"

     요시노가 당황한 채 작게 말했다.

     그러자 오리가미는 말없이 현관으로 이어지는 문을 바라보았다.

    "왠지 우리 집인데도 반가운걸."

    "아~ 그러게."

     이츠카 가 앞에 서서, 하루코와 타츠오는 감회에 잠겨 중얼거렸다.

     쇼트 커트의 머리에, 드세 보이게 눈초리가 치켜 올라간 두 눈. 항상 가슴을 펴고 다니는 것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아내 하루코에 반해, 검은 테의 안경 너머로 항상 싱글벙글 미소짓고 있는 눈과, 새우등 같은 자세가 특징적인 남편 타츠오.

     오랫동안 함께 지낸 부부는 점차 닮아 간다…… 그런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이 이츠카 부부에게는 잘 들어맞지 않았다. 둘이 늘어선 모습이 부부라기 보다는 여걸과 문관(文官), 아니면 고집쟁이 아가씨와 노집사 같다고, 결혼식에 초대한 친구가 한 말이었다.

    "자, 그럼 들어갈까."

    "응, 그래…… 어, 우왓!"

     그때, 타츠오가 바닥의 요철에 발이 걸려 하루코 쪽으로 쓰러졌다.

    "잠깐…… 꺄악!"

     그리고 그대로 놀라 돌아본 하루코의 가슴께에 얼굴을 파묻었다.

    "……나 원, 여전하다니까~"

    "미, 미안해……"

    "괜찮아, 이미 익숙하니까. 예전 같았으면 한 대 쳤겠지만."

    "응…… 맞은 기억이 제법 많지."

     미안하다는 듯 말하면서 타츠오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타츠오는 예전부터 이럴 때가 있었다. 쓴웃음을 지으며 현관 문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자, 얼른…… 응, 어라?"

     그때 하루코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분명 집에 아무도 없댔지. 현관문이 열려 있어."

    "헤에…… 조심성 많은 시도치고는 별일인걸."

    "으음, 아무리 일본의 치안이 좋다곤 해도, 너무 풀어졌네. 주의를 줘야겠어."

     그리 말하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허나 그때 하루코는 다시 수상쩍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현관에 여성용 신발이 잔뜩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나 참, 코토짱 짓이구나? 우리가 없어도 그렇지, 벗고서 아무렇게나 던져 놓다니…… 아, 게다가 처음 보는 디자인들뿐이잖아."

    "아하하, 혹시 시도가 우릴 집에 들이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이건가?"

    "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대체가, 시이 군은 여전히 동생이라면 오냐오냐한다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며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간다. 그러자 옆에서 타츠오가 기지개를 켜는 듯한 동작을 했다.

    "으음…… 역시 여긴 마음이 놓여. 그쪽의 사원용 숙사도 나쁘진 않지만, 뭐라 그래, 공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맞아, 맞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도 일본인인가 봐."

     아하하 하고 가볍게 웃으며 복도를 걸어가, 거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헤?"

    "어?"

     하루코와 타츠오는 동시에 얼빠진 듯한 목소리를 냈다.

     허나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선 순간, 좌우에서 샤샥 하고 사람 그림자가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붙잡혀서 바닥에 엎어져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뭐, 뭐야!? 대체 뭐야!?"

    "하, 하루짱! 괜찮아!?"

     아등바등 발버둥쳐 보지만, 양손이 꽈악 구속당한 상태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신히 움직이는 고개를 돌려 범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때 하루코는 또다시 놀랐다. 하루코와 타츠오를 구속하고 있던 건 두 명의 어린 소녀―― 심지어 쏙 빼닮은 얼굴을 가진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흥, 저항은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경고. 얌전히 계세요."

    "뭐, 뭐……"

     갑작스런 일에 하루코가 놀라고 있자니, 소파 뒤에서 몇 명의 소녀들이 추가로 살금살금 나타났다. 그러자 하루코와 타츠오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음…… 이놈들이냐?"

    "그, 그래 보이진 않는 것 같은데요……"

    "……어설퍼, 요시노. 진짜 악당은 악당 같은 얼굴을 하지 않는 법이야."

     라는 둥, 소녀들이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다.

     하루코의 머릿속에 한순간『강도』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지만, 나타난 소녀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뭐, 저쪽 왼편에 서 있는 눈매가 사나운 소녀가 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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