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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나쁜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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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cious tongue (나쁜 혀)

    거울을 보며 씩 웃어 보았다. 그러자 입 꼬리가 위쪽을 향해 올라간다. 굉장히 이상한 표정이다. 내가 이런 야릇한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역겹고 혐오스럽다. 몇 번을 연습해봐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웃음이 나오지 않는데 왜 억지로 웃으라고 시키는 걸까. 망할 놈의 인간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이런 속담이 있던데 어떤 놈이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자식은 분명 눈깔 병신일 것이다. 이런 얼굴은 도리어 화를 부른다. 실제로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에 침을 뱉고 싶어졌다. 도대체 인간들은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을 이런 표정으로 보내는 걸까. 인간은 왜 웃어야만 하는 건가. 억지로 웃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고 짜증난다. 혹자는 ‘웃는 얼굴이 예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웬걸. 전혀, 예쁘지 않다.

    습관적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거울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속이 다 시원하다. 사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배를 잡고 낄낄거리다 얼굴을 굳히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나답다. Vicious tongue (나쁜 혀).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내가 서있는 지금 이곳은 어디인가. 생각하면 까마득하고 미치도록 답답하다. 나는 사람의 자식이 아니다. 그럼 네 정체가 뭐냐고 묻는다면 악마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조금 순화해서 말하자면 타락천사정도 되겠다. 본시 나는 천사였다. 그러나 워낙 못돼 처먹은 천성 때문에 악마가 되었다가 그마저도 적응하지 못하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났다. 하늘의 심판을 받던 날, 나는 죽음대신 환생을 기원했다. 허나 이런 식으로 태어나길 원한 건 아니었다. 하필이면 하고 많은 것 중에 인간이 뭐란 말인가. 차라리 생명력 없는 돌멩이나 짐승쪽이 더 낫다.

    생긴 것은 전생과 같았으나 악마의 상징인 검은 날개와 날카로운 뿔, 이빨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리 화를 내고 난동을 부려도 예전 같은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죄책감이 밀려왔고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정이 시시때때 나를 괴롭혔다. 인간의 뇌는 쓸데없이 복잡했고 수시로 개 같은 생각을 만들어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영원한 죽음을 선택하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짜증이 치솟아 되고 말고 욕지기를 늘어놓는데 나를 주워준 인간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웃는 연습 좀 했나?”

    나만큼은 아니지만 이 남자도 굉장히 사악해보인다. 그 역시 웃을 땐 진심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영업용 미소’라고 불렀다. 그를 본받기 위해 나 역시 영업용 미소를 따라 해 보았으나 그것은 고도의 훈련이 필요했다. 남자의 말에 대꾸 없이 입 꼬리를 끌어 억지 웃음을 지어보았다. 토할 것 같다.

    “전혀 나아진 게 없군. 이봐. 잘 팔리려면 웃을 줄 알아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해?”

    나는 물건이 아니다. 헌데 뭐가 팔린다는 건지 도통 이해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남자는 짜증난 듯 내 눈을 쿡 찔렀다.

    “눈을 사용해서 웃으라고.”

    눈? 눈이라니. 웃는데 눈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한참 고민하다 입술을 끌어 올릴 때처럼 눈도 아래로 살짝 접어보았다. 파들파들 얼굴에 경련이 이는 것 같았지만 애써 참아냈다.

    “이런 식으로?”

    웃는 것을 중단하고 묻자 남자가 양쪽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꼈다.

    “그나마 좀 낫군.”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그의 뒤를 무작정 쫓아갔다. 남자의 키는 나보다 조금 더 컸지만 덩치는 월등히 좋았다. 내가 매끈하게 잘 빠진 타입이라면 남자는 그 반대였다. 가로로 짝 벌어진 어깨와 아무리 커다란 날개를 달아도 망가지지 않을 등판. 그리고 가끔 보여주는 썩은 표정까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뿐이었다. 악마로서 완벽한 조건을 지니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인간이었다.

    그를 만난 건 불과 이틀 전. 나는 흔히들 말하는 노숙자처럼 길거리에 앉아있었다. 보통 환생이라 함은 어미의 뱃속에 잉태되어 새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경우가 달랐다. 하늘에서도 버려진 탕아였기에 인간의 아이로 태어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저 죽음을 맞이하던 그때와 똑같이 그 모습 그대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 바람에 아무것도 없이 떠돌기를 며칠. 그의 가게 옆 쓰레기더미에 앉아있다 발견되어 이 곳으로 끌려 들어 왔다. 나를 주워온 남자는 직업이 여러 개라고 했다. 지금 운영하는 술집에서 남자들을 키워 연예계로 내보낸다고 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악마인 나로선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렇다고 했으니 그럴 거라 믿는다.

    “앉아.”

    남자는 푹신한 쇼파에 앉으며 내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별로 앉고싶지 않았기에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하지만 뒤쪽에 서있던 험상궂은 남자가 다가와 내 어깨를 짓누르는 바람에 남자 말대로 쇼파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험상궂은 남자는 나를 주워준 남자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의 이름이 형님이었나 생각해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나를 줍던 날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얘기해 주었지만 건성으로 들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 기억이 없다고 했지? 이틀의 시간을 주었는데도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어?”

    “이름은 알아.”

    내가 남자에게 반말을 찍찍 깔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뒤에 덩치가 다가왔으나 남자는 그를 저지하고 말을 이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뭔데?”

    “나쁜 혀.”

    “뭐?”

    담배에 불을 붙이던 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남자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묻어났다. 점점 더 심해져서 폭발한다면 어떤 꼴을 보게 될까. 아아, 구경하고싶다. 습관적으로 다리를 떨며 씹고 있던 껌을 쫙쫙 늘렸다. 남자가 이름을 물어봤으니 그대로 답해 주었을 뿐인데 모두의 눈치가 심상치 않다.

    “정신병자인가?”

    수근거리는 소리가 귓속에 그대로 들어왔다. 인간의 모든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없다고 해도 나는 똑똑한 편이었다. 한번 본 것은 대체로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웬만한 것은 쉽게 깨우쳤다. 그러니 내 욕을 하면 곧바로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욕을 들어도 거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았지만 나를 무시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텔레비전을 켰다. 그리고 교육방송에 채널을 고정했다. 마침 안경을 쓴 여자가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고 그것을 풀이해 주고 있었다. 수학 문제는 루트에 관한 것이었다. 루트 따위는 식은 죽 먹기라 생각하며 음 소거 버튼을 눌렀다. 문제만 그대로 메모지에 옮겨 적고 구석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풀어 재끼기 시작했다. 아주 소량의 시간동안 문제를 다 풀고 답을 대문짝만하게 적어 모두의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음 소거를 취소 시켰다. 여자는 아직까지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아주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탓에 몇분 동안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지만 나는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결코 무식한 악마가 아니라는 것을.

    여자의 기나긴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답이 공개되는 순간, 다들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적은 답과 여자가 풀이한 답은 정확히 일치했다. 의기양양하게 턱주가리를 들어올리자 덩치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정신병자가…”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군.”

    덩치들의 우두머리인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마지막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남자는 내게 다른 걸 물어왔다.

    “그래. 설사 네 이름이 나쁜 혀라고 해도 그건 쓸 수 없는 이름이다.”

    의아했다. 나쁜 혀라는 이름은 악마세계에선 아주 좋은 뜻이었다. 직접적으로 욕설이 들어가는 촌스러운 이름보다 어중간하면서도 의미가 분명한 내 이름 같은 것이 인기였다. 헌데 그런 내 이름이 인간세상에선 먹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기분이 언짢긴 했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어째서?”

    “어째서 라고 물어도… 아무튼 그건 안 된다.”

    “그럼 나는 이름이 없는데…”

    “나쁜 혀라… 혀. 혀… 그래. 급한 대로 현우라고 하자.”

    전혀 연관성 없는 단어였다. 혀의 히읗에서 떼어 왔다고 해도 이상한 이름이었다. 현우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게 더 촌스러워.”

    “그래도 앞으로 너는 현우다. 그런 줄 알아.”

    당신이 뭔데 내 이름을 멋대로 정하느냐고 화를 낼 생각이었지만 당분간 여기서 먹고 살려면 눈치를 봐야 했다. 적어도 여기에 있으면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첫 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를 곯았던 고통을 나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인간에겐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는 게 존재했다. 물론, 악마에게도 그런 것은 있었으나 식욕과 수면욕이 왜 그리 중요한지 모를 일이었다.

    “나이는? 몇 살이지? 기억 안나? 전부터 물어봤지만 주민등록증은 분실했나?”

    “그게 뭐야?”

    주민등록증.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머리를 긁적이자 남자가 미치겠다며 담배를 빼물었다. 줄줄이 늘어나는 재떨이의 담배꽁초를 주워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쓰고 역한 냄새가 났지만 강한 중독성이 느껴졌다. 날 잡아서 한번 펴봐야 겠다며 입에 물자 남자가 급히 담배를 빼앗았다.

    “담배는 안돼.”

    “왜? 당신은 되고 나는 안돼?!”

    “네 놈. 미성년자 아니냐? 그리고 피부 망가져.”

    “미성년? 웃기지마. 나는 300살도 넘었어!”

    “헛소리 작작해라. 잘 먹어봐야 스무 살쯤 된듯한데… 일단 학교부터 나가라. 내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

    남자는 귀찮다는 듯 쓸데없는 말을 함구했다. 학교라 함은 인간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교육과정을 밟는 일련의 기관이었다. 학교는 문제도 많고 탈도 많은 골치 아픈 그런 곳이었다. 어째서 내가 그런 곳에 들어가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아는 것도 많고 지식도 풍부함으로 달리 더 배울 것이 없었다. 게다가 진실로 미성년이 아니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살만큼 살아왔다. 그런데 어려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 곳에 처 박혀야 한다니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잘 들어. 너의 이름은 현우. 그리고 나이는 열 아홉. 그 외에 것은 아무래도 좋아. 간섭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알아서 해. 혹시나 네 놈의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경찰에도 문의해봤지만 헛수고였다. 일단 여기에 머물면서 기억을 되찾아보도록.”

    “지랄 마. 병신.”

    욱 하는 마음에 되는대로 내뱉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폭력이었다. 남자는 내 욕설에 혀를 찼고 지켜보던 덩치는 폭력을 행사했다. 곧 멱살을 잡고 얼굴을 가격했다. 나 역시 그를 때릴 생각으로 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인간의 신체는 약해 빠졌다. 키는 얼추 비슷했으므로 힘도 비슷하리라 믿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덩치는 생각보다 힘이 좋았고 때리는 기술이 뛰어났다. 연약한 인간의 피부는 작은 찰과상에도 피를 뿜었고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렇게 힘없는 몸 따위 정말 최악이다. 화딱지가 밀려왔다.

    “그만.”

    남자의 지시에 덩치가 반응했다. 때리던 손을 멈추고 남자를 돌아봤다. 그 새를 놓치지 않고 덩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아린 코끝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코 끝이 아작 난 것처럼 욱신거렸다.

    “하지만 형님…”

    “상품에 상처 나면 안되니까.”

    “그렇다면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이 놈은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괜찮아. 조금 건방진 것도… 머리도 제법 좋고… 몸매나 얼굴은 두말 할 것 없지. 잘 키우면 좋은 물건이 되겠어.”

    남자는 기분 좋게 웃으며 품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그 안에 빼곡히 쌓여있는 명함 중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김창규’

    명함에는 그의 이름으로 추측되는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인간의 이름은 단순했다. 특히 내가 떨어진 이 곳. 대한민국이란 곳은 대부분의 이름이 세 글자로 정해져 있었다. 성은 한 글자에 이름은 두 글자. 단순하고 재미없는 이름 뿐이었다. 김창규라는 이름 아래엔 그의 휴대폰 번호가 나열되어 있었고 그 위엔 커다랗게 K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라고 써있었다.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종이를 앞뒤로 돌려보다 주머니 속에 찔러 넣었다.

    “조금 썩다가 돈 줄타게 해줄 테니까 잘해보자고.”

    김창규가 내미는 손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뻗자 그가 마주잡았다. 대충 몇 번 악수를 하다 그는 볼일이 있다며 밖으로 빠져 나갔다. 덩치들과 홀로 남겨진 나는 멀뚱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슬 배가 고파 주방으로 들어가자 나를 때렸던 덩치가 따라왔다.

    “뭐야?”

    “사장님이 안계실 땐 개기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앞으로 살아 남고 싶으면.”

    “………”

    습관적으로 욕을 하려다 참았다. 이 놈에게 맞아봐야 좋을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 태어났다면 이런 놈쯤 문제될게 없었지만 지금은 애처롭게도 인간이었다. 머리 속만 악마일 뿐, 모든 것이 인간의 그것과 흡사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이것이 현실인 것을. 방을 안내해 준답시고 나를 이끄는 덩치의 손에 붙들려 주방에서 끌려 나왔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토록 불행한 나의 인간사가 이제 슬슬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며칠 째, 이러고만 있다. 술집 위층에 딸린 창고는 내 방이 되었다. 덩치는 사장님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했지만 그다지 감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결코 거둬달라고 부탁한적 없다. 김창규 그 작자가 무슨 속셈으로 이러는지 모르겠으나 얕은 지식으로 봤을 땐 나를 이용해 먹으려는 수작이 눈에 뻔히 보인다.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도리어 고마워 해야 할 것은 김창규였다. 나의 가치를 알고 나를 주웠으니 보는 눈이 있다고 할까.

    덩치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그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주먹을 기억하고 있기에 나는 반항을 하려다 관두었다. 괜히 덤볐다가 얻어 맞을까 싶어 겉으론 알았다고 하고 돌아서선 코웃음치기 바빴다. 그 둘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으나 덩치의 사장님 사랑은 대단했다. 충견이 주인의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덩치도 사장 즉, 김창규의 앞에선 말 잘 듣는 애완견에 불과했다.

    사장이 말하는 그 ‘연예인’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날고 긴다는 놈들은 죄다 그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몰려들었다.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사장의 지시를 받으며 술도 팔고 여자들의 비위도 맞췄다. 나는 그 자체로도 빛나는 원석이라며 사장이 일을 못하게 했다. 언뜻 들으면 칭찬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첫날 일을 하다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기에 그는 나를 부려먹지 않았다. 그러나 일을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놈의 미성년 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나는 나이가 많다고 얘기해봤으나 망할 놈의 젊은 육신 덕분에 자꾸만 퇴짜를 맞았다. 오늘도 아래층은 시끄러웠고 할 일이 없는 나는 심심했다. 이 방에 가만히 있노라면 정말이지 답답했다. 자고 먹고 생각하고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이 요 근래 내 삶을 차지하는 전부였다.

    머무는 방은 보잘 것 없었다. 예전에 내가 누리던 부귀영화에 비하면 거지 촌이나 다름없었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몇 개의 가구들. 아주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고 있으려니 짜증이 난다. 왜 하고많은 것들 중 나는 인간으로 환생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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