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아르]붉은 여왕red queen - 4

163일전 | 157읽음

같은 하찮은 취미밖에 할 줄


모른답니다."


"별 말씀을 하십니다. 단지 마땅히 취미가 없는 것 뿐."


"어마, 그런 서운한 말씀을.....사교계에선 공작님의 재능과 자질이 대단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던데요."



가까이만 가도 피부가 에일 것 같은 그의 차가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는 방긋방긋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로 봐선 여자는 참 대단한 동물이지. 난 속으로 중얼거리며 티포트를 천으로 감싸쥐고 조심스럽게 잔에 홍차를


채우기 시작했다.


붉은 물이 쪼르르 잔 안으로 휘감아 들어가는 모습에 그녀들은 잠시 입을 다물고 차가 채워지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들의 관심이 잠시 차에서 나에게로 쏠린 듯 붉은 머리 아가씨가 날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누군지 눈치챈 건 아니겠지? 내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내가 가문에서 거의 버려진 자식이었기 때문에


상류층 귀족들 중에 나를 아는 이는 드물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클로딘이란 여자는 마치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곤 입을 달싹였다.


안돼, 그런 쪽 팔리는 일은 당할 수 없다고! 난 차를 골고루 따른 후 최대한 빨리 티포트를 챙겨 뒤로 빠지려 했다.



"어마, 당신."



그러나 내가 뒤돌아 선 것과 그녀가 날 지목한 것은 동시의 일이었다. 귀족의 부름에 돌아서지 않으면 불경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난 어쩔 수 없이 다시 등을 돌렸다. 제발 날 아는 사람은 아니길 티 포트에 빌면서-.



".....왜.....그러십니까?"



제길, 교양 있는 말투라니. 어울리지 않아.



"당신.............혹시 엘그란 데 바스토르 양을 알고 있나요?"



엘그란 데 바스토르.


뜻밖의 이름을 붉은 머리 아가씨로부터 듣자 내 표정은 흠칫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미소를 지어 보이고 싶었지만 얼굴


근육이 단단히 뭉친 것같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이 나오자 적당히 여자들을 상대하며 무료한 표정을 짓던 휴란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는 소리겠지. 그러나 나 역시 그녀를 아는 척 할 생각은 없었다.



"............전 모르는 분입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이럴 때 시종이란 신분은 참 편하군. 어차피 주인의 명령만 들으면 되는 개일 뿐이니 말이다. 클로딘이란 아가씨도 이를


깨달았는지 잠시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안하군요. 잠시 착각한 것 같아요. 제 친구인 엘그란이 출신이 나쁜 귀족의 사생아와 사귄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언뜻


그 모습을 거리에서 본 듯 하기에 물어본 것뿐이에요. 그 사람도 긴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인


남자였는데.......하지만 그럴 리는 없죠. 귀족이 시종이 될 리는 없고...호홋, 미안하군요."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내 이야기를 전해 듣자 매우 묘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얼굴이 화끈거려 더 이상 그녀들에게 무언가를


듣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시종의 신분으로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휴란의 뒤에 서있었다.


만약 휴란이 이 사실을 밝힌다면, 내가 사실 그 엘그란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면 그녀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러나 다행이 휴란은 그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는 듯 말없이 잔을 들어올려 입술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참, 별일도 다 있죠?"



붉은 머리 아가씨는 일단 말을 꺼냈다가 중단한 것이 무안했던지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던 바스토르 가의 엘그란말이에요. 꽤나 명망 있고 부유한 집안인데 어쩌다가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지....


분명 그녀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이상한 남자일거에요. 하여간 지금은 헤어지고 다른 지체 높은 귀족과 약혼했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가문에서는 천만다행이죠. 그러나 그녀와 약혼한다는 귀족도 참 멍청한 것 같아요. 나 같으면 그런


소문이 있으면 당장 파혼하던가 엄청난 지참금을 내놓으라고 말할텐데 말이에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엘그란이 전에


사귀었던 남자를...."


"미안하지만-."



한창 이야기에 몰두해 있던 백작 가의 영양의 말을 휴란은 가차없이 끊어놓으며 끼어 들었다. 뒤에선 '저 차가운 매력 멋져,


꺄아-.'하는 그녀들일지라도 당장 숨을 멎게 할 만큼 냉혹한 표정으로 얼음장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멍청한 귀족이 바로 저입니다."



그는 우아하게도 다리를 꼬고는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에?"


"어머, 말도 안돼!"



두 여자는 동시에 소리쳤다. 그리고 나는 조금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그녀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엘그란 데 바스토르 양은 곧 저와 약혼할 사이입니다. 뭔가 불만이 있으시다면 말씀하시죠."



그는 턱을 위로 치켜들고 눈을 오만하게 내리깐 자세로 그녀들을 노려보았다. 클로딘이란 여자는 아예 사색이 되어서


부들부들 떨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덩달아 아멜리아란 여자도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라니 산통도


깨졌을 뿐더러 휴란의 저런 표정 앞에서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시체가 되어서야 가능할 것이다.



"이.....이만 실례를........"


"저.....저.....저도 이만."


"배웅하진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덕분에 귀찮게 엥엥거리던 파리라도 쫓은 듯 그는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였다. 허둥지둥 치마를 양손에 들고


저택 밖으로 달아나는 그녀들을 보며 난 묘한 질투심을 맛보고 있었다.



엘그란은 이미 포기했다. 그러나 내 마음 한 구석에선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일까? 휴란이 당당히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가 될 거라는 것을 말하는 순간 마음이 불에 데인 듯 쓰라려왔다. 만약 내가 저런 말을 했더라면 그녀들은 아마


비웃었을 테지. 그러기에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그것이 날 한없이 비참하게 만들었다.



"슬레온."


"..............."



그가 오랜만에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홀로 테이블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할 테지만 난 티포트를 들고는 아무 말 없이 서있었다.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거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작 각하."



난 시종이라는 가면을 쓰고 한 발 물러섰다. 나의 진심을 그에게 들키게 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진 유일한


자존심이었으니까-.



"네가 엘그란을 사랑했는지 묻고 있는 거다."


"그런 여자......이미 잊은 지 오래입니다."



비록 꿈에서 그녀를 그리워한다 할지라도, 그로 인해 내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려진다 해도.


휴란의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는 것이 보였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허세를 부리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니까."


"..........그녀를.....사랑하는 거야?"



휴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들고 있던 찻잔을 테라스 벽을 향해 던졌다. 사기로 만들어진 찻잔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깨어졌고 태양 빛이 따뜻하기만 티테이블엔 적막한 침묵이 감돌았다.



"하아...."



그가 들릴 듯 말 듯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나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찌를 것 같은 날카로운 빛을 내는 눈동자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광채를 띄곤 나를 향했다. 당장 도망가고 싶을 만큼 위압적이며 내 신경을 온통 곤두서게 만드는


시선이다. 그가 말했다.



"사랑이라.......아주 재미있는 말이구나. 그러면 내가 오히려 그녀를 증오한다면....너는 어떻게 할거냐, 슬레온?"



그는 냉정한 미소를 띄우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6.



심장이 답답하고 눈앞이 화끈거렸다. 혈맥 안을 꿈틀거리던 피가 작은 실뱀이 되어 심장을 향해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내가 아직까지 그런 뻔뻔한 말을 지껄인 휴란을 당장 멱살을 잡고 때려눕히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말을 똑바로 해, 휴란."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삼키느라 걸걸한 목소리는 더욱 낮고 위협적인 말투가 되어 버렸다. 만약 이 눈앞에 남자가 엘그란을


단지 노리개로 데리고 논 것이라면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차가운 심장을 눈앞에 드러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찢어버린다 해도.



"네가 지금 엘그란을 가지고 놀았다는 말이냐?"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휴란은 가볍게 팔짱을 낀 채로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었다.



"네가 왜 이리 화를 내는 지 모르겠구나. 어차피 너와 엘그란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이가 아니냐? 방금 전 네 입으로


똑똑히 그녀를 잊었다고 하지 않았나?"


"닥쳐!"


"또 자기 분수를 모르고 달려드는 구나, 슬레온. 사나운 개는 주인의 채찍이 있어야 말을 듣는다지?"


"장난치지마! 엘그란은.....엘그란은 너 같은 귀족나부랭이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희롱 당할 여자가 아니야. 개자식!!!


어떻게 네가 엘그란을!"



그의 입가의 미소가 짙어졌다.



"흥분하는 것을 보니 그녀를 잊었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군. 그럼 더더욱 벌을 받아야지."


"네가 뭔데!!!!"



난 괴성을 지르며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제대로 이성이 박혀있어도 그에게 상처를 입힐까 말까 한데


머리가 반쯤 돈 상태에서 달려들었으니 당연히 그에게 손끝하나 델 수 없었다. 아무리 주먹을 휘둘려도 그에게 달려들어도


내 손은 번번이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 거칠어지는 호흡소리가 내 귀를 거슬렀다. 물러서고 싶지 않았지만 몸이 본능적인


두려움에 반응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막막한 기분이었다.


휴란은 달려드는 내 몸을 단지 한쪽 어깨를 트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리곤 오른쪽 팔을 단단히 쥐고는 뒤로


꺾어버렸다.



"크윽........"


"어리석은 나의 동생. 얌전하게 굴면 좋았을 것을..."



그는 있는 힘껏 내 손목을 비틀었다. 빠각하는 소리가 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악!"


"이쪽 손인가? 네가 엘그란을 만진 손이?"


"개자식, 죽어버려!!!!!"


"아직도 입이 험하군."



눈앞이 아찔하더니 어느새 인가 내 몸을 땅에 널브러져 있고 휴란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구둣발로 가차없이 내 다른


팔을 내리찍었다. 난 부러진 팔을 붙들고 바닥을 뒹굴었고 휴란은 싸늘한 눈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또 어디냐, 네가 엘그란과 닿은 곳은?"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내 가슴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으윽!!"


"벌써부터 비명을 지르면 안되지, 귀여운 슬레온."



그는 달콤한 목소리로 내 비명에 답하며 다리에 힘껏 힘을 주었다.


심장이 답답하고 호흡이 거칠게 변하는 것을 보니 갈비뼈가 제대로 나간 모양이었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식도를 타고


솟구쳐서 쿨럭하며 내뱉었다. 이내 시야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마 내뱉은 것은 피인 모양으로 눈 속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흐릿하며 붉은 망막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어쩌면 저렇게 붉은 얼굴, 붉은 미소.


위험하다. 피를 보니 또 다시 속이 울렁거린다.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는 듯 강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악마 새끼, 악마 새끼.'


"크아아아악!!!"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여자였다.


아마도 집시출신이었는지 피부도 까무잡잡하고 살집도 없어서 도드라진 광대뼈는 날카로운 인상마저도 주었다. 단지 박색이


아니라고 느끼게 했던 건 발치까지 닿을 법한 길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커다랗고 새까만 눈동자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일하는 작은 선술집엔 항상 사람들이 들끓었고 그녀는 매일 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나갔다. 그리고 새벽녘


들어올 때쯤 그녀는 항상 곤히 잠든 나를 깨우곤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결코 다정한 어머니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것처럼 기어코 나를 깨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렇게 새벽에나 들어오는 그녀의 몸에선 사내의 퀘퀘한 체취와 정액 냄새가 물씬 풍겨오곤 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였지만 난 그것이 못 견디게 싫었고 일부러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일어나지 않기도 했다. 몇 번을 깨워도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녀는 내 머리 맡에서 소근소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나는 사실 마술을 부릴 줄 안단다. 내가 남자들을 홀리는 거 봤지? 그 어떤 사람이라도 내가 원한다면 다 부릴 수 있단다.


너도 그런 힘을 가지고 싶지 않니?"



호기심을 참지 못해 기어코 내가 일어나면 그녀는 내 팔을 붙들고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


길고 긴 이야기들, 신비한 마법과 공주의 이야기, 그녀의 과거와 고향이야기들. 그리하여 동이 하얗게 터올 때까지 그녀는


내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먼동이 틀 때면 창가를 등지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새벽의 여운에 은은하게 빛나곤 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신비로워서 난 지금도 그녀가 정말 마녀나 요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마녀이기엔 그녀는 너무나 허약했고 요정이기엔 지나치게 단단하고 냉혹한 현실에 갇혀 있었다. 선술집 주인이


어머니와 말싸움이라도 붙을 때면 그녀는 검은 조가비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먼 허공을 응시하곤 했다. 더욱 화가 난


주인은 억센 팔로 내 어머니에게 주먹질을 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최후도 그랬다.


그 날 따라 술까지 곤드레만드레 취한 주인이 뭐가 눈에 거슬렸는지 내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못이 박힌 탁자 위로 걸리면서 그녀의 몸은 바닥에 엎어졌고, 탁자도 그 위로 떨어졌다. 비명 소리


한 번 안 지르고 그녀는 조용히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바닥에 고일 때까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붉은 피, 붉은 피.



도망갈 수 없었다. 내 다리는 끔찍한 가위에라도 눌린 것처럼 달아날 수 없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해초처럼 내 발을


붙들고 있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그 뒤로는 한동안 기억이 없다.




어느 날 깨끗한 옷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나를 안아서 그의 집으로 데려간 것 이외에는. 그가 바로 내 아버지라고 했다.


마크엔 엘 린덴마이어라는 이름은 지닌 그는 날 포근히 안아주며 내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의 품은 기분 좋은 나무의


냄새가 났고 난 억지로 삼켰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온화한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 가지 약속을 하마, 슬레온.


-...........약속?


-다시는 널 버리지 않으마. 누가 뭐라 해도 넌 내 아들이니까.



그런데 왜 나를 버렸던 거지?


아버지, 당신이 나에게 남긴 마지막 약속, 그것을 왜 지키지 않았던 거지?






"슬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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