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아르]붉은 여왕red queen - 3

163일전 | 163읽음


내 머리를 바닥에 쳐박고는 기절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바닥엔 난자하게 내 피가 강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증거로 내 코에는 흰 헝겊이 사이좋게 양쪽으로 틀어막혀 있고 이빨은 하나 빠져나가고 이마엔 혹이 볼록하게 솟아났다.


그리고 하인의 마지막 말은 안 들었으면 속이나 편하련만.



'주인님께서는 아무 말없이 도련님의 머리채를 질질 끌며 피 바다를 헤쳐 나갔습니다. 도련님의 몸이 스륵거리며 스쳐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 길게 이어지던 그 시뻘건 혈흔. 휴우....그 때 도련님을 노려보시던 눈이 어찌나 무섭던지 저희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부디......몸조심하십시오.'



하인은 갑작스레 내 손을 꼭 잡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방에서 나갔다.



나도 미쳤나보군. 감히 휴란을 건드리다니. 그 때 기절하길 잘했지 안그랬으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벌어졌겠군.


아마 오늘도 휴란이 집으로 돌아오면 난 당장 치도곤을 당하겠지.



에라 모르겠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고. 난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참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둘렀다. 이상하게


꽤나 오랜 시간을 기절한 것 같은데도 졸음이 몰려왔다.


이불에선 낯익은 냄새가 나를 감쌌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하고 익숙한 냄새. 마치 오래 전 기억 속에 어머니 향기


같군. 비록 내가 24년간을 부정해왔던 장소이지만 이래서 집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린덴마이어의 핏줄로 인정받기 위해 가문으로 들어온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뭔가 잊어버린 것같이 좀 꺼림직한 기분이지만 뭐 상관없다. 나의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과 박쥐같은 적응력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주 큰 오산이었음을 다음 날부터 뼈에 사무칠 정도로 깨닫게 된다.








4.



모처럼 아주 황홀한 꿈을 꾸고 있었다.


나와 엘그란이 거리에서 데이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꿈이었다. 그녀는 사실 휴란과 약혼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달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그녀는 나의 팔짱을 낀 체로 몇 번을 보아도 질릴 것 같지


않는 미소를 보여준다.


그녀의 암갈색 눈동자는 사슴같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뺨에 키스를 했다. 평소 같았으면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나버렸을 그녀이지만 꿈속의 그녀는 달랐다. 작은 기대와 설렘을 담은 시선으로 난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던 것이다.



사랑스러웠다. 정말 내 마음이 야릇하게 아파올 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내 눈 속에 담긴 갈망을 눈치채곤 홍조를 띠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나에게로 몸을 맡겨 왔다.


그녀의 입술은 잘 익은 복숭아 같은 진한 분홍빛이다. 그래서인지 입술이 맞닿자 달콤하고 청량한 향기가 내 코를 간질였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 위에 가볍게 내 입술을 얹고 희롱하듯 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핥았다. 온 몸이 짜릿짜릿해져 오는


감촉과 달짝지근한 맛.


난 좀더 대담하게 그녀의 입술을 혀로 비집고 들어갔다. 좀처럼 딥키스를 허락하지 않는 엘그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치아를 벌려 주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그녀가 더 적극적으로 내 몸에 자신의 팔을 두르며 키스에 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를 리드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난 얼결에 그녀의 키스세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매우


능숙하게 나의 혀를 감아왔고 나도 그녀의 열정에 응했다. 입술이 데일 만큼 뜨거운 열기가 마주치는 입술과 혀에서


달아오르고 감미롭게 녹아들었다. 그녀의 혀는 내 치열을 남김없이 훑으며 날 집어삼킬 것 같은 키스를 몇 번이고


퍼부었다. 맹세코 그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나와 팔 다리를 섞었던 그 어떤 여자도 떠오르지 않고 그녀와의


키스만으로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비어버렸다.



"사랑해, 엘그란......."


'....미안해요.....나.......유언에 따르기로 했어요.'



안돼,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잖아. 왜 안돼는 거지, 엘그란? 그녀의 슬픈 눈동자는 나에게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엘그란!!"



소리지르며 일어나려 했지만 가위에 눌린 듯 몸은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눈꺼풀도 무거운 추를 올려놓은 것처럼


떼기가 힘들었다.


한참을 버둥댄 끝에야 간신히 가위에서 벗어나 눈을 뜰 수 있었다. 창 밖이 환해진 것을 보니 벌써 아침이 된 모양이었다.


가만 아침? 내가 아주 중대한 뭔가를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야 깨어나셨나, 공주님."


".................!!!!!!!"



그 중대한 무언가가 바로 눈앞에서 생글거리고 있는 건 별로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더구나 그 생글거림 속에는 알 수


없는 검고 어두운 오라가 뒷배경이 되어있고 그의 한 손은 내 턱을 받치고 묘한 포즈를 연출해내는 상황 따위는-.


그러고 보니 내 팔다리가 무겁다고 느낀 것은 그가 내 몸 위로 올라가 족쇄처럼 누르고 있기 때문이었고 눈꺼풀이 떠지지


않았던 것은 어제 바닥과 다정한 키스를 나누었던 내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칫, 좋은 꿈이었는데 깨고 말다니-.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기 짝이 없는....


한참 일그러져 있던 내 표정은 차츰 경악으로 물들어가고, 내 시선은 다소 흐트러진 그의 목덜미를 따라 입술에까지 닿았다.



"으아아아악!!!!!!!!!"



칠칠맞게도 침이나 흘리고 다니다니..라고 말해주면 좋으련만 절대로 완벽 청결주의자인 그가 몽롱한 얼굴로 입가에 투명한


액체를 머금고 있는 모습에서 난 모든 전모를 짐작했던 것이다. 더구나 은빛 실의 끝이 내 입에까지 닿아있는 데에야


바보가 아니고서는 확실히 깨닫고만 것이다.



"저리 가, 이 괴물! 왜 네가 여기에 올라와 있는 거냐?!!"



은색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부챗살처럼 곱게 늘어뜨린 그 괴물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머리가 강아지 수준이었구나. 어제 필시 말해주었을 텐데-. 주인보다 늦게 일어나는 버릇없고 덜 떨어진 시종에겐 키스를


해주겠다고 말이야. 네가 부른 화이니 불만은 없을 거라 생각된다. 원래는 가볍게 입술에만 키스를 해줄 생각이었는데


먼저 덤빈 건 그쪽이 아니었나?"



말하자면 시도한 것은 그쪽이지만 도발한 것은 내 쪽이라는 말이었다. 도발....도발...머릿속이 수십 번은 공그르듯


데구루루 굴러가서야 그 도발이 꿈속에서 엘그란과의 달콤한 딥키스를 의미함이 틀림없다고 결론을 내고 잠적적인


휴업사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버릇없고 덜떨어진 시종은 감히 어제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정을 산산이 조각낸 주제에 덤벼들어서 발악까지


했지. 어젯밤엔 어떻게 그 버릇없고 덜 떨어진 시종을 혼내주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지."



그에게 팔다리가 짓눌린 채 멍하니 그의 얼굴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나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공포감을 맛보았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는 침대 위에 그는 녹아들어 갈 것처럼 달콤한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은백의 머리카락은 허공에


길게 드리워진 투명한 거미줄처럼 반짝이고 유려한 곡선의 눈썹, 흠잡을 데 없는 순은 빛의 눈동자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럼에도 난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보다는 암담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정말 두렵다고 느낀 것은 그가 짓고 있는


미소가 가식적이거나 형식적인 미소가 아니라 진정으로 즐겁기 때문에 웃는 미소였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미소 짓는


것은 여태까지 딱 한 번뿐이었다는 것을 아직 굳어져버리지 않는 나의 머리가 황급히 알려주었다.


또 그 때에 휴란 엘 린덴마이어는 정확히 상대를 죽지 않을 만큼만 괴롭히다가 풀어주었음을 그리 나쁘지 않지만 하얗게


비어버린 내 머리가 상기시켜주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그 상대는 그 후에 심장마비로 죽었구나.



그는 나직나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엔 널 독방에 가둬놓고 한 10일 정도만 가볍게 굶기고 버릇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물도 안 줘서 좀 괴롭겠지만 너


정도의 생존력이면 열흘 정도야 무난하겠지. 그것도 아니면 왕국 기사단에 특수 훈련 과정에 6개월 정도 집어넣을까도


생각했다. 죽음의 교육이라 일컬어지는 혹독한 훈련이기는 하지만 100명 중 적어도 14명은 살아남는다고 하니 너한테는


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혀.......형......"



개자식, 완전히 돌아버렸군. 차라리 냉혈인간으로 남아있는 편이 낫지 한 번 성질 건드리면 그 뒷감당은 상대방이 끝장나기


전에는 막을 수가 없다. 물론 그 끝장이란 최소 신경쇠약으로 인한 정신이상을 의미한다.


그는 생긋생긋 웃으며 이상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고 난 머리가 아득해진 채로 차라리 제 발로 가문을 나갔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텐데 하는 후회를 했다.



"그러나......생각을 바꾸었다."


"...........?!"


"누가 뭐라 해도 넌 나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말이야. 형으로써 동생의 실수를 어여삐 봐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이지. 그래서..."


"그......그래서?"



아직 살길이 남아있다는 말에 난 그 동안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최대한 웃음을 지어 보이려 애썼다.



"아직 훈련이 덜 된 애완동물은 직접 버릇을 가르치면서 키워야 다신 그런 짓을 하지 않겠지. 오늘부터 넌 24시간 내 곁에


붙어서 내 시중을 들어라. 조금이라도 내 시야에서 벗어나거나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그때는......"



그는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나며 웃음을 지웠다.



"그때는 너뿐만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것, 특.히. 네가 꿈에서까지 그리는 연인인 엘그란 데 바스토르 양을 내 손으로


파멸시키고 말 거란 걸 알아두어라."


".............."


"자, 이제 식사하러 갈까? 슬레온, 어서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너라. 네 덕분에 오늘의 일정은 무척 바쁘단다."



그는 격렬한 키스로 붉게 부어오른 나의 입술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웃었다.



"날 기분 좋게 하는 일도 시종의 임무에는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냐, 슬레온?"


"............!! 이 자식, 누굴 바보 취급하는 거냐!"



손에 잡히는 데로 마구 내던진 흰 면포의 배게는 그가 타이밍도 좋게 닫고 나간 문에 맞아 퍽하는 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다.


더불어 그 속에 들어있던 흰 오리털들이 우수수 먼지와 함께 방을 가득 털 뭉치로 만들어 버리고, 잠시 후 들어온 집사의


냉정한 한 마디에 난 볼썽사납게 허리를 숙이고 일일이 깃털을 주어야만 했다. 물론 밥도 못 먹은 채.



"주인님께서 깨끗이 청소하지 않으면 오늘 일정이 또 늦어질 것 같다고 전해달라십니다."



이건 공포다.








5.



집사로부터 공작의 하루 일정이 담긴 필지를 전해 받고 즉시 현관으로 뛰어갔다. 일분 일초라도 늦었다간 그 완벽주의자


성격에 날 가만둘 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아침밥은 당연히 먹지 못했다. 매일 오후 한 시에나 일어나던 인간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침도 못 얻어먹고 옆에는 신경질적인 시어머니를 매달고 있으니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


제일 짜증나는 일은 내 앞에서는 실실 웃는 얼굴로 협박하고 구박하는 주제에 다른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는 완벽한 이중성이다.



이제 내 신세에 대해서는 포기한 지 오래이다. 까짓, 미친 척 한 두 번 더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그 놈의 시종노릇, 질릴


때까지 해주마 하는 자포자기한 심정이었던 것이다. 처음엔 일부러 실수하는 척 그의 옷자락에 붉은 색 소스를 끼얹고,


그의 단정하게 내려 묶은 머리카락을 넘어지는 척하며 흐트러뜨리고, 가져오라는 서류 대신에 엉뚱한 서류를 내가기도


했다. 당연히 난 시종 일을 한다고 했지 완벽하게 해낸다는 보장은 안 했다. 어디 사람들 앞에서 해볼 테면 해봐라 하는


나의 마지막 발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그의 보상은 너무나 처절했던 것이니......붉은 소스를 끼얹었을 때는 괜찮다고 빙긋 웃으며 자리에


있던 술을 내 머리 위에서 몽땅 쏟아붓고,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을 때는 '이런 실수-.'라고 말하면서 편지를 자르는


나이프로 내 머리카락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또 엉뚱한 서류를 내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한 시간 이내에 엄청난


두께의 서류를 그 자리에서 다시 만들라는 무시무시한 복수를 해버린 것이다.



이래서 시종이란 괴로운 것.


사람들 앞에서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니 복수고 뭐고 간에 그가 든 장식용


칼로 내 심장을 찌르는 일도 서슴없이 강행할 지도 모르니 목숨이 위태로워서라도 순순히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시간은 오후 3시경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만치 완벽하고 고고한 휴란 경의 티타임이었다. 오늘의 티타임에는 백작 가의 두 영양이 초대되어서 그와 티타임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클로딘과 아멜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인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단히 매력적인 자매였다.


클로딘이란 아가씨는 붉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지닌 상당히 입체적이며 화려한 미모의 미인이었고 적갈색 머리카락에


온화한 갈색 눈동자를 지닌 아가씨는 아멜리아였다. 사실 그의 티타임에 여자가 초대되는 일이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혼자 차를 마시는 것을 즐겨하는 그로서는 사업상의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티타임에 초대하길 싫어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미혼의 남자, 더구나 우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린덴마이어 공작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시선에는 동경과


설렘이 가득했다.


실상 이 자리는 20대 후반이면서도 아직까지 마땅한 연인하나 없는 휴란을 위해 가문의 어른들이 억지로 마련한 자리였다.


나와 연문설이 있던 엘그란은 당연히 그 어른들의 기준에선 이미 기준 미달.




조심조심.


주방장으로부터 홍차를 받아든 나는 최대한 걸음걸이조차 조심하면서 테라스에 마련된 티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집사의


꾸준한 잔소리 덕분인지 이젠 제법 허리를 펴고 시선은 똑바로 앞을 향한 채 기품 있는 걸음걸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두 미모의 아가씨를 향해 추파의 눈길이라도 보냈으련만 어차피 남의 떡(?)인 데다 온 신경이 새하얀 티세트를


향해 집중되어 있는 지금 그녀들은 모두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테이블 정면에 인상을


찡그린 채 앉아 있는 은발의 남자, 바로 휴란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표정의 변화가 없었지만 난 요즘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런지 그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았다.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그것이 오히려


여자들을 자지러지게 만드는 눈동자가 미세하게 찌뿌러들었던 것이다. 이런 날 걸리면 난 최소한 사망이라는 확신 아래 난


흠 잡힐 일없이 조심했다.



"벌써 다우닝 자작의 책을 읽어보셨다니 역시 공작님 다우세요. 전 겨우 자수나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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