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아르]붉은 여왕red queen - 10

190일전 | 178읽음

볼 수 없고, 오로지 남은 한 줄기 빛을


따라 내 온 정신은 매달리고 있었다. 한심하게 그 빛을 갈구하고 놓칠 새라 붙들고 있었다.



휴란, 나의 형.


난 아마도 그를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선을 떼고 싶어도, 죽도록 원망하고 싶어도 난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도 없지만 멀어질


수도 없다.


휴란, 난 너의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데 넌 왜 나의 모든 것을 구속하려 하는 거지? 그건 불공평해.


날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건 너야, 휴란 엘 린덴마이어. 그 끝도 없는 암흑과 절망 속으로 날 밀어 넣지마.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왜 네가 그런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거지.


난 단지 날 보호하고 있는 것 뿐이야.


마지막 남은 내 자존심마저 무너뜨린다면.....


난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니까-.




"이런 빌어먹을!!!!!!"



왜 내가 이런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맡겨야하는 거냐! 이렇게 머리 굴리고 눈치나 보는 것은 전혀 내 전공이 아니다.


내 목소리에 깜짝 놀란 하인들과 하녀들이 달려나와 쭈뼛거리며 날 지켜본다. 꼭 사육실 안에 갇힌 곰이라도 보는


표정들이군. 곰? 왠지 상상이 되니까 더 기분이 나빠지는군.



"뭘 봐? 가서 일이나 해."



난 뒤돌아 서서 그들을 하나하나 힘껏 노려봐 준 뒤에 깊은 심호흡을 했다. 우당탕 뭔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점차


소음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다소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언제까지나 비극적인 생각에 젖어 있을 수는 없다. 그가 나의 배다른 형제라서 날 배척하건, 다른 묘한 의미로 대하건 난


내 식대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그에게 휘둘려 살고 싶지는 않다. 그가 상처를 입건, 내가 죽건 어디 끝까지


해보자는 묘한 오기가 발동했다.


난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이 개애애애애애자아아시이이이이익!!!!!!!!!!!! 어디 누가 이기나 끝까지 해보자아아아!!!!!!!!!!!!"







휴란에게 팔이 부러진 지 4일 만에 붕대를 풀고, 갈비뼈는 일주일만에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 괴물 같은 체력이라고 의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는 개무시.


그 사이 다시 휴란을 만났더라면 간신히 붙어가던 뼈들이 절대로 무사할 리 없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 날 이후 약 10일


간은 휴란과 마주친 적이 없다. 첫째 날은 안도, 셋째 날은 평온, 다섯째 날은 의구심, 열흘째 날은 초조함이 날 지배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둔한 나라도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 법이다. 그가 날 피하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의 흔적은 저택 곳곳에


숨겨진 퍼즐 조각처럼 발견되었지만, 그의 모습은 먼발치나마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잠을 자는 척 그가 방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려보기도 했지만 그 역시 성공해 본 적 없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싶어 불현듯 깨어나 보면, 그의 침대 위엔 약간의


온기만이 날 비웃는 양 남아있을 따름이다. 날 끈덕지게 지켜보는 고용인들의 시선들 속에 무언가에 홀린 듯 그 흔적을


좇다보면 쌓여가는 것은 묘한 초조감 뿐.



마침내 열흘 째 되는 날 참을 만큼 참았던 내 이성이 산산조각 나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휴란과 더불어 꼬리조차 잡을


수 없던 집사가 복도 저편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내 눈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계집애들처럼 날 잘도 피해 다녔겠다.


난 단박에 집사와의 거리를 좁혀 멱살을 잡았다. 그리곤 상냥하게 웃어주며 최대한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너, 당장 휴란 있는 곳을 말하지 않으면 네가 죽는 줄 알아!!!!"


"스.......슬레온 님....주......인님께서...."


"주인님이 뭐? 툭하면 삐치는 계집애들 마냥 날 피해 다니라고 시키더냐?


매일 붙어있으라고 명령하던 사람이 누군데 사람 열 받게 만들어! 어디 있어?! 그 빌어먹을 자식 어디 있냐고!!"


"이......이거 좀....."



안색이 퍼렇게 질린 채 초로의 집사는 갑갑함을 호소했다. 난 이를 부득부득 갈며 간신히 화를 진정시키곤 손에서 힘을


뺐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헝클어진 옷을 매만진 한스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날 노려보았다. 노려보면 어쩔 건데? 난


같이 노려보면서 다시 물었다.



"휴란 어디 있어?"


"주인님께서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집사가 내미는 한 장의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게 뭐지?"


"오크문튼 가문에서의 초대장입니다. 날짜는 오늘 저녁이며 입으실 옷과 장신구는 하인을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휴란은?"


"같이 동행하실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어디 있냐고!"


"지금 출타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생각 같아선 집사를 몇 대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상대방의 결연한 눈을 보곤 포기하고 말았다. 까짓 열흘이나


기다린 거 저녁까지 더 못 기다릴 건 없다. 대체 무슨 핑계로 날 열흘이나 피해 다녔는지 그 입으로 꼭 듣고 말겠다.





간단한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자 커다란 옷상자 꾸러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창가에 길게 꼬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옷상자를 열자 검은 정장이 눈에 띄었다. 빌어먹게도 고급스러운 옷감과 커프스의 양식은 결코 시종의


옷이 아니었다. 문득 오크문튼 가문에서 왜 날 초대했는지 작은 의문이 떠올랐다. 집사가 내민 초대장은 분명 나를 향해


보내진 것이었다.


난 맨살에 닿는 셔츠의 감촉을 음미하면서 탁자 위에 아무렇게 내던지 초대장을 끌어당겼다. 테두리에 금박이 입혀진


직사각형 안에 고풍스럽고 유려한 글자가 날아갈 듯 담겨 있었다.



-린덴마이어 가문의 슬레온 님. 부디 오크문튼의 연회에 참석해지 않으시겠습니까? 부디 당신이 참석하여 이 자리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안센 B. 오크문튼




"안센 오크문튼?"



곧 한 사람의 영상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그런데 그 남자가 왜? 시종에게까지 호의를 베풀 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건가?


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유를 찾았지만 적당한 실마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옷을 다 걸치고 느슨한 목의 레이스를 브로치로 고정시켰다. 절반은 길고 절반은 휴란에 의해 잘려진 지저분한 머리카락은


비단 끈으로 묶어 고정시켰다. 그리고 나서 거울 앞에 서자, 인정하긴 싫지만 이 옷은 나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칙칙한 피부색에 휘감기듯 어우러진 검은 정장은 도리어 우아해 보였고, 이를 장식하는 보석조차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마치 재단한 듯 딱 맞는 군.


그러나 희미하게 옷에서 풍겨 나오는 향수는 휴란의 것이었다.



"제기랄..."



난 욕설을 내뱉으며 거울 속에 나를 단단히 노려보았다. 음울한 회색 눈동자는 거의 검은 색에 가까워 보였다. 이런 곳에서


흔들릴 순 없다.


절대로.




저택 앞을 나서자마자 가문의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시종들의 것이 아닌 가주만이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작은 창의 커튼을 내린 마차 안은 막 깔리기 시작한 어둠과


동화되어 발 밑조차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그러나 손을 더듬어 푹신한 자리에 몸을 묻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란은 같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부의 짧은


호령과 함께 마차가 기분 좋은 감각으로 뒤흔들리며 앞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몸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며 몸을 뒤로 젖힐 때, 난 문득 맞은 편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척 때문은 아니었다.


난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며 숨을 죽였다. 천천히 느껴지고 있었다. 나의 것이 아닌 다른 이의 호흡, 열댓 명이 타도


모자람이 없는 넓은 마차 안을 그득 채우고 있는 익숙한 숨결.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것은 하나의 이름이 되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휴란."



맞은 편에서 어둠을 깨치며 차가운 은색의 빛이 이에 대답하듯 빛났다.








15.



휴란은 기나긴 수면에서 깨어난 동물처럼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근사한 실버 그레이 빛의 동공에 한 사람의 영상이


담기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를 본 순간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해서 얼음장같이 차가웠던 몸이 녹아 내리고, 어떠한 감각도 느낄 수 없던 얼굴에 기묘한


표정들이 들어찬다. 때로는 기쁨, 때로는 절망, 그것들이 모여 충만해진다. 자신 속에 뭔가가 꽉 들어차 넘쳐흐른다.


휴란은 생전 처음 호흡을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있기에 더없이 달콤한 것을, 그러기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그는 심장이 조여드는 감미로운 고통을 느꼈다.



휴란은 지난 열흘간 죽음과 같은 열병에 시달렸다. 일부러 밀려 두었던 가문의 일을 처리하며 머리를 식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갈증의 감정은 그의 온몸을 전염병과 같이 잠식했다.



"슬레온."



그토록 단단히 맺혔던 응어리가 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풀어지고 만다.


휴란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를 갖지 못하면 자신은 완전해질 수 없다. 인간으로서 결여된 것이 채워질 수 없다.



밤엔 잠들 수조차 없었다.


평화롭게 잠든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슬레온이 같은 방안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은


거친 욕망으로 소용돌이쳐서 이성은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냥 이대로 그를 가진다면 자신 역시 편안해질 수 있을까?


휴란은 꼬박 밤을 새며 지친 육신을 슬레온의 옆에 기댔다. 그리고는 그가 가진 모든 것, 머리카락 하나 하나, 눈 코 입


하나 하나, 마음속에 동판화같이 깊이 새기고 또 되새겼다.


두려웠던 건 그 자신. 피하려는 것도 그 자신.


그러나 끝내 채울 수 없는 갈증에 못 이겨 손을 뻗는 것도 그 자신.



"슬레온......"



그 생기 넘치는 눈동자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세상의 이목이나 더한 장애도 두렵지 않은 그에게 그것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이었다. 그러기에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 아무리 안달해도 손에 닿지 않는 것이 있다. 사나운 짐승처럼 이빨을 세우고 손톱으로


상처를 내도 결코 굴하지 않는 그 영혼은, 암회색 눈동자로 그를 똑바로 직시했다.


저 생기 넘치는 것으로 가득한 것을 가지고 싶었다. 분명 달콤하겠지. 그리고 쓰디쓰겠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눈동자는 얼음 속에 잠긴 활화산과도 같다.



서로의 이름을 불러 확인한 이후에는 더 이상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스쳐 가는 달빛의 조각이 작은 창으로


들어와 슬며시 엿볼 때면, 조각 같은 얼굴 하나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마땅히 그 앞에서 따지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단지 속에 든 요리처럼 끓어 넘치도록 할 말이 많은데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건 모두 저 얼굴 때문이다. 성격도 제멋대로 이기적인데다가 남을 괴롭히기나 하는 비뚤어진 근성을 지닌 주제에


계집애보다 예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때라면 차갑게 얼어버려서 표정에서부터 압도당하고 마는데 그는 어딘가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날 지켜보고 있다. 서로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지만 결코 지루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덜컹거리는 마차의


움직임과 말의 거친 숨소리를 제외하면, 그와 내가 머물러 있는 공간 안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흔들림 없는 시선. 차갑지만 동시에 뜨겁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다. 아마도 저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라도 떠오르면


누구라도 단숨에 매혹되고 말겠지. 갑자기 심장이 답답해졌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심장부근이 조여오지만 이상하게 기분


좋은 감각이다.



뭐라 말을 해야하는데, 이런 이상한 기분에 빠져들기 전에 무슨 말이라도 꺼내야하는데.


억지로 입을 벌리려는 찰나 마차의 문이 벌컥 열렸다.



"도착했습니다."



난 단번에 공이 퉁기듯 마차 밖으로 뛰어나갔다. 목덜미가 시원하다고 느껴져서 손을 대보니 그곳은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나와 휴란은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저택 안으로 인도되었다. 밖에서도 제법 크게 들리던 음악소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본격적인 연회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귀족들의 연회에 초대받은 건 처음이다. 예전에도 몰래 가문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숨어 들어가곤 했지만 내 이름은 어느 곳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내 옆을 스쳐 앞을 향해 걸어가는 휴란의


옷자락에서 낯선 냄새를 맡았다.



"린덴마이어 가문에서 오셨습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하인이 휴란이 건넨 초대장을 받고 낭랑한 소리로 외치자, 연회장은 그 커다란 음악소리가 무색하게


침묵이 감돌았다.


휴란은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천천히 연회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멈추고 약속이나


한 듯 호감과 두려움을 담고 우리를 돌아다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휴란 엘 린덴마이어를 향해서였다.


순수한 은을 뽑아 세공한 듯한 머리카락은 샹들리에 불빛에 흔들리고, 서릿발같은 시선은 매섭지만 사람을 매혹시킨다.


소매가 없는 백색의 케이프가 어깨 위에 걸쳐지고, 그 안에 커다란 드레이프를 만들며 허리 아래로 떨어지는 랩 블라우스도


정갈한 흰색이다. 손목에 감긴 브레이슬릿 역시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져 움직일 때마다 찬란한 백광을 뿜어냈다.


금방이라도 그림에서 빠져 나온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어느 누구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새하얀 의복 속에


조소하는 듯 살짝 뒤틀린 미소마저 묘한 관능미가 엿보이기까지 했다.


더구나 대륙의 몇 안돼는 공작가문이란 지위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빛내주고 있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어 인사를 건넸다. 어떤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고귀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떠밀려 난 저절로 연회장의 구석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를 지켜보는 내 마음속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온갖 더러운 심상이 가득 찬 것만 같았다. 만약 저 자리에 내가 있다면,


저 빛나는 겉모양을 지닌 것이 나였다면. 추악한 질투와 자격지심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찰랑거리는 술잔의 부딪힘 소리와 흥겨운 웃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난 잠시 휴란의 눈을 피해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기둥 맞은 편에 남자 둘의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여자 어때? 혼자인 것 같잖아."


"오...제법 그럴 듯 한데. 표정을 보아하니 같이 올 남자한테 바람이라도 들이 빠질 수는 없지. 어떤 여자인지 모르지만


가엽기도 하군. 내 시선은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는 남자 둘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들의 발걸음은 연회장 구석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와인잔을 들고 있는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덕에 더욱 돋보이는 가늘고 뽀얀 목덜미 위로 연한


밤색의 머리카락이 몇 가닥 흘러내려서 묘하게 고혹적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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