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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웬돌린] 밀롱가 2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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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웬돌린 밀롱가 2권

    사막이 이미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어떻게든 안전한 곳까지 데려가야 한다. 어디가 안전할까. 밤까지만 버틸 수 있으면 되는데. 마르첼로의 머리가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참 사랑스러운 신부네, 응?"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르첼로는 고개를 돌렸다. 군의 전투복과 비슷한 것을 입은 여자가 거기 서 있었다. 워커에 전투복, 코까지 덮는 하얀 마스크. 아니, 마스크가 아니라 롤넥티셔츠의 목 부분을 코끝까지 끌어올린 듯했다. 그리고 검은 고글. 거기다 하얀 모자를 썼다. 평범한 야구모자인데 귀 덮개가 있는 기묘한 물건이었다.

    여자는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피부를 태양빛에서 보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 차림이었다.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이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는 뜻이리라. 마르첼로는 반만 서 있는 기둥의 그림자에 헤르야트를 내려놓았다.

    "내가 말했지, 네가 그분을 망쳐놓을 거라고."

    "이상하게도."

    마르첼로의 얼굴에 냉랭한 미소가 달렸다. 이 여자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자 난생처음 화가 났다. 이런 게 분노구나. 마르첼로는 화를 내는 자신이 낯설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가볍게 경련했다. 그는 사막 위에서 먼지 가득한 공기를 깊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쥐었다 펴보았다. 손의 경련이 멈췄다. 그러나 심장은 더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를 노려보았다.

    "내 눈엔 그를 망친 사람이 너처럼 보이는데."

    "아가야, 입 조심을 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널 죽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보다 편한 죽음이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야."

    여자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마치 마르첼로를 죽이기 전 준비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난 평생 편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마르첼로는 오른쪽 손을 뒷목으로 가져갔다. 피부 안에 숨겨두었던 면도칼이 느껴졌다.

    "동감이야."

    여자가 훅 다가왔고 마르첼로는 황급히 팔을 휘둘렀다.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위치는 정확했다. 여자의 목에 길게 상처가 났다.

    "하, 신부인 줄 알았더니 제법 발톱을 세울 줄 아는 고양이였네?"

    여자가 한 발 물러서서 야비하게 웃었다. 마르첼로는 그런 그녀의 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가 줄줄 흐르던 그녀의 목이 천천히 치유되고 있었다. 과연. 마르첼로는 '목을 잘라야 죽는다.'는 말이 뭔지 대번에 이해했다. 면도칼로 목을 자르긴 어려울 텐데.

    퍼억, 여자의 팔이 마르첼로를 후려갈겼다. 마르첼로는 간신히 그 주먹을 피했지만 그다음 주먹은 피하지 못했다. 마르첼로도 팔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반사 신경보다 여자 쪽이 훨씬 빨랐기 때문에 사실 피하는 것도 반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른쪽 얼굴을 맞아 왼쪽으로 쓰러졌다. 마르첼로가 또 팔을 휘두르며 휘청 뒤로 넘어갔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공격당했다.

    퍽, 얻어맞아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모래에 처박히기 전 여자가 마르첼로의 명치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팔을 휘두르며 여자를 공격하던 마르첼로가 헉, 숨을 쉬지못한 채 꺽꺽거렸다. 여자가 마르첼로의 뒷덜미를 잡아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아가야."

    꺽,꺽. 마르첼로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다 헛구역질을 했다. 여자가 깔깔 웃었다.

    "누나가 이렇게 예뻐도 삼백 살이 넘어."

    크헉.

    "너같이 어린애는 손끝으로 다룰 수 있거든."

    마르첼로의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마르첼로를 내팽개쳤다. 마르첼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자를 돌아보았다.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 위에서 여자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여자의 몸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자가 악 소리를 내며 도망치려 했을 때였다. 마르첼로가 손을 뻗어 여자의 군화를 움켜쥐었다. 발목을 잡힌 여자가 마르첼로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마르첼로가 팔을 뒤로 당겼고 여자는 모래 위로 쓰러졌다.

    마르첼로가 헐떡거리며 여자의 다리 위에 앉았다. 여자의 상체는 가슴을 비롯한 모든 부위가 노출되어 있었다. 여자가 눕자 그녀의 몸은 더더욱 햇빛에 노출되었다.

    "너,너, 처음부터……."

    여자의 눈이 커졌다. 마르첼로는 여자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며 무심히 입을 열었다.

    "난 사람밖에 안 죽여 봤고 여긴 네 목을 자를 것도 변변히 없지만."

    여자가 조금 안심한 티를 냈을 때 그가 이를 드러냈다.

    "너희도 결국 내장을 다 뜯어내면 죽겠지."

    마르첼로의 푸른 눈이 고요했다. 여자는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착하고 어여쁘고 불행한 신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건 마치.

    "괴,괴물……."

    여자의 중얼거림에 마르첼로가 헤식은 웃음을 지었다.

    "너희도 마찬가지잖아."

    그 순간 여자가 마르첼로를 뿌리쳤다. 마르첼로의 몸이 허공을 날아 기둥에 부딪혀 떨어졌다. 여자의 몸이 순식간에 다가와 마르첼로의 몸 위를 차지했다. 윽. 기둥에 등을 잘못 부딪쳤는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고 눈앞이 까만데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마르첼로는 몸부림쳤다. 여긴 그늘이었다. 여자를 빛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가야 했다.

    "죽여 버리겠어."

    여자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너 같은 놈은 죽어야 돼. 그분은 우리의 것이다. 너 따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목이 부러지려 하고 있었다. 마르첼로의 손이 움직였지만 이번엔 소용이 없었다. 여자는 마르첼로의 손을 반대로 꺾었다. 손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면도칼이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커헉, 소리가났다.

    여자의 손에서 힘이 빠져 마르첼로의 목에 숨이 돌아왔다. 시야가 확보되었다. 흐릿한 시야에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천천히 눈이 나비 날갯짓처럼 미약하게 깜빡였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핏빛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녀가 나지막이, 공기 하나 잘못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속삭였다.

    "제발……."

    그녀가 애원했다. 애처로운 얼굴이었다. 검은 고글 안쪽으로 그녀의 눈물이 고였다.

    "제발, 전하. 저는 그저 전하를 사랑했,"

    그제야 마르첼로는 뒤를 돌아보았다. 헤르야트였다. 그을린 얼굴에 시뻘건 눈을 한 그와 시선이 마주했다. 그가 웃었다.

    "괜찮습니까?"

    "저, 저야 괜찮은데."

    "그럼 눈 잠깐만 감고 계시겠습니까?"

    저, 전하, 제발……. 저는 전하를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 전하를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제발, 제발…….

    여자의 목소리가 애련했다. 마르첼로는 그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헤르야트가 웃고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엉망인 얼굴이었다. 모래에, 피에, 그을음에, 무엇보다 화상까지 그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웃고 있어서 마르첼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쉬이, 잠깐이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헤르야트가 한 손으로 마르첼로의 눈을 가렸다. 평소보다 차갑지 않은 손이 무서웠다. 섹스 중 자신이 체온을 나눠줄 때가 아니면 헤르야트의 몸은 늘 얼음장 같았고 그게 당연했다. 미열이 도는 손은 정상이 아니었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좋은 소리는 아닐게 분명했다. 마르첼로는 눈을 감았다. 헤르야트가 눈을 뜨라고 하지 않는 한 그는 절대 눈을 뜨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눈 떠도 됩니다."

    헤르야트의 말에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헤르야트의 입가였다. 피범벅이 된 입가를 보고 마르첼로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위에 있던 여인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린 게 보였다. 심장이 있어야 할 곳이 비어 있었고 헤르야트의 입가는 피범벅이었다. 마르첼로가 마른침을 삼켰다.

    마르첼로는 당황한 듯도 했고 조금은 무서운 듯도 했다. 그러나 그는 헤르야트의 피투성이 손이 닿을을 때 거부하지 않았다. 착하다는 듯이 헤르야트의 손이 마르첼로의 뺨을 가볍게 도닥였다.

    "일어납시다. 상황이 좋지 못하군요."

    뱀파이어로 살면서 몇 번이나 위기가 있었지만 그중 지금이 제일인 듯 했다. 헤르야트는 마르첼로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다 읏, 하는 신음에 그를 돌아보았다.

    "마르첼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쳤습니까?"

    헤르야트가 물었다. 마르첼로는 고개를 저었다. 헤르야트에 비하면 이건 다쳤다고 말할 수준이 아니었다. 마르첼로는 헤르야트의 팔을 잡아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그 팔을 거절했다. 스스로 선 그가 마르첼로를 내려다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루센 씨?"

    "아무것도 아닙니다."

    헤르야트는 마르첼로에게 웃어 보이면서도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저 망할 년은 심장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군. 여자의 심장을 먹었지만 마력은 전혀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오전이라 좀 낫겠지만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뱀파이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순장이 시작될 것이다.

    뱀파이어 따위 죽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었으나 눈앞의 청년 한 명만은 살려야 했기에 헤르야트는 최대한 집중했다.

    형제들은 어디에 있지?

    헤르야트는 주변의 기척을 탐색했다. 대부분은 죽었지만 형제들의 기척은 느껴졌다. 땅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제법 깊은 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과연, 땅속인가. 형제뿐만 아니라 잠시 동안이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대부분은 땅속으로 들어간 듯했다. 그래, 그렇겠지. 그도 땅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어차피 한나절만 버티면 그가 이긴다.

    그러나 땅속으로 들어가면 마르첼로는 버티지 못한다. 인간은 땅속에서 숨을 쉴 수 없으니까.

    공격의 규모로 보았을 때 상대는 상당한 무력의 소유자였다. 정부일 가능성이 높았다. 정부라. 헤르야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세계의 정부들이 뱀파이어의 존재를 안 건 백 년이 조금 안되었다. 그동안 정부는 뱀파이어의 존재를 용인해 왔다. 뱀파이어의 상당수가 정재계의 유력인사들이기 때문이었다.

    헤르야트의 머릿속에 뱀파이어의 존재를 아는 이들의 목록이 죽 이어졌지만 그는 그 목록을 구겨버렸다. 누가 그랬든 결국 알아낼 것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가 무력을 행사할 생각이라면 곧 병력이 들이닥칠 것이고 마르첼로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점이었다.

    「벨리알, 우리가 경고했을 텐데. 더 많은 순혈종을 만들어야 한다고.」

    땅 아래에서 형제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어. 수많은 귀족들이 죽었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 사나운 목소리들이 머릿속을 시끄럽게 메웠다.

    「닥쳐.」

    헤르야트 또한 난폭한 어조로 대꾸했다. 그는 머릿속으로 형제들과 싸우며 눈앞에 있는 마르첼로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안전하기 위해서라면 어떻게 해줘야 할까. 헤르야트는 일단 시계를 풀었다.

    마르첼로는 헤르야트가 그의 시계를 자신의 손목에 채우는 동안 얌전히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헤르야트가 바로 옆에 있는 시체를 뒤지더니 지갑을 빼내서 마르첼로에게 쥐여 주었다.

    "여기서 멕시코가 가깝습니다."

    "……."

    "일단 멕시코를 향해 가십시오. 저쪽이 도로입니다. 도로를 따라 죽 걸으시는 겁니다. 무조건 걸으시고 가능하다면 히치하이킹도 하십시오. 국경을 통과하기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기다리시면 제가 당신을 찾겠습니다."

    엘파소의 옆에 있는 도시가 시우다드 후아레스인 것을 이토록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숨으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숨을 수 있는 도시다. 헤르야트는 마르첼로를 한 번 강하게 끌어안았다. 자신의 눈에는 한없이 여리기만 한 이 청년을 시우다드 후아레스로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마르첼로가 저래 봬도 제 한 몸 건사할 능력은 된다는 것이다. 그의 불행이 지금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되다니, 언제나 삶은 아이러니하다.

    "루센 씨는요?"

    "전 제가 알아서 합니다."

    마르첼로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사막 한복판에서 루센 씨가 뭘 알아서 할 수 있는데요!"

    헤르야트는 피식 웃었다. 마르첼로의 얼굴이 너무나 절박해서 귀여웠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이미 마르첼로의 턱을 잡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그 입술에 닿고 웃었다.

    싫어. 마르첼로가 고개를 흔들었다. 키스로 무마할 생각 하지 마. 죽으면 어떡해. 같이 있는 게 아니었다. 다 죽어버리는데. 자신과 같이 있으면 다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러나 헤르야트의 힘은 강했고 마르첼로는 결국 그 키스를 받아들였다. 혀가 들어왔다. 평소와는 달리 미지근한 그 혀는 헤르야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마르첼로는 그 혀에 입안을 내준 채로 눈물을 떨어뜨렸다.

    헤르야트는 그 눈물을 빨아먹다 한쪽 눈을 찡그렸다. 고작 눈물 한 방울인데도 온몸의 피가 사납게 요동쳤다. 저기에 가장 달콤하고 완벽한 피가 있다. 저 피를 가져와라. 피가 명령하고 있었다.

    헤르야트는 다소 거칠게 마르첼로를 밀어냈다.

    "이제 가십시오."

    마르첼로가 고개를 저었다.

    "난 안 가요."

    "마르첼로."

    "난 안 가! 안 갈 거라고요!"

    마르첼로는 헤르야트의 팔을 잡으며 고함을 질렀다. 싫어. 죽으면 어떡하지? 그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가 얼어붙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마르첼로, 이제 가야 합니다. 어서 가요."

    "싫어, 여기 있을 거예요."

    "마르첼로!"

    "죽으면!"

    목청을 찢는 듯한 비명이었다. 그 말에 헤르야트는 마르첼로를 내려다보았다. 물론 자신은 지금 위기에 몰려있다. 하지만 죽을 리가 없지 않은가.

    뱀파이어 중 누구도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수천 년의 세월을 같이 흘려보낸 형제들조차 책임지라는 소리나 하지 누구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마르첼로는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르첼로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보면서 헤르야트는 당혹감을 느꼈다. 그는 마르첼로를 내려다 보았고 마르첼로는 입술을 깨문 채 그를 외면했다.

    "죽으면 다신 못 만나잖아요. 난 여기에 루센 씨와 같이 남을 거예요."

    헤르야트는 잠시 마르첼로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문득 그는 물었다.

    "같이 죽는다고 해도?"

    "괜찮아."

    대답은 주저 없이 나왔다. 헤르야트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걱장과 고집으로 점철된 얼굴은 모래와 피로 더러웠지만 아름다웠다.

    어여쁘고 착하고 불행한.

    "널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 난 절대 죽지 않아."

    영생을 달라며 달라붙던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 죽음을 선택해 준 너만은.

    "그러니까 지금은 가십시오."

    저 피를 원해. 저 피를 마셔. 본능이 사납게 들끓었다. 헤르야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마르첼로는 그를 믿지 못하는 얼굴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같이 죽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 마르첼로의 뺨을 쓰다듬었다.

    "오늘만 버티십시오. 밤에는 데리러 가겠습니다."

    마르첼로가 고개를 저었다. 헤르야트는 그를 그늘 밖으로 밀어냈다. 마르첼로의 몸이 태양 아래로 밀려나갔다. 태양과 그늘, 그 사이를 두고 서로를 마주보았다.

    "전 곧 인간의 피를 필요로 할 겁니다. 본능만 남은 저는 당신이 아는 헤르야트 루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가십시오."

    "내 피를 먹어요."

    마르첼로가 그늘 안으로 손을 뻗었지만 헤르야트는 그의 손을 피했다.

    "안 됩니다."

    이미 마르첼로는 피를 많이 뺏겼다. 섹스를 하며 헤르야트는 욕심껏 마르첼로의 피를 마셨다. 마르첼로는 상당히 어지러울 것이다. 피를 더 마실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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