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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주인공 친구 A에 관한 고찰 (에필포함)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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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친구 ‘A’에 관한 고찰>

    part 1. 무명배우 A

    스물 아홉, 아홉수를 지나고 있지만 특별히 나쁠 것도 그리 좋을 것도 없는 내 직업은 남들이 듣기에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배우. 언뜻 화려하고 늘 주목받는 일상을 살아갈 것 같지만 그런 부류는 소수, 정해져 있었고 내 경우는 그 화려한 소수의 그늘에 가려진 쪽이었다. 무명배우, 강신형. 그것이 나의 현실이었다.

    내가 맡는 역할은 늘 주인공의 친구, 처음 몇 씬 등장하다가 설명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다반수인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이름조차 없이 친구 A이나, 1로 표기되는 일도 다반사. 영화의 경우에는 찍어놓고 단 한 씬도 등장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강신형이라는 배우를 아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나 드라마의 어떤 역할로 나왔다고 해도 알아듣는 이는 전무했다. 그러나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안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욱 비정상적인 것이다. 나 조차 내가 맡은 역할 중에 딱히 인상적이라 느낀 것은 거의 없으니까.

    얼굴 보통, 키도 작지는 않은 정도 약간 마른 체질의 몸을 개선해보고자 헬스를 다닌 적도 있었지만 몸 좋다고 캐스팅이 더 잘 될 일은 없지 않느냐는 생각에 몇 개월 만에 금방 그만두었다. 타고난 체질상 딱히 성과도 없었고. 차라리 눈에 띄게 개성적인 얼굴이었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만한 인상적인 조연이라도 맡았을 수 있었겠지만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인 얼굴이라 그조차 불가능했다. 애초에 처음시작부터가 불순했으니, 불평을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었다.

    사실 나는 누군가와 같은 세계에 있고 싶다는 어리석고 감성적인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했다. 사실 그런 것 치고는 운이 좋았을 지는 모른다. 결국 나는 그 어리석은 바람대로 ‘그’와 같은 세계에 들어왔고, ‘그’ 덕분에 작은 역할이라도 꾸준히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주인공의 친구 역만 전전하다 보니 점점 맡는 역할은 초라하고 작아졌고 이제는 그마저도 띄엄띄엄이라 쉬는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었다. 이것이 서른을 목전에 둔 내 현실이었다.

    문득 내 인생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에 장식된 눈사람 장식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눈에 띌 정도로 화려 하기라도 하면 푸념할 이유조차 없겠지. 그보다도 눈에 띄지 않는 나무장식 정도 일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리 아쉬울 것 하나 없는. 가끔 어린아이들이 흥미로 그것을 입에 넣거나 맛을 보기도 하겠지만 원하던 달콤함을 얻지 못해 금방 뱉어낼 것이 뻔했다. 물론 보기 좋은 케이크가 눈길이 가긴,하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 나 케이크의 맛이었다.

    나 또한 주인공의 삶을 꿈꾸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대학시절엔 친구의 단편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비록 시작이 불순했긴 했지만 자신이 썩 재능 없는 편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나보다 더 재능있고, 눈에 띄는 사람들이 많았다. 연기력으로 승부하기엔 내 연기는 평범한 수준이었고 그렇다고 얼굴이 잘생기거나 특이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될 수 있는 한 이 바닥에서 버티고 싶었다. 아직 여러 가지 미련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 가 장 큰 미련은 나를 이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세계로 들어오게만든 ‘그’ 에게 있었다.

    *

    “유은태, 신현아랑 결혼한다며?”

    낯선 손님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인 적은 없었지만 익숙한 이름의 등장에 어쩔 수 없이 온몸이 움찔거렸다. 카페에 찾아오는 손님들은 물론 일면식 없는 지나는 행인들 역시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유은태는 20대 남자 배우 중 독보적인 인기와 히트작을 지닌 배우였다. 그는 여자보다 더 깨끗한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에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역할에 따라서는 까칠한 실장님이나 거친 조폭으로 변신도 가능한 배우였다. 영화를 찍기도 했지만 주로 트랜디한 드라마에 자주 출연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다. 심지어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등에도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한류스타이기도 하다. 많이 버는 만큼 기부나 선행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었고 학창시절부터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에 엘리트집안 출신이기 까지 했다. 여러모로 완벽한 남자로, 많은 여자들의 이상형으로 꼽힐만 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유은태는 그들이 알기 이전부터 나에겐 동경과 애정의 대상이었다. 내 자신이 그의 1호 팬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애설 날 때는 아니라고 잡아 때더니. 갑자기 결혼발표라니.”

    “그래도 엄청 잘 어울리잖아. 속 쓰리긴 하지만 신현아라면…. 인정해야지.”

    씁쓸하고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여자 손님은 쉽게 유은태의 피앙새를 인정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인정이 뭐가 중요 하겠냐만은 그 점에 있어선 나 역시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최적화된 남자 배우로 유은태를 떠올린다면, 단아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여배우라면 당연 신현아를 떠올리는 편이었다. 단순히 예쁘고 화려한 여배우야 많았지만 신현아 같은 배우는 심은하 이후에 처음이라고 화자되곤 했다. 영화에도 자주 출연하는 것을 보면 감독들 사이에서도 그 이미지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울리긴 하지만, 아직 나이도 어리면서 벌써 결혼이래.”

    “그런가. 잘 모르겠는데? 29살이면 그리 늦은 것도 아니잖아.”

    “잘 나가는 배우면, 한창때잖아.”

    “유은태 정도면 결혼해도 잘 나갈 거야. 유부남이면 어때?”

    맞는 말이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은 결혼 여부가 배우에게 마이너스로 적용되는 일은 없었다. 외모나 이미지로 승부하는 아이돌도 아니거니와 이미 대체 불가능한 배우로 인정받고 있는 유은태였다. 낯선 이의 칭찬에 괜히 어깨가 으쓱하다가도 어젯밤 연에 정보 프로에서 보았던 기자회견 모습을 떠올리면 어쩐지 마음 한편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 든다.

    그 명백한 공허함을 인식하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친한 친구의 결혼 소식이었다. 비록 그 친한 친구의 얼굴을 본 지가 한 달이 넘었지만 워낙 바쁜 녀석이니 서운함을 느낄 리는 없었다. 결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전화로 알려줬었으니까.

    ‘신형아. 나 현아랑 결혼하기로 했어!’

    아직도 그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어떤 시상식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떨림과 환희가 뒤섞인 고백이었다. 아마도 친하게 지내는 동료나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기 전이었을 것이다. 비록 학생이었던 때처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지만 우리에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유대감이 존재했다. 함께 있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만나지 않다가 만나도 자연스럽게 편안했다. 물론 내 경우엔 그를 편하게만 대할 수 없는 이유가 존재 했지만.

    “……샷 추가.”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머릿속에 거칠고 지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바로 곁에서 둘림에도 겹겹이 쌓인 벽 너머에서 둘리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졌기에,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 얼굴을 불손하게 노려보고 있음을 의식조차 못했다.

    “이봐요!”

    목소리의 남자가 카운터를 쾅, 소리가 나도록 내리치며 외쳤을 때에야 나는 부질없는 생각을 깨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큰 소리가 나자 카페의 손님들 모두가 카운터 쪽을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예? 손님…….”

    “에스프레소. 샷 더블.”

    눈앞의 손님은 모자를 푹 눌러 쓴 것으로도 모자라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고, 입가엔 제멋대로 자란 수염으로 거뭇거뭇했다. 거기다 낡아빠진 추리닝, 보이진 않지만 왠지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있을 것 같았다. 더불어 거칠게 잠긴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짙은 피로감까지.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들어?”

    그제야 그가 주문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아차 싶은 마음에 즉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이럴땐 무조건 정중히 사과를 하는 것이 좋은 점객태도였다.

    “죄송합니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쉽게 화를 가라앉히지 않을 인상이었지만 다행히 그는 별말없이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급한 마음으로-그도 그러 것이 남자의 인상이 상당히 험악하고 불편해 보였기 때문에-커피를 내려 건네자 그는 그것을 들고 휙, 급하게 사라져 버렸다.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보아 상당히 바쁜 일을 하던 중에 커피를 사러 들른 모양이었다. 게다가 에스프레소. 더블샷이라니.

    너무도 잘 나가는 바람에 길거리에 얼굴을 내놓고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또 그럴 시간도 없고-바쁜 드라마 주인공과 달리 그 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전전하는 나는 배우만으로는 생활이 힘들었다. 일거리가 꾸준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몇 년 전 만해도 계절에 하나씩 드라마에 들어가고 종종 영화의 단역 제의도 들어왔지만 요즘엔 같은 기획사인 은태의 드라마에 겨우 구겨넣 듯 그의 친구역할 혹은 직장동료로 출연시키곤 했다. 그조차 이제는 팀이 길어져 남아 도는 시간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으니까.

    집에 손을 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어야지. 반대가 심해 여전히 아들을 소 닭 보듯 하는 아버지와 달리 그래도 어머니는 물심양면 나를 응원해 주었다. 어머니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 드라마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처음으로 일일드라마 단역으로-역시나 주인공의 친구로-출연했을 때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비록 짧은 씬이라도 매일같이 드라마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은태 역시 내게 어려운 일 있으면 편하게 말을 하라고 해줬지만 내가 어떻게 그 녀석에게 돈을 빌릴 수 있을까. 그것이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손님하고 트러블 있었냐.”

    사무실에서 거래처 사장과 한참 통화를 하고 나온 사장, 사장이자 어린시절부터 잘 알고 지낸 대한 형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이미 상황이 종료되긴 했지만 워낙 큰 소리가 나서 통화를 하면서도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제가 주문을 못 알아 들어서…… 잠깐.”

    “피곤해? 너 어제 촬영이라도 있었어?”

    “촬영 끝난 지 한 달도 더 됐어요. 그냥 잠을 좀 설쳤더니.”

    촬영 때문에 방을 새서 피곤한 거라면 차라리 보람이라도 있겠지만, 나는 지난 방 불필요한 생각과 미련스런 마음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잠을 설쳤다는 말에서 오해를 한 모양인지 대한 형이 눈썹을 한껏 찌푸린 채로 물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은 언제 들어가는데?”

    “아직, 정해진 거 없어요. 오디션 볼 건 몇 개 있는데….”

    붙을 수 있겠느냐 묻는다면 희망적인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비중 있는 배역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은 대중에 얼굴을 비칠 수 있는 기회를 얻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다. 배우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고, 나 같은 애매한 이미지의 배우들은 더욱이 차고 넘쳤다.

    “왜 그렇게 일거리가 없어. 큰일이다.”

    “그냥 배우 그만 두고 바리스타 쪽 공부나 해서 카페나 차릴까요?”

    “뭐? 돈은 있냐?”

    “형 카페에서 일하면서 돈 좀 모아보죠, 뭐.”

    “야. 아서라. 아서. 넌 어디까지나 단기 알바야. 취직은 꿈도 꾸지마.”

    “아, 형. 우리사이에 이러기에요.”

    지금도 충분히 편의를 봐주고 있음을 알기에 형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다른 일을 찾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 생각이 자주 드는 것이 문제였다. 배우로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곁에서 지켜보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곁에 있는 것으로 만족했던 순진한 열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캐캐묵은 후회와 지리멸멸한 미련뿐이었다.

    덜컹. 의자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크게 둘려 나와 대한 형 모두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좀 전에 에스프레소를 시킨 시커먼 인상의 손님이었다. 위협적인 첫인상과 달리 다 마신 커피잔을 카운터에 돌려놓고 돌아갔다.

    “뭐야. 저 사람. 노숙자냐?”

    그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대한 형 또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왔다. 내가 놀란 이유와 비슷하지 싶었다. 하지만 노숙자라기엔 지나치게 럭셔리하지 않은가. 비록 추리닝을 입었지만 이태리 장인이 만들진 않았겠지만 아니더라도 메이커 제품이었고, 얼굴의 반을 가린 선글라스 또한 명품이었다.

    “딱히, 냄새가 나진 않던데요.”

    “아, 아까 화낸 손님이……?”

    “네.”

    형은 알만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온 탓인지 인상만 봐도 견적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좀 전의 일은 확실히 내가 넋 놓고 있던 탓이었다. 코앞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듣지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렇게 얼빠진 인간이니 무슨 일을 해도 잘 안되는 게 아닐까. 조바심 내고 걱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생활에 틈이 생기면 이렇게 우울한 생각이 밀려온다. 요즘 그 증상이 더 심각해진 것 같다.

    진동으로 바꿔놓은 줄 알았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벨소리는 유은태가 출연했던 드라마 비밀의 문의 주제가. 주인공 유은태가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뻔뻔스럽게도 그 노래를 부른 이가 지정해놓은 벨소리였다.

    “어. 은태야.”

    전화의 주인공은 내 친구이자 한류스타 유은태였다. 지금쯤 중국인지, 대만인지에서 팬 미팅 중이어야 할 녀석이 웬일로 국제전화까지 한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뭐하고 있어? 지금 바빠?

    “지금 알바 하는 중.”

    -대한 형네 카페?

    “응. 그렇지, 뭐. 바쁘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사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일이었지만 은태에게는 가게가 바빠서 도와준다, 취미로 하는 일이라고 둘러대고 있었다. 녀석에게 쓸데없는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와는 좋은 것, 기쁜 것만을 공유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그런 것을 굳이 공유하고자 하지 않아도 그의 인생은 충분히 즐겁고 기쁜 일투성이겠지만 그래도 행여나 필요하다면 나눠줄 용의가 늘 존재했다.

    -내가 보기엔 별로 안 바빠 보이는데. 손님도 거의 없고.

    “뭐야. 너 보인다는 듯이 말한다. 설마…….”

    -설마? 너를 지켜보고 있느냐고?

    바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핸드폰 너머로 둘리는 소리로 알아냈다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은태의 말대로 정말 눈앞에서 보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 아닌가. 의문스런 생각과 동시에 왼쪽 빵 즈음에서 뜨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익숙한 실루엣이 창밖에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옷에 달린 후드에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지만 한눈에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었다.

    “짠. 놀랐지?! 하하.”

    순식간에 문을 열고 들어온 은태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빨리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은 없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조금 전까지 유은태와 신현아의 결혼소식 에 대해 왈가왈부하던 손님들은 자리를 뜬 지 오래였다.

    “야, 너 여기서 뭐하는 거야?”

    “반응이 그게 뭐야. 넌 내가 반갑지도 않은가보다?”

    반갑지 않을 리 없었다. 같은 회사 소속임에도 얼굴 본 지가 한달은 됨직하다. 직접 보지 않아도 자나 전화는 간혹 해왔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오롯이 이 얼굴을 내 두 눈이 차지하는 일은 아무래도 어려웠던 요즘이다. 얼굴을 가리던 후드-딱히 변장 효과는 없어보였지만-를 벗겨내니 예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오랫동안 봐 왔음에도 볼 때마다 잘났다, 감탄하게 되는 얼굴이었다. 웃음 짓는 눈가에 가득한 다정한 장난기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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