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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연우도령_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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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장

    "이보게, 자네 계속 여기 있었나?"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신지요? 혹 또 연우도련님한테 무슨 변

    이라도?"

    산발한 머리를 하고서 숨을 헐떡이다 못해 연신 가랴 끓은 기침

    을 힘겹게 쿨럭쿨럭 토해내며 묻는 남씨를 향해 되묻는 노복의 얼

    굴엔 동정심이 그득 묻어있었다. 남씨가 연우도령의 유모인 동시

    에 유일무이한 수발몸종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기에 더 그러했다.

    그 도령 명 한번 질기네. 그리 천대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뭐 좋은 꼴 본다고 모진 명을 부여잡고 있을꼬.

    남씨가 들었다면 십중팔구 노발대발하며 잘뛸 혼잣말을 남몰래

    중얼거리는 노복의 입맛은 쓰디썼다. 저라고 연우도령한테 억하심

    정을 지녀서 죽어지라 염을 할까. 아니다.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이리 말하는 거다.

    연우도령은 근방에서 나름 거부로 통하는 채만홍의 적장자다.

    배경만 놓고 보자면 혀 끌끌 차며 불쌍히 여길 건더기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령의 가정사를 조금만 들쳐보면 차악하기

    이를 데 없는 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니, 저마다 손가락질하며 욕

    하는 그의 집안사정을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겠다.

    일단 연우도령을 약간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의 어미인 강화연을 들먹인다. 채만홍의 정실이자 연우도령의

    친어미였던 강씨는 글줄깨나 읽었다는 가문의 무남독녀였다. 그런

    데 강씨가 시집오기 전부터 채만홍과 눈이 맞고, 살이 맞아 죽고

    못 사는 계집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주경란이다. 본디 채만홍은

    주씨와 혼인하길 원했다. 하지만 채만홍의 부모가 결사반대를 외

    치며 허락하지 않았다. 주씨의 어미가 기방의 기녀인 건 그냥저냥

    넘어간다지만 세상에 다시없을 파락호로 통하는 그의 아비는 도저

    히 봐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궁리 저 궁리를 한 채만홍의 부모는 며느리를 구하고자 먼

    지방으로 원정까지 갔다. 이유인즉슨 당시 근방에서 행세깨나 한

    다는 집안치고 채만홍에게 딸을 시집보낼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다.

    작정하고 나선지라 채만홍의 부모는 음전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강화연을 미리 점찍고 막대한 돈을 들여서 사람들을 샀다.

    돈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강씨의 부모 쪽에서 먼저 혼담을

    넣어온 것이다. 이 아니 좋을쏘냐할 일에 채만홍의 부모는 빠르게

    일을 진행시켜 싫다는 아들을 반강제로 혼인시켰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버이의 심정으로 혼인을 하고나면 주경란에게 넋이

    빠진 아들도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그건 그야말로 앞길 창창한 꽃다운 처녀 한 명 생지옥으로

    떨어뜨린 격이었으니. 혼인을 한 후에도 채만홍의 행동은 변함이

    없었다. 변함이 없는 게 웬 말인가. 오히려 자신의 부모에게 인

    정받지 못한 주씨를 불쌍히 여겨서 제 불알까지 떼어줄 정도의 오

    만 정을 퍼부었다.

    첫정이 무섭다고, 첫날밤 소박을 놓는 건 기본이었다. 공공연히

    딴살림을 차리며 밖으로만 나돌더니 급기야 주씨를 덜컹 임신까지

    시켜버리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라 염치도 없이 주씨의 배가 보

    름달처럼 차오르자 해산을 핑계 삼아 고개 빳빳이 쳐들고 집으로

    데려왔따. 그리곤 첩이랄 수 있는 주씨의 산바라지를 정실인 강씨

    에게 시켰다.

    시집오자마자 소박데기신세로 전락한 강씨로선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었다. 사는 곳이 달라서 전후사정 모른 채 소문만 믿고 무

    남독녀 외딸을 덜컹 시집보낸 강씨의 부모도 뒤늦게 여차저차한

    사정을 알고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런데 그놈의 가문이 뭐고, 체

    면이 뭔지 무를 수도 없었다. 덕분에 강씨도 강씨지만, 강씨의 부

    모는 생병이 들어버렸다. 늘그막에 얻은 외동딸의 신세를 자신들

    이 망쳤다고 자탄하며 시름시름 앓더니 앞 다투어 명을 달리했다.

    지아비는 첩에게 홀려서 모진 말 일삼길 예사로 하며 돌아보지

    않고, 딸 신세 망쳤다며 가슴앓이 하던 부모는 불귀의 객이 되고.

    이보다 기구한 팔자가 또 있을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그나마

    강씨를 편들어주던 시부모조차 주씨가 또 임신을 하자 슬금슬금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머리올린 지 6년이 다 되가는데 청백지

    신이라면 어느 누가 믿으랴만 강씨는 처녀였다. 허울 좋은 부인

    칭호 달고 살지만 채만홍일가의 전속노예나 다름없었다.

    사정이 이런데 어디 제정신이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던 강씨는 나날이 말라갔다. 정신 또한 피폐해져갔다. 그렇게

    피가 마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강씨는 임신을 하게 됐다. 곤드

    레만드레로 취한 채만홍이 주씨인 줄 알고 강씨를 취해서 생긴 결

    과였다. 주씨가 곱게 볼 릴 만무한지라 온갖 말로 강씨를 모함했

    다. 어찌 단 한 번의 관계로 배태를 한다더냐. 필시 그동안 외간

    남자와 통정한 것이 분명하다. 다른 씨를 품은 년이 가증스럽게

    재산을 탐내어 감히 채씨성을 붙이려한다…….

    거짓도 자꾸 맞다, 맞다 세뇌하듯 부르짖으면 진실로 둔갑하는

    법. 이미 집안에 거하는 모든 사람들이 주씨의 손아귀에서 뛰노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요.

    결국 정실임에도 불구하고 첩실에게 밀려난 강씨는 모진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만삭의 몸으로 목을 맸다. 하지만 어미는 죽어도

    새끼는 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죽은 어미가 떠나면서 남긴

    한 많은 모정이었을까. 연우도령은 숨이 끊어진 강씨의 몸에서 치

    매기 있는 늙은 산파와 남씨가 억지로 끄집어내다시피 해서 태어

    났다. 물어보나마나한 일이지만 아기는 순탄하게 태어나지 않았

    다. 끄집어낼 때 무리를 한 탓에 다리 한쪽이 짧아 절름발이란 멍

    에를 지고 태어난 것이다. 또 죽은 어미의 태를 빌어서 태어난자

    라 신체기능이 온전하지 못해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당장이라도 염라전에 들것처럼 할딱할딱 힘겹게 숨을 쉬던 갓난

    쟁이도령의 명은 의외로 질겼다. 요절한 어미의 명까지 챙기듯 용

    케 살아남았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아기가 무시무시한 저승사자와

    싸워 이겼으니 어이 장하지 않으랴만 뉘 있어 알아주리오. 연우도

    령의 주변엔 저승사자보다 더 지독한 사신들이 버티고 있었다는

    걸. 이들이 문제였다. 아무리 친어미인 강씨에게 생명을 빚진 남

    씨가 싸고돌며 보살핀다 해도 남씨 역시 갈데없는 종년신세. 주인

    인 채만홍이 오냐오냐 총애하며 아끼는 주씨를 어찌 당하랴.

    본처인 강씨를 밀어내기가 무섭게 큰마님으로 부상한 주씨가 갓

    난쟁이 때부터 악악 악다구니를 지르며 패악을 떨어서 연일 경기

    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두 돌이 넘어갔을 즈음부터는 주씨의 자식

    들이 밤낮으로 온갖 행패를 부리며 못살게 괴롭혔다. 덕분에 연우

    도령은 15살인데도 말을 못하는 건 물론이요, 큰소리만 나면 구석

    진 곳으로 발발 기어가 숨어버리고, 손이 가슴위로만 올라가도 오

    줌을 지려버린다. 해서 그의 몰골을 볼작시면 보도사도 못할 지경

    이다. 버젓이 조부모와 아비가 살아있건만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고, 부랑아도 이런 부랑아가 없는 것이다.

    "자네 짐작이 맞네. 아랫것들 말을 듣자니 형님들을 피해서 도망

    가셨다는데 찾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저런! 염려가 크시겠습니다."

    "크다마다. 일일이 늘어놓자면 입 아플 일이지 뭔가."

    "딱도 하시지. 보면 제가 꽉 붙들고 있겠습니다."

    "부디 그래 주게. 참, 이건 내 노파심에 이르는 말인데 붙들어둘

    때 절대 목소리 높이면 안 되네. 손도 올리면 안 되고,"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이 근방에서 도련님을 어찌 대해야하는

    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허긴. 그럼 부탁함세. 쿨럭! 쿨럭쿨럭!"

    "거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는데 의원한테 가보셨습니까? 안 가보

    셨다면 얼른 가보세요."

    "덥다고 방심하였더니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고뿔이 들었지 무

    에야. 아무튼 우리 도련님 보거들랑 꼭 붙들어둬."

    노복의 말을 가볍게 받아넘긴 남씨는 다시금 당부를 한 후 발길

    을 돌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니 한시라도 빨리 연우도령을

    찾아야했다. 배가 고프다고 저번처럼 산에서 배앓이 나는 독버섯

    을 주워 먹거나, 깜냥 모르고 산짐승이 사는 동굴로 기어 들어가면

    어쩌냐. 이만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애간장을 자글자글 태우

    며 연우도령을 찾아 헤매는 남씨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개울가도 가보고, 돌다리 밑도 살펴보고, 논에 쌓아놓은 짚단도

    이리저리 들쳐보고, 지신을 섬기는 신당의 구석진 곳도 샅샅이 훑

    어보고. 갈만한 곳을 죄 들쑤시며 다니던 노력이 성과를 발해 남

    씨는 드디어 연우도령을 찾을 수 있었다. 연우도령은 어미인 강씨

    의 무덤가 뒤에서 엄지손가락을 입에 문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마음이 탁 놓이는 한편으로 애틋함이 밀려온 남씨는 물기 머금은

    목소리로 어린상전의 작은 몸뚱이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도련님. 도련님. 그만 일어나세요. 예서 주무시면 큰일 납니다."

    "으응……아! 우우. 아우."

    나지막한 목소리로 깨웠는데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일어난

    연우는 깨운 사람이 자신의 유모임을 알아채곤 와락 달려들었다.

    탱탱함이라고 하나도 없는 남씨의 축 늘어진 젖을 양손으로 더듬

    더듬 만지작거리며 볼을 부비는 얼굴 가득 보스스 웃음꽃이 피었

    다.

    "연치가 몇인데 이러셔요. 뉘가 보면 흉봅니다."

    "우우."

    부드러운 훈계의 말과 함께 손을 슬쩍 밀쳐도 도리질을 하며 달

    라붙는 도령을 바라보는 남씨의 눈빛은 우울했다. 늙은 자신이 죽

    으면 어쩔 것이냐. 뉘가 있어 몸도 성치 않은 도련님을 거둬서 돌

    봐주랴. 바람 앞의 등불신세가 따로 없음이니 차라리 내 죽기 전

    에 도련님께 비상 탄 밥이라도 먹여 먼저 보내야 옳을까? 정녕

    그리해야 하나?

    "우. 우우."

    "배고프세요?"

    잠시잠깐 독한 생각을 품었던 남씨는 이내 고개를 잘래잘래 흔

    들었다. 배고프냐고 묻기가 무섭게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이를

    앞에 두고 이 무슨 노망난 생각이란 말인가. 하지만 무슨 방도를

    강구하긴 해야 한다. 악으로 버티지만 아침저녁으로 피를 사발로

    토하는 걸 보면 얼마 남지 않았따. 그러니 죽기 전에 도련님을 믿

    을만한 자에게 맡겨야한다. 적어도 배는 곯지 않고, 비바람 피할

    곳에다 모셔놔야 편히 눈감을 것이다. 미련을 두지 않고 저승 문

    턱을 넘을 것이다.

    "업히셔요."

    "아우."

    "괜찮으니 업히셔요. 저가 예오기 전에 도련님 좋아하시는 누룽

    지 어렵게 구하여 살그머니 감춰뒀답니다. 누가 먹기 전에 얼른 가

    서 잡수셔야죠."

    "흐아! 아! 아아!"

    누룽지를 미끼로 살살 꾀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훠이훠이 손을

    내젖던 연우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냉큼 남씨의 등짝에 몸을 맡

    겼다. 문전걸식하는 거지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도령에게 있어

    서 누룽지는 사치스런 음식이다. 오독오독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

    는 누룽지를 원 없이 먹어보는 게 소원일 정도다. 연우는 쉰내가

    폴폴 나는 남씨의 헐벗은 등짝에 작은 얼굴을 부비부비 문대면서

    조막만한 손을 재게 놀려 조물조물 어깨를 주물렀다. 누룽지에 넘

    어가서 업힌 것이 무안하고, 남씨를 힘들게 하는 것이 미안하니까

    자청하여 아양을 떠는 것이다.

    속내가 빤히 내다보이는 어린상전의 애교에 남씨는 설핏 웃으며

    나무지팡이를 챙긴 후 설렁설렁 산길을 내려왔다. 병들어 지친 몸

    을 하고서 15살이나 먹은 사내아이를 업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

    았다. 바지런히 챙겨 먹여도 제대로 클까 말까인 양반을 멀건 죽

    만 먹여 키운 탓에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8-9살로 볼 정도니

    당연했다. 그나마도 마음 편히 먹어본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혔다.

    밥 먹을 때만 되면 어찌 알았는지 계모인 주씨와 이복형제들이 귀

    신처럼 달려 들어와 상을 뒤엎는 통에 숟가락을 놓아야했다. 밥이

    고 나발이고 음습한 광에 가두거나 매질을 할까봐 오줌을 지리며

    구석으로 도망가기 급급했다.

    "우아, 우우. 아아아. 아아아."

    "예, 예. 가자마자 누룽지 드릴게요. 쇤네가 꼭꼭 감춰뒀으니 아

    무도 못 찾을 겁니다."

    연약한 짐승의 신음소리와도 닮은 소리를 내며 지절지절 말을

    거는 도령을 업은 채 산을 내려오는 남씨의 주름진 두 눈에선 눈

    물이 뚝뚝 떨어졌다. 어찌하나, 어찌하나. 나 죽기 전에 우리 불

    쌍한 도련님 살길 마련해 놔야하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나. 마

    님, 지하에서 보고 계시거든 귀한 아드님의 살길 좀 열어주셔요.

    이년의 명이 오늘내일 한답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셔요.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길을 걸어 장원으로 돌아온 남씨는 긴

    장된 표정을 한 채 집안의 동정부터 살폈다. 내도록 괴이쩍은 발

    음으로 조잘조잘 떠들던 연우도 어느덧 숨을 죽인 채 납작 엎드려

    있었다. 그에 남몰래 혀를 끌끌 찬 남씨는 살금살금 어린상전의

    거처랄 수 있는 초라한 별채로 향했다. 말이 별채지 실상 돼지우

    리였던 곳에 지붕만 대충 얹어서 막아놓은 곳이었다. 그래서 겨울

    이면 틈새로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장마철이면 비가 사정없이 들이

    차는지라 아무리 쓸고 닦아도 퀴퀴한 냄새와 곰팡이가 사시사철

    따라다녔다. 이런저런 설명 다 집어치우고 이것 하나만 보아도 연

    우의 처치가 어떤지 알만한데 다른 것인들 오죽할까. 떠들어봤자

    괜스레 입만 아플 일이다.

    "여기 잠시 계셔요. 저가 살그머니 댕겨오겠습니다."

    "아!"

    "금방 올 것이어요. 저가 맛난 것 챙겨올 테니 얌전히 기다리고

    계세요."

    "아우! 으어!"

    "예. 누룽지 가지러 갑니다."

    매달리는 손등을 토닥토닥 다독여준 다음 남씨가 나가자 잠시

    멀뚱히 앉아있던 연우는 방의 구석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

    곤 두 귀를 쫑긋 세워 밖의 기척을 조심스레 살피더니 허름하기

    그지없는 방바닥의 한곳을 들쳐 내듯이 살며시 파냈다. 그러자 손

    바닥만한 공간이 드러났다. 파리한 안색의 연우는 포르르 웃으며

    그 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살살 어루만졌다.

    "이년이 또 도둑질을 해?! 이년! 이 도둑년! 누구 명으로 야밤에

    이리 거한 상을 차려서 가냐!"

    '와장창!'

    "아악!"

    "헉! 으으……아! 아! 아! 아우!"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호령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스런 남씨의

    비명소리도 뒤따라 들려왔다. 연우는 정신없이 파낸 방바닥을 다

    시 덮더니 발발 기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에 갇힌 짐승이 탈출구

    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덜덜 떨면서 무조건 구석진 곳으로 갔다.

    잠깐사이 또 오줌을 지렸는지 그가 지나간 자리엔 노르스름한 물

    길이 나있었다. 안 그래도 위태롭기 그지없는 방문이 우악스럽게

    열린 건 그때다.

    "요 쥐새끼 같은 놈! 너 오늘 맛 좀 봐라. 어머니, 연우가 여기

    있습니다.!"

    "뭣?"

    "연우가 있어? 어머니는 예 계십시오. 저가 가보겠습니다."

    "제 어미를 닮아서 보통 영악한 것이 아니니 윗사람의 도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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