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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뜅굴이] 그들만의 사정 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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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만의 사정

    - 뜅굴이

    그들만의 사정 (상)

    < 1 >

    "....... 수빈... 하수빈~ 수빈아~~."

    누군가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대는 바람에 수빈은 아침의 나른한 기분을 포기하고 슬며시 눈을 떳다.

    매일 아침마다 눈을뜨면 보이는 우빈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보이고 곧이어 허리를 칭칭 감고 있는 두팔이 느껴지자 손을들어 우빈의 얼굴을

    밀어냈다.

    "으극. 너무해~~ 난 단지 수빈을 깨우기 위해 노력했을뿐인데 날 이렇게 거부해도 되는거야?"

    밀어내는 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허리를 조여오는 팔에 수빈은 더 이상 참지못하고 무릎으로 우빈의 배를 차올렸다.

    "컥."

    "등신."

    "......가정폭력 반대......"

    "쯧."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곤 아직도 배를 부여잡고 웅크리고 있는 우빈을 슬쩍 흘겨보았다. 짙은 남색의 교복을 입고 웅크려

    있는 모습을 보고나서야 오늘이 새학기 첫날이라는 생각이 났다.

    '첫날부터 지각이군.'

    이왕 늦은김에 샤워까지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아직은 날씨가 많이 쌀쌀한편이라 따뜻한

    물줄기를 몸에 뿌리자 않그래도 나른하던 몸이 더욱 늘어지는 듯 했다.

    화장실의 한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울안에는 뿌연 김사이로 수빈의 모습이 비춰졌다. 하얀 우유빛 피부에는 잡티 하나 보이지 않았고 조금

    긴듯한 연갈색 머리와 까만 눈동자가 빨간 입술과 함께 색스런 분위기로 보여졌다.

    수빈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봐도 미인이라고 할만한 얼굴에다 얇고 선이 가는 골격덕에 약해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얼마나 수많은 추근거림을 받아왔던가?

    다행히 수빈은 자기 자신을 아낄줄 아는 성격이기에 아름답다 할수 있는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못난것보다야 예쁜게 살아가기 편할터였다.

    쾅~ 쾅~ 쾅~~

    "수빈아!! 학교 않갈꺼야? 빨리나왓-!!"

    거울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수빈은 화장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수건으로 몸을 대강 닦고 문을 벌컥 열자 우빈이 기다렸다는 듯 교복을 던져주었다. 수빈은 한두번 겪는일이 아닌 듯 가볍게 캐치해서

    빠른 몸놀림으로 하나하나 입어나갔다.

    "새학년. 새학기. 첫.날. 인데 수빈이 너 때문에 지각이잖아. 우워어~!! 책임져. 책임지라고!!"

    수빈은 머리칼을 해집으며 발악을 하는 우빈에게 늘 하던 말을 해주었다.

    "니가 늦게 깨웠잖아. 병신."

    "그건.... 수빈이가 자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도저히 깨울수가 없었다구우우----!!!!!"

    < 2 >

    제일고등학교.

    개교한지 10년도 않된 남자고등학교로 학교자체의 수준은 그리 높은편이 아니지만 최고의 시설과 비싼 학비, 그리고 자유로운 교풍으로

    유명한 학교다.

    부아아아앙 ------

    제일고등학교 교문앞에 빨간색 오토바이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나자 조회를 마치고 강당에서 교실로 가던 학생들의 수많은 시선이

    다."

    "휘유~ 아침마다 멋진 등장이군."

    "하수빈이다."

    올해 입학한 1학년 학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친구를 쿡쿡 찌르자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너 제일고에 빙화도 모르냐?"

    "그게 뭔데?"

    "제일고등학교의 명물 얼음꽃 하수빈. 유명하잖아. 화려한 미모와 차가운 성격. 발군의 싸움실력. 그것도 모르면서 이학교에 입학했냐?"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시선속에서 오토바이 뒷자석에 타고 있던 수빈은 헬멧을 벗어 우빈에게 건네고 교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빈은 그런

    수빈의 뒷모습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수빈아! 사랑해~~!!!!!!!"

    "미친놈."

    우빈의 말에 수많은 학생들이 충격을 받아 휘청댔지만 수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욕설을 중얼거렸다.

    '2학년이니까 3층인가?'

    대강 어림짐작으로 3층으로 올라가자 2학년 2반 교실이 보였다.

    제일고등학교는 1학년때 반이 정해지면 그대로 3년을 올라가는 제도이기 때문에 반배정을 따로 기억해낼 필요가 없었다.

    뒷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끄럽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빈은 입학할때부터 앉던 1분단의 창가 맨 뒷자리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옥상으로 향했다.

    자신이 주위의 수근거림이나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마이페이스인 인간이라도 약간의 어색함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친해지기 위한 노력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숙덕거리는 모습들이 기분좋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신의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은 모르는 수빈이었다.

    < 3 >

    옥상의 철문을 열자 따뜻한 봄햇살에 쏟아졌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는 수혁과 정문이 보였다.

    "여어~ 오늘도 화려한 등장이던데?"

    "닥쳐."

    "예써."

    장난스레 웃는 수혁의 말에 수빈은 인상을 살짝 찌뿌리며 가볍게 쏘아붙이고 정문이 막 불을 붙인 담배를 뺏어 물었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수빈의 옆모습에 정문은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며 다시 담배를 빼어 물었다.

    "오늘은 또 왜 저기압이야?"

    수혁의 물음에 수빈은 그저 고개만 살짝 저어주곤 운동장을 보며 담배연기를 뿜었다. 수혁은 중학교때부터의 친구로 지금까지 거의 3년을

    붙어다녔기에 수빈의 기분파악하는데는 도사였다. 냉정하고 입이 험한 수빈에게 장난기 넘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수혁은 꽤 좋은 상성의

    친구였다.

    주위에 도통 관심이 없는 수빈이 친구들과 어울리는것도 수혁이 나서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기에 가능한것이었다.

    "신입생들 때문에 한동안 바쁘겠군."

    정문의 말에 수빈과 수혁의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란 동물이 늘 그렇듯 한구역에 몰아놓으면 늘 구역다툼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이 세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에는 수빈이 학교의 짱이라는 이유도 끼어있었다. 본디 그렇것에는 무관심한 성격이었지만

    한번씩은 건드려 보고싶은 외모를 가진 때문에 입학초기부터 학교를 한바탕 쓸어버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제일고 짱 빙화 하수빈'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명패를 달았다.

    중학교때도 수혁과 함께 싸움을 곧잘 하고 다녔었지만 고등학교로 올라오자 별의 별 구역다툼이라는 것 때문에 이리저리 싸우고 다니는 것이

    생활이 되버렸다.

    하지만 별 불만같은 것은 없었다. 어릴때부터 시비걸어오는 이들과 한바탕 붙는것에 익숙해져있었던데다 싸울 때 하나하나 급소를 찾아

    주먹을 질러넜는 즐거움도 꽤 좋았기 때문이다.

    싸울때의 짜릿함과 싸운후에 느끼는 나름함을 즐기는 수빈이고 보면 수빈도 어쩔수 없는 싸움꾼임에 분명했다.

    제일고는 거의가 재력이 바침이 되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감에 차있는 인간들이 많아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족족 일진이

    되거나 짱자리를 노리는 사람들로 한바탕 난리가 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때문에 수빈을 비롯한 일진들은 앞으로 한달가량은 시끄럽게 지내게 될터였다.

    학교들이 그렇듯 옥상은 그런 다툼의 중심이기 마련이다.

    필터까지 타들어가는 담배를 허공에 튕긴 수빈이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대 앉자 수혁이 그런 수빈의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손치워. 이수혁."

    "킥. 너 표정이랑 말이랑 전혀 매치가 않된다."

    수혁의 말대로 수빈은 말과는 다르게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좋은 듯 눈을 살며시 감고 있었다.

    이것은 수혁의 특권이었다.

    수혁을 제외한 다른사람이 머리쪽에 손을 잘못댔다간 바로 죽도록 얻어맞아 바닥에 널부러지기 마련이었다.

    눈을 감고 수혁의 나긋나긋한 손을 느끼던 수빈이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머리쓰다듬으면 잠오는데... 하아... 이번 신입생 중에 쓸만한 애들이 있을까?"

    "글쎄다. 아무리 쓸만해도 너만하겠냐. 보아하니 며칠동안 몸이 근질거렸나보구만."

    "후후... 니말이 맞을지도."

    다른사람이 봤으면 믿을수 없다고 눈을 비빌것이 분명한 미소를 슬쩍 짓는 모습에 수혁은 못말린다는 듯 몸을 숙여 수빈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수빈은 수혁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고 살짝 입을 벌려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잠시동안 입을 맞추던 수혁은 수빈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떼어내고 베이비키스로 마무리한 수빈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미친놈들. 너희가 애인이냐? 작작들해라."

    정문의 조용한 허스키보이에 수혁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우정의 스킨쉽이라고 해줘. 쿡."

    두사람의 가벼운 스킨쉽에 익숙해져있는 정문은 그런 수혁의 천연덕스러운 대답에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봐도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두사람의 모습을 처음에 봤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제일고에 입학하고 일진에 들면서 친하게 되었고 1년간 세명이서 붙어다녔지만 아직도 그다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지금은 수빈과 수혁이

    단순한 우정의 감정만을 지니고 있다는걸 확실히 알고 있지만 처음에 두사람이 키스하는 모습을 봤을땐 황당 그자체였다.

    다행히도 정문이외의 사람앞에서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아예 미친놈들은 아닌듯하지만...

    정문은 조금전의 키스로 입술이 빨갛게 물들어있는 수빈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았다.

    소위 말하는 예쁘다... 라고 하기보단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얼굴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느낌.

    '확실히 저런정도면 키스하고 싶을지도....'

    < 4 >

    제일고의 본관 옥상은 50여명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주먹소리와 신음소리만이 들렸다.

    "큭....."

    180cm 가량되는 남자가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것을 수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다음."

    수빈의 짧막한 말에 수빈과 엇비슷한 키의 신입생이 앞으로 나섰다.

    50여명의 인원이 크게 원을 그리며 둘러싼 주위에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끙끙대는 신입생들이 중간중간 엎어져있었다.

    다음 도전자가 먼저 주먹을 얼굴쪽으로 날리자 수빈은 고개를 슬쩍 옆으로 꺽어 아슬아슬 하게 피하곤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가 충격에 잠시 멈칫하는 사이 머리를 잡아내려 무릎으로 올려찍고 안쪽으로 들어가 멱살을 잡고 공중으로 엎어치자 맥없이 바닥에

    뻗어버렸다.

    수빈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공중에 살짝 몸을 띄워 몸무게와 반동을 이용해 명치에 주먹을 꽂자 먹은 것을 토해내는 것이 충격이

    심한듯했다.

    수빈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음."

    수빈의 모습을 보던 우진이 옆에서 싱글거리고 있는 수혁의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속삭였다.

    "야. 이수혁. 저거 너무 심한거 아니냐? 오늘 얻어맞은 놈들 이삼일은 요양해야겠다."

    우진의 걱정스런 말에 수혁은 어깨를 들었다 놓으며 장난스런 말투로 대꾸했다.

    "원래 신입들은 저렇게 철저하게 꺽어놔야 확실히 승복하는거야. 그리고 저게 수빈이 스타일이지. 한번싸우면 철저하게 꺽어서 다시는

    못덤비게 깨끗이 마무리 하는거야. 큭큭."

    "확실히... 작년에 우리도 저렇게 당했었지."

    점심시간 무렵부터 하나씩 올라오던 신입생들이 지금은 꽤 많은수가 올라와있었고 그중에 이미 10여명은 수빈에게 깨지고 한쪽에

    널부러져있었다.

    그냥 제압하는게 아니라 한번 붙으면 못일어날 지경까지 확실히 패는 수빈의 모습에 나머지 신입생들도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번엔 신입생은 꽤 희망자가 많네."

    정우의 말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마 저기 무서운 하수빈덕분이겠지. 빙화 하수빈 하면 유명하니까."

    "아아- 그렇지. 제일고의 빙화를 모르면 간첩이지."

    애기하는 동안 또 한명을 바닥에 눕힌 수빈이 고개를 들자 더 이상 도전하는 신입생은 없었다. 수빈은 아직 덜풀린 몸이 기분이 나빠

    살짝 인상을 찌뿌렸다.

    수혁은 그제서야 수빈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아직 몸이 덜풀렸냐?"

    수혁에 말에 수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신입생을 제외한 일진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신입생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빈 혼자서 20명이 넘는 신입생을 죽도록 두들겨 패놓고 몸이 않풀렸다니 기가 막힐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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