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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디딤발이 360° 001-047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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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디딤발이 360° - ⓒ Decapoet

    저주라고 생각했던 내 발목이

    신의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

    < 프롤로그 >

    저주라고 생각했다.

    내 몸 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이체질이라고 했던가?

    의학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특별 케이스라고?

    희귀한, 진귀한, 특수한···.

    독특함을 나타내는 수식어 중에 안 들어본 것이 없었다.

    상하좌우 앞뒤. 자유자재로 꺾이는 극도로 유연한 발목.

    아무리 꺾고 돌려도 관절이나 인대,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는 신기한 체질.

    그래서 뭐?

    내 발목에는 온갖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정작 내 인생은 특별할 게 전혀 없었다.

    유연한 발목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기껏해야 장기자랑 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정도? 이리저리 돌아가는 발목을 보여주기만 해도 환호성은 쉽게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쓸데없이 특별한 내 몸은 한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이었다.

    의사들도 내 심장병의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발목.

    내가 가진 그 특이체질이 심장까지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 발목을 저주라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태도 때문이었을까. 날이 갈수록 심장은 약해졌고 어느새 죽음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외 병원에서 새로운 수술법을 시험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부모님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전 재산을 털어 비용을 마련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창문 바깥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저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면 내 몸의 저주가 풀렸을까?

    특별하지만 허약한 인간이 아니라, 평범하지만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나는 그저 창밖으로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푸른 표면은,

    너무나도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기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내 손을 꽉 잡아주는 부모님의 손길.

    ‘다음 생에서는 부디 이 저주에서 벗어나기를.’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빈 소원이었다.

    < 프롤로그 > 끝

    ⓒ Decapoet

    =======================================

    < 너 말이야, 축구 좋아해? (수정) >

    “언제 일어나는 거야?”

    “글쎄.”

    가까이서 들려오는 대화에 정신이 들었는지, 누워있던 서강록이 눈을 떴다.

    “오오.”

    “일어났다.”

    처음에 보인 것은 강렬한 햇빛이었다. 서강록은 눈부심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잠시간 적응을 하고 나니 비로소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아직도 정신은 멍한 상태였다.

    “정신 차리면 바로 시작하는 거야?”

    “루이스, 호들갑 떨지 마.”

    아까부터 들려오던 웅성거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강록은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시선을 돌렸다. 사방을 둘러싼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긴··· 어디죠?”

    강록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는 대체···. 당신들은?”

    강록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자신이 탄 비행기는 바다 한가운데로 추락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멀쩡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살아남은 건가? 부모님은?

    게다가 이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생존자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세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이 탄 비행기는 승객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반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외모도, 인종도 제각각이었다. 승객 중에 물론 외국인도 있었다지만, 이 정도 숫자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다들 남자였다.

    아무리 그래도 추락사고에서 외국인 남자들만 살아남았다? 가능성은 희박했다.

    덜컥 겁이 났다. 지금 자신은 건장한 사내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무도 자신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짓고만 있었다.

    ‘왜 대답이 없는 거야? 아, 외국인.’

    생각해보니 그들은 외국인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어로 질문을 했기에 못 알아들은 것 같았다. 영어로 질문을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일어설 수 있겠어?”

    “아, 네.”

    한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자, 강록은 엉겁결에 그 손을 잡으며 대답했다.

    ‘잠깐, 내가 어떻게 알아들었지?’

    남자의 말은 처음 들어보는 언어였다. 하지만 자신은 방금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를 했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강록의 머릿속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반가워. 나는 루이스라고 한다.”

    “어, 음···.”

    강록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심한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루이스는 남미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방금도 들렸어. 영어도 아닌데 어떻게 들리는 거지?’

    강록의 반응에 루이스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냥 쓰던 언어로 말하면 돼. 이곳에선 다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저는···서강록입니다.”

    “서강록? 서강록이라··· 흐음.”

    루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강록은 그의 반응에 긴장이 되었다. 왜 자신의 이름을 듣고 표정이 변한 걸까. 의사소통에 대한 의문은 어느새 마음 한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하나 물어보자.”

    “네.”

    “국적이 어디야?”

    루이스가 묻자, 강록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자신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더럽게 부담스럽네.’

    강록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대한민국인데요.”

    그러자 사방에서 아쉬운 탄성이 쏟아졌다.

    “쳇, 혹시나 했는데.”

    “뭐, 이 친구 처음 봤을 때부터 다들 예상했잖아? 결국 승자는 인찬이군.”

    “근데 인찬이랑 사토는 어딨어?”

    “또 대결하러 갔나 보지.”

    “부럽다, 부러워.”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대결은 뭐고, 부러운 건 또 뭐야.’

    강록의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되자, 루이스가 물었다.

    “한국은 보통 이름으로 부른다던데, 강록이라 불러도 괜찮지?”

    강록은 그런 건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네. 괜찮습니다.”

    “좋아. 강록, 너 말이야.”

    루이스가 씨익 웃었다.

    서강록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축구 좋아해?”

    ***

    부웅!

    “악!”

    우당탕!

    헛발질을 크게 한 강록이 다리가 꼬이며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자리 옆으로 축구공 하나가 무심하게 굴러갔다.

    “진짜 축구 해본 적 없나 보네.”

    “그걸 떠나서 몸 쓰는 법을 전혀 모르는 거 같은데.”

    “문제가 꽤 심각해.”

    쓰러진 강록을 두고 루이스를 비롯한 남자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꽤 굳어있었다.

    하지만 강록의 표정은 더 굳어있었다. 상품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이건 마치 자신을 두고 품평회를 하는 모양새가 아닌가?

    강록은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남자들은 다짜고짜 강록을 끌고 와서는 축구를 시켰다. 영문도 모른 채 강록은 그들이 차는 공을 받아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강록은 단 한 개의 패스도 받아내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어릴 때부터 심장이 약했던 강록은 평생 축구는커녕, 운동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제가 말했죠. 축구 해본 적 없다고. 이제 됐습니까?”

    강록이 몸을 일으키며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미안. 예상 못 한 상황이라서 좀 놀랐어.”

    “무슨 뜻이죠?”

    강록의 반문에 루이스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고작 폐차 직전인 놈을 만나겠다고 그 긴 시간을 기다렸던 게 억울하다는 뜻이다.”

    “대니! 말조심해.”

    대니라 불린 남자가 독설을 날리자 황급히 주변에서 주의를 시켰다. 하지만 그의 독설은 이미 강록의 귀에 들어온 뒤였다.

    “폐차라고?”

    “저 녀석 말은 무시해. 원래 입이 좀 험한 편이야.”

    루이스가 재빨리 강록을 진정시켰다.

    “강록, 혹시 특별히 뛰어난 장점 같은 거 없어?”

    강록은 한동안 대니를 노려보다가 루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점?”

    “그래. 뭐, 체력이 엄청나게 좋다든지, 리듬감이 좋다든지. 아, 혹시 머리가 좋아? 판단력이나 예측력은 어때?”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몸에 특징 같은 건 없어? 다리가 남들보다 길다던가, 아니면 아예 짝짝이라던가?”

    쉴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루이스였지만 강록은 그 질문의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 게 왜 궁금하죠?”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 뭐라도 좋으니 알려줘.”

    “그냥···. 발목이 좀 유연해요.”

    “발목이 유연하다고?”

    강록의 대답에 남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강록의 발목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유연한 건지 보여줄 수 있어?”

    루이스의 채근에 강록은 한숨을 쉬고는 한쪽 발을 내밀었다. 그에게는 장기자랑 때마다 써먹던 레퍼토리가 있었다. 강록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발목을 이리저리 뒤틀기 시작했다.

    “대박인데?”

    “저게 가능한 거야? 말이 안 돼.”

    남자들 사이에서 감탄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대니조차도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봐. 장난 아닌데?”

    “신기한 것도 하루 이틀이죠. 쓸데도 없는 거.”

    “쓸데가 없다니. 부럽기만 하구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요. 하나도 안 아까우니까.”

    “무슨 소리야. 그걸 남한테 왜 줘? 잘만 써먹으면 최고의 무기가 될 텐데.”

    “무기는 무슨.”

    루이스의 말에 강록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건 저주에요. 아주 개같은 저주.”

    강록의 표정이 굳어졌다.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저주받은 발목으로 인해 망가졌던 자신의 인생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발목에서 시작된 저주는 결국 부모님의 행복과 목숨까지 앗아가 버렸다. 강록은 결코 자신의 발목을 사랑할 수 없었다.

    “저주라니. 강록, 아무래도 넌 잘 모르는 것 같네.”

    강록은 루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축구를 좋아하냐 물어봤을 때처럼, 그는 씩 웃고 있었다.

    “네 발목은 신이 주신 선물이야.”

    루이스의 말을 듣는 순간,

    강록의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끊어졌다.

    “선물? 신이 준 선물이라고?”

    강록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자 루이스가 움찔했다. 주변의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주변은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금 나 놀려요? 병신이라고 놀리는 겁니까?”

    “강록, 진정해. 그런 뜻이 아니야.”

    “그래. 발목이나 돌리고 앉았으니 우습게 보이겠지.”

    강록이 대니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강록의 시선을 피했다.

    “이딴 걸 선물로 준다고? 세상에 그런 신이 어딨어, 씨발!”

    흥분한 강록이 남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당신들 대체 누구야?”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강록과 시선을 마주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더 화가 난 강록이 다시 외쳤다.

    “갑자기 끌고 와서는 축구를 하니 마니. 도대체 뭐냐고! 내가 탄 비행기는 어떻게 됐지? 여긴 어디야? 우리 부모님은? 대답해!”

    “전부 말해 줄 테니 그만 진정해.”

    루이스가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하지만 강록은 그가 다가오는 만큼 물러서며 거리를 벌렸다.

    “대답부터 해. 여긴 어디고 난 어떻게 된 거지? 죽은 거야, 산 거야?”

    “그건···”

    루이스가 대답을 망설이자 강록은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숨기는 것이 많은 자는 위험했다. 강록은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루이스, 당신은 알고 있지?”

    강록이 재차 물어도 루이스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답하라고!”

    “넌 확실하게 죽었어.”

    대답한 사람은 루이스가 아니었다. 강록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남자들 사이에서 한 명의 동양인이 걸어 나왔다.

    “···죽었다고?”

    “그래. 죽었으니까 여기 올 수 있었지.”

    남자의 단호한 대답에 강록은 분노를 잊었다. 루이스를 노려보던 눈동자는 어느새 힘을 잃은 채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데?”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삼도천이라고 알아?”

    “삼도천? 저승 가기 전에 건넌다는 강?”

    “잘 알고 있군. 여기는 그 삼도천과 비슷한 곳이다.”

    어느새 강록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말을 이었다.

    “죽은 자들만 머무는 섬이지.”

    강록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너 말이야, 축구 좋아해? (수정) > 끝

    ⓒ Decapoet

    =======================================

    < 미련이 남은 자와 즐기는 자 >

    강록은 무작정 도망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는 해변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앉아서 숨을 고르던 강록은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두근두근.

    힘차게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심장이 아프질 않아.'

    조금 전까지 전속력으로 달렸다. 애초에 전속력으로 달려본 적도 없다. 원래 몸 상태라면 심장이 터질 듯이 아팠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강록의 몸은 그저 뜨겁게 달아올랐을 뿐이었다.

    “도대체 왜···?”

    “죽었으니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록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대화했던 남자가 어느새 옆에 서 있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여길 어떻게···?”

    “이 작은 섬에서 있을 만한 곳은 뻔하거든.”

    도망치지 말라는 경고인가? 강록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문득, 남자의 쓰는 말이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어잖아?’

    경황이 없어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지금 남자는 분명 한국어를 쓰고 있었다.

    “한국인이었어요?”

    “강인찬이라고 한다.”

    강인찬이 손을 내밀었다. 강록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색한 몸짓으로 악수를 했다.

    “좀 진정 됐어?”

    “···네.”

    “아까 일은 신경 쓰지 마. 이해하니까.”

    말을 마친 강인찬이 강록의 가슴을 보며 물었다.

    “심장에 문제가 있었나 보지?”

    그의 질문에 강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냐는 의미였다.

    “가슴을 부여잡고 있길래.”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어요.”

    “평소와는 달라서 이상했지? 전속력으로 달렸는데도 멀쩡하니까.”

    강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살아있을 때 앓던 병은 여기선 의미가 없어. 하루종일 뛰어도 지치는 일이 없고 다쳐도 순식간에 회복되지. 뭘 먹거나 잠을 잘 필요도 없는 곳. 그게 이 섬이야.”

    “···현실이 아니다, 이 말입니까?”

    “맞아. 그러니까 네 병에 대해선 이제 잊어버려도 된다는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강록은 가슴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고 싶다.

    어릴 적 강록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평생을 군것질 대신 약을 먹어야 했다.

    남들이 술로 밤을 지새울 때 힘없이 잠들어야만 했다.

    강인찬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은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왔던 세상이었다. 비록 저승이나 다름없는 곳일지라도.

    “죽음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너에게도 좋을 거야.”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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