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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해리포터와 혼혈왕자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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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 Blood Prince

    차례

    ------------------

    제1장

    또다른 수상

    제2장

    스피너즈 엔드

    제3장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제4장

    호레이스 슬러그혼

    제5장

    플렘의 지나친 행동

    제6장

    말포이의 행로

    제7장

    민달팽이 클럽

    제8장

    의기양양한 스네이프

    제 1장

    또 다른 수상

    자정이 가까운 시간, 수상은 집무실에 홀로 앉아서 긴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하지만 글자들이 그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한 마디도 남질 않았다. 수상은 어느 먼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 한심한 작자가 도대체 언제쯤 전화를

    할까 궁금해하느라,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길고 피곤하고 힘들었던 한주일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떨쳐 버리려고 애쓰느라, 다른 생각은 미처 할 틈도 없었다. 앞에 놓인 서류의 내용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수상의 눈앞에는 신나서 히죽거리고 있는, 그의 정적들 중 한명의 얼굴이 더욱더 또렸하게 떠올랐다. 이 원수 놈이 바로 그날 뉴스에 나와서 지난주에 벌어졌던 그 끔찍한 사건들을 전부 일일이 열거하고(마치 누가 일깨워 달라고 하기라도 한것처럼), 그것도 모자라서 그게 왜 모두 정부의 잘못인지를 조목조목 짚어 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정부에 쏟아진 비난들을 생각하자, 수상의 맥박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건 정당한 비판도, 진실도 아니었다. 도대체 정부가 무너지는 다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었겠는가? 다리를 세우는데 충분한 돈을 쓰지 않은게 아니냐는 주장도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 다리는 10년도 돼지 않은 것이었고, 내노라하는 전문가들도 왜 그 다리가 반으로 뚝 잘려 나가 열두대의 자동차가 깊은 강물 속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는지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그 끔찍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경찰력의 부족에서 온 결과라느니,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온 서부 지역의 갑작스런 태풍을 정부가 미리 예측했어야만 했다느니 하고 떠든단 말인가? 또 그의 부관들 중 하나인 허버트 콜리가 하필이면 이번 주에 괴상한 행동을 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 내 잘못이란 말인가?

    "온 나라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의 정적은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간신히 숨기며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불행하게도 그자의 말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수상 자신도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불행해 보였다. 심지어 날씨까지도 음울했다.

    '7월 중순에 이토록 차가운 안개라니...... 뭔가 잘못됐어. 이건 정상이 아니야.......'

    수상은 보고서의 두번째 장을 넘겼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길게 이어지는 내용을 보고는 그만 보고서를 내던져 버렸다. 그는 머리 위로 기지개를 쫙 켜면서 우울한 시선으로 집무실안을 둘러보았다. 훌륭한 방이었다. 멋진 대리석으로 된 벽난로 맞은편에는 창틀이 달린 긴 창문들이 때 아닌 추위를 굳게 막아 주고 있었다. 수상은 부르르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유리창으로 밀려드는 옅은 안개를 내다보았다. 그렇게 방 안을 등지고 서 있을 때, 뒤에서 작은 헛기침 소리가 났다.

    수상은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겁에 질린 듯한 자신의 모습과 코를 마주 댄 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침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전에도 들어 본 적이 있는 소리였다. 그는 텅 빈 방을 향해서 아주 천천히 몸을 돌렸다.

    "누구시오?"

    수상은 자신의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어쩌면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을거라는, 당치도 않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메마르고 단호한 목소리가 즉시 응답해 왔다. 마치 미리 준비된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는-수상은 첫 기침 소리만 듣고도 그것이 누구인지 당장 알아차렸다-방 저쪽 한구석에 걸린 지저분하고 작은 유화 속에 그려진, 치렁치렁한 은색 가발을 쓴 개구리처럼 생긴 작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머글들의 수상에게 알립니다. 긴급한 만남을 요청합니다. 즉시 회답 바랍니다. 친애하는 퍼지로부터."

    그림 속의 그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듯 수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수상이 입을 열었다.

    "흠...... 그러니까...... 지금은 곤란합니다......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말이오....... 그러니까...... 그 대통령이......."

    "그것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초상화가 대뜸 말했다.

    수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줄곧 두려워하고 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꼭 통화를 하고 싶은데......."

    "그 대통령이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리도록 우리가 조정하겠습니다. 그는 내일 밤에 전화를 하게 될 겁니다."

    작은 남자가 말했다.

    "퍼지씨에게 즉시 대답을 해 주십시오."

    "난...... 오...... 좋아요."

    수상이 힘없이 말했다.

    "그럽시다. 퍼지를 만나겠소."

    수상은 넥타이를 똑바로 고쳐 매면서 황급히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가 자리에 앉아 최대한 태연하고 편안한 얼굴이 되도록 표정을 가다듬자마자, 텅 빈 대리석 벽난로 안에서 환한 초록색 불꽃이 확 피어났다. 그는 깜짝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불꽃 속에서 한 풍채 좋은 남자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나타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 남자는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긴 망토 소매에 묻은 재를 탁탁 털면서 값비싼 골동품 깔개 위로 기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옅은 중산모자가 들려 있었다.

    "아...... 수상."

    코넬리우스 퍼지가 손을 쭉 내밀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갑소."

    수상은 이런 인사말에 솔직히 대답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로서는 퍼지를 보는 것이 조금도 반갑지 않았던 것이다. 퍼지의 출현은 그 자체로도 심장이 떨릴만큼 깜짝 놀랄 만한 일인 데다가, 대부분의 경우 아주 나쁜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번에 퍼지는 걱정거리에 시달린 기색이 역력했다. 이전보다 살도 빠지고 머리도 더 벗겨지고 흰머리도 늘었던 것이다. 게다가 얼굴 표정이 완전 우거지상이었다. 수상은 전에도 몇몇 정치인들에게서 저런 표정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수상은 퍼지와 악수를 한 후, 책상 앞에 놓은 의자들 중에서 가장 딱딱한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

    퍼지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무릎 위에 초록색 중산모자를 내려 놓았다.

    "지난 한 주일은 정말, 정말......."

    "당신도 무척이나 힘든 일주일을 보냔 모양이군요. 그렇지요?"

    수상이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면서 굳이 퍼지까지 보태 주지 않아도 이미 그에게는 걱정거리가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랐다.

    "그렇소. 물론이오."

    퍼지는 피곤한 듯이 두 눈을 비비며 침울하게 수상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수상, 나도 당신과 똑같은 한 주일을 보냈소. 브룩데일 다리...... 본즈와 밴스 살인 사건들...... 서부 지역에서의 소동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 음...... 당신네들...... 내 말은 그러니까, 당신네 사람들 중 일부...... 일부가 이...... 이 일에 관련이 있단 알이오?"

    퍼지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수상을 빤히 쳐다보았다.

    "당연하잖소. 당신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나 있는 거요?"

    "나는......."

    수상이 머뭇거렸다. 그가 퍼지의 방문을 그토록 싫어하게 된것은 이런 식의 태도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는 한 나라의 수상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유쾌할 리 없었다. 하지만 그가 수상이 된 첫날 저녁에 퍼지를 맨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상황은 늘 이런식으로 돌아갔다. 그는 그날 일을 바로 어제인 양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죽는 날까지 따라다니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날 그는 수년 동안 꿈꾸고 계획한 끝에 성취한 승리감을 만끽하며 바로 이 집무실에 혼자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오늘 밤과 똑같이 등 뒤에서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보자 못생긴 작은 초상화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 초상화는 마법부 장관이 곧 도착해서 자기소개를 할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처음에 수상은 오랜 유세 활동과 선거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자신이 돌아 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초상화가 그에게 말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는 너무 겁이 나서 꼭 죽을 것만 같았다. 물론, 스스로 마법사라고 주장하는 작자가 벽난로에서 튀어나와 그와 악수를 했을 때의 기분에 비하면,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수상은 퍼지가 전 세계에 아직도 남몰래 살아가는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는 동안, 한 마디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딱 벌리고 있었다. 퍼지는 수상이 마법사들과 마녀들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계속해서 안심을 시켰다. 왜냐하면 마법부가 전체 마법사 사회를 책임지고 있으며, 비(非)-마법 집단이 그들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퍼지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빗자루의 사용에 대한 규제에서부터 용의 수를 제한하는 문제(수상은 이 대목에서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책상을 꽉 움켜쥐어야 했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관장해야 하는 아주 힘든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퍼지는 아직도 할 말을 잃고 넋이 빠져 있는 수상의 어깨를 마치 아버지처럼 토닥거리며 이렇게 말했었다.

    “걱정할 것 없소. 아마 나를 다시 보게 될 일은 거의 없을 거요. 우리 쪽에서 뭔가 정말로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때에만 당신을 번거롭게 할 테니까. 머글들, 에, 그러니까 비-마법 집단이라고 해야겠지. 당신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이 있을 때에만 말이오. 그런 경우가 아니면 우린 당신들을 상관하지 않겠소. 그리고 이 말은 꼭 해야겠군. 당신은 그래도 전임자보다는 이 일을 훨씬 더 잘 받아들이고 있는 거요. 전임 수상은 반대파가 꾸민 무슨 속셈이라고 생각하고, 날 창 밖으로 던져 버리려고 했소.”

     여기서 수상은 마침내 할 말을 찾았다.

     “그럼 다…… 당신이 가짜가 아니란 말이오?”

     그의 필사적인 마지막 희망이 날아간 듯했다.

     “아니오.”

     퍼지가 점잖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가짜가 아니오. 보시오.”

     퍼지는 수상의 찻잔을 게르빌루스 쥐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수상은 숨을 헐떡이며 그의 찻잔이 다음번에 할 그의 연설 한 귀퉁이를 갉아먹고 있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아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 주지 않았던거요?”

     “마법부의 장관은 오직 현직 머글 수상에게만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오.”

     퍼지가 웃옷 안으로 지팡이를 다시 집어넣으며 말했다.

     “우리는 그것이 비밀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오.”

     “그렇다면 어째서 전임 수상은 나에게 한 마디 경고도 해주지 않은 거죠?”

     수상은 푸념하듯이 말했다.

     이 말을 듣자, 퍼지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친애하는 수상 각하, 설마 누군가에게 이 일을 말할 작정이시오?”

     퍼지는 여전히 큰 소리로 웃으면서 벽난로 안으로 무슨 가루 같은 것을 던졌다. 그리고 에메랄드빛 불꽃 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수상은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문득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일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그를 믿어 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충격이 사라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한동안 수상은 지금 보았던 퍼지의 모습이 치열한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잠을 너무 못 자서 생긴 환상이라고 애써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이 불쾌한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물건들을 없애 버리겠다는 헛된 시도로, 게르빌루스 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조카에게 주었고, 퍼지의 도착을 알렸던 못생긴 작은 남자의 초상화는 개인 비서를 시켜 떼어 버리도록 했다. 하지만 그 초상화를 떼어 내는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수장은 낙심하고 말았다. 목수 예닐곱 명, 건축업자 한두명, 미술사학자 한 명, 그리고 재무장관까지 총동원하여 그 그림을 벽에서 떼어 내려고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자, 수상은 더 이상 초상화를 떼어 내는 것을 포기하고 그 물건이 남은 그의 임기 동안 집무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따금 그림의 주인공이 하품을 하거나 코를 긁적이는 것을 곁눈질로 본 적이 있다는 걸 하늘에 두고 맹세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두 번은 진흙 색깔의 캔버스만 남겨 둔 채, 액자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상은 되도록이면 그 그림을 쳐다보지 않도록 습관을 들였고,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항상 자기 눈이 헛것을 본 거라고 단호하게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러고 나서 3년 전, 오늘 밤과 아주 비슷했던 어느 날 밤, 수상이 집무실에 혼자 있는데 초상화가 또다시 퍼지의 도착을 예고했고, 곧 온몸이 홀딱 젖은 채, 거의 공포로 정신을 잃은 듯한 퍼지가 벽난로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수상이 왜 값비싼 엑스민스터 양탄자 위에 물을 뚝뚝 흘리느냐고 미쳐 따지기도 전에, 퍼지는 그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감옥과 ‘실이 없어’ 블랙이라고 하는 남자와, ‘혹의 아트’라나 뭐 그런 어떤 것과 해리 포터라고 하는 사내아이에 대해서 마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상은 그 모든 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난 지금 막 아즈카반에서 오는 길이오.”

     퍼지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의 중산모자 테두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북쪽 바다 한가운데에서 끔찍한 탈출 사건이……. 디멘터들이 난리가 났소.”

     퍼지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에는 한 번도 죄수를 놓친 적이 없었는데…… 어쨌든 수상, 나는 당신을 찾아와야만 했소. 블랙은 유명한 머글 살인자로 ‘그 사람’과 손을 잡을 계획이라고 하오. 물론 당신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를 테지만!”

     퍼지는 한동안 수상을 절망스런 눈길로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좋아요. 일단 앉읍시다. 않아요. 당신에게 다 설명을 해 주는 게 낫겠소. 위스키나 한 잔 하면서.......”

     수상은 퍼지가 자기 위스키를 선심 쓰듯 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먼저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 말까지 듣자 부아가 치밀었지만 일단 앉았다. 퍼지는 지팡이를 꺼내더니 허공에서 호박색 액체가 담긴 커다란 유리잔 두 개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수상의 손에 쥐여 주고는 의자 하나를 끌어당겼다.

     퍼지는 한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떠들었다. 한번은 어떤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기를 꺼려 하더니 대신 양피지 위에 글로 써서, 위스키 잔을 들지 않은 수상의 손에 쥐여 주었다. 마침내 퍼지가 떠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수상도 따라 일어났다.

     “그러니까 당신은 그…….”

     수상은 왼손에 쥐어진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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