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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죽은도시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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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죽은도시 00

    w.도개

    눈을 떠보니 제일 처음 보이는 것은 낯선 잿빛 하늘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두꺼운 먼지층이 부옇게 낀 듯한 색이었다. 눈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자 여러 건물이 들쭉날쭉 서 있었다. 하늘이 그래서일까, 낡아 보이는 건물들은 죄다 칙칙한 회색이었다. 주위가 온통 그러하니 흑백 사진을 보는 기분이었다. 영상이 아닌 사진. 왜 사진 같지... 그래.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들려오는 소리조차 없다. 지독한 침묵. 정말 내 몸이 낡은 흑백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 그 흔한 자동차 하나조차 없다. 그냥 빽빽할 정도로 많은 건물과 간간이 그들을 구분 지어주는 도로들만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 있을 뿐이었다. 마치 예전에 티비에서 봤던 폐허가 된 도시 같았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멸망한 도시라기에는 건물들이 모두 낡기만 했을 뿐 무너지거나 부서진 흔적조차 없었다. 건물들에는 그들의 정체를 구분 지어주는 간판들조차 없었다. 모두 똑같이 생긴 생김새에 높낮이만이 조금씩 다를 뿐이었다. 그래. 조금 더 그들을 잘 설명할만한 표현이 떠올랐다. 마치 레고 블록 놀이세트 같았다. 아이가 놀다가 건물만 심어 놓고 싫증이 나 내팽개쳐 버린.

    여기서 눈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무엇을 했더라? 나는 분명 가족들과 어떤 섬으로 여행을 갔었다. 한국이 겨울인 것과는 다르게 그 섬은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라 물놀이를 하기 좋았다. 한창 휴가철 일이 바쁜 부모님 때문에 여행을 못 갔다며 떼를 쓴 동생이 못내 마음에 걸렸는지 아빠는 무리해서 월차를 냈다. 나는 덕분에 학기 중이라 체험 학습 신청을 하고는 여행에 따라왔다. 그렇게 도착한 섬은 적당히 따뜻했고 적당히 예뻤다. 휴가철을 피해 온 덕분에 인기 많은 휴양지인 그곳은 우리 가족과 몇몇 놀러 온 사람들 빼고는 없었다. 그래서 나와 동생은 마음껏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었다. 마치 그 섬을 통째로 빌려서 놀고 있는 어느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뒷일을 더 생각해내려 하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아 머리야.... 지끈지끈 거리는 머리는 아주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만 떠올려 내었다. 육지에서 꽤 먼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나. 그런 날 보지 못하고 공을 가지러 육지로 막 올라서서 모래를 밟고 뛰어가는 동생. 그런 동생을 부르는 부모님. 어떻게 그곳까지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그 허우적거리는 한 장면만이 날카로운 조각같이 내 머릿속을 찌르는 듯했다. 나는 더 기억해내려다가 포기했다. 이대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내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침묵을 찢는 괴성이 들려왔다. 끼기긱- 쇠를 긁는 듯한 높은 주파수의 소리에 소름이 쫙 끼쳐왔다. 확신하건대 인간의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잠식해 왔다. 사거리에서 무작정 눈에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쳐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과는 다르게 다행히 문은 끼이익 하며 녹슨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등줄기에서 흐른 식은땀에 옷이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뭘까...불안함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손이 자꾸 덜덜 떨려왔다. 나는 문을 닫은 상태에서 다시 손잡이를 돌려 문을 조금 열었다. 미세하게 열린 문틈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까각-끼기긱- 아까의 괴성이 점점 커져 오며 고막을 때려왔다. 나는 숨소리조차 함부로 낼 수 없었다. 좁은 문틈으로 서서히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가까스로 입을 꾹 깨물고 소리를 참을 수 있었지만 요동치는 심장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생전 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영화 속에서 흔히 묘사하는 괴물과 비슷했지만, 그 역겨운 모습은 차원이 달랐다. 2미터는 돼 보이는 거대한 몸집에 진흙같이 끈적해 보이는 피부는 아래로 축축 퍼져있었다. 간간이 피부에서는 달팽이의 점액질 같은 것이 떨어져 바닥과 밀착해 흔적을 남겼다. 또한, 그 아래에 달린 발은 마치 멸종한 공룡의 썩은 발톱같이 흉측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심한 것은 얼굴 쪽이었다. 그 부위를 얼굴이라고 하기도 뭐하게 몸체와 경계가 거의 없었다. 눈이 달랑거리며 달려서 그냥 그것이 얼굴이구나 하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제일 참을 수 없는 것은 그 괴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악취였다.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악취였다. 시궁창 냄새 같기도 하고 토사물의 냄새 같기도 한 악취였다. 나는 가까스로 토할 뻔한 것을 참았다. 덜컹- 그러나 구역질을 참느라 나는 나도 모르게 문을 잡은 손을 약간 움직여 버렸다. 그 덕분에 자그마한 소음이 일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미친 것처럼 뛰어대었다. 제길! 들었나..못 들었겠지... 내 간절한 마음과는 다르게 그때 괴물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문틈으로 바라보는 내 시야에서 거의 벗어날 뻔한 위치에서 멈췄다.

    "어...."

    그러더니 갑자기, 천천히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어어...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평소에 나는 드라마를 볼 때 이해할 수 없다며 마구 조롱을 하곤 했던 장면이 있었다.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달려오는 자동차를 마주한 주인공이 왜 몇 초는 되는 그 순간에 몸을 피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나 같으면 당장 상황판단을 하고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큰소리를 치기도 하였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내 말은 다 개소리였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삐용삐용 하고 울리는 게 느껴졌지만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공포는 눈도 깜빡하지 못하게 했다. 누군가가 나를 석고 틀에 넣었다가 막 뺀 것 마냥 모든 관절이 딱딱 굳어져 있었다. 괴물은 조금 뒷걸음질친 후 멈췄다. 멈춘 위치는 내가 있는 곳, 내 시야에서 딱 한가운데였다. 그니깐 문을 사이에 두고 내 바로 맞은편. 괴물은 천천히 고개를 끼릭-하며 녹슨 고물처럼 뻑뻑하게 돌렸다. 천천히 돌려지는 고개는 슬로우 모션 화면을 연상케 했다.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괴물의 고개가 멈춘 동시에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

    ".........."

    괴물은 말이 없었다. 물론 나는 당연히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그러나. 잠시의 정적이 흘렀을까... 괴물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더니 벌려진 입이 순식간에 눈 끝까지 쫘아악 하며 단번에 찢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미치광이가 짓는 기괴한 웃음 같았다. 그 웃음을 본 동시에 굳어졌던 내 몸이 탁하고 풀렸다. 나는 그 덕분에 나에게 미친 듯이 뛰어오기 시작하는 그 괴물을 피해서 뛸 수 있었다.

    "끼기긱-끽끼-"

    괴물은 소름을 유발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몸을 마치 관절이 덜걱거리는 인형처럼 움직이며 기이하게 뛰어왔다. 그 모습은 나에게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느릿하게 처음에 등장하던 모습과 다르게 달리는 속도 또한 너무나 빨랐다. 내가 문에서 떨어져 건물 안 깊은 곳으로 무작정 뛰어감과 동시에 괴물은 문을 쾅- 부수고 달랑거리는 눈을 흔들며 건물로 들어왔다. 건물의 내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층 더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어디로 갈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괴물은 계속 기이한 소음을 만들며 바로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냥 무작정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유는 그냥 내가 씨발, 오른손잡이여서 그랬다. 막다른 곳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내가 갑자기 방향을 틀자 혼란스러워서 우왕좌왕하고 있는지 괴물의 소리가 조금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계속 달리면서도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계속 이곳으로 가다가 막다른 곳이 나오면? 여러 생각과 동시에 나는 딱딱한 무언가에 발이 부딪쳐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악!!"

    상당한 통증에 절로 악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괴물이 다시 가까워져 오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이제 끝났구나...하고 생각했다. 이제는 괴물이 내 귀에 대고 끼기긱 거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리는 멀지 않았다. 아아...난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죽는 건가?

    그런데 손을 조금 더듬어 보니 이곳이 막다른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거의 바로 뒤에서 들리는 괴물의 괴성을 들음과 동시에 간발의 차로 몸을 일으켜 피할 수 있었다. 이곳은 계단이었다. 나는 내 머리카락 끝쪽을 잡으려다 아슬하게 놓친 괴물의 손바람을 느끼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계단을 조금 뛰자 언뜻 흐릿하게 다음 층의 계단으로 가는 꺾는 지점이 보였다. 어둠의 조금은 눈이 익숙해졌나 보다. 나는 그나마 안도를 하며 이를 악물고 달렸다. 계단이 약점이었는지 괴물의 속도가 한층 떨어지는 듯 보였다. 내가 코너까지 돌자 괴물이 아까보다 훨씬 뒤에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의 희망을 가지고 터질 듯한 폐를 억누르고 계속해서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꽤나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오자 괴물의 소리는 이제는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포기한 듯싶었다. 나는 그제야 멈춰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동시에 눈물이 팍하고 터져 나왔다. 덕분에 가뜩이나 뛰느라 가빴던 호흡이 더욱 가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정신이 없어서 아까는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이제야 봇물 터지듯 마구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야? 아까 그건 또 뭐고? 나는 아까 보았던 풍경들을 다시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황량한 거리, 레고 블록 같던 건물들. 색을 입은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 그리고 아까의 끔찍하던 그... 나는 그냥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분명히 다른 곳이라는 것. 아아....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제는 조용해진 주위에도 나는 괴물이 다시 나타날까 봐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입을 막고 끅끅거리기만 했다. 눈물로 얼룩진 시야가 엉망이었다. 내 머릿속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제야 힘이 풀린 다리 덕분에 바닥에 주저앉을 수 있었다. 나는 다리를 모아 손으로 감싸 안으며 몸을 최대한 웅크렸다. 온몸을 공포가 점령하고 있었다. 나는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그냥 눈을 꼭 감았다. 눈을 뜨면 꿈이길...제발... 일어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엄마랑 아빠의 얼굴이 보일 거야. 동생은 나에게 여기서까지 조느냐고 핀잔을 주겠지? 그래, 이건 꿈이다. 어서 깨자. 지금쯤이면 저녁 먹을 시간일 거야. 늦지 않으려면 깨야지.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멈출 생각도 없이 흘러나왔다. 땀과 눈물이 섞인 얼굴이 축축했다. 이 축축함은 바닷물의 느낌이지 않을까? 하지만 다시 천천히 뜬 눈앞은 역시나 암흑, 그 자체였고 나는 역시나 혼자였다.

    한동안은 웅크린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냥 고요함을 느끼고만 있었다. 그러다 이대로 여기 계속 이러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나는 계속 살아나가야 했다. 눈물이 말라 뻑뻑한 얼굴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는 천천히 웅크렸던 몸을 폈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일어서서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이제는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진 눈은 비교적 주위를 잘 인식할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계단과 다음 계단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 지점이었다. 계단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일 층과 같은 넓은 공간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천천히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까 봤던 그런 것이 또 있는 것은 아닐까? 긴장감에 목이 탔다. 침을 한번 삼키는 소리조차 너무나 크게 들리는 듯했다. 모든 감각이 곤두선 것이 느껴졌다. 내가 움직이는 소리에 놀랄 판이었다. 다음 칸으로 오르자 이번에도 계단과 계단 사이의 중간 지점이 보였다. 그러나 아까의 그곳과 다른 점은 한쪽에 문이 한 개 달려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잠시 문 앞에 서서 망설였다. 아까도 괜히 문을 열어서 훔쳐보다가 괴물과 눈이 마주쳐 버렸었다. 결과적으로 난 죽을 뻔했다. 이번에도 차라리 문을 열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냐,아냐. 그렇게 생각하면 여기서 평생 움직일 수 없을 거야. 고개를 작게 젓고는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끼이익- 문이 작은 소음을 내자 눈을 질끈 감고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내가 멈추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그대로 고개만 빼서 열린 문틈을 살짝 엿보았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다르게 그 공간은 훨씬 환했다. 덕분에 나는 작은 틈으로도 그 공간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이었다. 방이라기에는 컸고 계단이 있던 곳과 다를 바 없이 황량했다. 시멘트 바닥 위에 작은 먼지나 돌 부스러기만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눈을 왼쪽 벽으로 돌리자 왜 그렇게 환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작은 창문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나는 문을 조금 더 열고는 그곳에 들어와서 문을 다시 닫았다. 내가 들어오자 작은 먼지바람이 일었다.

    "콜록,콜록-"

    작게 기침이 이는 입을 손으로 막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창문은 내 어깨 정도 높이에 있었다. 닫혀있는 창문 유리에 가까이 다가가서 밖을 쳐다보았다. 내가 꽤나 높은 층까지 올라와 있었는지 지면까지의 높이가 아찔했다. 내려다본 거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본 풍경 그대로였다. 후...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곳은 마치 죽어있는 것 같았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한가지 본 것이라고는 아까의 끔찍했던 그 괴물뿐...

    "어...?"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 반대편 건물 사이에서 무언가를 언뜻 본 것 같았다. 뭐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

    악하고 소리를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몸이 다시 덜덜 떨려왔다. 왜...저게 아직도 여기에...? 아까 날 따라왔던 그 괴물이었다. 괴물은 건물 사이의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는 달랑거리는 눈을 빼고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사방을 마구 탐색하고 있는 눈동자의 움직임이 부산스러웠다. 눈동자는 왼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갔다 하며 어지럽게 움직였다. 어...잠깐만. 그런데 괴물의 눈 위치가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1층,2층,3층......저거 지금 층수대로 창문 살펴보고 있는 거야..? 거기까지 막 생각했을 때 괴물이 내가 있는 창문 쪽으로 눈동자를 휙 하고 돌렸다. 나는 동시에 가까스로 몸을 휙 하고 창문 아래로 숙였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것은 지금, 날 찾고 있었다. 날 포기한 게 아니었다. 여기서는 날 잡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밖에서 내가 나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몸이 덜덜 떨려왔다. 아아...눈물이 다시 감은 눈을 비집고 흘러나오려 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하루가 계속되었다. 잠도 편히 잘 수 없었다. 그 괴물이 혹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아무리 깊이 자려 해도 자꾸 깜짝거리며 깨기만 했다. 그렇다고 그동안 손 놓고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혹시 몰라서 내가 지금 있는 건물의 다른 층들을 샅샅이 탐색해 보았었다. 새로운 층의 문을 열 때마다 두려움과 기대가 항상 공존했었다. 허나, 결과는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내가 발견한 층의 공간과 같이 먼지만이 날 반기고 있었다. 고여있거나 하는 썩은 물조차 없었다. 이 건물에 있는 한 희망은 없었다. 나는 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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