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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of]스올시티 sheolcity 2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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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따갑다. 창이 널따란 짚 모자를 쓴 머리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펑퍼짐한 옷 안 쪽은 따가운 햇볕에 속수무책으로 삶겨지고 있었다. 눈썹 바로 옆으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땀을 팔을 들어 옷으로 쓱 닦아내며 혀를 찼다.

    “씨발, 왜이래 더워.”

    삽을 허공에서 크게 휘둘러 땅으로 내리치자, 찰진 검은 토양 아래로 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축축한 흙을 판판하게 덮고 나서야, 허리를 부여잡고 몸을 쭉 일으킬 수 있었다. 장시간의 노동으로 혹사당한 몸이 비명을 지르며 휴식을 요했다. 하도 땀을 흘려서 옷이 온통 축축했고, 심한 갈증이 일었다. 방금 곱게 덮어둔 흙 위에 삽을 푹 꽂고서, 앞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챠륵- 들숨과 함께 담배필터를 강하게 빨아들였다.

    후우- 길게 날숨을 뱉었다. 삽 손잡이에 몸을 기대어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질적으로 빛을 내며 눈앞을 슉-지나가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뭔가 잘못 본거 같기도 하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아, 담배도 못 빨고 멍하니 쫓아서 보았다. 콩 싸라기만큼 저 멀리까지 지나쳐간 물체가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이내 급박하게 후진을 하더니, 내 눈앞으로 마주 보이는 위치에 멈춰서는 것을 보고 입술에 붙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 당겼다.

    “.....”

    검게 썬팅된 SUV차량은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목안으로 넘어 삼키던 담배연기를 크게 후욱 불어내고는 입에서 떼어내 곧바로 땅에 패대기쳤다. 기대고 있던 삽을 들어 어깨에 걸쳐 메고, 논둑으로 다가갔다. 좁은 논둑을 걸어 차도로 다가가 10미터거리로 다가서니, 불현 듯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며 무언가 차에서 내렸다. 강한 햇볕 탓에 선글라스를 썼는데도 표정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차에 내린 물체는 느릿하게 차 앞쪽을 빙 둘러 논둑 입구로 걸어와 나와 마주 섰다. 문득 생각했다. 놈들이 이제 인간화되고 있는 건가?

    삽 끝을 바닥에 대고 고개를 갸웃했다. 우뚝 서있던 물체가, 이윽고 소리 내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살아남은 자인가?”

    차분하게 또박또박 말을 건네 온 물체는, 살아있는 남자였다. 그것도 건강한 젊은 남자. 손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땀 때문에 내가 삽을 떨어뜨리자마자, 차 조수석 문이 열리며 또 한명의 남자가 서둘러 내리는 게 보였다. 나는 마른 땅에서 삽을 주워들고 그들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살을 맞대어보면 알 수 있을까.

    군복바지와 검은 티셔츠를 입은, 체격 좋고 한 눈에 보아도 매우 호남형의 남자가 경계하듯이 한 발짝 물러섰다. 나는 다짜고짜 그에게 오른 손을 내밀었다. 군복 입은 남자 옆에 있던 마른 사내가 내 손을 마주잡으며, 감격에 마지않는 듯 소란을 떨었다.

    “이럴 수가, 이런데서 사람을 만나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마른 사내를 스치듯 쳐다보았다. 왠지 귀찮아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곤, 군복 입은 남자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마른 사내와 다르게 군복바지의 남자는 전혀 반갑지 않은 기색으로 내가 내민 손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살피고 있었다. 허옇게 마른 사내가 그런 남자를 올려다보자 그가 천천히 내 손을 마주잡았다.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남자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갈색머리칼을 뒤로 질끈 묶은 마른 사내가 투덜거리며 남자의 말을 받아쳤다.

    “초면인데 반말하지 마. 은근 기분 나빠, 그 말투.”

    그런 사내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남자를 선글라스 너머로 빤히 쳐다보았다. 닮지 않은 형제인가? 친구? 어쨌거나, 이 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저 남자의 생존 본능 때문일 거란 건 물어보나 마나인 것 같았다. 말없이 쳐다보는 내가 이상했던지, 일방적으로 투닥거리던 사내가, 때 아닌 무더위로 땀에 의해 뺨에 달라붙은 잔머리를 떼어내며 말했다.

    “혼자.. 인가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지만, 그들은 서로 눈빛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었다. 으레 있는 것들이 그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처음으로 보는 훈훈한 호감 스타일이나, 약해보이는 유약 스타일은 악의도 위압감도 없었다. 그들의 외상을 살피는데, 마른 사내의 손이 다친 듯 검은 천이 말려 있는 게 보였다. 검지로 그 곳을 가리키자, 사내가 서둘러 대답했다.

    “아, 이건 유리에 다친 겁니다. 전 말짱해요.”

    “....”

    “어디가면 물이 있지?”

    초조하게 웃어 보이는 사내와 내게 별 관심 없는 듯 물어오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나는 천천히 한쪽 발을 뒤로 옮겨 몸을 비스듬히 틀었다. 오픈하듯 잠시 길을 내어주고 곧 완전 뒤돌아 먼저 둑길을 걸어가자, 내 의미를 파악한 그들이 짐을 챙겨 따라왔다. 깊숙이 파헤쳐 축축한 토양을 드러내놓고 있는 밭의 가장자리 부근을 한 번 더 흘깃 보고는, 고개를 돌려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여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뱉었다. 뒤따라오는 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음, 기분 탓인가?”

    마른 사내의 상기된 목소리 뒤로, 남자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저게 여자라면, 이 영신은?”

    종아리를 반쯤 덮은 장화 안 열기가 온 몸으로 퍼졌다. 나는 걸음을 멈춰 섰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버리며 뒤돌아섰다. 둑길을 따라 앞서 따라오던 마른 사내가 어리둥절 나를 쳐다보았다. 쓰고 있던 짚 모자를 벗어 내렸다. 긴 머리칼이 바람에 날리며 등 뒤를 여유롭게 덮었다. 그들의 얼굴이 경직 되는 것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미안하다, 저게 여자라서.”

    스올시티 sheolcity : 살아남아야 하는 자

    괜히 미안해서 머쓱해하는 나와 달리, 홍영은 너무도 태연해 보였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단언할 수 없었지만, 조금 편해 보이긴 했다. 그녀는 공포 경계심 따위 모르는 사람처럼 끊어진 둑길을 넘어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덤불로 들어서서도 척척 걸어 나갔다. 뒤를 돌아, 좁은 도로가에 세워진 검은 차를 쳐다보고는 한 발자국 뒤에서 걷는 홍영을 힐긋 보았다. 불안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에게서 경계하는 것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눈은 그녀의 뒷모습으로 향해 있었다. 어쩐지 조금 초조하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따갑게 내리쬐는 빛을 고스란히 받아내느라, 이마에 맺힌 땀이 기분 나쁘게 쭉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밀림 숲을 헤치듯, 허리까지 자라난 잡초 덤불 사이로 한참을 들어갔다. 걸음을 뗄 떼마다 달라붙던 진흙이 갈수록 점점 더 깊어졌다. 강한 힘으로 워커를 잡아당기는 통에 길에서 주운 짧은 운동화 끈으로 간신히 벗겨질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워커가, 금방이라도 홀라당 벗겨질 것 같았다. 이런 질척한 진흙길을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헤치고 가는 홍영은 남자니까 이해한다 쳐도, 평지를 걷듯 별 무리 없이 저만치 앞서 걷는 그녀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우면서도, 실로는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런 반면, 발이 푹푹 빠져 붙을 때마다 휘청대는 내가 한심했다. 괜한 열등감을 느끼는 스스로를 자각하며 미간을 찌푸려졌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방심해서 또 앞으로 넘어질 뻔 하는 것을 푸다닥대며 겨우 중심을 잡고는 안도의 한숨을 남몰래 내쉬었다. 목 아래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그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서둘러 다리를 재촉했다.

    그 후로 족히 30분은 수풀을 헤치고, 진흙탕을 맛보고, 산을 탄 듯 했다. 잠시만 쉬어가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주문 인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며 참아내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난 서늘한 숲에는 새들이 맑게 지저귀고 있었다. 소나무 특유의 시원한 나무향이 온통 진동했다. 소리 없이 날렵하게 기둥을 타고 내려온 청설모가 우리를 보고는 후다닥 옆 나무로 옮겨날아 숲과 동화되었다.

    햇볕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아 다행스러운 것도 잠시였다. 어디서 어떤 게 날아들지 모르는 숲속에 있다는 건, 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니 낯설고도 섬뜩한 공포를 가져왔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홍영 옆으로 가까이 붙었다. 제대로 가고 있긴 한 것인지 의심에 의심을 낳아 정신을 피폐하게 몰아가던 와중 저 멀리,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위적인 금속 울타리를 발견하고는 생각을 멈추고 서둘러 허리 뒤춤에서 자동권총을 빼들었다. 홍영의 뒤에 바짝 붙은 체, 아랑곳없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따랐다. 조형물은 주변을 크게 빙 두른 철조망이었다. 높이가 족히 3미터 이상의 위쪽 가장자리에는 가시 철선이 위협적으로 말려져있었다. 의외의 장소에 있는 철조망도 그랬지만, 그 안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은 더욱 놀라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펜션도 아니었고, 군사시설도 아닌 건물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극히 평범한 2층집 주택이었다. 주변을 살피다가, 왜 길이 없었던 것인지 곧 알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건물의 뒤편에 서 있었다.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살피는 우리를 앞선 그녀는 커다란 소나무 뒤에 가려진 철조망 뒷문으로 걸어갔다. 어딘가에서 꺼내든 열쇠로 철컥철컥 자물쇠를 돌려 풀고는 철조망을 열어젖혔다. 좁은 문턱 때문에 상체를 숙이고 들어가는 홍영을 따라 나도 들어갔다. 그녀는 선글라스 너머로 우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따라 들어오더니, 자물쇠를 빙빙 돌려 감고는 철컥 걸어 잠궜다.

    “아, 완전 시원하다.”

    물을 연거푸 두 잔을 벌컥벌컥 들이켜 마셨다. 며칠간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던 갈증이 이제야 상쾌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급하게 마시느라 입가로 흐른 물을 닦으며, 이미 물을 다 마시고 실내를 살피는 홍영을 쳐다보았다. 홍영은 우리 앞에 우뚝 선 그녀에게 건조하게 물었다.

    “이 곳은 뭐지?”

    선글라스로 머리띠를 만들어 올리던 그녀가 홍영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위로 살짝 치켜 뜨인 홑 꺼풀 눈은 그녀말대로 여자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정도로 보였지만 여자나이는 단정하기 힘들므로 정확한 가늠은 힘들었다. 보다 큰 이유는, 첫 대면에서도 느껴졌듯이 그녀는 평범한 그녀들답지 않은 월등한 신장과 포스로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홍영과 그녀가 서로를 경계하느라 침묵이 생겼다. 홍영은 차분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초조한 느낌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보다 조금 더 작은 그녀 또한, 그를 똑바로 응수하며 입을 열었다.

    “집.”

    여자치고 낮은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했다. 남자처럼 펑퍼짐한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어 처음에는 남자로 오해를 했지만, 그녀는 분명 여자였다. 그것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홍영의 얼굴에 찰나로 호기심이 떠오른 것 같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온 홍영은 어두운 집안으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여자혼자 숲속에 산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난 여자가 아니고 뭘까?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정 안 내키면 확인 해봐도 돼.”

    그녀는 거침없었다. 그 말을 할 때는 신경이 곤두선 느낌이 들었다. 홍영은 무뚝뚝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분위기가 어색해서, 그녀가 안 보이는 게 홍영의 티셔츠 끝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홍영은 몸을 돌려 집안을 마저 살피고는, 1미터 높이의 창문 안팎으로 두꺼운 나무판자 두 판을 위아래로 붙박아놓은 틈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얼른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전 이 영신이라고 합니다. 저 사람은 이 홍영이구요. 일주일 넘게 차 안에서 생활했더니 아무래도 신경이 좀.. 그나저나 언제부터 여기 계신 거예요? 안 무서우세요? 먹는 건 어떻게?”

    그녀는 호전적으로 홍영을 올려다볼 때와는 다르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 의미를 딱 집어내기 힘든 분위기였지만, 어쨌든 그녀는 마치 내가 아는 사람처럼 낯이 익는 것 같았다. 나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탐색하던 그녀는, 팔을 들어 곱슬기가 있는 긴 머리칼을 한데 잡아 한 쪽으로 옮기며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당차게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그날부터.”

    “아...”

    갑자기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남자인 나도 정신병에 걸려서 죽을 것 같았는데, 하물며 이런 세상에 여자가 혼자 어떻게 살아남았을지 쉽게 상상 되지 않았다. ‘그것’들은 최악이지만, 외로움 또한 최후로 보류해두고 싶은 감정이었다. 이런 곳에 홀로 지내며 평범해지기란 절대 불가능이었다. 급속 냉동되었다가 몇 시간 전에 깨어난 사람이 아니고서 지금까지 온전히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연민이 느껴지자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틈 사이로 밖을 살펴보고 있는 홍영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봤다가,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음 물음에 대답하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도리어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원하는 걸 줬으니 이제 가라-

    뭐라고 말해야할지 우물쭈물 하는데, 그녀가 먼저 말했다.

    “아니면, 더 원하는 거라도 있어?”

    비꼬는 게 역력한 말투였다. 나는 의도치 않게 얼굴이 붉어져 긁적이듯 앞머리를 헝클고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아니요.”

    홍영이 뒤돌아서며 그녀에게 물었다.

    “하룻밤 묵을 수 있을까?”

    당당한 홍영에게 놀랄 새도 없이, 그다지 망설이지 않는 그녀의 대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좋아.”

    지은 지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집은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 2층 주택이었다. 1층은 둥근 형태로 주방과 화장실, 굳게 닫혀있는 방문이 몇 개 있었는데, 보이는 창문들 마다 나무판자를 이용해, 미세한 틈만 허용하고 다 막아놓은 상태였다. 그 덕에 집안은 전체적으로 많이 어두웠다. 그래도 볕이 잘 드는 남방향이라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만으로도 움직이는데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다. 현관문에서 왼쪽 벽에 붙은 나무 계단을 올랐다. 그녀의 지시대로 신발의 진흙만 털어낸 우리는 여전히 신발을 신은 체였다. 예전의 대한민국일 때에, 흙 묻은 신발을 신고 남의 집안에 들어간다면 그 집주인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주 잠깐 궁금해졌다.

    2층으로 올라가자, 앞서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계단 바로 옆의 방문을 끼익 열며 말했다.

    “이 방 쓰도록 해.”

    홍영은 방안을 들여다보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얼른 워커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나무 바닥인 작은 방안은 황량했다. 오른쪽 편의 구석에 서랍장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마주 보이는 벽에 난 창문 역시나 나무판자로 단단히 막혀져있었다. 홍영이 워커를 신은 체 들어오려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귀찮은 듯 미간을 살짝 좁히더니 느릿하게 워커를 벗고 방으로 들어서며 스위치를 탁 켰다. 예상이 빗나가며 불이 켜지지 않았다. 스위치를 몇 번 만져보던 홍영은 금방 단념하고 바닥에 가방을 척 내려놓았다. 나도 어깨에 둘러멘 가방을 내려놓고는 바닥에 바로 퍼질러앉아버렸다. 더위와 갈증에 시달린 데다, 오랫동안 좁은 차안에 다리를 구기고 앉아있다 단시간에 무리하게 움직였더니 극도로 피곤해졌다. 창문 아래로 기어가 벽에 기대었다. 급한 숨을 돌리고 나서 등을 보인 체 묵묵히 가방 안 물건을 살펴보는 홍영에게 작게 말했다.

    “여기에 있어도 괜찮을까?”

    문득 여기까지 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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