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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량]onestepfromhell01,0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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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

    사위가 온통 검었다. 달도 없는데다 안개까지 자욱하게 낀 밤이었다. 자신의 손바닥조차 안 보이는 어두운 숲길을 한 아이가 달리고 있었다. 열 살 남짓한 아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입고 메리제인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앨리스와 같은 옷을 입고도 전혀 다른 행색을 하고 잇었다. 아이의 옷은 누군가의 피로 흥건했다. 얼굴과 손에도 여기저기 붉은 피가 튀어 있었다.

    아이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수풀을 헤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서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바지런히 다리를 움직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

    아이가 숨을 삼키며 앞으로 굴렀다. 발끝에 나무뿌리가 걸려 넘어진 것이다. 무릎 밑 흰 스타킹이 찢어져 검은 흙과 붉은 피로 순식간에 젖었다.

    어른이어도 한동안은 주저앉아 살폈을 큰 상처에도 아이는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렸다. 그러나 두어 걸음도 채 가기 전에 다시 발을 헛디디며 휘청 엎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발목을 접질렸는지 아무리 애써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깍깍,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렷다. 그게 꼭 비웃는 것처럼 들려서 아이는 이를 깨물고 어둠 속을 노려봤다.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자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가 퍼드득 날았다. 까악 깍, 내던진 돌멩이가 어설프게 떨어지는 것에 까마귀가 또 비웃듯 울고 한 바퀴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참 그 검은 것을 노려본 아이는 다시 몸을 세워 걸었다. 그리곤 곧 다시 꼬꾸라졌다. 흙바닥에 처박힌 무릎과 팔이 경련했다. 무릎에 아무리 힘을 줘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이는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니었는지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왔다. 금세라도 그놈이 달려와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 챌 것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그놈은 자신을 때려죽일 것이다. 그놈의 허벅지에 머리핀을 찔러 놓고 왔으니 걸음이야 좀 느려졌겠지만 머리채를 휘어잡아 사람을 때리는 손은 평소보다 더 빠르고 매서울 것이다. 열 살 남짓한 어린애 정도는 금세 죽일 만큼 말이었다.

    머리핀을 쥐어 그 허연 허벅지를 찔렀을 때 그놈의 두꺼운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 넘쳤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일그러졌었다. 땀과 침을 튀기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악귀처럼 달려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놈의 손가락이 스치던 것이 생생했다. 손가락 한 마디만 가까웠어도 자신은 이미 맞아 죽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는 숨을 삼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먹보다 조금 큰 돌멩이 하나와 나뭇가지를 잡히는 대로 쥐었다. 다리를 질질 끌어 나무 뒤로 숨고 나자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수풀을 헤집는 소리가 몇 미터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들렸다. 놈이 들고 있는 전등이 주변을 비췄다. 금세라도 놈이 자신을 찾아낼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개 같은 년. 이 쥐새끼 같은 년. 잡히면 쳐 죽여 버릴 테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놈의 욕설이 들려왔다. 마구 풀숲을 헤집던 놈이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 - - 이 근처에 있구나."

    놈이 선뜩하게 말했다. 미친 것 같은 웃음소리가 바닥에 앉았다. 손전등이 주변을 비췄다.

    등 뒤가 타는 듯 뜨거웠다. 심장이 너무 뛰어 그 소리가 놈에게 들릴 것 같았다. 양 손에 돌과 나뭇가지를 꽉 쥔 채 후들후들 떨었다.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따. 먼저 공격해서 놈을 죽여 버리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놈은 거대한 몸을 가진 어른이고 자신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애였다. 놈의 허벅지를 찌를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바지를 벗고 가랑이를 벌린 채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이 늪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자신을 찾는 듯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리저리 헤매던 빛이 등 바로 뒤에서 멈췄다. 놈이 자신을 찾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벅. 죽음처럼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숨이 턱밑에 걸려서 쉬어지질 않았다. 그대로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손전등의 밝은 빛에 놈의 그림자가 더 짙은 색으로 일렁거렸다. 검은 그림자가 손을 뻗어 온 그 순간이었다.

    "왜 하느님을 찾지 않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물었다.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휙 옆을 돌아봤다. 저도 모르게 꽉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휘두르자 검은 것이 휙 지나갔다. 아이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그것을 쳐다보았다. 검은 것이 흔들리며 물러났다.

    순간 뒷목이 서늘해 뒤를 돌아봤다. 그놈이 인기척을 느끼고 잡아챌 거라고 생각해 몸을 물렸지만 등 뒤엔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까지 일렁이던 불빛조차 사라져 있었다.

    아이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봤다. 자신의 숨소리 외엔 사방이 고요했다.

    아이는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돌아봤다. 자신의 숨소리 외엔 사방이 고요했다.

    "왜 찾지 않냐고."

    다시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고개를 갸웃하는 것 같았다.

    "-……뭘?"

    목덜미에 흐른 식은땀을 닦으며 묻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들은 어려운 순간에 늘 신을 찾지 않던가?"

    목덜미 끝에 차가운 손가락이 스쳤다. 흠칫 놀라며 돌아보자 검은 것이 또 지나갔다.

    "도와달라고 무릎을 끓고 두 손을 모아 빌고. 그자가 동아줄이라도 내려주길 바라며 매달리는 꼴이 볼만한데. ……-너는 왜 안 그러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코앞에 선 그것이 낮게 쉰 목소리로 물었다. 낡은 문의 경첩이 삐걱대듯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숨을 몰아쉬며 입을 다물고 있자 그것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대답하렴, 아이야."

    얼음처럼 차가운 손가락이 목을 옭아매듯 감싸 쥐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에 온몸이 떨렸다.

    상대는 검은 로브로 온몸과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마치 사신처럼 보였다. 어쩌면 정말 사신일지도 몰랐다.

    목이 졸려 고개가 억지로 젖혀진 탓에 그것의 후드 안이 보였다.

    새까만 어둠. 어둠보다 더 어두운 것이 그 안에 있었다. 가장 어두운 두 부분 -아마도 눈일 부분- 을 쳐다보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이, 없기를 바라니까."

    대답을 강요하는 손길에 숨을 고르며 말하자 그것이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없었으면 한다고?"

    "신이 있는 거면 너무 억울해서-……"

    정말로 신이 있는 거라면 너무 분하고 화가 날 것 같았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다.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고 왜 자신을 버렸는지도 몰랐다. 날 때부터 그냥 버림받았고 부모가 없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한다고 했던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 되었지만 일곱 살이 채 되기 전에 부부의 이혼으로 파양됐다. 어린 나이에 두 번이나 부모에게 버림받아 들어간 고아원의 원장은내내 그를 노리며 성적인 학대를 했다. 입에 들이대진 냄새나는 가랑이와 성기를 참지 못해 머리핀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도망쳤지만 그는 지금 등 뒤에서 전등과 손도끼를 들고 있었다.

    아이는 정말로 삶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했다. 고작 십년 남짓 살아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겐 사는 게 늘 지옥같았다. 정말 갖고 싶은 건 단 한 번도 가진 것이 없고 늘 무언가를 잃기만했다.

    신이 있는 거라면, 그런데도 자신의 삶이 이런 거라면 분하고 억울해 그에게 싸움이라도 걸고 싶은 기분이엇다. 모든이에게 자애롭다는 신은 아이에게만은 무책임하고 잔인한 존재였다.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아. 필요 없으니까."

    아이의 말에 검은 인영이 나른하게 웃었다. 그놈이 좀 그렇지. 얄밉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쇠를 긁는 것 같았다. 문득 그것이 스윽, 몸을 숙여 귓가로 다가왔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따뜻한 숨이 귓가에 닿았다.

    "신이 필요 없다면 악마는?"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자 그것이 또 웃었다. 왠지 위험한 향기가 나는 것도 같았다.

    "악마에게 매달려보는 건 어때."

    그것은 낮은 목소리로 유혹하듯이 말했다. 거친 쇳소린데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었다. 어딘가 달았다.

    "당신……악마야?"

    그것, 악마는 차가운 손으로 아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것을 쳐다봤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뛰었다.

    달도 없는 어두운 밤, 젖은 냄새가 나는 숲에서 아이는 악마를 만났다.

    "나와 계약해. 네가 바라는 거라면 세 가지, 뭐든 들어주지."

    어둠에 물든 악마는 달콤하게 속삭였다. 차가웠던 손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신은 안 해주는 걸 해주마. 차가운 복수, 더 없는 부귀영화, 빛나는 영광, 달콤한 사랑……, 네가 바라는 거라면 무엇이든지."

    저 돼지만도 못한 사내에게 끔찍한 최후를 줄까? 이런 가난하고 더러운 삶이 아니라 누구보다 고귀한 삶을 사는 건 어때. 누구나 너를 우러러 보게 만드는 최고의 재능을, 바라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와의 사랑까지.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라도.

    악마의 속삭임을 귀를 녹일 듯했다. 삐꺽대던 목소리도 어느 순간부턴가 낮고 근사한 목소리가 되어있었다. 언뜻 나던 향기도 어느새 진해져 꽃밭에 앉은 것처럼 자욱했다. 악마의 손이 닿는 곳마다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찢어지고 더러워졌던 옷자락이 깨끗해졌고 피가 흐르던 무릎도 아물어 있었다.

    "삶이 지독해? 세상이 너에게만 가혹한가?"

    이 손을 잡으면 모든 것이 더 없이 편안할거야. -그가 쉬운 답을 가르쳐 주듯 손을 내밀었다. 악마의 손이라면 검고 털이 나있거나 길고 무서운 손톱이 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내밀어진 손은 하얗고 아름다웠다. 단정한 손톱과 길게 뻗은 마디가 어딘가 비현실적이었다.

    아이는 흙과 피로 더러워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고민할 거 없어."

    고개를 들어 악마를 쳐다보자 그가 망설이는 아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아이는 자신의 지저분한 손이 하얀손 위에 얹히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봤다.

    "원하는 걸 말해. 무엇이라도 이뤄줄 테니까."

    "-대가는?"

    입술을 달싹여 묻자 악마가 잠시 멈칫했다. 아이는 다시 눈을 들어 악마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내게서 뭘 뺏어 갈 건데?"

    아이는 로브 속 악마의 얼굴을 쳐다봤다. 온통 어둠뿐이었지만 쳐다보면 볼수록 무언가 그림자 같은 것이 비치는 것 같았다. 그 어둠 끝을 계속해서 쳐다보는 시선에 악마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글쎄……."

    악마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하자 그 로브 속 어둠이 움직였다. 소리와 함께 입술이 달싹이는 게 보였다.

    "내가 무엇을 가져가든 네가 행복한 삶을 누리고, 바라는 것을 다 이루고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는 그때 가져갈 거야. 죽은 뒤에 라면 내가 무얼 가져가든 상관없잖아?"

    "죽는 순간에 가져가는 거라고?"

    "그래. 그리고 너는 어차피 나와 계약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죽을 텐데 다른 게 뭐가 중요하지?"

    번쩍, 푸른빛이 주변을 밝히자 사라졌던 원장이 나타났다. 한 손에는 전등을, 한 손에는 손도끼를 든 그는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깨끗해졌던 옷자락이나 나았던 무릎도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온몸에 한기가 들고 추위가 쏟아졌다. 원장에게 도망치는 동안에는 추운 줄도 몰랐는데 온기가 사라지자 뼈가 아릴만큼 몸이 싸늘했다.

    "- -!"

    푸른빛이 사라졌다. 번개가 친 것처럼 찰나 비친 빛이었다. 푸른빛이 사라지자 다시 원장이 사라지고 몸이 나아있었다. 주변은 고요했고 평화로운 어둠이 내려 앉아있었다.

    모든 것이 환상인 것 같았지만 온몸에 돌았던 한기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끝이 차가웠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 그 악마가 서있었다.

    "어떻게 할래?"

    악마는 짧게 물었다. 아이는 차가운 손끝을 쥐며 입술을 달싹였다. 자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악마는 그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악마의 제안이 이렇게 달콤하지 않더라도 지금 아이는 그 손을 잡아야 했다.

    "계약할래. 당신과-……."

    대답하자 말을 마치기도 전에 뒷목으로 무언가 파고들었다. 목 뒤로 벌레가 기어가는 흉측한 감각이 일었다. 발밑에서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과 치맛자락이 뒤집히며 날렸다. 숨이 턱 막히는 괴이한 열기가 아이를 찍어 눌렀다.

    휘청, 아이는 넘어지듯 무릎을 끓고 앉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손에 잡히는 대로 쥐엇는지 악마의 검은 로브가 양손에 쥐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자 악마는 온데간데 없었다.

    "세 가지. - 소원을 들어주지."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곧 사라졌다. 아이는 입술을 벌린 채 주변을 올려다봤다.

    순간 바람 소리가 들렸다. 등 뒤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다가오는 소리도 들렸다. 퍼뜩 고개를 숙이자 무릎이 엉망이었다. 피가 줄줄 흐르고 흙으로 더러웠다. 등 뒤에서 비쳐진 전등 빛에 그림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등 뒤로 원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요망한 년."

    독살스러운 목소리에 숨이 턱 막혔다. 아이는 꿈에서 막 깬 듯 눈을 깜빡이며 숨을 삼켰다. 아주 짧은 찰나 꿈을 꾼 것 같았다. 손에 쥔 검은 천만 아니라면 틀림없이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아이는 손에 남은 검은 천을 손에 꽉 쥐었다.

    "여기 숨었구나."

    전등이 휙, 눈앞으로 들이밀어졌다. 눈이 부시고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정신이 없었다. 우악스러운 손길이 손목을 잡아당겼다. 상황을 깨닫기도 전에 뺨에 퍼억, 강한 통증이 일었다. 엎어졌는지도 몰랐는데 얼굴에 흙바닥이 문질러지고 발길질이 쏟아졌다.

    코에서 피가 흘러 입에서 짠맛과 비린내가 진동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피에 젖어 뺨에 들러붙었다. 고개를 들자 원장이 무서운 얼굴로 숨을 씩씩대고 있었다.

    "감히 이런 짓을 하고 도망을 가? 이 못된 년!"

    개 같은 년, 찢어 죽일 년, -거친 욕설과 함께 다시 발길질이 쏟아졌다.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참을 얻어맞다 머리카락이 붙잡혀 몸이 일으켜졌다.

    콜록, 밭은기침에 핏물이 입가로 흘렀따. 눈가가 부어서 시야가 흐릿했다. 아이를 두들겨 패느라 아픈 다리를 움직였던 원장도 숨이 차는지 숨결이 거칠었다. 한참을 아이를 노려보던 원장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발견하자 아이를 내팽개치고 성큼 걸어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웠다. 아이는 흙바닥에 뺨을 대고 누워 그가 손도끼를 집어 드는 것을 멍하니 쳐다봤다.

    번쩍, 비가 오려는지 번개가 쳐 푸른빛이 주변을 밝혔다. 뒤돌아보는 원장의 얼굴이 섬뜩했다.

    아이는 피가 흘러 잘 쉬어지지 않는 숨을 몰아쉬며 시선을 내렸다. 손에 쥐어진 검은 로브를 쳐다봤다.

    "은혜도 모르는 너 같은 년은 이렇게……."

    원장이 씨근덕대며 중얼거렸다. 툭, 툭, 물방울이 무겁게 떨어졌다. 안개가 자욱하고 젖은 냄새가 나더라니 기어코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슬쩍 하늘을 쳐다본 원장은 퉤, 침을 뱉고는 손도끼를 고쳐 잡고 걸어왔다.

    번쩍, 다시 번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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