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코노스]2.복숭아는 맛있다 - 11

163일전 | 344읽음

정중하게 인사를 고하고는 카페를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도 얼떨떨한 유도해는 직원이 등 뒤에 다가와 괜찮은지 물어볼 때까지 최 실장이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넋 나간 정신을 수습하며 괜찮다고 대답한 유도해는 카페 직원들이 선우 전자의 최신형 스마트 TV에 정신이 팔려 소란을 피워대자 그제야 현실감이 생겼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고급스런 카드봉투를 바라보았다. 선무태 부회장이 직접 쓴 카드라니. 내용이 무엇이건 이건 필시 레어템이었다! 유도해는 얼굴 가득 피어나는 웃음을 남들이 볼 새라 얼른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구석 자리에서 몸을 웅크리고 조심히 카드를 개봉했다.



대체 무슨 말이 쓰여 있는 것일까. 그리고 대체 저 엄청난 선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난리 통을 만들었음에도 엄청난 선물을 줄 정도라면 적어도 욕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이 안에 분명히 답이 있을 터였다. 유도해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카드를 개봉했고, 유려한 무태의 글씨를 확인했다.




“와, 진짜 대박이네! 복승안 이 녀석, 진짜 대단하구나!”




유도해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한동안 고생했다. 허벅지를 때려가며 애쓴 결과 웃음이 잦아들자 무태에게 받은 카드를 당첨된 로또라도 되는 듯이 곱게 접어 자신의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그 카드는 그 날 저녁, 선무태와의 대면 이후 심장이 벌렁거렸던 연훈규가 확인하더니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방긋 웃었다. 내용은 간단했지만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연훈규는 자랑스럽게 카드 내용을 읽어 내렸다.




「앞으로도 나의 승안 군에게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합시다.」











늦은 오후, 잠에서 깬 승안이 몸을 뒤척일 때, 무태는 곁에 누워 승안을 품에 안고 있었다.


하루 종일 같이 있겠다는 승안의 말을 실천하라는 듯 꼼지락거리는 승안을 바라보며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잠에서 깬 승안의 눈가와 입술, 뺨에 연신 키스를 퍼부었다. 어떻게 봐도 좋은걸 어쩌란 말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무태 씨... 아, 내 목소리.”




무태에게 말을 걸던 승안은 잔뜩 갈라진 목소리에 말을 멈추었다. 감기에 걸린 듯 쉬어버린 목소리의 원인을 서로가 모르지 않기에 그냥 입을 봉합해 버린 승안이었다. 무태는 능글거리며 웃었다.




“배고파?”




무태의 물음에 승안은 고갤 내저었다.




“배고픈 거 아니면 그냥 이대로 더 누워있자.”




승안은 대답대신 무태의 맨 살이 드러난 가슴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따끈한 체온이 이마에 닿아 딱 좋은 촉감이었다. 체취마저도 품격 있는 우아한 무태의 살 내음이 승안의 기분을 다정하게 감싸주었다. 참으로 평온한 일요일 오후였다. 식사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으니 무태 말대로 이대로 더 누워있고 싶었다.



승안이 제 품으로 깊숙이 파고들자 무태는 승안을 껴안던 손에 힘을 풀어 등허리 주변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밤새 괴롭힌 만큼 더 다정한 손길로 승안의 몸결을 위로하는 무태의 손길은 놓치고 싶지 않은 애정표현의 완결이었다. 그 손길의 끄트머리까지 애틋함이 느껴져 승안은 아무 말 없이 온 몸을 맡긴 채 곁에 누워있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끌어안고 있던 무태는 승안이 다시 잠속으로 빠질락 말락 할 때, 조용히 말을 건넸다.




“복숭아, 난 너에 대한 것이면 뭐든지 궁금하다.”


“...네.”




승안이 목소리를 끌어내어 겨우 대답했다.




“다음부터 네 친구들은 함께 만나자.”


“...정말요?”




승안은 뜻밖의 이야기에 순식간에 졸음이 빠져나간 눈이 번쩍 뜨였다. 솔직히 여자가 아닌 남자를 애인이라고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멋진 남자 선무태이기에 실은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마음 한쪽에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건 거짓일 것이다. 때문에 기회가 되면 평생을 함께할 친한 친구들에게 만큼은 꼭 소개하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무태를 소개한다는 건 둘 사이의 진지함을 공표하는 것이기에 위험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은 절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정말 괜찮아요?”


“물론.”




승안은 가슴 안에 뿌듯함이 차오르며 기쁨에 벅차올랐다.




“복숭아는 내거니까 알아서들 처신 잘 하라고 겁주려는 거야.”




무태는 장난처럼 말을 내뱉고는 근사하게 웃었다.



무태는 오늘 새벽 유도해와의 일을 겪고 느낀 점이 있었다. 진즉에 유도해 커플과 안면을 트고 지냈다면 승안의 귀가를 기다리느라 안절부절 불안에 떨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같이 유도해의 집을 방문했거나 약속한 시간에 자연스럽게 승안을 데리러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후회 끝엔 승안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 어서 정리를 해두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승안과 평생을 친구로 지내도 좋은 사람인지 선무당의 시선으로 본인이 먼저 파악해 두고자 함이다. 영 아니다 싶은 사람은 무태가 따로 손을 써서 떼어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시간은 언제나처럼 빠르게 흘렀고, 그 흐름 속에 승안의 주변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승안이 아트센터에 취업하기 바로 직전에 승안의 여동생 지안과 친구 조습이 결혼식을 올렸고, 바로 얼마 전에는 무태의 동생 무한도 약혼녀와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 무화는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다. 임신 초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무화는 입덧이 진정되면서 지금은 곧잘 맛 집을 찾아다녔다.



오늘은 ‘태아가 먹고 싶어 하는 디저트’를 운운하며 승안을 끌고 여자들이 바글거리는 디저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만 입소문이 자자해진 이태원의 디저트 카페.


한 입씩만 맛을 보겠다는 무화의 고집으로 열 가지의 각기 다른 조각케이크가 테이블에 놓이자 승안은 먹기도 전에 단맛에 질린 기분이었다. 화려한 디자인과 예쁜 색으로 입혀진 케이크들은 유명세만큼 분명 맛도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남자인 승안에겐 부담스러웠다. 역시나 케이크를 바라보는 무화의 시선은 황홀했으나 모두 한 입씩만 입에 대었고 “맛있다”는 한마디, 그뿐이었다.




“더 안 먹어?”


“한 입만 먹어도 벌써 배가 찼어. 더 먹으면 다른 걸 못 먹으니까 그만 먹을래.”


“뭘 더 먹으려고?”


“초콜릿. 여기는 수제 초콜릿도 유명하거든.”




사전조사가 철저한 무화는 배가 조금 꺼지면 초콜릿과 과일차를 시켜서 먹자며 주스 잔에 꽂힌 빨대를 쪽쪽 빨았다. 남은 케이크를 승안이 처리하자니 그것도 할 짓이 아닌지라 결국 승안도 한 입씩 먹고는 이내 포크를 손에서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엄마가 너한테 성북동으로 들어오라고 말 안했어?”




무화는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날씬한 젊은 아가씨들이 맘껏 디저트를 즐기는 모습에 한숨지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제를 입에 올렸다. 승안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시선을 승안에게 돌릴 때 쯤, 이십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아가씨와 눈이 마주치자 무화는 눈초리를 매섭게 만들었다. 대체 누굴 넘보는 거야. 얜 이미 임자 있다.




“지난번에 한 번 지나가는 말로 하시긴 했어.”


“역시... 그래, 넌 어때? 큰오빠야 당연히 싫다고 할 게 뻔하고. 네 솔직한 마음은 어때? 나 선무태 동생이 아니라 네 친구로 듣고 싶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무화는 결혼한 여자의 입장에서 승안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둘째인 무한이 결혼과 동시에 분가해서 집을 나가자 쓸쓸하다며 송 여사가 무태와 승안이 들어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췄고 무화는 일찍부터 그 마음을 눈치 채고 있었다. 물론 송 여사가 승안을 무척 아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함께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승안 입장에서는 절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송 여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승안의 입장에서 보자면 단순하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고,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 결정한 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머니 마음 모르지 않아. 나도 본가에 들어가는 게 싫지 않고. 그런데 무태 씨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큰오빠가 처음부터 그 부분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으니까.”


“응... 그런데 요즘 어머니가 많이 적적해 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려.”




무화는 분명 승안이 이렇게 마음 쓰고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그렇지만 너도 큰오빠랑 신혼이니까 쉽게 결정하지 마. 그냥 당분간은 모르척하고 지내.”




무화는 싱긋 웃으며 승안의 어깨를 토닥였다.




“근데 요즘 큰오빠 많이 바쁘니? 성북동에 통 안 오는 모양이더라. 며칠 전에도 너 혼자 왔었잖아.”


“정재계 모임이 많나봐. 저녁에도 늦게 들어오고 주말에도 계속 모임이 있어서 한 집에 살아도 얼굴 볼 시간이 적어.”




승안은 푸념할 곳이 없어서 솔직히 답답했는데 무화가 먼저 입을 열어주니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내었다. 무태의 이야기를 하며 승안은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무화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승안의 남편 흉에 힘을 실어주었다.




“큰오빠는 신혼이면서 어쩜 그러니? 어떻게 널 외롭게 내버려 둘 수가 있어? 일이 그렇게 중요하대? 하여간 고추 달린 놈들은 다 똑같아.”


“저기, 무화야...”




승안이 얼굴을 붉히며 네 앞에 앉은 사람도 고추 달린 사람이라고 부끄럽게 어필하자 무화는 “넌 예외”라며 단호하게 말을 잘라내더니 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은 항상 바빠. 너도 알다시피 나 임신 초기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잖아. 그런데도 그때 매일 늦게 들어왔어. 그게 남편이니? 그나마 엄마랑 네가 같이 보살펴줬으니까 내가 지금은 웃으면서 이렇게 앉아서 놀고 있지. 두 사람 아니었음 병원에 자리 깔고 누웠을 거야.”




승안은 무화의 말에 조용히 끄덕였다. 무화의 말을 들으며 두어 달 전을 생각했다. 생각지 않은 임신 소식에 무화는 기쁨보다는 당혹스런 마음에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엄마 될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라 자신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남편을 싫어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적당히 조건이 맞았고 성격도 괜찮았기에 결혼했고, 결혼 후에도 별다른 문제없이 지냈다. 게다가 무화는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편하게 놀면서 자기 시간을 즐기곤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임신 소식에 완전한 패닉 상태가 되었다. 아이가 아이를 임신 한 것 같은 불안감이었다. 도저히 엄마가 될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송 여사와 승안이 번갈아 가며 계속 무화의 마음을 품어 준 덕분에 지금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엄마가 될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큰오빠가 밤일은 잘 하지?”


“...무, 무슨 소리야!”




이건 유부녀끼리의 대화도 아니고 대체 뭐냐 싶은 승안이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자 무화는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솔직히 성북동 본가에서 단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 신혼커플을 볼 때마다 배가 아파 언젠간 좀 놀려먹어야지 싶었다. 그런데 아직 시작도 전에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승안을 보자니 역시 복숭아는 귀여워서 어쩔 수가 없는 무화였다.




“왜에? 우리 큰오빠가 나이에 비해 몸이 좀 좋냐. 체력도 이십대에 뒤지지 않을 걸? 맞지?”


“...”


“야, 부럽다, 복숭아. 역시 남자는 허벅지와 허리 그리고...ㄱ...”


“선무화! 제발 좀!”




승안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무화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대체 어디까지 이야길 할 셈인지 모르겠지만 주변 여자들의 시선이 둘에게 머무른 것을 보고 승안은 기겁했다. 가뜩이나 여자들이 가득한 곳이라 들어설 때부터 계속 시선이 따라붙었는데, 지금은 아주 대놓고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화는 승안의 손바닥 안에서도 웃음을 지워내지 않았다. 콧김이 승안의 손바닥을 간질이자 승안은 손을 떼었다. 그리고 슬쩍 허벅지에 손바닥을 닦아냈다.




“쟤들이 우리 대화 내용 들었을까봐? 안 들려, 걱정 마. 쟤들이 우리 쳐다보는 건 그냥 니가 귀여워서 보는 거지, 우리 대화 내용 듣고 쳐다보는 거 아냐.”


“그래도... 넌 너무 노골적으로...”


“우리 사이에 그게 뭐가 노골적이냐? 그리고 앞으로도 집안 일로 네 고민 들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거 알지? 그러니까 고민 있으면 안에 담아두지 말고 나한테 불어. 알았어?”




무화의 마지막 말은 승안이 생각해도 맞는 이야기였다. 사실 선씨 가문과 연관되는 고민은 어디서 털어놓을 것이 절대 못되는 사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화는 무태의 동생이기 전에 승안의 대학친구이니 어찌 생각해 보면 가장 좋은 대화 상대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화도 결국은 선 씨인데... 결국 승안은 애매하게 웃었다.




“야, 뭘 고민해? 나도 ‘시’자 들어가는 시댁 식구라고 싫은 거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왜 망설여? 내 말이 틀려? 그게 아니면 네 시댁 고민은 그냥 나한테 털어놓는 거다. 알겠지?”




결국 승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그제야 무화는 일이 해결되었다는 개운한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카페 직원에게 새로 메뉴판을 달라고 했다.











============================ 작품 후기 ============================


* 선추코 감사합니다.


그리고 매번 다정한 코멘트들 남겨주셔서 제가 큰 힘을 얻고 있답니다. 정말이에요. 농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ㅠoㅠ



* 샤이다이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근데..."다음이 너무너무 궁금해서.."라는 코멘트를 남겨주시고 노블에 후원쿠폰을 주셨네요... 네.. 열심히 떡방앗간 돌리라는 말씀인거죠? ㅠㅠㅠㅠㅠ



* 아스타르힌 : ♥♥♥(실신)(벌떡일어나 무한감상)


--> 그만 정신 차리세요!! ㅋㅋ



* 현영 : 아...소장본에 삽화가 필요하다....


--> 제가 표지도 발로 그리는 사람이라.. ㅠㅠ 금손님이 나타나기 전엔 이룰 수 없는 꿈이어요...



* kreis : 뜨아아.. 복숭아 반드시 소장본으로 내어주세요~~~! 씬까지 제 취향이에요..으허엉..ㅠㅠ


--> 어느 부분이 취향이세요? 손 없는 복숭아? 아님 율동복? ㅎㅎ;



* 질문이 있거나 리코멘 필요하시면 코멘트 앞에 @, 또는 ★, 또는 ♥..아무거나 붙여주세요. 가능한 리코멘 남겨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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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복숭아가 화났다



#10 : 복숭아가 화났다







“무태 씨, 오늘도 늦어요?”




승안은 출근길을 서두르는 무태를 배웅하며 나직하게 물었다. 최 실장에게 보고를 받은 무태가 식사를 빠르게 해치우고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바쁜 사람 붙잡는 것 같아 승안은 조심스러웠다.




“미안, 오늘도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것 같다.”




무태는 구두를 신으며 승안의 머리에 큰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무태의 출근길 버릇 중 하나였다. 머리를 쓰다듬고 입술에 키스를 하는 것이 순서인데 승안은 못내 섭섭한지 고갤 들지 않았다. 무태가 손으로 턱을 잡아 고갤 들어 올리자 승안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오늘 저녁은 성북동에서 어머니랑 먹고 올게요.”


“복숭아 얼굴이 섭섭해 보이네.”


“아니에요. 급하다면서요. 어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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