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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늑대의 왕 1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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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워하지 마. 너와 나는 하나의 영혼이니까.”

    이것은 마지막 늑대의 왕 크스쿠마이와

    날지 못하는 사냥 매 치미의 이야기다.

    약탈혼.

    1.

    딱딱한 돌멩이가 날아왔다.

    「병신-! 죽어-!」

    딱-!

    돌멩이는 정확하게 치미의 이마에 꽂혔다. 선뜩하니 눈에 불이 번쩍였다. 뜨끈한 것이 이마에서 흘러내려 찝찌름하게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치미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군중 틈에서 낳아준 어미가 몰인정하게 시선을 피했다. 날지 못하는 사냥 매를 낳은 것은 일족의 수치였다.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그녀는 못내 두려운 눈치였다. 마을 어귀에 다다를 때까지도 멸시 어린 시선들은 계속 뒤따랐다. 맨발에 느껴지는 언 땅의 감촉. 눈앞에 펼쳐진 초원은 황량하게 넓었다. 너무나 넓어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온 세상 천지간에 혼자였다. 베일 것처럼 차가운 송클의 겨울이었다.

    “---!”

    퍼뜩! 눈이 떠지는 순간 시린 하늘의 무수한 별빛이 눈 안쪽에 쏟아졌다. 또 다! 또 그 꿈이다. 이미 십 년도 전의 일인데 아직도……….

    치미는 재빨리 눈가에 고인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피워져 있던 모닥불이 거의 사그라져 불씨만 간신히 남아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에 스쳤다. 아직 동이 트려면 먼 것 같았다. 재빨리 침낭에서 몸을 일으키고 사그라지는 불씨 위에 재를 덮었다. 서둘러야 한다. 치미는 자그마한 임시 천막을 탕탕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 그만 일어나세요. 아씨! 초원의 밤은 위험합니다. 좀 더 많이 가 둬야 내일쯤 호[虎]족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답니다!”

    일행들이 하나 둘 일어나더니 재빨리 천막을 정리했다. 졸린 눈으로 수레에 오르며 사라이가 앙칼지게 치미를 노려보았다.

    “넌 사사건건 거슬리게 구는구나. 그 야만스런 호족 사내에게 한시 빨리 날 보내버리고 싶은 게지?”

    “에이- 설마요. 아씨는 제가 그런 막돼먹은 놈으로 보입니까요? 혹시 화적이라도 만날까 봐 그러는 게지요. 아씨 같은 미인을 호위해서 초원을 건넌다는 게 어디 보통 위험한 일인 줄 아십니까?”

    “흥-! 말만 번드르르한 몹쓸 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라이는 그 말이 아주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황조롱이 소년은 보기 드물게 잘생겼기 때문이다. 거의 멸족해서 이제는 보기 어렵지만, 날개 족 사내들의 외모가 그리도 아름답다 하더니 아주 그른 말은 아닌듯했다.

    아직은 조금 어린 듯하지만 1~2년만 지나면 계집깨나 후릴 듯한 근사하게 처진 눈매 하며. 칼을 두른 낭창 한 허리는 군침이 돌 정도다. 저런 허리는 절색이다. 얼핏 연약해 보이지만 저렇게 낭창한 허리춤이 외려 침방에 들어가면 절륜한 기교로 계집을 좋아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사라이는 잘 알고 있었다.

    일행은 언덕 하나 없는 탁 트인 초원을 느리게 나아갔다. 밤이라 시야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구름 낀 하늘 아래 제법 달빛이 밝은 밤이었다.

    “그래, 너 내가 함께 도망가자 하면 갈 테냐?”

    갑자기 수레 안에서 여자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옆에서 말을 타고 따르던 황조롱이 소년이 어이없다는 듯 쿡쿡- 웃는다.

    “에이- 나리께 누구 맞아 죽는 꼴 보시려구요. 그렇게나 시집가는 게 싫으십니까?”

    “얼씨구- 우리 집안 종도 아닌 것이 제법 충성하는 척을 하는구나. 어차피 날 건네고 수고비만 받으면 정처 없이 떠날 떠돌이 놈이….”

    “아씨야말로 저 같은 떠돌이와 떠나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초원에서 제일 값나가는 게 여자인데. 제가 아씨를 못된 소굴에 팔아먹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아씨 같은 미인은, 못 돼도 금 닷 관은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흥-! 네가 그럴 주제나 되느냐? 순진-하니 애기처럼 생겨서는….”

    “하하-! 제가 순진한지, 처녀인 아씨가 어찌 아십니까?”

    “너보다야 잘 알지.”

    “에이- 잘못 짚으셨습니다.”

    “흥! 여자의 육감을 우습게 보는구나.”

    “육감으로 그런 걸 다 아십니까요?”

    “경험 많은 여자는 다아- 아는 법이다. 너 동정이지?”

    “크큭-! 아니, 아씨는 고작 저보다 한 살 연상이시면서 어찌 그리 잘 아신 답니까?”

    애써 웃음을 참는 소리가 가마 밖에서 울렸다. 사라이가 수레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앙칼지게 소리쳤다.

    “왜 웃느냐! 너 지금 날 놀리는 게로구나!”

    “아니요- 아하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갑자기 멀리에서 투가닥 거리는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울렸다. 치미가 대번에 표정을 굳혔다.

    “아씨. 수레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세요.”

    어둠 속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흙먼지 구름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말발굽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편자의 닳은 정도로 보아 초원을 건너는 장사치들은 결코 아닌 듯했다. 치미가 날카롭게 일행에게 명령했다.

    “말을 달려! 수레를 앞세우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라!”

    수레 안의 사라이가 기척을 느끼고 두려워했다.

    “무… 무슨 일이냐?”

    “아씨! 지금부터 절대 수레 밖을 내다보지 마세요. 호족의 땅까지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날이 샐 때까지만 버텨내면 화적들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치미가 등 뒤의 활을 꺼내 화살을 쟁였다. 마침 달이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감만으로 멀리의 선두를 노리고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허공을 가르고 빠른 속도로 화살이 날았다. 퓻-!

    쿠다당-! 멀찍이서 선두가 말에서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말발굽소리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빨랐다. 마치 날개달린 말을 탄 것처럼. 혹은 말과 한몸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어둠 속에서 횃불들이 일렁였다. 마치 귀신 불처럼 사방에서 휘돌며 타오른다. 치미는 화살이 다 떨어진 순간 스릉-!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식은땀이 서늘하게 등줄기를 적셨다. 초원에서 잔뼈가 굵은 치미 또한 그렇게 날래고 일사불란한 화적과 맞닥뜨린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화적이 아닌지도 모른다. 투가닥-! 겁에 질린 말이 자꾸만 뒷걸음질을 쳤다.

    “워워- 겁먹지 마라. 괜찮아.”

    아우 우우우-----!

    멀리에서 불길한 늑대 울음소리가 울렸다. 순식간에 치미는 둘러싸인 횃불의 원 안에 갇혀 버렸다. 푸 히힝-! 푸 히힝-! 말이 게거품을 물며 빙글빙글 돌았다.

    어둠 속에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수많은 사내가 있었다. 입가를 피로 칠갑하고 벌거벗은 상반신을 드러낸 사내들. 머리 위로부터 등 뒤로 수북이 털가죽을 늘어뜨리고 저마다 손에는 횃불을 한 개씩 들고 있었다. 치미는 미친 듯이 칼을 휘둘렀다. 어둠 속에서 불똥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겼다. 베이고 잘리면서도 사내들은 진동하는 피 냄새에 더더욱 흥분하는 듯했다.

    귀신불 속에서 누군가가 킬킬거렸다.

    “이제 보니 너는, 인간 족이 아니잖나? 밤눈이 어둔걸 보니 올빼미는 아니고………. 오호라- 날개가 병신인 매로구나!”

    “---!”

    울컥- 분노가 치밀었다. 순간 누군가의 묵직하고 커다란 칼이 둔탁하게 치미의 이마를 갈겼다.

    “윽-!”

    치미는 무력하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띵-하게 머리가 울렸다. 피를 뿜는 감촉이 없는 걸로 봐선 칼등으로 후린 모양이었다.

    희미하게 정신이 멀어져갔다. 투가닥-! 투가닥-! 어지럽게 주위를 도는 말발굽 소리. 누군가 얼굴 위로 횃불을 기울였는지 뜨거운 기름이 뚝뚝 떨어졌다. 희미하게 움찔거리는 순간 다시 웅성거림이 들렸다.

    “계집을 이리 끌어와!”

    “계집이다! 계집! 얼마 만에 보는 계집이냐!”

    “이 황조롱이(;매 과의 조류) 놈은 어쩌지?”

    “살이 야들야들하니 맛있어 보이는데. 쿠마이님께 저녁식사로 드리지.”

    왁자하니 웃음이 터졌다.

    “크하하하! 날개 족이라니… 최근엔 영 찾기도 어려운 월척을 했구먼, 쿠마이님이 기뻐하시겠어!”

    “뼈까지 아그작 아그작 씹어 드시겠지.”

    안 돼…. 정신 차려야 하는데………. 의지와는 달리 깊은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정신은 점점 더 혼미해졌다.

    코끝에 알싸한 흙냄새가 났다. 희미하게 모닥불의 냄새도 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널찍한 천막 안의 흙바닥이었다. ‘치미-! 치미-!’사라이가 훌쩍이며 우는소리가 들렸다.

    “윽-!”

    몸을 일으킨 순간 둔한 통증이 두개골을 갈랐다. 뇌진탕을 일으킨 것처럼 머리가 무지근했다.

    “치미-! 흑! 흐윽! 어떡하지? 난 어쩜 좋아?”

    천막 안쪽에는 휘장이 드리워진 커다란 침상이 있었다. 잔뜩 장식된 제비동자 꽃향기가 코끝에 진동했다. 얇은 속곳만을 입은 사라이가 그 위에 앉아있었다. 손목에는 차꼬가 채워져 있었는데 차꼬에 연결된 사슬은 육중한 침상 다리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씨? 제…제가 금방….”

    몸을 일으켜 그쪽으로 가려는데 발목에서 뭔가가 철그럭거렸다. 내려다보니 자신의 발목에도 묵직한 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사슬은 천막 중앙의 기둥에 연결되어 쉽사리 풀기는 힘들 성싶었다.

    “흐윽! 흑! 이런 약탈혼 같은 걸 당하느니 죽는 게 나아.”

    사라이는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곱게 한 화장이 얼룩져 마치 귀신같은 몰골이었다.

    “저…저들은 늑대 족이래. 흐흑! 호족 같은 이름만 짐승의 것을 쓰는 인간이 아니라 진짜 반인반수 늑대 족! 흑- 송클에서 가장 야만스런 늑대 왕의 노리개가 되느니… 차라리 너랑 도망이나 갈 걸 그랬어.”

    “울지 말고 정신 차리세요. 아씨. 호랑이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라이가 한층 더 구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사내인 네가 뭘 아느냐! 약탈혼으로 짐승과의 잡종을 낳는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을…. 으흐흐흐흑!”

    휘장 옆에 밝혀진 화촉이 일렁거렸다. 우우웅- 우웅- 천막 밖의 바람 소리가 스산하다. 사위는 고요했다. 자그락! 묵직한 무언가가 천막 앞의 자갈을 밟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치미는 숨을 죽였다. 장막 밖에서 그림자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구부정하고 덩치 큰 늑대의 실루엣이었다. 이동한다. 천천히 장막의 입구 쪽으로…. 자그락- 자그락- 자갈을 밟는 소리가 이어졌다. 꿀꺽- 목구멍으로 긴장한 마른침이 넘어갔다.

    커다란 손이 장막을 젖힌 순간 사라이는 단번에 울음을 그쳤다. 비릿한 피 냄새가 훅-끼쳤다. 새하얀 털가죽을 뒤집어쓴 남자는 마치 지옥의 수라와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가느다란 가죽끈으로 고정한 등 뒤의 털가죽과 하반신에 걸친 추바푸르(;털로 만든 옷)는 완전히 피투성이였다. 피로 칠갑한 길고 새하얀 머리칼이 늑대 털가죽 아래로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희미한 금빛 눈동자는 혼탁하게 풀어진 채였다. 치미의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섰다. 아마도 초원에서 이런 자와 마주친다면 오금이 저릴 만큼 두려울 터였다.

    야수는 천막 안의 낯선 생물들을 멍하니 둘러보았다. 슬쩍 벌어진 입가에서 거친 숨결이 새어나왔다. 풀어진 동공이 몽롱했다. 반쯤 정신이 나간 통제 불능의 상태인 듯도 했다. 붉은 안료로 전사의 문양을 그려 넣은 얼굴이 슬쩍 찡그려졌다.

    “뭐지…이건? 저녁거리와 신부를 데려다 놨다더니…….”

    그늘진 금안이 물끄러미 침상 위를 바라본다. 사라이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었다. 눈앞의 사내가 너무나 두려워서 더 이상 훌쩍거림조차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대체 어느 쪽이 신부고…… 어느 쪽이 먹이인 거냐.”

    잔뜩 갈라진 지독히도 거친 음성이었다. 화톳불의 일렁임에 선뜩하니 날카로운 송곳니가 들여다보였다. 벌어진 입가에서 피 섞인 타액이 뚝-뚝- 떨어졌다.

    “이쪽인가?”

    커다란 손이 거침없이 뻗어와 갑자기 치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흐윽-!”

    낭창 한 몸이 단숨에 장막 뒤쪽까지 밀려갔다. 발이 지면에서 들리더니 등 뒤로 두꺼운 천막의 가벽이 와 닿았다. 코끝에 짐승의 체취가 훅-끼쳤다. 진동하는 피 냄새. 커다란 손에 움켜잡힌 곳이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네가… 내 신부냐?”

    혼탁하게 흐린 금안이었다. 꾸욱- 장막 벽에 몸을 밀어붙이더니 다른 쪽 손이 다가와 치미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쥐어 올렸다. 뜨거운 숨결이 얼굴 위에 느껴졌다. 밀착된 하반신에 사내의 거근이 와 닿았다. 치미의 얼굴이 확-달아올랐다. 굵직하게 꿈틀대는 그것은 추바푸르를 맹렬히 밀어올릴 정도로 빳빳이 일어서 있었다.

    “이상하군……. 이건… 참으로 희한한 신부가 아닌가.”

    붉은 혀가 날름 빠져나오더니 치미의 뺨을 핥아 올렸다. 끈적이는 타액과 함께 더운 숨결이 훅-끼쳐 들었다. 꾸욱-꾸욱- 사타구니 사이에 해찰궂게 눌려지는 사내의 양물이 아래를 압박한다.

    “윽!”

    치미가 작게 신음했다. 눌려지는 자그마한 성기 감촉에 사내가 작게 키득거렸다.

    “조그만 앵초의 소화경(;꽃받침)에는 귀여운 수술이 달려있었군 그래.”

    피묻은 손가락이 우악스레 턱을 움켜쥐고 쳐들더니 께느른한 정욕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았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필요한 건… 꽃잎 속 저 깊은 곳일 테니…. 계집이건 사내건 다 똑같다. 아무렴 어때.”

    부정확한 발음이었다. 눈동자 안에 번들거리는 것은 그저 욕망, 그리고 희미한 광기였다.

    “보자. 어디… 네 앵초 꽃을…. 불덩이를 들이밀어 녹작하게 녹여줄 테니.”

    널찍하고 단단한 가슴팍이 사정없이 눌려졌다. 찢기듯이 치미의 바지 끈이 풀어지고 단의가 내려갔다. 발목의 사슬이 당겨져 요란하게 철그럭거렸다. 치미는 해쓱하게 질려 사내의 우악스런 손길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다.

    “이…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지 마세요! 수… 수치거리가 될 뿐입니다!”

    “수치…?”

    물끄러미 의아한 금안이 내려다보더니 어이없게 웃음 지었다.

    “큭-! 교미하는데 무슨 놈의 수치심이 필요해? 초원에선 상대를 정복하지 못하는 게 수치다.”

    “이…! 이… 이러는 것도 수치입니다!”

    “시끄러워! 내 땅에서 포획한 암컷을 가지겠다는데 말이 많아!”

    “저…저는 암컷이 아닙니다!”

    커다란 손이 풀어헤쳐 진 바지 속에서 꿈틀거렸다. 겁에 질려 쪼그라든 성기를 무심히 쓸어 보더니 대뜸 그 아래의 음낭을 들치고 더 깊숙이로 손가락을 들이민다. 버둥거리던 저항이 뚝 멈췄다. 치미의 다리가 잔뜩 경직했다. 연약한 입구 위에 눌려진 손가락에 치미는 입술을 물고 숨을 죽였다. 낯선 공포. 수컷에게 수치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치밀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의외로운 듯 사내는 만족스레 목을 울렸다. 거침없이 벌리려던 손가락이 조밀하게 연약한 입구를 제법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네 꽃잎은…… 암컷의 것보다 더 보드랍군.”

    “으윽-!”

    얕게 진입하는 순간 대번에 허리가 튀어 올랐다. 사내에게서 기분 좋은 그르렁거림이 새어나왔다. 전율하듯 몸을 떨며 허리를 비벼대더니 작게 헐떡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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