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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르시온] 하얀뱀1부,2부완외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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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뱀 -

    머리가 어지럽다.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건지 알 수가 없다. 어딘가에 머리를 박은 건가 아니면,

    또다시 기절할 때까지 술을 퍼 마신 건가. 도무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너무 머리가 아파서 손을 들려는데 그런 손을 누군가 붙잡는다.

    뜨겁고, 커다란 것이 손목을 단단히 잡는 순간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왔다. 크게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검은 그림자다.

    어두운 곳에 누군가 자신의 위에 엎드려 있다. 그 순간 차가운 것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관통했다.

    "...읏?!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카이엔은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아랫배로 묵직한 것이 파고 들어왔다.

    억-소리가 날 정도로 아팠다. 눈물이 찔끔하고 나온 카이엔은 이를 악 물었다.

    "........으.......윽..!"

    "드디어 눈을 떴군, 나는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는 줄 알았지."

    기분 나쁘도록 좋은 목소리다. 더더군다나 설핏 본 사내의 몸은 근육질의 굉장히 멋진 몸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카이엔은 자신이 또 일을 쳤음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누구를 상대로 이런 꼴이 된 건지 모르겠다. 푹신한 시트의 감촉은 그렇다 쳐도 크게

    벌려진 다리 사이로 들어온 사내의 하반신이라는 것은 여간 비위 상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를 좋아하는데 왜 술만 먹으면 남자를 찾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주먹을 쥔 카이엔은 위에 올라탄 사내의 몸을 두드렸다. 저리 꺼져-라는 필사적인 감정이

    담긴 주먹질이지만, 사내는 그런 것 따위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악!!"

    커다란 것이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움직이는데 절로 쇳소리가 나온다. 지난 몇 달동안 일을 한다고 술을 입에 대지도 않고,

    남자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다니. 거기다가 사내놈이 얼마나 큰지 그게 움직일 때마다 절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눈앞에 별이 빙글빙글 돌고, 절로 죽겠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깊숙이 파고 들어올 때마다 그대로 의식을 잃을 것

    같았지만, 카이엔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더 큰 일이 생길 것이란 걸 알아버린 탓이다.

    때문에 어떻게든 상대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사내는 그런 카이엔의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 침대 위로 눌렀다.

    명색이 남자고, 거기다 프로 용병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리도 쉽게 잡혀 버렸다. 심히 자존심이 상한 카이엔은

    이번에는 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러자 움직임에 방해를 받은 사내가 깊숙이 몸을 밀어 넣고 상체를 내린다.

    사내 특유의 땀냄새가 확-하고 풍긴다. 비위가 상한 카이엔은 옆으로 얼굴을 돌렸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사내가

    혀를 내밀어 카이엔의 볼을 길게 핥아내렸다.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이제는 못 참겠다.

    "뭐......뭐야..! 넌 뭐냐고!"

    이를 악 물은 카이엔은 사내를 노려봤다.

    그러나 사내가 피식-하고 웃으며 보란 듯이 허리를 뒤로 물리더니 한번에 밀어 넣었다.

    욱-하고 막힌 호흡을 터트린 카이엔이 몸을 부들부들 떨자 사내는 입을 열었다.

    "어설프게 유혹을 하던 것과 달리 꽤 괜찮군."

    그 말에 카이엔은 사색이 됐다. 역시나 만취한 상태로 일을 친 모양이다.

    어쩌면 좋겠냐고 입을 크게 벌리고 차마 뭐라고 하지 못하고 있으려니 사내가 손으로 가슴을 꾹 누른다.

    얼마나 세게 누르는지 굉장히 아팠다. 움찔하고 조이는 내부에 사내는 만족한 웃음을 짓는다.

    "더 조여봐."

    그리 말한 사내는 바로 짐승같이 움직였다. 놀란 카이엔이 발버둥을 치고 손을 마구 흔들었지만,

    사내는 그보다 훨씬 강하고 능숙하게 카이엔을 깔아뭉겠다.

    "아.....아아악!!"

    아팠다. 정말 아팠다. 세 달만이란 말이다. 하려면 좀 부드럽게 하지 못해?!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지만 비명을 지르느라 나오지 못했다.

    크게 다리가 벌려져서는 사내가 움직이는 대로 인형처럼 흔들렸다. 조금이라도 아픔을 줄여보고자 몸을 비틀어 보고,

    행동에 맞춰보려 해도 무리다. 어디서 이딴 놈이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사내는 짐승 같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놈이었다. 처음에는 소리를 치며 발악을 하던 카이엔이지만, 사내가 계속해서 거친 삽입을 하자 나중에는 축

    늘어지고 만다. 엉덩이를 흐르는 뜨뜻한 어떤 것의 감촉을 느끼며 카이엔은 사내가 움직이는 대로 맥없이 흔들렸다.

    흔들리고 흔들려서, 제일 싫어하는 체위까지 다양하게 거친 후에야 카이엔은 사내의 손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침대에 쓰러져 색색거리는 호흡을 토해내던 카이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멀어지는 사내의 등을 노려봤다.

    거친 행위 중에도 의식을 잃지 않은 것은 사내의 얼굴을 보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얼굴을 보고 나서 복수를 해줄 거다-라는 생각으로 내내 등을 노려보지만 사내는 결코 카이엔을 돌아보지 않았다.

    느긋하게 셔츠를 걸친 사내는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고, 그 순간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허탈함에 빠진

    카이엔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눈을 떴을 때 날은 밝아 있었다. 짹짹-하고 울리는 상쾌한 새소리에 두어번 눈을 깜박인 카이엔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욱..!"

    그 순간 뚜둑 하고 온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난다.

    찔금-하고 눈물도 나왔으니 몸 상태가 어떠한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카이엔은 말 없이 자신을 내려다봤다. 여기저기 울긋불긋한 멍이 들어있고, 다리 사이와 배,

    가슴으로 하얀 정액이 말라붙어 있었다. 침대 위에는 부분부분 피가 묻어 있기도 했다.

    "하아...."

    길게 한숨을 쉬는 순간 바로 배에서 꼬르륵-하는 심상찮은 소리가 난다.

    냉큼 배를 감싸고 통증으로 신음을 흘리던 카이엔은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렸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러지 말라는 듯 전신에서 비명을 질러댔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어그적 거리는 걸음으로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방에 붙어있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 카이엔은

    일을 보는 내내 얼굴 모르는 사내에 대한 욕을 댓바가지로 해야했다.

    오후의 마담-이라는 간판이 걸어진 여관 겸 음식점이 있다. 여러 테이블이 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없다.

    그런 곳에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한 사내가 시체화 되어 테이블에 위에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전신으로 말 걸지마-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지만, 오후의 마담의 주인이자, 사내의 친구인 휴먼은 느긋하게 손을 들었다.

    "여. 카이엔."

    "말 걸지마."

    말 걸지 말라는 소리에 휴먼은 알겠다며 손을 내렸다.

    상대의 차가운 반응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은 듯 그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테이블 사이를 오고가며 걸레질을 했다.

    지금은 손님이 없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사람들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콧노래 소리에 맞춰 덜컹-하고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휴먼이 엎드려있는 테이블을 닦기 시작하자 카이엔은 바로 얼굴을 들었다.

    "나 어제 술 많이 마셨냐?"

    "그걸 말이라고 해? 어제도 시체 하나 치우는 줄 알았지."

    "........역시나.."

    계약한 일을 다 끝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술을 마신 기억은 생생하다.

    하지만 적정 수위를 넘기면서부터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필름이 끊겨진 상태였다.

    이마에 손가락을 짚고 한숨을 푹푹 쉬던 카이엔은 휴먼을 올려다봤다.

    "나 어제 누구랑 술 마셨어?"

    "젠한이란 마셨지 아마? 그 녀석이 뻗고 난 후에도 너 더 마시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쳤잖아. 기억 안나?"

    "기억 안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젠한을 상대하고 난 후에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지?

    그 사내는 어디서 만난 거란 말인가.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제기랄.. 제기랄..!"

    난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쁜 거지.

    주먹을 쥐고 자신의 머리를 마구 두드리는 등의 자학을 하는 카이엔의 행동에 휴먼을 걸레를 들었다.

    "뭐야? 정말 무슨 일이야? 이번에 무슨 실수라도 했어?"

    "아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이 찢어져도 말을 할 수 없다.

    입을 꾹 다물고 무시무시한 눈으로 노려보는 카이엔에 '무슨 일 생겼구만 뭘.'라고 중얼거린 휴먼은 다른 테이블로 넘어갔다.

    휴먼이 다른 곳으로 가자 길게 한숨을 쉰 카이엔은 허리를 똑바로 폈다. 아침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프다.

    엉덩이도 아프고, 배도 아프도,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성관계를 가지고 나서 몸이 이렇게 아파 본 적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라 해서 반가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제길... 그 녀석 얼굴을 보는 건데.."

    이상하게 다른 곳은 다 보여도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특징적인 것이라 하면 짧게 자른 은발에 목소리가 죽여주게 좋았다는 것과, 몸매도 끝장이었다는 거다.

    정말 좋은 점이 많이 보이는 녀석이었다. 얼굴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괜찮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카이엔은 얼굴을 굳히며 스스로의 뺨을 쳤다.

    "왜 이렇게 그 녀석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거야. 에비에비. 난 변태가 아냐."

    변태는 아니지만, 술만 먹으면 아무 남자랑 붙어먹으려는 빌어먹을 버릇이 있을 뿐이다.

    근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태가 아닐까.

    살짝 암울해지는 카이엔이다.

    올해 24살이 되는 카이엔은 10년 동안 용병 생활을 한 사나이다.

    소속된 용병단은 하얀뱀이고, 그 곳에서 위치는 3위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느다란 몸매에 눈매가

    야시럽게 생긴 사내지만, 양손으로 검을 다루고, 근거리 격투에 능하고, 잔머리가 잘 돌아가 지금껏

    크게 다치는 일 없이 맡은바 일을 잘 처리하는 자였다. 자연히 평판이 좋은 편이고, 용병단 안에서도

    나름의 신뢰를 받는 사내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굳이 하나의 결점을 찾으라면 그것 밖에 없다.

    술버릇. 다들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고 할 정도로 그의 술버릇은 엉망이었다.

    낮에 얼굴을 맞대고 돈독한 우정을 나누던 상대를 술을 마시고는 냅다 잡아 먹어버린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젠 흔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하던 자들도 이제는 다들 알아서 피할 정도라, 술을 마셔도

    그런 종류의 사고가 생긴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사고가 생긴 것도 한 2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3개월 전에는 관계를 가져도 서로간의 합의가 오고 갔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에는 얼굴도 기억 못하고,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봤더니 몸은 너덜너덜이지, 허리는 부서질 듯 아프지,

    속은 울렁거리지, 아주 죽겠다.

    "제길...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렇다. 상대가 이런저런 짓을 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머리가 텅 비어버렸다.

    어쩌자고 그렇게 체격이 좋은 놈에게 달라붙었는지.

    그냥 물건이 작은 놈에게 걸렸다면 이렇게까지 몸 상태가 안 좋아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영 좋지 않다며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터덜거리는 걸음을 옮기던 카이엔은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카이엔! 겨우 쳐다보네!"

    갈색 단발머리를 지닌 귀여운 소녀가 치마를 나풀거리며 카이엔의 옆에 섰다.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헥헥 거리는 것에 카이엔은 심드렁하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앙리."

    "짐 좀 들어달라고 부탁하려고 불렀는데 왜 이제야 쳐다봐 주는 거야?"

    원망이 가득 서린 목소리에 볼을 긁적인 카이엔은 앙리가 든 짐을 내려다봤다.

    "그거 무거워?"

    "조금."

    "그러면 혼자 들어. 지금 내 허리가 말이 아닌 상태거든."

    그리 말하며 카이엔은 발을 뗐다. 끙차-하고 짐을 들어올린 앙리는 종종 걸음으로 그런 카이엔의 뒤를 쫓았다.

    "누구랑 했어?"

    "......................"

    "욱. 술 냄새 엄청나. 이번에 덩치 좋은 사내한테 걸렸구나."

    카이엔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앙리 혼자서 다 추론해낸다.

    카이엔의 몸에서 나는 엄청난 술냄새에 질색을 하고 뒤로 물러난 앙리는 카이엔의 엉덩이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는 카이엔의 옆으로 다가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걸음 되게 이상하네. 물건이 그렇게 큰 사내였어? 말만했어?"

    가만히 있으려 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울컥한 카이엔은 앙리를 노려봤다.

    "말만하면 내가 살아있겠냐! 생긴 건 순둥이가 입은 왜 그렇게 험해!"

    "카이엔이 편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말 못해. 그런데 아유는 카이엔이랑

    같이 있었더니 입버릇 안 좋아진 것 같다고 이제 카이엔이랑 같이 다니지 말래."

    "그 녀석은 내가 악의 축인 것 마냥 떠들어대는 모양이네."

    비단 아유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두가 자신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해대고 다닐 것이 분명하다.

    멋대로 떠들어대고는, 그것에 흥분해 날뛰는 자신을 보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화를 참지 못하고 건드리면 건드리는 대로 울컥해 날뛰었더니 그런 나쁜 버릇들이 생긴 거다.

    이제는 쉽게 건드리지 못하도록 무게감 있는 사내가 되야 겠다며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든 카이엔은 골목길

    사이에 난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어."

    "여. 카이엔."

    문을 열자마자 자욱한 담배 연기가 그를 맞이한다.

    폐암 걸려 죽겠다며 인상을 쓰며 손으로 입을 막은 카이엔은 드문드문 나있는 테이블에 주저앉았다.

    그런 카이엔의 옆으로 갈색 피부의 매력적인 여성이 다가온다.

    "어제 어디를 갔던 거였어?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했잖아."

    "몰라. 묻지마. 안 그래도 아주 기분 저조해 죽겠으니까 말야."

    그리 말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카이엔의 얼굴은 굉장히 피곤해 보인다.

    짧게 자른 금발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여자는 한마디했다.

    "했구나?"

    "아씨! 다들 왜 말하기도 전에 아는 거야!"

    "당연히 알지. 기저귀 찬 것 마냥 그리 어기적거리면서 걸어다니면 다 안다고."

    피식 웃는 핀골에 카이엔은 표정을 싹 지웠다.

    핀골은 원래 눈치가 빠르다. 그녀를 속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이런저런 말하는 것 자체가 싫어진 카이엔은 핀골의 목을 손으로 감싸고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핀골. 두목은 어디에 있어?"

    "왜? 두목이랑도 하고 싶어서?"

    이쯤에서 그만 좀 멈춰주면 안 되는 건가. 계속 이러면 비뚤어진다니까.

    흥분해서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가까스로 감정 조절하는 것에 성공한 카이엔은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

    "핀골. 우리 사랑스러운 부두목님. 저 지금 굉장히 우울하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에 관한 말을 좀 알아서 피해가 주시면 안 될까요?"

    "어머. 이번에는 합의가 아니라 강간이었나봐."

    역시 이 여자를 상대로 뭘 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모했다.

    얼굴 표정을 싹 지운 카이엔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 쪽에 난 복도로 들어갔다.

    제일 끝으로 간 카이엔은 유일하게 있는 철문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두목! 여기에 있지? 나 들어간다!"

    대답이 없다는 것은 들어가도 된다는 거다.

    멋대로 판단을 내린 카이엔은 앞, 뒤 가리지 않고 문을 열고 구석에 놓인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잠이 든 사내의 등에 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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