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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윗]동네형시리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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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형 시리즈 -Ⅰ. 동네 백수 형-

    뉴 김다윗 컴패니

    동네 형 시리즈

    Ⅰ. 동네 백수 형 _00001

    한창 봄이었다.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골목 구석구석까지 봄볕이 푸진 5월 중순이나 그쯤.

    근처에 높은 아파트 하나 없는 주택가인 우리 동네는

    아침이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골목길이 꽤 활기차다.

    누구야~ 학교가~자, 하는 초등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모두들 둘 혹은 셋씩 짝을 지어 학교로 몰려갔지만, 나는 그 무렵 사춘기였다.

    또래들이 하는 짓이란 대부분 유치하게 느껴지는, 좀 유별난 사춘기를 앓고 있었다.

    셔츠 위에 받쳐입은 춘추복의 니트조끼가 벌써 약간 덥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안녕히 계세요-"

    큰길로 나가기 전 마지막 코너의 슈퍼마켓.

    유리로 된 미닫이 문을 드르륵 닫고 나오면서 하품을 하는 그놈 발견.

    까치집이 된 머리에 아직도 잠이 덜 깬 눈꺼풀.

    무릎이 나온 트레이닝 바지는 말할 것도 없다.

    거울도 안 보고 사나.

    머리라도 대강 정리할 수 없냐고. 누가 백수 아니랄까봐.

    아침부터 괜히 나는 고까운 기분이 되어 입술을 비죽이며 돌맹이 하나를 걷어찼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어- 이, 밍키 엄마! 학교 가냐?"

    하여간 눈치는 더럽게 없다.

    나같으면 그런 꼴을 하고 절대 먼저 아는 척 못할거다.

    사춘기 시즌의 소년소녀란, 집앞의 슈퍼를 가면서도 대여섯번은 거울을 봐주는게 기본이다.

    티셔츠 소매사이로 손을 넣어 어깨를 벅벅 긁던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렸다.

    더럽게.

    나는 고개를 슬쩍 꺾으면서 손을 피했다.

    길죽길죽한 손가락과 커다란 손바닥.

    그놈이 내 앞에 서니까 햇빛이 가려져서 눈이 덜 부셨다.

    "짜식- 너 요새 왜 밍키 보러 안 오냐?

    밍키가 맨날 너네집에 대고 울던데. 놀러와."

    누구때문에 못 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잘난척하긴.

    들고있는 검은 비닐 봉지 안에는 라면과 소주와 아이스크림이 들어 있었다.

    해가 중천인데 아침부터 술이냐.

    그러니까 맨날 아줌마한테 등짝이나 맞고 그러지.

    "아, 하나 먹을래?"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내 앞으로 내밀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걸 손으로 쳐서 바닥에 떨궈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고개를 세차게 양쪽으로 저었다.

    아이스크림을 다시 봉지 안에 넣더니 또 내 머리를 마구 흐트렸다.

    자기 머리가 까치집이라고 내 머리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나본데

    나는 사춘기 소년이었고 누구처럼 까치집이 돼도 태연하게 돌아다니거나 그런건 못했다.

    "공부 열심히 해라. 안 그럼 나처럼 된다?"

    그놈이 슬리퍼를 직직 끌면서 나를 지나쳐 갔고 다시 봄햇빛에 눈이 부셨다.

    메로나 안 좋아한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또 까먹고. 등신.

    너처럼 되는게 뭐 어때서. 등신.

    그놈이 마구 흐트리고 간 머리카락에 가만히 손을 대보았다. 따뜻했다.

    머리카락에는 입술이 닿지 않아서 대신 손을 대보았다.

    머리카락, 넌 좋겠다.

    여섯 살 차이였다.

    아파트는 커녕 빌라도 별로 없는, 똑같이 생긴 3층 짜리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은 우리 동네에 그놈이 처음 이사왔던건 내가 막 중학교에 올라갔던 봄.

    그놈은 2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갓 스무살이었다.

    아래로 세 살 터울의 여동생밖에 없는 나는 현관문이 나란히 붙은 옆집에 누가 이사온다기에

    내 또래의 사내놈이기를 바랐는데

    키가 멀대같이 크고 어깨가 넓은 다 자란 어른이 그 집 아들이었다.

    에이, 재미없게.

    가진게 많은 동네는 아니라도 그만큼 서로 담없이 지냈다.

    엄마가 외출할 때는 윗집이나 아랫집 아줌마가 동생과 내 밥을 챙겨줄 정도였다.

    바로 옆집이 이사한다는데 두 손 놓고 구경할리가 없었다.

    우리집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세간살이들이었고, 동생과 나도 한몫 도와야 했다.

    컴퓨터는 되게 좋네.

    그놈은 커다란 최신형 모니터와 번쩍번쩍한 본체를 보물처럼 다루었다.

    곧 알게 된 사실이지만 게임광이었으니까.

    "엄마! 밍키 좀 어떻게 해봐! 차 시트 다 물어뜯게 생겼어!"

    회색 반소매 티셔츠가 땀에 젖어 등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어깨와 허리와 팔이 두꺼웠다.

    목장갑위로 보이는 그을린 팔뚝에는 푸른 핏줄이 불끈거렸다.

    열네살에게 스무살이란, 어쩌면 서른살보다 더 대단한 어른이었다.

    "꺄악!"

    그놈이 차문을 열어주자 윤기 흐르는 갈색털을 가진 코코스파니엘 한 마리가 얼른 뛰어내렸고

    거의 동시에 내 동생이 비명을 지르며 아빠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여자애들은 왜 자기보다 덩치가 작은 것들을 무서워할까.

    예를 들어, 자기 무릎까지도 안 오는 강아지나

    자기 엄지 손가락보다 작은 바퀴 벌레같은 것들.

    동생이 무서워하자 그놈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밍키를 안아들었다.

    목장갑의 손등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낸 얼굴은 제법 괜찮았다.

    눈매는 사나웠지만 눈동자는 섬세하게 반짝거렸다.

    어쨌든 스무살은 소년이 아니라 남자니까.

    "너도 강아지 무서워해?"

    트럭 옆에 멀뚱히 서있던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게 첫마디였다. 너도 강아지 무서워해?

    "아니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만 보면 반갑다고 달려드는 앞집 다롱이를 매일 걷어찰 뿐이지, 무서워하진 않았다.

    토끼 키우고 싶다는 동생에게 털 날리고 더러워서 절대 싫다고 했을 뿐이지, 무서워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결코 거짓말이 아니다.

    "다행이네. 친하게 지내줘. 얘는 밍키야."

    키가 나보다 훨씬 컸는데 올려다보니 얼굴 바로 옆에 태양이 떠있어 눈이 부셨다.

    시원하게 이를 보이면서 웃어줘서는 아니다.

    그렇게 나는 밍키 엄마가 됐다.

    스무살이 되면 당연히 대학에 가는거라고 생각했는데

    옆집 그놈이 학교가는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한이 형은 학교 안 가?"

    저녁 짓는 엄마 뒤에서 냉장고를 뒤지며 슬쩍 물어봤다.

    우리집은 오늘 된장찌개고 옆집은 오늘 카레다.

    주방 창문으로 냄새가 타고 오기 때문에 알 수 있다.

    난 된장찌개보다 카레 먹고 싶은데.

    "어, 재수생이래."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지만 열네살에게 재수생이란 인생의 패배자다.

    어른들은 열네살에게 대학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니까.

    그런데 대학생인 줄 알았던 옆집놈이 재수생이라고 하니 뭔가 있어 보였다.

    인생의 고뇌를 알 것 같다고나 할까.

    그냥 평범한 대학생보다 더 대단하게 생각됐다.

    "엄마, 나 저녁 먹기 전에 밍키랑 좀 놀다올게."

    "밥 때 됐는데 폐 되게. 밥 먹고 가던가."

    "금방 올게."

    털 날리고 침 흘리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갈기는 동물은 질색이었지만 밍키하고는 놀아줬다.

    "밍키야- 밍키야-"

    우리집 현관에서 10초도 안 걸리는 옆집 현관앞에 서서 밍키를 부르면

    밍키가 달려나와서 현관문을 벅벅 긁는다.

    "어, 승주 왔구나."

    그러면 그놈이 나와서 밍키가 밖에 못 나가게 안아들고 문을 열어준다.

    "네, 이거 밍키 주려구요."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애완센터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강아지용 간식을 하나 샀다.

    "야- 밍키 좋겠다아- 너네 엄마가 맛있는거 사왔다-"

    그러면서 그놈은 품에 안은 밍키의 목덜미를 커다란 손으로 마구 부벼주었다.

    그러면 밍키는 커다란 귀를 흔들면서 좋아했다.

    우리집과 방향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구조였다.

    아줌마가 카레를 만드는 동안 그놈의 방에 앉아서 밍키를 사이에 두고 간식을 먹였다.

    그놈은 널찍한 손바닥 위에 과자를 하나 올리고 밍키에게 기다려, 를 가르쳤다.

    그리고 밍키가 잘 참으면 상으로 과자를 줬다.

    밍키가 그놈의 손바닥을 핥는다.

    주름이 뚜렷하고 손가락이 길죽길죽한 그놈의 손바닥을 밍키가 혀로 핥는다.

    그러면 그놈은 또 밍키의 목덜미를 마구 부벼주면서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

    털 날리고 침 흘리고 아무데나 똥오줌을 갈기는 동물은 질색이었지만 밍키는 부러웠다.

    "아, 카레 먹고갈래?"

    "괜찮아요."

    "밍키 간식도 사왔는데 그냥 보내면 안되지. 먹고 가."

    난 원래 카레를 좋아했다.

    엄마가 큰 솥에 가득 해놓으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잘 먹었다.

    그런데 그집에서 먹는 카레는 이상하게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그놈은 그릇위에 고개를 처박고 우적우적 잘만 먹는데 난 한 그릇도 다 비울 수가 없었다.

    이제 생각하면 나, 내숭 떨었던건가 싶다.

    나는 밍키를 물고 빨고 아껴주는데 이상하게 밍키가 잘 따르지 않는다며

    그놈은 밍키의 얼굴을 붙잡고 혼내듯이 말하곤 했다.

    "밍키야, 너네 엄마는 맨날 너 보려고 우리집 들락거리는데 넌 왜 그렇게 튕겨, 응?

    너 원래 쉬운 여자잖아."

    얼굴을 붙잡힌 밍키가 답답하다고 몸부림을 치면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 뒤에 풀어줬다.

    등신.

    네가 밍키한테 그러니까 내가 밍키 싫어하는 거야.

    너 안 볼 때 내가 쥐어박거든.

    게다가 여자였다 밍키는. 더 싫어.

    그리고 나, 밍키보러 오는거 아니거든? 등신 등신.

    그러니까 대학도 떨어지고, 아 몰라.

    매일 들락거렸다.

    학교 끝나고 왔는데 엄마가 동생 데리고 외출하셨으면 난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고 바로 옆집에 갔다.

    옆집 현관 앞에 서도 절대 그놈 이름은 먼저 안 불렀다.

    "밍키야- 밍키야-"

    1년이 지났을 무렵엔 난 더이상 밍키를 쥐어박지 않았다.

    그동안 사바친 비싼 간식들이 아무 소용없었던건 아니었는지 이젠 밍키도 그놈보다 나를 더 따랐다.

    그래, 니네 주인은 무능력해서 이런 간식은 못 사주니까.

    밍키는 벌써 나와서 현관을 박박 긁으며 짖는데 그놈은 뭐하느라 밍기적거리며 나와보질 않는다.

    승질이 나서 문을 쾅쾅 두드렸다.

    "한이 형! 한이 형!"

    친구들 만난다면서 가끔 주말에 외출하기도 하지만 싸돌아 다니는걸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집에서는 맨날 트레이닝 바지나 반바지에 후줄근한 티셔츠만 입으면서

    외출할 때는 신경써서 차려입는게 마음에 안 들었다.

    오늘은 평일이고 대낮인데. 어디 나가진 않았을 텐데.

    곧 인기척이 들리더니 현관이 열렸다.

    "왜 이렇게 문을 늦게 열어?"

    그런데 평소처럼 밍키를 안아들고 뒤로 물러나며 내가 들어오게 길을 터주지 않고

    문앞을 막고 서서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좁은 집안을 휙 둘러봤지만 평소와 다른 것은 찾지 못했다.

    "아.. 친구가 놀러와서. 이따 다시 올래?"

    근데. 친구가 놀러왔는데 왜 그렇게 진땀빼는 얼굴이야?

    나는 괜히 마음이 상해서 대답도 없이 바로 뒤를 돌았다.

    "밍키, 데리고 가서 놀래?"

    내 뒷통수에 대고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지도 않고 철컥철컥 우리집 문을 열고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돌아설 때 봤다. 여자 구두.

    아줌마꺼 아닌거 다 알아.

    굽도 높고 요즘 유행하는 세련된 거잖아.

    삼수생 주제에 여자나 집으로 끌어들이고.

    그러다 사수한다, 너.

    내 방에 들어가서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열고 숙제를 하려고 책을 꺼내는데 지퍼에 책이 걸렸다.

    다시 지퍼를 잘 열고 꺼내면 될 것을, 왜 안되냐고 혼자 짜증을 내면서 잡아당기다가

    결국 지퍼에 손을 긁혔다.

    반말도 하게 됐고, 밍키는 그놈보다 나를 더 잘 따르고, 방학 때 옥상에서 텐트치고 같이 잔 적도 있지만, 그놈은 지금 여자랑 있다.

    겨우 그런 걸로 울게 될 줄이야.

    겨우 그런 걸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느낄 줄이야.

    곱게 볼래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슬슬.

    _뉴 김다윗_20090228

    #

    뉴 실제 상황이나 열심히 쓰라는 말은 제발 거두어 주세요! 크흡.

    전부터 구상했던 시리즈인데 오늘 괜히 삘 받아서 써봤습니다.

    그래도 실제 상황 00029도 앞에 올렸으니까 보너스 정도로 생각하시고 어여쁘게...

    단편 시리즈입니다. 세 편에서 네 편 정도 될 것 같네요.

    방이 너무 건조해서 빨래를 몇 개 널어놨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제 곧 3월이라 그런가. 헛소리.

    #

    뉴 김다윗 컴패니

    동네 형 시리즈

    Ⅰ. 동네 백수 형 _00002

    배 아프다는 핑계로 저녁도 안 먹고 내 방에 엎드려 있는데 그놈이 찾아왔다.

    승주 있어요? 묻는 목소리만 들어도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불을 뒤집어 썼다.

    "아프다고 저녁도 안 먹고 저러고 있네. 한 번 들어가봐."

    "네."

    아, 엄마는 진짜.

    속으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꼴도 보기 싫은 기분과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은 기분이 반반.

    열다섯에게는 확실한 감정이라는게 별로 없다.

    변덕과 짜증과, 그리고 첫사랑이 시작될 나이.

    그래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

    "밍키엄마, 아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말투, 문을 닫고 들어오면서 방에 불을 켰다.

    "불 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던 나는 잠자는 척을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너무 촌스럽고 유치한 것 같아서

    목소리를 쫙 까는 것으로 나의 감정을 대변하기로 했다.

    그놈은 순순히 불을 껐다.

    "삐졌어?"

    삐져? 삐졌냐고?

    "안 놀아줬다고 삐졌냐, 밍키엄마야아-"

    그놈은 옆으로 누운 내 몸을 흔들면서 어물쩡 넘어가려고 했지만

    나는 그 순간 발 밑이 쑥 꺼지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나와 그놈이 서로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정면으로 처음 깨달은 것이다.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데도 교묘하게 대화가 되는 두 사람을 컨셉으로 잡았던 어느 코미디 프로처럼.

    네가 나하고 안 놀아줘서 삐진거였나?

    난 네가 집으로 여자 끌어들여서, 아니 여자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어지러울 정도로 열받는건줄 알았는데.

    근데 넌 왜 딴소리를 하니.

    네 그런 점이 날 정말 짜증나게 하는거야.

    항상 혼자 여유롭고, 내 생각은 자기 혼자 다 해주는 척하고, 맨날 자기가 다 져주는 척하고.

    하지만 사실은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너?

    이불을 젖히고 벌떡 일어나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그놈을 쏘아보았다.

    한 번이라도 나를 보면서, 심각하거나 진지한 얼굴을 해주길 바랐다.

    어린애 달래듯이 살살 구슬려서 넘어가려 하는거 말고.

    어른이 된 연인들이 그렇게 하듯이, 뭐가 불만이고 뭐가 잘못됐는지를 대화로 풀어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놈은 그 순간에도 빙글빙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양손을 기도하듯이 모으고 나를 달래려 했다.

    "진짜 미안.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라.. 좀 봐줘라.

    대신 너 다음주에 방학하면 또 텐트 치고 놀자, 응?"

    진열대 앞에서 과자를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애에게 집에 가서 사탕 준다고 얼르는 것도 아니고.

    뭐하니, 너.

    "그게 아니라!"

    나한테는 네가 열다섯살의 대부분인데, 스물한 살 너한테는 내가 되게 작은 부분밖에는 안 된다는 것.

    그냥 기껏 옆집 성가신 동생.

    가끔 집이 빌 때 밍키를 기꺼이 맡아줘서 조금 고마운.

    동물은 다 질색인 주제에 밍키엄마를 자처하고 나섰으면서도

    그놈에게 관련된 거라면 티셔츠의 브랜드부터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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