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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춘궁 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 1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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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춘궁...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 1

    지은이: 김혜연

    출판사: 동아 & 발해

    출판년도: 2008년

    차례

    제1장 뱀의 혀와 전갈의 꼬리를 깊은 어둠 속으로 감추다

    제2장 여우... 기꺼이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르리라

    제3장 환국... 모반의 시작

    제4장 모래의 언덕을 넘어도... 다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묻히고 말리라

    제5장 거센 바람에 휘어지더라도...

    제6장 억울하게 지는 꽃

    제7장 피로 가득 차 흐르는 가슴아, 차라리 눈물을 흘려라

    제8장 푸른 구름의 뜻을 품은 자, 하늘을 품은 자...

    제9장 천리향... 만리향... 그대의 향기

    제10장 사자후... 피어오르는 불꽃, 그리고 혈향

    제11장 용...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 준비를 마치다

    제12장 다시 이어진 인연이 되어 나뭇가지에 매달리다

    제13장 오해의 시작, 사그라지지 않는 증오의 심화

    제14장 그대의 이름을 불러도 나는 가슴이 아프다

    제1장

    뱀의 혀와 전갈의 꼬리를 깊은 어둠 속으로 감추다

    “대책을 세워야지요, 대책을! 언제까지 양인군만 붙잡고 있을 겝니까?”

    이제는 큰소리를 넘어 경성 대비 민 씨는 급기야 앞에 있는, 그토록 아끼는 경대를 내리

    쳐 경상 밑으로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늙은 대비에게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경성 대비의 친

    정 오라비인 공조판서 민정의만이 그나마 차분하게 앉아 있을 뿐, 다른 외척들은 지금 이

    자리가 좌불안석임을 증명하듯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양제(종2품, 세자의 당상 후궁)를 들인다 하지 않습니까?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어야겠

    습니까? 왜 말들이 없습니까!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됐답니까?”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경성 대비의 떨림에, 좌우 양쪽에 꽂은 떨잠의 떨새가 무섭게 흔들리

    고 있었다.

    “고정하십시오. 대비 마마...”

    “고정? 내가 지금 고정하게 됐습니까? 뭐 하나 제대로 해놓는 게 없으니 내 이리 천불이

    날 수밖에요!”

    땀까지 흘려가며 떨고 있던 양인군의 외숙 김성호는 다시 한 번 들려오는 대비의 불호령

    소리에 그만 눈을 찔끔 감고 말았다.

    “말 한번 잘하셨습니다. 그래, 양인군의 외숙께서는 무슨 계책이라도 있답니까?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으니 어찌시렵니까? 혹여,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을 하려거든 그냥 나가보시

    오! 도무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으니 원...”

    더 이상 보기도 싫다는 듯 팽하고 돌아앉는 경성 대비의 태도에 김성호는 자존심이 상했

    지만, 일단은 물러나고 봐야 할 것이었다.

    “마마, 소인이 명빈 마마와 상의하여 대비를 하겠나이다. 그러니 부디 노여움을 푸시고 고

    정하시옵소서.”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취하고 김성호가 나가자, 외척들도 따라 일어섰다. 계속 있어봐야

    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양제를 들이겠다는 중전의 말에 제대로 한마디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전의 고집을 꺾고 세자빈을 민씨 집안에서 뽑았으나, 빈궁은 빈궁의 역할은커녕 지어미의

    소임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너무도 심약하여 병석에 자

    주 누워 있던 아이를 암투가 난무한 이런 구중궁궐에 박아두었으니, 빈궁이 버거워하는 것

    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런데도 경성 대비는 빈궁의 심약함만을 탓했다.

    처음부터 양인군을 세자로 봉하였다면 이리 두고두고 심란하지는 않았을 것을...

    재빨리 손을 써 양인군을 원자로 봉하고, 세자로 봉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때맞춰

    중전이 회임만 하지 않았더라면... 원자를 생산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지. 지금도 지

    나간 옛일에 대한 아쉬움이 한숨이 되어 흘러나왔다.

    “후우... 세자빈을 내 사람으로 들이면 뭘 하누... 저리 누워만 있어서야 뭘 하겠느냔 말이

    다. 세손을 생산하라 들였더니, 6년째 병석이니 원... 쯧쯧쯧.”

    세자빈을 탓하며 혀를 차는 경성 대비는 무거운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이게 또 무슨 일

    이란 말인가.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고군분투하여 겨우 이

    자리를 얻었는데, 또다시 위기라니...

    애초에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일단 빈궁이라는 자리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

    에 급하게 물색하여 좌의정 민겸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책봉하였으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심약해도 너무 심약해 웃전들 눈치만 보다가 저리 병석에 누워 버린 빈궁이었으니, 너무도

    원망스럽고 한스러웠다. 조금만 더 신중할 것을...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는 경성 대비의 눈치를 보며 차분하게 앉아 있던 민정의가 고

    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마마, 어차피 빈궁에게 걸었던 기대도 무너진 지 오래이지 않습니까? 양인군에게 걸었던

    기대와도 같지요. 어차피 무너질 모래성들이었다면 연연해하지 마시고 다른 방책을 찾아보

    심이 어떠실는지요.”

    “방책이요? 무슨 방책이 있겠습니까? 내 고집으로 민겸의 여식을 빈궁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때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섰던 중전이 지금도 물러서 주겠답니까? 아닐 겝니다...오히려

    이 기회를 살려 자기 사람으로 양제를 들일 것은 명약관화한 일! 내 그동안은 양제를 들이

    려는 중전의 뜻을 말려왔지만, 더 이상은 미룰 재간이 없어요.”

    분개한 경성 대비의 한탄과는 달리 민정의는 입가의 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사람 좋은 미

    소를 지어 보였다.

    “마마, 세자 저하의 춘추가 스물이옵니다. 세손은 아니더라도 벌써 공주 아기씨라도 보고

    도 남을 나이지요. 주상 전하께서도 옹현 공주 마마를 열여덟에 보았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는 대비 마마께서 양보를 하실 수밖에 없지요. 기왕지사 양보를 하실 수밖에 없다면 웃전의

    너그러움을 보여 주시지요.”

    “뭬요? 너그러움을 보여 주라? 지금 나를 놀리시는 게요? 나는 그리 너그러운 사람이 되

    질 못합니다! 그런 소리를 하려거든 공판 대감께서도 그만 나가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웃전의 너그러움을 보여 주라는 소리에 대비의 불같이 치밀어 오르는 목소리가 방 안 전

    체에 울려 퍼졌다.

    “대비 마마, 소신이 아무리 마마의 오라비라고는 하나, 한때는 이 나라의 지엄한 국모이셨

    고 지금 또한 왕실의 제일 어른이신 마마를 놀리기야 하겠나이까? 고정하시고, 소신의 말을

    들어보시옵소서.”

    자신 있게 웃는 민정의를 보자니 무슨 방책이 있는가 하여, 불같이 성을 내고 있던 경성

    대비의 눈빛 또한 빛나기 시작했다. 이 둘의 눈빛과 웃음이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고난

    의 시작을 알리고 있음이었다.

    궁궐 동쪽에 마련되어 있는 동궁전에서는 한참 전부터 칼을 섞는 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를 향해 칼을 들고 씩씩거리는 소리가 계속되더니, 이내 건장한 사내가 밀어붙

    이는 힘에 가냘파 보이는 사내가 넘어지고야 말았다. 사내치고는 왜소한 체구를 가진 그는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아 보였다.

    “이번에도 내가 이겼음이야. 이제는 너와 대련하는 것도 그다지 재미가 없는 듯하구나. 어

    떻게 너는 점점 더 계집처럼 약골이 되어가는 것 같단 말이지. 그렇지 않은가, 우익위(세자

    익위사의 정5품 관직)?”

    넘어진 이를 비웃으며 손을 들어 땀을 닦아낸 사내는, 그야말로 재미있다는 말투로 닦을

    천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우익위라 칭한 사내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러나 넘어진

    사내는 계집이란 말에 그만 달아오르는 얼굴을 들지도 못한 채 고개를 돌려 버렸다.

    “저하께서 날로 장대하시니 소신들이 점점 보잘것없어지는 것이옵니다.”

    우익위 장한길이 사내에게 천을 내어주며 웃어 보였다.

    우익위가 저하라 칭하며 머리를 조아린 이 사내가, 이 나라 다음 대의 왕이 될 세자 단이

    었다. 세자였으나 누구보다도 무예를 좋아해 늦게 시작한 검술이 날로 빛을 보고 있음이니,

    익위사 최고의 무사를 상대하면서도 이제는 지는 날보다 이기는 날이 더 많았다. 어쩌면 벌

    써 최고의 무사를 이길 수 있는 경지까지 올랐는지도 모른다. 대대로 궁궐의 최정예 수비대

    에게만 전수하는 무예제보까지 익혔다면...

    “그러한가...?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군. 무영! 언제까지 누워 있을 것이야? 그래도 궁술은

    아직까지 널 이기지 못하니 그만 토라지고 일어나려무나. 아님 계집 같다 하여 삐친 것이

    냐?”

    아우같이 여기는 호위무사 무영을 놀린 게 조금은 미안했는지, 세자 단은 자신의 손을 내

    밀어 넘어진 무영을 일으켜 세워주려 했다. 허나, 그 손을 무시하며 마치 삐친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빳빳이 세워 몸을 일으킨 우익찬(세자익위사의 정6품 관직) 최무영은 여전히 화

    난 듯 보였다.

    “사실 네가 점점 야위어가는 건 사실이지 않느냐? 예전에는 그래도 통통하여 코 옆에 난

    점과 잘 어울렸는데 이제는 네 점 밖에 보이질 않는구나. 하하하...”

    달래 주는 게 아니라 점점 농을 더하니, 급기야 무영의 얼굴이 홍당무같이 시뻘겋게 변해

    버렸다. 그러한 무영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단은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표현도 잘 하지 않고 표정의 변화도 거의 없는 무영을 이렇게라도 놀려 가끔 당황하게 만

    드는 것이, 요즘 들어 단에게는 재밌는 하루의 일과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익위, 무영의 얼굴 좀 보라. 정말 계집인가 보이...얼굴이 빨개지니, 꼭 일반 여염집의

    새색시 같구먼그래. 하하하, 계속 저렇게 빨개지다가는 무영의 코에 붙은 점까지 빨개지겠

    구먼.”

    무영은 생각지도 않은 채 여전히 좋아라 놀리며 웃는 단이었다. 즐거운 듯 껄껄대는 단의

    놀림에 순간 무영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어느새 단에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대련을 끝마

    쳤으니, 이제 그만 퇴궐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만 가보거라. 내일은 번이 없는 날이니 볼 수가 없겠구나. 편히 쉬고 오도록 하

    여라. 그전에 활쏘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야. 그것마저도 내가 이기면...”

    하지만 끝가지 말을 잇지 못한 단이었다.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무영의 눈가에

    물기가 서려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뒤돌아 성큼성큼 걸어가는 무영의 뒷모습을 보며 괜한

    농을 해댄 것 같아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농이 심했나 보군.”

    반박하고 싶어도 말 한마디 못 하는 무영을, 다른 것도 아닌 생김새로 놀려 눈물까지 보

    이게 만든 것 같아 단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헌데, 눈물? 무영이 저런 말에 눈물을 보여? 아니다... 무영이 누구인가? 열여덟이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강한 무예 덕에 이 나라 정6품 우익찬이라는 자리를 당당히 꿰차고

    있는 아이다. 벙어리라는 큰 걸림돌이 있음에도 다들 말 한마디 못 하고 있는 것은 그의 무

    예가 어느 누구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그의 아비를 넘어섰다

    는 소문이 괜히 나돌겠는가?’

    그런 무영의 눈에서 눈물이라는 것은... 아마도 잘못 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단이었

    다.

    “그래도 그렇지, 저하의 말씀이 다 끝나시지도 않았는데... 소신이 나중에 따로 불러 질책

    하겠나이다.”

    무영의 태도에 놀라 당황한 장한길은 단의 표정을 이리저리 살피며 질책하듯 일부러 딱딱

    한 목소리를 내었다.

    “됐으이. 부러 무영이 싫어하는 말만 골라 놀린 것은 나이니, 그만두라. 내가 저리라도 골

    려야 그나마 표정이라도 보여주는 아이다. 저런 표정이라도 보려고 부러 놀린 것이라는 건,

    우익위도 잘 알고 있음이 아닌가. 혹여, 내가 화라도 낼까 하여 먼저 질책하겠다 하는 걸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가? 무영이를 생각하는 우익위의 마음 또한 내가 잘 안다네. 그

    대들이 나를 오랜 세월 보필한 것처럼 나 또한 그대들과 오랜 세월을 보냈음이야.”

    “저하... 소신이 어찌 그런 생각을 먼저 하겠나이까. 그저 소신은...”

    “되었다 하지 않아. 이제 그만 자선당(세자의 침소)으로 갈 것이다. 격하게 몸을 풀었더니

    조금 곤하구만.”

    “예, 저하. 목욕물 준비하라 명해놨으니, 어서 가시옵소서.”

    몸을 돌려 걸어가는 세자 단의 곧게 뻗은 등을 바라보는 우익위 장한길의 입에서 흐뭇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한없이 듬직해 보이는 단은 장차 대통을 이어받을 군왕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일단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끝없는 마음을 주려고 하는 분... 아랫사람을 다루는 법

    또한 믿음을 제일로 두었다. 그렇다고 하여 마냥 자상하고 너그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강력

    한 왕권을 꿈꾸며, 한번 아니다 싶으면 맺고 끊음이 분명하여 세자 단을 무서워하는 신하들

    또한 많았다. 그러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서는 불경스러운 일을 저지른 것이 무영이니

    무사할 뿐, 다른 이가 저리했다면 그냥 넘기지 않았을 것이다.

    무영도 그런 세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여태 이러한 일은 한 번도 없었지만, 아무

    래도 오늘은 골이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장차 대통을 이으실 세자 저하께 저런 방

    자함을 보이다니, 아무래도 한마디 안 할 수는 없을 듯했다. 허나, 사내자식이 돼서는 생김

    새로 좀 놀렸다 하여 저리까지 예민하게 골을 낼 줄이야. 단을 뒤따라 걷는 장한길은 고개

    를 갸우뚱하며 가로저었다.

    지금의 주상은 덕이 많고 인자함이 넘쳐 백성들을 보살피는 것을 제일로 하지만, 계속되

    어온 동인과 서인의 권세에 눌려 왕권강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주상이 세자로 있던 선왕 양종 시절부터 계속되어오던 동, 서인의 권력다툼에 죽어 나가

    는 것은 백성들이요, 많은 왕족들 역시 피의 제물이 되어야 했다. 동, 서인들의 권력이 세지

    고 그들이 자리를 하나씩 차지할 때마다 그만큼 왕권은 약화되어만 갔다.

    주상의 모친이자 선왕 양종의 정비인 효정 왕후가 주상의 동생인 양명 공주를 생산하다

    세상을 뜨자, 서인들은 이때다 하여 서인 측 집안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영의정 민영국

    의 여식을 새로이 간택하여 계비 경성 왕후로 추대했다. 서인들의 집안에서 새로운 왕후가

    나왔으니 그야말로 서인들의 세도로 조정이 휩싸일 판이었으나, 그나마 경성 왕후가 국모로

    있었던 십이 년 동안 후사를 잇지 못하고 양종이 붕어하여 지금의 주상이 즉위하니, 그나마

    동인들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경성 왕후가 후사 없이 대비가 되니, 동인 집안에서 간택된 세자빈이었던 좌의정 김안섭

    의 여신 김자영은 효영 왕후라는 이름으로 국모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서인의 대표 경

    성 왕후가 대비로, 동인의 대표 세자빈 김 씨가 효영 왕후 중전으로 입장이 바뀌어 한동안

    은 동인의 권세가 조정을 뒤흔들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경성 대비와 서인들이 아니었으므로, 그 계책으로 왕실의 손

    이 귀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주상의 후궁을 서인들의 사람으로 채워 나갔다.

    지금의 효영 왕후인 중전도 열일곱에 옹현 공주만 낳았을 뿐 대통을 이을 원자를 낳지 못

    하니, 계비이나 시어머니인 경성 대비의 뜻을 꺾지 못하고 내전의 수많은 전각들이 후궁을

    맞아들여 채워져 가는 것을 멀뚱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하여 주상은 귀인 장 씨에게서 수영 옹주와 경원 옹주를 보았다. 그리고 수태를 하지

    못하던 숙원 양 씨와 김 씨 중 숙원 김 씨가 수태하여 양인군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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