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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타가 된 외과의사 1-424 [박동신]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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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타가 된 외과의사

    1화. 어처구니없는 부활 (1)

    띠링.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에 의식이 돌아왔다.

    눈앞에 희뿌연 뭔가가 떠올랐다. 비록 의식은 돌아왔지만 아직은 약간 몽롱한 상태.

    눈에 힘을 집중하자 다시 ‘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영안이 열립니다.’

    동시에 희뿌연 뭔가가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름 : 한진수

    사망시간 : 2018. 11. 28

    누적 선행지수 : 1,230

    누적 악행지수 : 158

    총계(선행지수 - 악행지수) : 선행지수 1,072

    선행지수가 높을 시 지수 100을 지불하고 천국입장권을 살 수 있음.

    지수 1,000을 지불하고 부활권을 살 수 있음.]

    ‘이건 뭐지?’

    의아한 중에도 서서히 기억이 떠오르며 혼란스러워졌다.

    ‘나 죽지 않았던가? 아니 심장을 찔렸으니 죽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럼 이건 뭐야?’

    혼란이 의아함으로 바뀌고 있는데 눈앞의 글자도 바뀌었다.

    마치 마우스 스크롤로 화면을 내리듯 새로운 글자가 드러났다.

    [귀하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신영新靈의 상태입니다. 귀하는 현재 심판대 입구에 있으며,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 할 수 있습니다.

    생시에 이뤄 놓은 선행지수가 높아 천국행을 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심판의 과정 없이 곧바로 낙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귀하가 원할 경우 부활권을 구입해 새로운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 낙원에 들어갈 경우엔 영생체가 되기에 부활은 할 수 없으며 남은 선행지수는 영권으로 사라집니다.]

    ‘이거 무슨 소리야?’

    글자와 함께 친절하게도 목소리까지 들렸다.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글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커먼 어둠뿐이었다.

    [30초 이내에 부활권을 구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천국입장권이 구매되면 낙원에 입장하게 됩니다.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1, 2, 3, 4, 5, 6…….]

    ‘뭐, 뭐야? 뭐가 이리 급해? 최소한 생각할 시간은 줘야 할 것 아니야!’

    진수가 급하게 머릴 굴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젠장, 이대로 낙원에 들어가기엔 왠지 남은 선행지수가 아까운데. 영권은 뭐지?’

    30초란 시간은 정말 짧았다. 어느새 숫자가 25를 넘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하고 있을 수 없기에 서둘러 선택을 했다.

    “부활! 부활하겠다.”

    [부활권을 구입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부활하고 싶은 장소를 선택하세요.

    귀하는 직업이 의사이고 선행지수 또한 의술을 펼쳐 쌓았으므로 부활 장소를 의술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진수는 이 부분에선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비록 전문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의사면허는 있다. 무엇보다 의학에 대한 기억이 남았으니 얼마든지 다시 의사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동의한다.”

    [그럼 부활하고 싶은 장소를 선택하십시오.

    1. 10명 이하의 환자가 있는 곳.

    2. 20명 이하의 환자가 있는 곳.

    3. 환자가 많은 곳.]

    ‘부활하자마자 환자를 치료하게 되는 모양이군. 기왕이면 환자가 많은 곳이 낫겠지. 그래야 돈도 잘 벌 테니까.’

    “환자가 많은 곳을 선택하겠다.”

    [환자가 많은 곳을 선택하셨습니다. 부활권 구입 후 남은 선행지수는 행운권이나 돈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선행지수 10 = 행운권(소유자가 아주 절박한 상황이거나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 저절로 사용됨) 1장 또는 순금 1킬로그램]

    “남은 선행지수가 72니까 행운권도 살 수 있고 금으로 환산도 할 수 있군. 그런데 금 1킬로그램이면 얼마지? 대충 사천만 원에서 오천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금 1킬로그램의 시세 : 45,234,400원]

    순간 금 시세가 나오자 진수의 입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행운권이 어떤 행운을 줄지 모르니 3장만 구입하고 나머진 금으로 하겠어. 그런데 금이 4킬로면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은데, 기왕이면 수표와 현금으로 줄 수 없나?”

    [선행지수를 현금이나 수표로 환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호오! 그래. 그럼 행운권 세 장 하고 나머진 수표와 현금으로 줘. 천만 원 이상은 수표로 하고 그 이하는 오만 원 권으로 부탁해. 뭐 남은 잔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당신이 가져. 팁이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표와 현금은 부활한 몸의 품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생이 되길 바랍니다.]

    “그런데 당신은 천사야? 아니면 컴퓨터 시스템 같은 거야?”

    […….]

    대답이나 답 글자는 없고 남은 흰 글자들이 위로 올라가며 시야가 완전한 어둠으로 물들자 세상이 핑 도는 어지럼증이 몰려오며 정신을 잃었다.

    * * *

    ‘크으으윽…….’

    뭔가를 의식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두통이 밀려왔다.

    간신히 눈을 뜨자 세상이 빙빙 돌았고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몸은 얼음물 속에라도 있는 듯 한기가 느껴졌다.

    ‘너, 너무 아프다!’

    멈칫.

    아파? 아프다는 건 죽지 않았다는 거잖아? 만약 죽었다면 이런 아픔을 느낄 수 있을 리가 없다.

    ‘정말 부활한 건가? 그런데 부활했는데 왜 이리 아픈 거지?’

    부활했으면 안 아파야 하는 것 아닌가?

    고통스런 부활에 의아해하고 있는 동안 통증들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부활한 것이 아니라 부활하고 있는 중인 건가?’

    통증이 줄며 다른 감각들이 돌아오자 주변 소리가 들렸고 눈도 떠졌다.

    ‘헉!’

    눈을 뜬 순간 절로 헛바람이 집어삼켜졌다.

    주변이 온통 피투성이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피비린내 그리고 저 멀리서 뭔가 부딪치는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왔다.

    ‘무, 뭐야? 여긴 도대체 어디야? 도대체 어디기에 마치 전쟁터 같은 거야?’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이라 그런지 현실이 곧장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서, 설마 전쟁난 거야? 아, 아니 뭐야! 내가 전쟁터에서 부활한 거야?’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 또한 피투성이였다.

    퍼뜩.

    순간 왼쪽 뺨에 기다란 흉터가 있는 산적이 자신의 배를 칼로 찌른 것이 생각났다.

    한진수의 기억이 아닌 부활한 이 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진수는 손을 들어 배를 만졌다.

    끈적끈적한 피, 그리고 칼에 의해 베인 벌어진 살갗이 만져졌다. 벌어진 피부는 손으로 만지고 있는 동안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진수는 벌어졌던 피부가 아문 후 흉터 자국마저 없이 매끈해지는 것을 보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왠지 납득이 간다.

    ‘이야, 역시 부활이라는 건 대단하구나.’

    부활되며 통증이 사라지고 얼음장 같았던 몸 또한 온기를 찾아갔다. 두통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동시에 기존의 육신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자신을 쫓던 산적 떼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산적을 소탕하러 온 병사들까지.

    저 멀리서 나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산적 떼와 병사들이 싸우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 뭐야? 바, 반쯤은 전쟁터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옛날이잖아 옛날! 그것도 언젠지도 모를 까마득한 옛날…….’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으론 자신을 이런 곳에서 부활시킨 저 어딘가 그놈들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원한 곳은 현대라고, 현대!

    여기 뭐야? 후한 말? 패국沛國의 초현譙縣? 왜 한국도 아닌 거야?

    ‘이놈 이름이 화부야?’

    화부華旉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은, 그래도 상당한 효자였다.

    서주徐州에서 유학하던 중 모친이 중한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초현으로 돌아오던 중 마석산을 지나다 산적을 만난 것이다.

    유학 중에 경서도 두루 섭렵했지만, 의서 또한 어지간한 의원 못지않게 읽었기에 의원들이 고치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의 병을 자신이 고칠 수도 있겠단 생각도 있었다.

    마석산은 약초꾼들 사이에서 귀한 약초가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었고, 부리고 있는 하인 왕삼이 약초를 제법 알기에 일부러 마석산을 경유한 것이었는데.

    하필 마석산에 산적 떼를 만나 도망치다 뒈진 거다.

    절로 욕이 튀어나온다.

    ‘이, 이런 미친. 이런 곳이라고 알려 줬으면 부활 안 했잖아! 천산지 시스템인지. 이 새끼, 이게 도대체 뭔 짓거리야?’

    진수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하늘을 노려봤다.

    하늘은 아무 답이 없었고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우중충하기만 했다.

    진수가 허탈하고 억울해하고 있는 동안에도 기억은 계속 밀려 들어와 자릴 잡았다.

    정신을 차린 후 약 20분 정도가 지났다.

    ‘씨발, 연고도 없는 중국에서 부활하다니. 하아, 그러고 보니 생각하는 것도 한국말은 아니구나. 그런데 원래 중국어가 이랬던가? 중국영화에서 봤던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뭐 내가 중국어를 알았던 것도 아니고. 중국인이 기억하는 거니 맞겠지 뭐.’

    진수는 이제 거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행히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신음하던 사람들 중에 일부는 숨이 끊어졌는지 아니면 정신을 잃었는지 신음을 멈추기도 했다.

    진수는 자신이 부활한 몸이 15살임에도 팔다리가 앙상한데다 키도 작은 편인 걸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하인을 데리고 유학을 갈 정도면 잘사는 거 아닌가, 그런데 몸이 왜 이리 부실한 거지? 혹시 어머니의 병이 유전이라도 된 건가?’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 부활이 잘된 모양이다. 팔다리도 거뜬하고 몸 어디 이상한 곳도 없었다.

    “아이고, 그럼 한 번 볼까?”

    움직일 만하다는 생각이 들자 가장 가까이 있는 환자에게 다가갔다. 의사가 된 이유가 사람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이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투툭.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뭔가가 품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심코 고개를 숙였던 진수는 자신도 모르게 쌍욕을 날렸다.

    “야 이 개자식아! 지금 나 엿 먹으라는 거냐?”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감자바위를 먹였다.

    그의 발밑에 떨어져 있는 것은 빳빳한 오만 원권 뭉치와 대한은행장의 직인이 찍힌 천만 원권 수표들이었다.

    * * *

    이제는 화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할 한진수.

    한동안 하늘을 향해 화풀이를 했지만 곧 깨달았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또 주변 사람들의 신음소리에 금세 의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쓸모는 없겠지만 수표와 현금은 다시 품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환자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뾰족한 것이 복부를 관통했군. 이 위치라면 상행결장이 터졌겠고, 간도 절반 이상 잘렸을 것 같은데…… 출혈도 심하고.’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수술 도구나 의약품이 없기에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응급처지 정도다.

    하지만 이런 환자는 응급조치 정도로는 살릴 수가 없다.

    화부는 한숨을 뱉으며 그 옆의 환자에게 향했다.

    ‘이 사람은 즉사군. 화살이 심장을 관통했어. 쩝.’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찾아야 한다.

    조금 더 살피니 내장이 흘러나와 있지만 아직 죽지 않고 신음하고 있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

    ‘길게 복부를 베여 상처가 크긴 하지만, 아직 의식이 있는 걸 보니 잘 하면 살릴 수 있겠는데.’

    환자는 두 손으로 밖으로 나온 내장을 꾸역꾸역 배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애를 쓰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부는 서둘러 그 환자에게 다가갔다.

    환자는 화부가 다가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의식이 있다는 것은 뇌가 아직까지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받고 있다는 뜻이니 대동맥이 잘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

    만약 동맥이 잘렸다면 이곳에서 손을 쓸 방법은 없다.

    화부는 내장을 밀어 넣고 있는 사내의 앞에 쭈그려 앉아 입을 열었다.

    “이봐요. 제가 의산데 당신의 상처를 좀 살필게요.”

    화부는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기억 속에 있는 중국어로 말을 했다.

    “으, 으, 으…….”

    사내는 대답하지 못하고 피범벅인 얼굴을 들어 잠깐 화부를 본 후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몸을 새우처럼 웅크렸다.

    “잠깐만 바르게 누워 보세요.”

    화부가 사내의 몸을 등이 땅에 닿게 눕혔지만, 사내는 그 상태에서도 몸을 새우처럼 구부렸다.

    의식이 있긴 하지만 피를 적게 흘리게 하기 위한 몸의 본능적인 반응이었다.

    “이봐요. 동맥이 잘렸는지 안 잘렸는지 살펴야 당신을 살릴 수 있어요. 손 좀 치워 봐요.”

    “나, 날 사, 살릴 수 이, 있다고?”

    사내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

    2화. 어처구니없는 부활 (2)

    “상처를 살펴봐야 살릴 수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어요. 일단 손 좀 치워 봐요.”

    “사, 살려 줘! 살려 줘…….”

    화부는 사내의 손을 억지로 치우고 벌어진 배와 흘러나오는 내장을 다시 살폈다.

    ‘원래는 위생장갑을 끼고 만져야 하지만 여기선 그럴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군. 손 씻을 물도 안 보여.’

    화부는 임시방편으로 사내의 피로 자신의 손을 씻었다.

    “부 도련님! 거기 부 도련님 맞죠?”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 망태기를 맨 사내 한 명이 달려오며 화부를 불렀다.

    화부는 고개를 들었다가 대번에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왕삼이 아저씨잖아! 안 죽은 거야?’

    왕삼은 자신들을 쫓아오는 산적들을 유인하기 위해 갈림길에서 헤어졌었다.

    많은 산적들이 그를 쫓아갔기에 죽은 줄 알았는데 용케 산적들을 따돌리고 온 모양이었다.

    “아저씨.”

    화부는 현대의 기억 때문인지 왕삼이 하인임에도 쉽게 아랫사람처럼 대하지 못했다.

    “오, 온통 피투성이잖아! 도, 도련님. 괜찮으신 겁니까?”

    “난 괜찮아요. 그리고 이건 내 피가 아니라 다친 사람들의 피예요.”

    자신의 피가 맞지만 부활을 하며 모든 상처가 사라졌기에 적당히 둘러댔다.

    왕삼은 서둘러 다가와 화부의 몸을 살폈다.

    상의가 뭔가에 의해 길게 잘리긴 했지만 피부가 갈라진 곳이 없자 겨우 안심을 했다.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전 도련님이 다치신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난 멀쩡하다니까요. 그것보다 여기 다친 사람들이 많으니까 우물에 가서 깨끗한 물을 최대한 많이 떠오세요. 그리고 혹시 바늘 하고 실 있어요?”

    “도련님, 왜 갑자기 제게 존댓말을 쓰세요?”

    왕삼은 화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화부는 퍼뜩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적당히 둘러댔다.

    “경어가 갑자기 편해졌어요. 그런 사소한 것 따지지 말고 어서 바늘 하고 실 있으면 주세요.”

    “바늘 하고 실이 없는데요. 혹시 옷을 꿰매시려는 겁니까?”

    “지금 이 판국에 옷 꿰매려고 바늘 하고 실 찾겠어요?”

    “그럼 왜 찾으시는 겁니까?”

    “이 사람 배 갈라진 것 안 보여요. 꿰매 줘야 할 것 아니에요?”

    “배를 꿰맨다고요? 이미 내장까지 쏟아졌는데 꿰맨다고 살 수 있겠습니까?”

    “꿰매 놓고 운이 좋으면 살겠지요. 아무것도 안 하고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간 없으니 어서 마을을 뒤져서라도 바늘 하고 실을 구해 오세요. 어서요.”

    “네. 아, 알겠습니다.”

    왕삼은 어리둥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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