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엘디아룬 - 9

127일전 | 22읽음


"인형은 못 울어! 그러니까 눈을 후벼 봐서 울면 사람이고, 피가 나면 인형이다!"


"맞아! 그럼 되겠다!"



레데이브도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그 단순 무식한 논리에 기가 막혔다. 그렇게 막 찌르면 피가 안 날 사람이 없겠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진지함은... 위험하다. 확실히 위험하다.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계경보가 울려 퍼졌다.



'으악, 저 놈 진짜로 눈 쑤시는 거 아냐?'



이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저 악동들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 네르는 여기서 생으로 장님이 돼야 하나 갈등했다. 제데브가 손가락을 꼿꼿이 편 채로 성큼 다가왔다.



'절대 그건 안 돼!'



결정은 빨랐다. 네르는 신발을 벗어 제데브에게 힘껏 던졌다.



"악!"



달려 있던 홍옥에 이마를 정통으로 맞았는지 딱 하는 소리가 나며 제데브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즉시 네르는 어리둥절해 있는 레데이브 뒤로 빠져나갔다


. 뒤에서 제데브의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간다! 잡아!"



레데이브가 쫓아오는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재빨리 문을 열고 나간 네르는 뛰어가지 않고 문 뒤로 숨었다. 레데이브가 쾅 하며 문을 열어 제쳤다.


복도에서 잠시 고민하던 레데이브는 오른쪽으로 뛰어갔다. 그녀는 그것을 확인하자 죽어라고 왼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 등신아! 저쪽으로 가고 있잖아!"



어느새 제데브가 가세한 모양이다. 네르는 울상이 되어 짧은 다리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러나 네 살짜리가 뛰면 얼마나 뛰겠는가. 거리가 몇 미터밖에 남지 않았을 때,


그녀는 목걸이를 거칠게 잡아뜯었다. 여린 비단실이 찌익 끊어지며 보석이 주르르 바닥에 흩어졌다. 간발의 차이로 두 악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넘어져 주었다. 욕설이


들렸지만 거기에 신경 쓸 만한 여유도 없었다.



'젠장, 내가 왜 이렇게 뛰어야 하냐고!'



어디로 뛰는 지도 몰랐다. 네르는 복도에 세워진 소형 테이블을 발견하고 테이블 보에 달린 레이스를 힘껏 잡아당겼다. 와장창하며 테이블 위에 있던 도자기가 박살이 났다. 그렇게 유리 조각으로 장애물을 만든 뒤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마다 쓰러뜨려 장애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행히 태양궁엔 예술적인 장식품들이 복도마다 가득했다. 오늘, 태양궁은 인간 재해를 만나 수천 엘더를 넘어가는 손해를 냈다.



'아악, 계속 따라오잖아! 이런 거머리 같은 놈들!'



애쓴 보람도 없이 거리는 자꾸 좁혀졌다. 네르는 숨이 차오고 머리가 아팠지만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달리다 누군가의 손이 네르의 어깨를 잡아


멈추게 했다. 간이 콩알만해졌다. 그녀는 잡혔나보다 싶어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


"이런, 네르...?"



이것은 네르에게 너무도 친숙한 목소리였다. 낭랑한, 노래하는 듯 매끄러운 어조. 필론이었다. 네르는 하도 뛰어 가쁜 숨을 헉헉거렸다. 그런데 멀리서 또 하나의 잘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거기 안 서?"



'... 카잔 경?'



필론의 단단한 팔이 네르를 안아 올렸다. 그녀는 겨우 안심해서 필론에게 안겨 뒤를 돌아 보았다. 양팔로 그의 목을 두르자 마음이 놓였다. 복도 저 편에 카잔이 양팔에


쌍둥이를 하나씩 끼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도 꽤나 달린 듯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카잔은 그제야 왕을 발견하고 흠칫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그대로


쌍둥이를 옆에 매단 채 왕 앞으로 걸어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 면목 없습니다, 폐하."



카잔은 완전히 홍당무가 되어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쌍둥이도 '폐하'란 말에 놀란 듯 버둥거리지도 않고 얌전했다. 네르는 아직도 벌떡벌떡 뛰는 가슴으로 세 금발머리를


바라보았다. 똑같은 색조의 찬란하기 그지없는 황금빛. 다만 두 개는 먼지가 묻어 회색으로 더러웠지만. 그녀는 갑자기 서러워져서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앙..."



필론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서툴게 네르의 등을 토닥였다. 신세가 서러웠든지 어쨌든지 그녀는 더 크게 울어버렸다.




"손 똑바로 안 드십니까!"



쌍둥이는 찔끔해서 내렸던 손을 도로 올렸다. 찰랑, 하며 손에 든 양동이에서 물이 튀었다.



"튀었잖아, 임마!"


"네가 먼저 그랬어!"


"조용히!"



그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리에나는 이 말썽꾸러기 왕자들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니, 장난을 칠 데가 없어 여기 와서 우리 공주님을 울게 만들었단 말야?'



쌍둥이는 리에나의 매서운 시선을 느꼈는지 딴청을 피우며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 정말 독종들이야. 한 알레온(30분)이 다 돼 가는데 힘들단 소리도 안 하니...'



쌍둥이들은 그 유명한 악동 콤비, 제데브와 레데이브 왕자들이었다. 7년 전 태어나서부터 젖을 물리는 사람의 젖꼭지를 세게 무는 식으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해서,


기어다닐 때는 바닥에 있는 건 아무 거나 삼켜버렸고, 서툴게 걷기 시작할 때부턴 그들의 손이 닿는 모든 범위에 있는 물건들이 선반 위로 치워져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뛰어다니기 시작했을 때, 성안의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악몽이 되어 버렸다. 예니엘스의 장미궁 문지기들은 다들 한번 씩 그들의 후춧가루 폭탄을 맞아 본 일이 있었고,


장미궁 당직 기사들은 시시 때때로 뜨거운 물벼락을 맞았다. 시녀들은 걸려서 접시 안 깨 본 사람이 없었고 시종들은 쥐덫에 발 한 번 안 치어 본 사람이 없었다.



차라리 장미궁 사람들만 봉변을 당했으면 좋았을 것을, 요새는 다른 궁까지 '원정'을 가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그들의 어머니인 예니엘스가 안 불려 다니는 날이 없었다.


이래저래 쌍둥이 왕자들의 평판은 자꾸 떨어져가니, 이대로 가다간 일왕자 카르트가 왕이 되는 날이 머지 않을 것 같았다. 요새는 밤마다 예니엘스가 히스테리를 부린다는


믿지 못할 소문조차 떠돌고 있었다.



이 말썽꾸러기들의 버릇을 고치려고 예니엘스는 별별 수단을 다 써 보았다. 좋게 말로 타이르는 것부터 때리고 굶기고 다른 사람 앞에서 무안 주고 기타 등등 할 수 있는


짓은 다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장난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의 원망만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젠 아주 손놓고 있는 실정이었다.



"... 죄송합니다."



리에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을 째려보았다. 카잔 엘트 샤흔, 그가 자기가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대체 조카들 관리를 어떻게 하시는 겁니까!"



리에나의 앙칼진 목소리에도 카잔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속으로 자신의 누이를 원망할 따름이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애물단지들이 나왔는지. 태양궁에 배속되었을 때


드디어 저 말썽꾸러기들과 안녕이란 생각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더구나 저 극성들을 떠나 귀여운 아가씨와 함께 있게 되었다면 말 다 했다.



'그 동안 삼촌이란 것 때문에 장미궁을 떠나지도 못하고... 저 녀석들 뒷수습한다고 쫓아다닌 시간이 얼마였던가. 그런데... 여기서도 그런 꼴이라니!'



그는 무서운 눈으로 쌍둥이들을 노려보았다. 쌍둥이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쏘옥 내밀어 보였다. 그는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걸 느꼈다.



"크아아악! 이 녀석들을 그냥!"


"꺄아앗, 참으세요, 카잔 경!"


"아앗, 아동 학대다!"


"폭력 기사가 나타났다!"



밖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져도 네르의 침실은 조용했다. 온통 은은한 분홍색으로 장식을 한 방 가운데 하얀 모슬린 커튼이 쳐진 마호가니 침대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 네르 공주가 잠들어 있고 왕은 침대 옆에 앉아 아이를 토닥이고 있었다. 거기서 한 발 떨어져 드 모어 후작부인 셰리엠이 서 있었다. 필론은 울다 잠든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적갈색 머리칼이 부드럽게 그의 손 사이로 빠져나갔다. 네르의 얼굴엔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눈꺼풀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아이 혼자 남겨두고 나다니다니, 경솔했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후작부인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잠시 나간 사이에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녀라고 악동 콤비의 소문을 듣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감히 태양궁까지


원정을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가 백조궁에 가서 왕비에게 문안을 드리는 동안 리에나와 유모도 일손이 부족하다며 연회장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쌍둥이는


완벽하게 경비를 뚫고 무인지경이 된 거울의 방에 잠입해 네르 공주를 훌륭히 울려 놓았다...



"다음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네. 나가 보게."



후작부인이 물러가자 그의 얼굴에 살짝 웃음이 떠올랐다. 그는 아이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말고 중얼거렸다.



"이 녀석도 울 줄은 아는군."



네르가 완전히 갓난아기일 때를 빼면 철들고 나서 운 일이 없었다. 그래서 네르가 울 당시에는 당황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아직은 아이다운 구석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가끔씩 네가 정말 애 같지 않게 느껴져서 말이다. 결코 당황하는 법이 없고, 애들이 좋아하는 것에도 무심하고, 참을성이 강한 건지 짜증도 내지 않고... 그럴 때마다


벌써 네가 다 커버린 것 같아서 서운하단다."



착각일까? 왠지 네르의 몸이 움찔한 것 같았다. 필론은 한동안 네르를 지켜보았지만 쌔근쌔근 잘 자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흐음 하는 소리를 뱉곤 그녀를 몇 번 토닥인


다음 방을 나갔다.



완전히 인기척이 사라진 다음에 공주는 반짝 눈을 떴다. 그녀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 십년 감수했다."



이곳엔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 그녀의 모국어(?)였다. 가은은 탈진한 얼굴로 침대 위를 쳐다보았다. 하얀 커튼이 시작되는 곳에 황금빛 고리가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픽 웃었다.



"모기장 같다."



좀 부끄러웠다. 애도 아닌데 그렇게 울어버리다니.



"아... 나 애였지."



대체 왜 그렇게 울어 버린 걸까. 좀 무섭긴 했다. 장님이 된 느낌이란 건 정말 끔찍하니까.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시 겪고 싶진 않았다.



"... 그게 무서웠던 게 아냐."



정말로 무서웠던 것은... 아무도 없다는 것. 그렇게 쫓기고 있었는데, 그렇게 절박했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 곁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



"집에선...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가슴 한구석에 박하 향을 품은 바람이 분다. 눈시울이 뜨겁다. 코가 시큰거린다. 황금 고리는 희미한 노란 점이 되어 버렸다.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옆으로 흐른다.


가은은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려다 그대로 두었다.



"진짜로, 보고 싶다 ..."



가은은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푹신했다.



***



이 때부터 네르는 땅을 파게 되는 겁니다. 참 미안한 마음이... 이런 성격이 된 것은 전적으로 제 탓이니까요. 이계물은, 아무래도 주인공에게 이입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말하자면, 네르는 저의 분신 같은 아이니까요.



그녀의 이야기에 동참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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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7장-모범생 7장-모범생 "... 가은아! 진가은!"


"... 아?"



한창 책에 빠져 있던 소녀가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얼굴을 대부분 가리는 헤어스타일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그러나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보다는 어딘지 음울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10대라면 쓰지 않을 법한 금빛의 반 무테 안경 너머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검은 눈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요번엔 무슨 책이야?"



친구 T는 가은이 읽고 있던 책을 뒤집어 보았다.



"르네상스의 여인들... 그럼 그렇지. 야, 가자, 가."



가은은 머쓱하게 웃고 미리 챙겨 놓았던 가방을 집어들었다. 교실의 자리는 이미 많이 비어 있었다. 방학이 가까워져서 야간 자습을 빼먹고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T와 함께 복도로 나섰을 때, 옆 반에서 G가 쪼르르 달려왔다.



"앗, 가으은! 가는 거야?"


"어? 어..."


"안 돼! 난 담탱이 땜에 가지도 못한단 말야! 남아!"



막무가내로 가은의 가방을 끌어안고 외치는 G. 그녀는 당황해서 어떻게든 달래 보려고 했지만, 아이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땡깡을 부리는 G는 요지부동이었다.



"... 알았어. 안 갈게."


"정말?"


"응."



T는 그럴 줄 알았단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럼, 먼저 간다."


"음. 미안, 잘 가."



G는 해실해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트한 머리칼 틈으로 뭔가가 반짝 빛난다. 보나마나 특이한 귀걸이겠지.



"... 오늘 학원도 안 가는데."



가은은 이마를 찌푸리고 G를 쏘아보았지만 G는 천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 놓고 토닥거린다.



"아이, 착해라~."



"... 왜 같이 못 가는데?"


"가면 5시까지 못 들어가잖아."



그건 훨씬 전의 일이었다. 중학교 때 하교길, E는 답답하단 얼굴이었다.



"누가 그렇게 시켜?"


"... 걱정하잖아. 그리고 그때까지 안 들어가면 왠지 안심도 안 되고..."


"너 참 이상해. 좀 놀러가는 것 뿐이잖아."


"그리고, 난 원래 사람 많은 덴 싫어."


"... 야, 난 니가 시내 가자고 할 땐 맨날 같이 갔잖아!"


"그거야, 나 혼자 나가면 연락 안 했다고 네가 화를 내니까..."


"너무한 거 아냐?"



그래, 그래서 싸웠던 것 같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조그만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억지로 입을 다물려고 안간힘을 쓴다.



"또 말도 안 하고 어디 갈 거냐?"



아버지가 호통을 쳤다. 할머니의 손에 들린 빗자루가 너무 무서웠다. 가은은 차마 말은 못 하고 도리질을 쳤다.



미술학원에 다닐 때였다. 한 대여섯 살 때의 일인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학원에서 꽤 떨어진 미술관으로 견학을 하러 갔었다. 가은의 동생은 너무 어려서 걸어갈


수 없었으므로 그대로 집으로 보냈다. 그런데 동생이 학원생들을 보고 '모르는 사람들(틀린 말은 아니었다. 동생이 학원에서 아는 사람은 선생님뿐이었으니까.)이랑


어디로 갔어요'라고 집에다 전한 것이 화근이었다. 경찰서에 연락하고 난리가 났던 것이다.



잘 구경하고 집에 온 가은으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그렇지만 당시엔 정말 억울해도 뭐라고 말도 못하고 손바닥을 맞았다.



"글쎄, 내 생각엔 줏대가 없다고 할까..."


"... 그래?"



Y에게 점심 먹으러 급식소로 내려갈 때 물었었다. '내가 어떤 사람 같아?'라고.



"음. 그러니까, 이 사람 말을 들으면 그래 그렇구나 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들어도 그렇잖아. 쉽게 자기 생각은 털어놓지 않고, 끌려다닌다고 할까..."


"... 귀가 얇아서 그래."



가은은 씁쓸하게 웃었다.



"H 좀 본받아라. 아니, 다른 애들은 밤 12시까지 공부한다는데 넌 집에만 오면 컴퓨터 한다고... 맨날 쓸데없는 만화나 보고 자빠지고!"



가은은 어머니의 잔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마우스를 움직였지만 가슴이 아려왔다.



"책이랑 컴퓨터 좀 줄이면 안 되겠니? 이젠 고 3이잖아."


"내가 잘못 키웠지, 잘못 키웠어! 이건 (컴퓨터)앞에만 앉으면 새벽까지..."



가은은 가슴에 왠지 모를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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