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엘디아룬 - 3

190일전 | 112읽음

몸으로 무는 것에 불과했지만. 손톱을 뜯던 버릇이 남아 있어 그런 것이었다.



'... 어라?'



갑자기 향기가 더욱 짙어지더니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몸이 붕 떴다. 누군가 그녀를 안아 든 모양이었다.



'아아, 난 고소공포증인데.'


'그거 곤란한데요. 몇 년 동안은 이런 신세일 텐데.'



가은은 머릿속에 다름 사람의 목소리가 울리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낮고 부드러운, 저음의 바리톤과도 같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 누구야?'


'그렇군요. 초면이지요, 우린. 나는 게일, 게일 윈드테이머. 미력하나마 바람의 마법사 칭호를 얻고 있답니다.'



당황스럽다. 요즘은 놀랄 일이 아주 차고 넘친다. 머릿속으로 말을 전해 오다니?



'... 이거, 텔레파시...?'


'그건 뭡니까?'



이렇게 되면 이쪽에서 할 말이 없다. 가은은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사실 저 남자 말마따나 초면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쪽은 꽤나 조용한 편이군요. 요 이틀 간 궁금한 게 있었을 텐데요...'


'... 설마.'



가은은 숨을 한 번 쉬고 나서 물었다.



'내가 아기가 된 이유를... 당신이 말해 줄 수 있단 겁니까?'


'이해가 빠르군요. 그렇습니다.'


'... 왜죠?'



목소리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입을 연 목소리는 어딘지 초조하고 긴장한 듯했다.



'이것은 긴 이야기입니다. 아주 멀고 먼 옛날의 약속... 가능하다면 지금 다 말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군요. 다만 이것만은 말해두겠습니다. 당신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환된 자입니다. 그 약속은 여기서 성급히 말할 성질의 것이 못됩니다만, 저와, 제가 모시는 분과, 아니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있어 무척 중대한 일입니다.'


'... 세계를 구하는 일이라도 된다는 것 같군요, 그 말은.'



잠깐의 침묵. 목소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어조로 말했다.



'그, 그걸 어떻게...? 역시, 해신의 지혜가 선택한 이답군요...'



가은은 이것 하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이마에 커다란 땀방울 하나가 달려 있을 것이라고.



'하도 많이 써먹어서 이젠 진부한 사건 전개라니...'


'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왠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심한 느낌이 마구마구 들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목소리는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진지하게 물어왔다.



'당신의 이름은?'



거역할 수 없게 만드는 느낌에 가은은 내키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입을 열었다.



'... 가은. 진가은.'


'과연. 해신의 업을 짊어진 자...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가은의 몸이 다시 뜨더니 바닥에 눕혀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기씨가 꽤 영리하신 것 같습니다."



'어, 어라? 들린다...?'



게일의 목소리는 이제 머릿속이 아니라 귀로 들려왔다. 하지만 대답하는 말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저 녀석 말만 들리는 건가?'



"천만에요. 분명 큰일을 하실 겁니다."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이상한 기분일 줄이야. 가은은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언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 그 상대가 게일(어딘지 믿음이 안 가는-그런 삼류 소설 같은 사건 전개라니!)이란 것이 맘에 들진 않았지만. 고작 하루만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좋아하고 있다 갑자기 누군가 팔을 턱 잡자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버둥거렸다.



'뭐, 뭐야, 뭐 하는 거죠?'


'언어를 쉽게 익힐 수 있게 해 주는 겁니다. 말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이 생활이 그렇게 지루하진 않겠지요. 바보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열심히 배우도록 하십시오.'



생각으로 이루어진 대화는 무척 짧았고, 게일의 몇 마디 말 후엔 환한 빛이 보이더니 조용해졌다. 그리고 조금 뒤 청량한 향기 속으로 어제 맡은 강렬한 향기가 배어들었다.



'윽, 또 그 사람? 대체 어떤 향수를 쓰길래 코가 이렇게 아픈 거야?'



갓난아이의 민감한 코로 맡기엔 너무 독했나 보다. 결국 가은은 그 사람에게 안겨서 또 재채기를 해 버렸다.



***



네, 게일의 짧은 등장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앞으로 한동안 볼 일이 없죠. 2부에선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겁니다만... 이 사람은 신상 문제로 상당히 고민이 되는 캐릭입니다. 동성애로 만들어? 말아? ㅡㅡ;; 뭐, 쓰면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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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3장-총애 3장-총애 "요새 공주님 보는 재미가 쏠쏠하시다면서요?"



필론은 서서 창 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산들바람이 가볍게 그의 붉은 머리칼을 쓸고 지나갔다. 짙은 남색의 커튼이 소리 없이 펄럭였다. 초겨울의 햇살이라지만 아직 미약하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왕의 집무실에서 보는 경치는 전망이 무척 좋았다. 집무실이 높은 곳에 있기도 했지만, 본디 성이 지대가 높은 곳에 있는 까닭이었다.



"뭐, 그렇게 특이하게 생긴 녀석은 처음 보니까."


"잘도 자신의 딸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말한 이는 쿡쿡 소리내어 웃었다. 감히 그 앞에서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이제 예레미엘 카스옌 엔젠스베르거, 어릴 적부터 필론과 함께 자란 발렌트 백작밖에 없었다. 덧붙여 지금처럼 사석에서 그 앞에 당당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다."


"어련하시겠습니까."



필론은 못마땅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푸른 머리칼을 가지런히 목 뒤에서 묶어 내린, 유쾌한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그의 친우는 그와는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성격을 지녔다. 무모하고 저돌적인데다 마음씨 좋고 고지식할 만큼 정과 의리를 중시한다. 그러나 그런 발렌트 백작도 필론과 관계된 일에 있어서 만큼은 필론 자신보다도 잔인하고 냉정해졌다.



"어이구, 그렇게 노려보시면 무섭지 않습니까."


"마음에도 없는 말을 입에 담지 마라."


"이런 이런, 자네도 알잖아. 난 무서울수록 더 무모해지는 거."



필론이 정말 화가 난 듯 했기에 예레미엘은 어릴 때처럼 말을 낮추었다. 필론은 흥 하고 한 번 코웃음을 친 뒤 다시 말이 없었다. 백작은 흠흠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었다.



"세느웰과 예니엘스는 한시름 놓은 모양이더군요. 어쨌든 왕자는 태어나지 않았고, 이로써 그녀들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니까요."



세느웰은 일왕자 카르트를, 예니엘스는 쌍둥이 왕자 제데브와 레데이브를 낳은 후궁들이다. 둘의 세력은 비슷비슷했다.



"드 모어 후작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왕자만 태어났어도 단숨에 만회할 수 있었을 텐데, 아깝군요."


"... 그는 원래 불확실한 것에 모든 걸 맡길 정도로 허술한 사람이 아니니까. 왕자가 태어나도 좋지만, 미리엠이 이대로 아이를 얻지 못해도 별 상관이 없을 거다."


"무슨 비장의 한 수라도 숨겨 놓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 군요."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지. 몇 년 지나면 세력 판도가 바뀔 테니 두고 보게."


"그 말은... 그 예언을 두고 하시는 겁니까?"



왕은 창 밖에서 시선을 돌려 백작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 예언 따위에 신경이 쓰이나 보군."



차디찬 청회색 눈동자와 마주하자 제아무리 담이 큰 백작이라도 몸이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것은, 그의 말대로 천성 탓이었다.



"... 예언은 사람들을 움직이니까. 언제나 그런 것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을 움직이려는 자들도 항상 있어왔지."



숨막힐 듯한 정적. 백작의 등에 찬 기운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깜박이지 못하는 눈이 아파 와도 왕의 눈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떨리는 손은 억지로 꽉 쥐어져 있고, 침조차 마음대로 삼킬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긴장은 필론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는 걸로 깨져 버렸다. 예레미엘은 길게 한숨을 쉬며 땀이 배어 나온 손을 슬그머니 바지에 문질렀다.



"...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너랑 있으면 정말 긴장이 부족해서 일을 그르치진 않을 거야."


"오늘은 됐어. 이만 가 보도록 해."



예레미엘은 속으로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를 시험한 게 미안해서 그는 지금 해라 조로 말을 바꾼 것이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물러났다.



'아, 지루하다.'



가은은 한가하게 천장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상아색 바탕에 붉은 색 띠가 사각으로 교차하고, 그 정점에 분홍색 유리로 된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 샹들리에를 매단 금속 줄에는 하얀 리본이 매여 있고, 지금은 초가 꽂혀 있지 않은 촛대들에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어디선가 맑은 소리가 났다.



짤랑...



가은은 머리 바로 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 위에는 정교하게 만든 모빌이 돌아가고 있었다.



'돈도 많지. 저거만 떼다 팔아도 몇 달은 먹고살겠다.'



모빌은 색이 선명한 돌들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도 났다. 돌들이 매달린 가지 외에 다른 몇 개의 가지에 굵기와 길이가 모두 다른 금속 막대들을 매달아서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가지와 줄들이 모두 황금이었다! 가은은 잘 몰랐지만 매달린 돌 하나 하나가 웬만해선 볼 수 없는 것들인데다 금속 막대의 재료하며 그 배치가 여간 정교하지 않았다. 난쟁이들과 유명한 악기공의 합작이라고 전해지는, 실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었다. 왕실 보물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왕이 특별히 꺼내오게 한 것으로, 여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왕이 '못난이 공주'(시녀들 사이에 은밀히 불리던 것이 곧 성 전체로 퍼졌다.)에게 단단히 빠진 것이 분명하다고.



"그 못생긴 아기를 뭐가 좋다고..."


"높으신 분들은 특이한 걸 좋아하시잖아?"


"알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한국식으로 백일이 다 된 지금은 공주가 못났다는 것도 옛말이 되고 말았다. 가은의 피부는 황달을 앓은 뒤 날이 갈수록 하얘져서, 왕실 안 아기들 중에서 제일 곱고 하얀 피부가 되었다. 어느 틈에 못난이 공주란 별명도 사라져 버렸다.



"우리 아기씨, 뭐하고 계세요?"



저 위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가은은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방긋 웃어 보였다. 진한 갈색 곱슬머리를 헐겁게 땋아 내린 여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뽀얗고 둥근 얼굴에 풍만한 몸매, 부드러운 손을 가진 그녀는 가은의 유모이다. 가은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정말 놀랐지.'



처음에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랬던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추측되는 인간부터가 하얀 얼굴에 푸르스름한 눈, 빨간 머리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전형적인 백인의 얼굴이 빤히 쳐다보자 거부감이 먼저 든 건 사실이었다. 어머니란 인간은 더했다. 청록색 눈에 보라색 머리칼이었으니 말이다. 종종 희한한 머리색을 가진 사람들도 보이고, 흑인이나 인도인처럼 가무잡잡한 피부의 사람들도 있었다. 이젠 이 외국인(?)들의 풍경에 꽤나 익숙해졌다.



그들이 걸친 옷 또한 유럽풍의 옛날 옷들이었다. 학교에서 가사 시간에 배운 의상의 역사에 나오는, 나폴레옹 1세 시대와 르네상스 풍이 적절히 섞인 옷들이었다. 다행히 남자들의 바지는 평범한 일자 바지였다. 혁명기와 르네상스 풍의 그 민망한 딱 달라붙는 바지(그렇게 입고 배가 볼록 튀어나온 남자를 보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나 타이츠가 아니라 가은은 정말 안도했다. 그런데 갑옷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자들도 있었다. 저 쇳덩이들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란 걸 아는 가은은(조그만 보온병을 가방에 넣고 다닐 때도 제법 무거웠으므로) 진심으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법도 있었다! 길게 끌리는 청록색의 펑퍼짐한 옷(아마 그게 로브일 것이라고 가은은 짐작했다.)을 걸친 할아버지가 와서 팔찌를 살펴볼 때였다. 뭐라고 중얼중얼하더니 어떤 도구도 없는데 갑자기 빛의 구가 나타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던 것이다. 그건 확실히 속임수 따위는 아닌 것 같았다. 가은으로선 여기가 확실히 소설에서나 보던 판타지 세계가 맞는갑다, 하고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후로도 종종, 냉난방 장치가 고장났다거나 조명장치(그녀의 방에 매달린 샹들리에의 촛대는 결국 장식용이었다.)의 수명이 다 되었을 때 그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가은이 보기엔 그 사람들이 뭐라고 중얼중얼 하고 나면 거짓말같이 장치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유모가 가은을 안아 올려 품에 않았다. 그녀에게서 희미하게 풍기는 우유 냄새와 고소한 빵 냄새가 가은은 무척 좋았다. 마침 천장 쳐다보기나 뒤집기 연습에도 싫증이 나 있던 참이었다. 그녀의 고소공포증은 석 달 동안 많이 치료된 듯 했다. 이젠 누가 안으면 순순히 안겼으니 말이다. 시력이 돌아왔을(?) 때 가은은 안길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그래서 기분이 안 좋을 땐 마구 발버둥치며 저항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안아서 달래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얼마나 고생했던지. 아무튼 그렇게 호되게 겪고 나니 이 정도 높이는 이제 무섭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초기에 장님에 벙어리에 귀머거리 신세를 겪고 나자 다른 것들은 '이 정도쯤이야'할 만큼 대범해졌던 건 사실이었다. 몸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나자 여기가 어디란 것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몸이 멀쩡하단 거니까. 다신 그런 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째 기운 없어 보이는 사람이야. 어디 아픈가?'



유모의 품안은 무척 푹신했다. 그러나 가은은 유모의 가슴속에서 싸한 박하 향기를 품은 바람이 부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것이 슬픔의 향기란 걸 알아차리기엔 가은은 아직 미숙했다. 공주나 왕자의 유모로 들어오는 여인은 자신의 갓난아이를 그 뒤에 남겨두고 와야 하는 것이다. 대신 유모의 평생은 보장되며, 궁 안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아이와 생이별한 그 슬픔은 비록 감춰져 있지만 깊고도 강렬한 것이었다.



"폐하께서 오늘도 오실 지 모르겠네요. 요새 들어 조금 뜸해지신 것 같기도 하구요."



가은이 알아들은 것은 '폐하'와 '오늘'이란 단어였다. 당연한 일이랄까, 이곳의 언어도 그녀가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독특한 성조와 딱딱 끊어지는 리듬, 영어와 중국어가 섞인 듯한 발음, 덕분에 아기가 된 지 석 달이나 됐지만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간단한 문장 십여 개와 단어 수십 개 정도였다. 그나마 옹알이를 시작한 후에 유모가 이것저것 말을 가르치기에 애쓰니 요 한 달간 이 나라 말이 조금 늘었다. 처음에 말을 제대로 못했던 건 이가 없어서란 걸 알고 나서 가은이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근데 보통 말을 가르치는 건 엄마나 아빠가 직접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아기들 같으면 어머니가 직접 하겠지만, '못난이 공주'의 위명 덕인지 왕비는 왕이 오는 시간에 맞추어 와서 하루에 한 시간 얼굴을 볼까 말까 했다. 요즘 좀 예뻐진 덕인지 전보단 자주 왔지만.



흔히 아기들은 어머니가 옆에 없으면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우는 법인데 일찍부터 유모에게 길들여져서일까, 공주는 그렇게 우는 일이 없었다. 배고플 때나 기저귀 갈 때를 제하곤 보채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고소공포증 때문에 고생할 땐 좀 울었다.) 그것을 두고 또 이런 저런 말이 나돌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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