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엘디아룬 - 10

167일전 | 57읽음

몸을 일으키자 이젠 익숙한 침대 커튼과 분홍색 비단 이불, 정교한 레이스가 달린 하얀 소맷자락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의, 아무리 봐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하얀 손...



"... 눈물?"



가은은 차가운 손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뭔가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그녀는 꿈을 기억해 내는 데는 별 소질이 없었다.



"일어나셨어요? 조금 일찍 깨셨네요."



유모가 들어오다 말고 그녀를 보며 미소지었다. 팔에는 네르가 오늘 입을 옷을 들고 있었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르는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왠지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다. 하긴, 평소에도 특별히 밝은 기분인 적은 없었다.



"저런... 우셨어요? 무서운 꿈이라도?"



네르는 고개를 젓고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유모는 손수건으로 눈가를 꼼꼼히 닦아준 다음에야 잠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오늘 것은 등뒤로 단추를 잠그게


되어 있는 것이라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와 드려요?"



네르는 고개를 저었다. 재빠른 솜씨로 실크 스타킹을 신고 블라우스 위에 허리까지 딱 붙는 원피스를 입는다. 유모가 허리 뒤의 리본을 묶어 주고 의자에 앉힐 즘 해서


리에나가 들어왔다. 세숫대야를 든 그녀는 네르가 깨 있는 것을 보자 당황하며 주뼛주뼛 인사를 했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 라고 대답할 기분이 아니라 네르는 약한 미소를 보내고 그녀가 가져온 대야에 세수를 했다. 리에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렇게 일찍 일어나실 줄은 몰라서..."


"괜찮아요."



리에나는 주인의 얼굴을 살폈지만 언제나처럼 침착하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그래도 시녀의 감으로 네르가 상당히 기분이 저조하다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네르가 머리 손질하는 동안 유모의 옛날 이야기에도 어색한 웃음을 두어 번 지었다는 것으로 확실해졌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이야기였는데. 리에나는


유모에게 그만하라는 눈짓을 보내고 물었다.



"아직도 어제 일로 기분이 안 좋으세요? 그 왕자님들은 성정이 거친 분들이라서...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 별로, 아직까지 그걸로 마음 상해 있진 않아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 그 쌍둥이 분들은 그래도 카르트 왕자님은 안 그러시죠. 무척 점잖고 똑똑하신데다 패기가 넘치는 분이세요. 아무튼, 일년 전부터-그러니까


쌍둥이 왕자님들처럼 장난만 치고 다닐 시기에- 검술을 배우겠다고 하실 정도로 영민하시죠."


"... 그래요?"



아무래도 뭔가 잘못 짚은 것 같은데. 리에나와 유모는 얼굴을 마주보다 한숨을 쉬었다.



'비 때문일까.'



침실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식당으로 가는 복도에 난 창문으로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서늘한 기운에 네르는 숄을 여몄다. 이 우울한 기분은 여간해선 가실 것


같지 않다.



필론은 어제 다 못한 서류를 식탁 옆에 쌓아두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싸늘한 시선으로 종이를 쏘아보던 그는 네르를 보자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주위 사람이 놀랄 만큼


다정한 웃음이었다.



"잘 잤니?"


"... 네."



아이의 기운 없는 웃음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네르는 필론 옆의 자신의 자리에 깡충 올라앉았다. 두르고 있던 숄은 시종이 받아 든 뒤였다.



이곳의 식탁은 모두 원탁형이라서, 어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식탁의 끝과 끝에 앉아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 식당은 왕가


식구들끼리 조촐하게 먹기 위한 것이라 그렇게 크지도 않았다. 여기 오고 나서 큰 것에 질려 있던(우선 몸이 작았으니까) 네르에겐 먹을 때라도 맘 편한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런데도 식사가 끝날 때까지 네르의 기분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약간은 초조한 기분이 되어 그것을 지켜보던 필론은 어제 일에 생각이 미치자 자연히 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 상태에서 '후궁 유지비 예산 삭감 안'을 본 그는 홧김에 거기에 사인을 해 버리고 말았다.



방으로 돌아온 후에도 가은은 여전히 우울한 상태였다. 소파에 앉아 하염없이 상념에 잠겨 있던 그녀는 카잔이 꽤 불편한 기색인데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마냥 한숨을


쉬었다.



'사실은... 항상 혼자였어. 거기서도, 여기서도.'



그래, 사실은 혼자란 것에 익숙했다.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 자신이 항상 남들과 거리를 두고 있었으니까.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래서 자기 일은 항상 자기가 챙기고, 신세를 진다는 것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언제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다. 솔직히 공부 빼놓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라도 있었던가? 아니, 그 공부마저 '제대로' 못 하는 처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 H.'



전과목 우수, 모범생의 정석이라고 할 만한 소녀였다. 성격도 좋아서 친구도 많았다. 이렇게까지 격심한 차이를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녀는 우등생의 위치에 익숙했으니까.


아니, 그녀의 반엔 공부 잘 하는 사람이 많긴 했다.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고 별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말엔 열등감이


고개를 든다.



사실 그녀의 친구들에게도 그녀는 좀 색다른 부류였다. 일명 '판타지 패밀리'라는, 판타지 소설을 잔뜩 빌려다가 쌓아두고 돌려가며 읽는 소녀들과 친했던 것이다.


속에 그녀 같은 모범생 타입은 없었다. 공부는 거의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는 소녀들이었으니까. '할머니'라느니 '시비쟁이'라느니 하는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판타지 패밀리에 속하지 않는 T는 체육복이 교복인 양 입고 다니는(그래도 중학교 땐 선도였단다.), 컴퓨터 쪽으로 나갈 거라는 애였다. 게다가 '이반'의 세계와도 연이


닿아 있었다. G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방식에 태권도 4단, 그러면서 취미는 여성스런 비즈 공예에 스텐실인, 그야말로 특이한 소녀였다.



그리고 E... 이 소녀를 상기할 때마다 가은의 가슴 한 쪽이 죄책감으로 아파왔다.



'... 어째 친구들 중엔 정상적인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나부터가 정상이 아니니까. 책과 그림에 미쳐 있는 소녀. 가은은 쿡쿡 웃다 다시 한숨을 쉬었다. 어찌 됐든 그녀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마저 지금은 곁에 없다.



'나, 문제가 있는 걸까.'



갑자기 서글퍼져서, 그녀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리고 말았다.



***



칙칙한 장입니다. 시리어스 분위기로 가게 된 것은 이걸 쓰고서부터였습니다...ㅡㅡ;; 어쨌든, 이것은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저로선 심각해지지 않을 수가...ㅡㅡ;; 네르의 성격을 한 마디로 잘라 말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대체적으로 이런 애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네르는 대부분 침착하고 조용합니다. 남의 눈을 그다지 의식하진 않지만, 체면 차리는 구석도 은근히 있구요. 이세계에 떨어져도 불안하다거나 간절히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는 아닙니다. 수동적이랄까요. 특별히 큰 위험이 없으면 그렇구나 하고 사는 녀석. 늘 하는 말이지만, 아이죠. 인생을 어떻게 살까 하는 진지한 고민은 하지 않아요.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아이처럼 낙천적인(정말?) 사람이죠.




=+=+=+=+=+=+=+=+=+=+=+=+=+=+=+=+=+=+=+=+=+=+NovelExtra([email protected])=+=


1부 7장-모범생 7장-모범생 카잔은 아까부터 묘하게 아이의 상태가 신경 쓰였다.



네르 공주는 곱게 차려 입고 얌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엷은 녹색을 띤 치마는 빳빳이 주름이 잡혀 있고 끝단에 금실로 화려한 수가 놓여 있다. 섬세한 레이스가 폭넓게


달린 블라우스에는 루비 단추가 영롱한 빛을 발한다. 그 위에 입은 진홍빛 로브-끝에 붉은 우단 프릴이 달린-는 허리 밑에서 양쪽으로 벌어져 남는 자락을 뒤에서 묶고


있다. 가슴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달린 리본, 양쪽으로 틀어 올린 머리엔 팔랑거리는 리본 아래로 비취와 얇은 황금 사슬로 된 그물 망이 적갈색 머리칼을 감쌌다.


저 모습을 보면 누구나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저 칙칙한 표정만 아니라면 말이지.'



거울의 방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테라스 아래로 보이는 정원은 낙엽과 빗줄기가 뒤섞여 을씨년스러웠다. 가을비란 본래 그런 것이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공연히 사람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네르는 빨간 쿠션을 끌어안고 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에메랄드 그린의 눈동자는 우울한 빛을 띠고 분홍색 입술은


살짝 벌어져 간간이 한숨을 뱉어낸다. 무엇이 이 아이의 마음을 이토록 심란하게 하는 것일까.



'확실히 비가 와서 그런 건 아니란 말야.'



같이 지낸 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네르는 대범한 건지 둔한 건지 주변의 분위기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 성격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누구와 눈이 마주치면 빙긋 웃는 것 외엔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데다 책 외엔 대부분 오래도록 관심을 두는 것이 없었다.



주위에서도 이 공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는 편이었다. 유모나 전속 시녀인 리에나 등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녀에게 말을 걸면서 놀아주려고


했지만 그녀 자신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해서 요즘 네르의 방은 무척 조용했다. 사실 시끄러워도 네르에겐 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세계는 무척이나 견고해서


그런 것으로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공주가 적극적으로 말을 하는 것은 왕이 찾아올 때나 가끔씩 자신이 던지는 농담에 반응할 때였다. 그래서 그는 하나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결코 말이 적은 게 아니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이란 것을.



'그럼 뭐지?'



그는 문득 한 가지에 생각이 미치고서 작게 신음을 흘렸다.



'혹시, 아직도 그 충격에서...'



조카들 잘못 둔 죄가 이렇게 크구나. 그 소리에 네르가 그를 쳐다보았다.



"... 어디 아프세요?"


"아니,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네르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창 밖으로 도로 시선을 돌렸다. 카잔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제 그의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치달리고 있었다.



'그래, 분명 이건 삐진 거야. 이 망할 자식들, 불똥이 내게 튀게 만들어?'



사실 이 정도로 생각이 치달리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그의 생각은 무겁게 무겁게 마음 속으로 침잠하기만 했던 것이다. 겨우 예전의 그로 돌아온


듯했지만, 그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마음이 아픕니다."


"... 예?"



난데없는 네르의 말에 카잔은 눈이 동그래졌다. 공주는 느릿느릿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나쁜 게 하나도 없어요. 잘 먹고, 잘 자고, 모두들 좋은 사람들이예요. 그런데... 이 나이 되도록(카잔이 혀라도 깨물었는지 기괴한 소리가 났다.) 같이 얘기할 사람은 없네요.


"



카잔은 당황스러웠다. 이게 과연 애 입에서 나올 말이란 말이냐! 그래도 뭐라고 말을 해야겠기에 머리를 굴리다 나온 말이 이랬다.



"외로우신 거군요."


"외롭다?"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으시니까요."


"친구..."



네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카잔은 그 순간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 어린 아이의 쓴웃음이라니. 하지만 네르에겐 어딘지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친구가 있다고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네요. 나는 솔직하지 못합니다."


"... 요컨대, 성격상의 문제란 말씀이십니까?"


"나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공주는 쿠션을 고쳐 안았다. 서글픈 어조에 카잔은 할 말이 없었다. 빗소리가 방안에 울리고 있었다.



"폐하도... 말입니까?"



한참 만에야 입이 떨어졌다. 네르는 고민하는 듯 하다 잘라 말했다.



"모르겠어요. 왕의 마음만큼 바뀌기 쉬운 것도 없습니다."



카잔은 속으로 절규했다.



'저게 어딜 봐서 애란 말이냐!!! 우워어어어!!!!'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 왕비 마마 때문입니까?"


"아니오."



이번 대답은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바로 떨어졌다. 카잔은 몸이 절로 비비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조숙한 꼬마의 인생상담은 대체 어떻게 해 줘야 한단 말인가!



"그냥... 가슴속에 있는 생각을 털어놓기가 힘드네요... 별로 중요한 것도 없는데. 언제나... 다른 사람들하곤 떨어져서... 왜, 나는 다가가지 못하는 거죠...?"



꼬마는 입을 다물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창밖에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방을 그득 채웠다. 그 침묵을 견디다 못한 카잔은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마구 말해 버렸다.



"주위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요?"


"네?"


"저는 지금까지 마마께서 뭔가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은 잘 하지만, 자기가 직접 뭔가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죠.


공주님은 분명 똑똑하고 착한 아이지만, 흔히 모두들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심하게 말해 자기 생각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마마는 이제 세 살인데


벌써부터 주위의 기대에 너무 맞추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울지도 않고, 말썽도 안 피우고, 조용하고, 마치 일부러 그러기라도 하는 것처럼 '착한 아이'란 말에 딱 맞는


분이지요. 공주님은 좀 더 어리광을 피우거나 고집을 부려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조용했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카잔은 떨리는 가슴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랐다. 감히 내가 이런 말을 해 버리다니! 난 분명히 요놈의 입이 사고 칠 줄


알았어! 무슨 정신으로 이런 말을 줄줄이 꺼내 놓은 거냐!



공주가 고개를 들었다. 카잔은 바짝 긴장해서 자세를 바로 했다.



"저... '경향'이 뭡니까?"


"예? 그러니까 그것은..."



한참 손짓발짓 해가며 '경향'을 설명하고 나자 카잔은 진이 다 빠졌다. 이젠 공주가 호통을 치든 벌을 주든 모르겠다. 그냥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쓰러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런 카잔을 바라보는 네르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공주는 쿠션을 옆에 제쳐놓고 소파에 턱 하니 기대 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걸 잘 모르겠어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랑 이모님이랑 모두 좋은 분들입니다. 하지만 경의 말대로, 내가 먼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그럼 기다리십시오. 언젠가 공주님 앞에도 먼저 뭔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요."



카잔은 이 대답을 하고 나자 숨이 턱까지 차는 기분이었다. 네르는 조용히 모빌을 바라보다 물었다.



"... 화내지, 않으세요?"


"무엇을?"


"모두들 그렇게 잘 해 주었는데..."



카잔은 한숨을 쉬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서운하시기야 하겠지만 다들 화는 안 내실 겁니다. 저도 그렇고... 마음의 문제란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다시 이어진 침묵. 이번엔 카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건,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지껏 선물 해 보신 적이 없으시니까... 준다는 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닙니다. 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뭐든지 연습 없이는 힘든 법이죠."



더구나 당신 같이 뭐든지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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