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몽채화]화랑세기 - 2

193일전 | 261읽음

해서였다.





하늘에 올릴 제사와 조정행사인 공사를 받드는 전삼부는





신라의 기틀을 책임질 화랑들을 현실로 끌어들여 중요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학문, 도덕, 무예를 담당하는 좌삼부에는 화랑의 핵심세력인 오원과 사공이 있네.





오원은 학문과 도덕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며 사공은 무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자랑하고 있지. 두 사람은 화랑 내에서 가장 많은





낭도(郎徒, 화랑의 추존세력)를 거느린 자들로 폐하께서도 두 사람에게 거는 기대가 크시네.





좌삼부를 책임지는 좌방대화랑은 오원, 그가 이끄는 유파는 천상도문파(天上道問派).





하늘 위 길의 문을 열겠다는 뜻이네. 부제인 지고 또한 좌삼부의 일원이었네.”







도의를 깨치고 문무를 겸비해야 하는 화랑의 의무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좌삼부는 청아에게도 그 의미가 남다른 것이었다.





좌삼부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은 큰 실수였다.













“현묘, 악사, 예사를 담당하는 우삼부에는 목운과 연후가 있네. 춤과 음악, 서화와 시문에





능한 자들이네. 두 사람은 화랑 내에서도 특히 더 아름답고 기품이 있어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네. 충심이 강하고 믿음이 견고해 가장 결속이 잘 된 분야라 일컬을 수도





있겠네. 우방대화랑은 연후, 그가 이끄는 유파는 예화가린파(藝花佳吝派)로





꽃과 같은 재주와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뜻이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놓칠 수 없는 유파였다.





청아는 세 가지로 나뉜 유파를 한데 통합하여 화랑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제 지고를 포함하여





소항이 일러준 일곱 사내들의 성격과 특성에 대하여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온 강파와 한파의 성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바였으나





그들이 화랑으로서의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처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짐작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청아는 일곱 사내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천천히 꿰뚫어 봐주겠다고 결심했다.













그 순간 문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때문에 청아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소항공, 준비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진정시켜줄 만큼 낮고 진중한 목소리가 청아의 귓가를 울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믿음직하고 든든한 인물인 것을 확신한 청아의 입 꼬리가 위를 향해 올라갔다.







“들어오게.”







소항의 명령이 떨어지자 내실에 딸린 미닫이문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 문 사이로 들어온 사내는 굉장한 미색과 강한 기운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맑은 눈동자와 곧게 선 콧날이 흔들림 없는 정신과 주군을 향한 굳센 충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내가 쓰고 있는 조우관(새의 깃털이 달린 모자)은 화랑들의 머리장식 중에 하나였는데





그 호화로운 색감과 모양새는 전형적인 신라 상류층 자제들의 멋과 풍류를 드러내고 있었다.







매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직관력과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두뇌를 지니고 있는 청아였으나





그녀를 두려워한 수광의 간섭으로 인해 집안에서 갇혀 산 기간이 길었다.





덕분에 강파와 한파 이외의 젊은 사내를 보는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청아는 뭇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정도로 잘났던 쌍둥이 동생들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내들을 다스리게 되었다는 본분을 지금에서야 확실하게 되새길 수 있었다.













“화랑들의 주인이 될 풍월주, 원화 청아네. 자네의 주군이니 먼저 인사를 올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청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내는 곧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내가 입고 있는 검은 의복이 땅바닥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청아는 고개를 돌려 그가 인사를 올리는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사내는 청아를 공격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듯 손에 쥔 검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였다.





거친 손을 보아하니 그는 좌삼부에 소속되어 무예를 연마한 몸인 것 같았다.





귀족의 자제로서 기본적 소양을 모두 충족시킨 자만이 화랑이라 불릴 수 있었으나





수많은 화랑의 임무 중 지고가 본업으로 삼고 있는 것은 무예가 확실했다.





청아는 단번에 그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을 지니고 있었다.







“부제 지고, 새로운 풍월주에게 인사 올립니다.”







지고(志高). 높은 뜻이라는 이름답게 그는 올곧은 면모를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악의라고는 전혀 깃들지 않은 충성스러운 인사에 청아는 잠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청아는 바로 본색을 드러낼 정도로 허술한 여인이 아니었다.







“폐하의 명을 받들어 원화의 임무를 부여받았으나 한낱 여인에 불과하여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화랑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부제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





부디 곁에서 저를 보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지고는 반란에 가담한 화랑들이 대다수 처형된 이후에





그 누구의 이견도 없이 부제로 선출된 인물로서 상황판단이 빠르고 똑똑한 자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순진하고 교묘하게 충성을 맹세시키려는 청아의 의도를 간파하고도





그는 잠자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원화의 곁에서 보필하는 것이 제 임무입니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청아는 새로운 풍월주로서 본인의 마음대로 부제를 선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굳이 지고가 아닌 다른 인물을 부제로 임명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끝마쳤다.





외숙부인 수광은 강파와 한파 중에 한 명을 부제로 선출해달라는 뜻을 내비쳤으나





청아는 그들이 자신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강파와 한파는 함께 살아온 가족이었으나





화랑의 조직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하게 그녀의 발아래에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청아의 위치가 견고해질 수 있었다.













“새로운 풍월주를 위해 즉위식을 준비하고 화랑의 대열을 정비해두었습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고는 바닥을 향하고 있던 시선을 들어 청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청아는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지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충심을 가득 담은 지고의 곧은 눈이 줄곧 청아를 향한 상태였다.







화랑들을 통솔하는 사내와 눈을 마주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대담하게 그 시선을 맞받아치는 청아를 보던 소항은





그녀가 발산해내는 강렬한 기운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소항은 평소 수광이 청아를 걱정하는 말을 내뱉어도 괜한 기우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치던 과거의 본인이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달아야만 했다.





청아는 고운 미색을 자랑하며 방 안에 처박혀 화랑들의 칭송을 받고





그들의 삶을 관리하는 역할에 만족할 여인이 아니었다.





당당한 눈빛을 자랑하는 청아를 바라보던 소항은 참고 있던 숨을 간신히 내쉬었다.







“더 이상 화랑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지요. 즉위식을 시작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청아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소항을 바라보았고





그는 재빨리 정신을 다잡으려 애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아는 금박을 입힌 붉은 의복 위에 청색의 비단 반비(소매가 없는 짧은 옷)를 덧입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타오르는 야망을 차가운 이성으로 덮어버린 것 같았다.





결 고운 청아의 긴 머리에는 은으로 세공된 장식이 꽂혀 있었는데





청아의 곧은 기개와 마찬가지로 전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고 있었다.





즉위식에서 풍월주가 대대로 소지하게 되는 인부(도장), 검장(검), 부서(책)를 넘겨주고 나면





화랑들을 다스리는 풍월주의 임무는 고스란히 청아에게 넘어가게 된다.





소항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발을 내딛는 청아의 뒷모습을 보고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천상도문파, 예화가린파, 자오미강파, 부제 지고까지.





이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청아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감히 함부로 예상 할 수 없어 온 몸에 소름이 돋아왔다.





청아(靑雅), 푸르고 맑다는 이름의 뜻과는 달리 영광을 탐하는 별을 타고난 여인.





화랑들의 주인, 풍월주 원화 청아는 제왕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청몽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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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고하고 너하고 사이 안 좋은 건 알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







어르고 달래도 오원은 사공의 말을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서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공은 참았던 한숨을 허공에 대고 깊이 내쉰 뒤에 오원을 내려다보았다.





오원은 올바르고 곧은 벗이지만





가끔 고집을 부릴 때는 세 살 바기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오원과는 대화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사공은 그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주먹을 꾹 쥐고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할게. 새로운 풍월주를 맞이하라는 부제의 명령이다. 우린 지금 바로 나가서





대열의 앞쪽을 지킨 채 즉위식을 봐야 해.”







“안 가.”







“야!”







기어이 사공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으나 오원은 전혀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상황을 진작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침착한 태도를 유지할 뿐이었다.





사공은 답답하다는 듯 꽉 쥔 주먹으로 가슴을 몇 번 두드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허리춤에 매달려있는 검 집이 날카로운 쇠 소리를 내고 있었다.













“너는 천상도문파의 수장(首長, 위에서 중심이 되어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





이란 말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너 하나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





되지도 않는 고집 부릴 때가 아니란 말이야.”







그제야 오원은 서책에 고정되어 있던 눈을 들어 올려 사공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공은 절친한 벗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그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오원은 잠시 망설이는 듯싶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소리쳤다.







“사군이충(事君以忠, 충성으로 임금을 섬긴다)이라 했다.”







“그래, 사군이충. 너 말 한 번 잘했다. 그래서 네가 말하는 주군이 도대체 누군데?”







사공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내던진 것이었다.





그는 오원이 그리워하고 있는 자가





반역죄로 인해 처형된 전대 풍월주 여담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네가 모셔야 하는 주군은 왕이지, 반역자가 아니야.”







“헛소리 하지 마! 그는……”







“알아, 네게 글을 처음 가르친 스승이 여담이었지. 하지만 그는 자신을 따르는 화랑들을





선동해서 왕을 독살시키려고 했다. 그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오원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리자 사공은 그가 읽고 있던 서책을 거칠게 덮어버렸다.













“이제 그만 좀 해. 좌삼부의 대열이 전부 정비됐어. 너만 나오면 돼.”







“지고한테 전해. 이 기회에 나도 죽이라고.”







“아오, 진짜 이걸 확!”







사공은 참을성이 강한 사내가 아니었다.





오원과 비견될 정도로 수많은 낭도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천상도문파의 수장을 맡지 않은 까닭은 모두 그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공은 장난스럽고 재기발랄한 본인의 성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끔 엇나가는 오원의 심통을 받아줘야 하는 제 역할에 만족했다.







“너는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어. 그건 네 옆에 딱 붙어있었던 내가 알아.”







“너만 없었으면 나에게도 제안이 들어왔을 거야. 나는 여담을 도왔을 거고.”







“여담은 반란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너한테 알리지 않은 거야. 제자라는 놈이 어떻게





나보다 더 몰라? 시대에 휘둘리지 말고 끈질기게 살아가라는 스승의 뜻은 파악이 안 돼?”







“너는 상관없어, 하지만 지고는…… 지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안되긴 뭐가 안 돼! 부제로 선출됐으면 받아들여야지, 전대 풍월주 그리워하다가





반역죄로 같이 처형당해? 그 자식 경우 바른 거 몰라? 여담이 반역을 저지른 순간부터





지고는 그를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은 거야. 걔도 너처럼 비정상적으로 스승한테 집착하라는 법 없잖아!”







두 사내는 각자의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오원, 지고, 사공. 세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 화랑 생활을 이어가던 벗이었다.





수년간 화랑의 생활을 이어간 경험과 귀족가문의 자긍심, 수려한 외모 덕에





세 사람은 화랑 내에서도 가장 많은 낭도를 거느리고 있었다.





절친하던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고와 오원을 가르치던 전대 풍월주 여담이 반란을 일으킨 직후부터였다.





어린 시절부터 무예에만 치중하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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