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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세록 변방의 포효 1-10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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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序)(1)

    혼세록(混世錄)

    기백 著

    변방의 포효

    서(序)

    사천.

    고대 삼국, 소열제(昭烈帝) 유현덕(劉玄德)의 못다 이룬 꿈이 아련히 깃든 촉한(蜀漢)의 땅.

    지평선 끝까지 내뻗은 웅장한 산맥들이 광활한 대지를 요람 속의 아기처럼 품어 안는다.

    험준한 산세와 사납게 굽이치는 곡곡들에서 천 년 전 천하를 호령했던 영웅호걸들의 웅대한 포부가 꿈결처럼 배어나는 듯 했다.

    깎아지른 절벽과 하늘을 찌르는 봉우리들이 외인의 침입을 허락지 않는 천연의 방벽을 둘러치고 있건만.

    쐐애액-!

    천험의 대지를 밟는 두 발은 거침이 없었다.

    오르고, 건너뛰며, 달려 내려가고, 타넘는다.

    창공을 가르는 비조와 같은 쾌속한 질주가 가파른 산악지형을 최단거리로 꿰뚫고 있었다.

    “헉, 허억, 헉!”

    약관이나 되었을까.

    날렵한 곡선을 그리는 꽉 짜인 육체는 야생을 거니는 표범의 그것을 닮았다.

    갓 성장을 마친 육신에서 싱싱한 탄력이 묻어나고,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위로는 강인한 인상이 드러났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련하게 지형을 헤치는 뒷모습에선 백전을 경험한 전사의 형상이 겹쳐보였다.

    ‘제발······!’

    흔들림을 모를 것 같은 다부진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요동친다.

    눈앞을 가로막은 끝 모를 자연의 장벽이 야속하기만 하다.

    초조함이 청년의 어깨를 짓눌렀다.

    ‘더! 더 빨리······!’

    애타는 마음이 육신을 채찍질하고, 혹사당한 심장이 비명을 내지른다.

    장기를 쏟아낼 것처럼 숨을 토해내면서도 심장의 주인은 멈출 줄을 몰랐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어른들의 힘은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어떤 세력과 충돌하든 절대로 밀릴 전력이 아니다.

    일대일이라면.

    일대일이라면 그렇다.

    전해들은 소식으로는 넷이 움직였다고 했다.

    드넓은 중원 천하, 둘째가라면 서러운 무력단체 중 무려 넷이다.

    사실이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나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셋은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집단이야. 그들과 부딪힐 이유가 없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갑작스레 그들과 충돌하게 된 걸까.

    어른들이 운남을 벗어나 연고 하나 없는 사천 땅에 들어선 이유가 무엇인가.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풀리지 않는 의문과 질문이 뿌연 안개처럼 휘감겨들며 청년의 시야를 흐렸다.

    탁, 타닥, 휘릭-!

    머리는 복잡하지만 단련된 육체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단애를 거슬러 오르는 고산지대의 산양과 같이 순식간에 벼랑 위로 치달은 청년의 몸이 높디높은 절벽의 꼭대기를 밟았다.

    “훅, 후우, 후욱······.”

    붉은빛 사암으로 이루어진 적색 분지(赤色盆地)가 망막을 채우고 다가든다.

    사천 땅을 밟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 절경이지만, 감탄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흐린 하늘 아래 펼쳐진 무자비한 살육의 장이 가쁘게 내달려온 청년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혔다.

    ‘벌써 이렇게······!’

    홀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따윈 중요치 않다.

    일단 난입하고 본다.

    어떻게든 멈춰 세워야만 했다.

    이를 앙다문 청년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렸다.

    콰앙!

    사납게 휘도는 어깨가 들이치자 바람에 흩날리는 가랑잎처럼 사람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렬한 일격, 단타로 끝날 리 없다.

    옮겨 딛는 오른다리가 신체의 방향을 급격히 틀고, 굳건히 뿌리내린 왼다리가 대지의 힘을 길어 올렸다.

    “크아악!”

    연이어 내질러진 왼쪽 어깨가 줄지어 선 검사들의 방어를 깨부수고 강고한 진형을 허물어뜨렸다.

    “거리! 거리를 벌려! 붙지 마라!”

    전장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

    검진의 중앙에서 검사들을 지휘하던 녹음각(綠陰閣) 각주 염상이 다급한 외침을 쏟아냈다.

    꽈아앙!

    “아아악! 파, 팔꿈치가!”

    “젠장! 못 막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척추가 부러졌어! 뒤로 옮겨!”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거한의 진격로를 따라 푸른 무복의 무인들이 인간에게 짓밟힌 개미 떼처럼 줄줄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악몽 같은 구릿빛 거체가 쇄도할 때마다 동문 사형제들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거나 하늘로 튕겨져 날아올랐다.

    ‘어찌 이럴 수가!’

    청성파(靑城派).

    여승이자 여 검객들의 집단인 아미파(峨嵋派)와 더불어 사천 땅 첫 손가락을 다투는 검문이다.

    엄밀한 검진까지 구축한 채 적을 압박했건만 도리어 밀리는 건 이쪽이었다.

    병장기도 들지 않은 한 명에게 최고를 자부하던 검사들이 연이어 쓰러지고 있었다.

    ‘어디서 이런 괴물이·····!’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일찍이 만나본 적 없는 엄청난 강자였다.

    깔끔히 인정하고 간격을 벌린다.

    육신이 닿는 거리를 허용치 않고 검격을 쏟아 붓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었다.

    염상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갖춰 입은 푸른 옷만큼이나 새파랗게 질린 검사들이 거리를 두기 위해 땅을 박찼다.

    “놔둘 것 같은가.”

    묵직한 저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군의 음성이라면 용기백배하겠지만, 웃통을 벗어젖힌 야만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다.

    원시부족 고유의 억양이 섞인 한어(漢語)는 명확치 않았으나 뜻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다.

    차라리 알아듣지 못했다면 이 압박이 덜했을까?

    산불에 놀란 노루처럼 황급히 물러나는 검사들을 보며, 염상은 피부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에 전율해야만 했다.

    스르륵-

    평생토록 중원을 주유해도 찾아보기 힘든 우락부락한 거체가 흐르듯 기동한다.

    유유한 구름의 궤적을 밟아내는 두 발의 움직임과 성난 물소처럼 달려들 것만 같은 기세는 도무지 어울리지가 않아 이질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발놀림은 저토록 유려하건만 뿜어져 나오는 힘은 화탄의 폭발력 그 자체다.

    서슴없이 거리를 좁혀오는 야만인의 전진에 최전방에 위치한 검사들이 움찔 움츠러들었다.

    “정신 차렷! 기세에서 밀리지 마라!”

    절규하듯 터져 나온 염상의 외침이 전의를 되살린다.

    부서져라 검을 움켜쥔 청성파 검사들의 손에 시푸른 힘줄이 돋아나고, 뻑뻑할 정도로 진기를 쏟아 부은 검이 찬란한 검광을 토해냈다.

    “제발 죽어라아아!”

    다가오는 야만인을 정면에서 마주하게 된 검사가 울부짖었다.

    격하게 요동치는 눈빛에 담긴 건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스스스­

    위축되었을지언정 평생토록 수련해 온 검로(劍路)를 해치는 일은 없다.

    소나무를 휩쓰는 청아한 바람, 그 그윽한 흐름을 담은 송풍검(松風劍)이 거한의 사방을 차단하기 위해 터져나갔다.

    유능제강의 이치는 저 무당(武當)만의 심득이 아니다.

    세월을 담아 켜켜이 쌓아올린 무(武)의 이치가, 그 장중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세가 짓쳐드는 원시의 폭력을 제압하기 위해 번져 올랐다.

    ‘멈췄다?’

    순식간에 거리를 지운 야만인이 날아드는 검 앞에서 우뚝 멈춰 서더니 그대로 왼발을 대지에 내리박았다.

    쾅!

    ‘진각?!’

    강렬한 굉음이 전장을 뒤흔든다.

    야생 호랑이의 그것과 같은 부리부리한 두 눈이 전면을 뒤덮은 수십 자루의 검을 차분히 응시했다.

    땅에 뿌리내린 왼발은 육신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이어질 공격을 위한 축이다.

    절도 있게 휘돈 허리를 시작으로 각부의 관절이 가동되고, 발끝에서부터 끌어올린 진기와 전신의 체중이 두툼한 오른 주먹에 집중되었다.

    ‘이, 이것!’

    건조한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이 찌릿찌릿한 감각.

    저 멀리서 흘러나온 기운임에도 숨이 턱 막힌다.

    이건, 막지 못한다.

    살갗을 저미는 진득한 살의를 감지한 염상이 피를 토할 듯 부르짖었다.

    “빌어먹을! 안 돼! 뒤로 빠져라!”

    늦었다.

    몰살의 의지를 품은 순정한 일격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든다.

    굳셈을 제압하는 부드러움?

    웃기는 소리.

    진정한 강함 앞에 서보지 않은 자들의 허황된 망상이다.

    압도적인 힘이라면, 서있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쓸어갈 폭풍이라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다.

    부족 특유의 자연기(自然氣)를 한껏 머금은 주먹이 공간을 집어삼켰다.

    서(序)(2)

    “······.”

    말도 나오지 않는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전면을 주시할 뿐 염상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형의 일각을 통째로 소멸시킨 야만인이 허리를 세우는 동안 의식의 흐름마저 멈춰버린 전장엔 바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묵직한 침묵이 적색의 분지를 두텁게 휘감았다.

    ‘이, 이런 걸 어떻게 막으란 말이냐······!’

    무의미한 전투다.

    항거불능.

    운남 끝자락 듣도 보도 못한 원시부족의 족장은 그와 같았다.

    대체 어쩌자고 이런 자를 건드린 건가.

    중원 전체를 뒤져도 방금 전의 일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지고한 무(武)를 쌓아올린 자가 아무 이유 없이 습격을 시도했다고?

    거한의 비장한 얼굴은 무언가 사연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절대적인 열세임을 알면서도 사지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자다.

    전해 듣지 못한, 고의로 누락시켰을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

    염상의 원망 어린 시선이 저 뒤편에서 전장을 관망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향했다.

    “믿기지가 않는구나.”

    침중한 음성이 깊게 내려앉은 적막을 걷어냈다.

    입술의 움직임을 따라 곱게 기른 백염이 푸른 무복 위에서 가볍게 춤을 췄다.

    청성산을 뒤덮은 짙푸른 녹음을 압축시킨 듯 청명한 기운을 흘리는 노도사가 가늘게 눈을 좁혔다.

    “어찌 일개 야인이 저런 힘을······.”

    무공이라 부르기엔 애매했다.

    나름 정립된 형과 식은 존재하지만, 거칠고 투박한 투로(鬪路)가 정련된 무예라기보다는 단순한 싸움법에 가깝다.

    하지만 지극히 실전적이며 신랄하다.

    청성 무공의 극의를 터득했다고 추앙받는 노인조차 일대일로 맞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오늘 처음 대면한 원시부족의 우두머리는 두 눈을 의심케 할 만큼 강했다.

    “제자들이··· 너무 많이 상했어요. 더 지켜본다한들 아이들로는 막지 못합니다. 아니, 남은 건 저자 하나뿐이니 결국 쓰러뜨리기야 하겠지만 피해가 너무 클 거예요. 끝낼 생각이라면 우리가 나서야 해요.”

    불혹? 지천명?

    곱게 늙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얼굴이다.

    음성에 묻어나는 지극한 연륜으로 미루어 이순에 가깝다 짐작할 뿐.

    생불(生佛)과 같은 아득한 현기를 머금은 여승이었다.

    “그나저나 확실한가요, 장문인? 저자가 먼저 침공을 시작한 것이?”

    고아한 자태의 여승이 노도사 옆에 선 중년의 사내를 바라봤다.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그녀의 두 눈은 추궁에 가까운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저 아래 전장에서 고개를 돌린 염상 또한 이 남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허어, 절 믿지 못하십니까? 저자가 이끄는 야만부족 때문에 본산이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위험한 싹을 자르기 위해서 치욕을 감수하면서도 지원을 요청한 것입니다!”

    여승의 지엄한 눈빛을 받은 남자가 억울하다는 듯 황급히 말을 이었다.

    세 명의 장문인과 한 명의 가주.

    이 자리에 있는 넷은 중원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무력단체의 수장이자 일가를 이룬 거목들이다.

    그들이 품은 웅혼한 기도에 대기가 찌르르 공명하고 눈빛 하나 행동 하나에도 숨길 수 없는 품격이 배어났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여승의 의구심 어린 질문을 받은 남자.

    멋들어진 백색 무복을 갖춰 입고 머리를 말끔히 넘긴 중년의 사내는 그 세련된 외모에 비해 어딘가 편협하고 교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마른 침을 삼키며 데구루루 눈을 굴렸다.

    “저, 저것! 저것을 보십시오! 저 야만인이 얼마나 흉악한지를!”

    미심쩍은 심정을 감추지 않는 눈으로 사내를 바라보던 여승이 다시금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크아악!”

    광기에 가까운 분노를 간직한 호안(虎眼)이 번뜩인다.

    그 눈이 어느 한 지점을 향할 때마다 청성의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숫제 한 마리 맹수가 날뛰는 것 같은 광경에 여승이 터져 나오려는 침음을 억지로 삼켰다.

    ‘진정 강하다. 저자의 힘도 놀랍지만 특히 저것!’

    전장을 훑은 그녀의 눈이 거한의 등을 노리고 발작적으로 달려드는 청성의 제자들을 포착했다.

    “푸른 눈.”

    남자의 메마른 입술이 달싹이고 원시부족 특유의 언어로 짐작되는 단어가 흘러 나왔다.

    뜻은 모르지만 저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안다.

    아마도 이름이리라.

    저 단어가 들릴 때마다 한옆에서 전장을 휘젓던 ‘그것’이 달려왔으니까.

    “그르르··· 크허어어엉!”

    여승이 지그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죽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버거운 일이지만 병장기에 쓰러지는 모습은 그나마 익숙한 편이다.

    평생을 무림에 몸담으며 숱하게 보아온 광경이기에.

    하지만 짐승에게 산 채로 씹히며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는 인간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여승의 밝은 귀는 저 아래에서 난 ‘우지직’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목··· 인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군.’

    소리로 짐작컨대 이번엔 목이다.

    아마도 단번에 목덜미를 물어 뜯겼으리라.

    물린 채로 씹히거나 신체의 일부가 뜯겨 나가지 않고 단번에 절명했으니 그나마 편안한 죽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육신이 생으로 갈가리 찢기는 고통 속에 죽어간 자들이 부지기수였으니까.

    ‘아미타불. 이런 끔찍한······.’

    상대가 들었다면 저주어린 욕설을 퍼부었을 거다.

    검에 베여 죽는 것이나 짐승에 물려 죽는 것이나 참혹한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저 아래에 있는 검사들은 오늘 저자를 제외한 모든 원시부족의 전사들을 찔러 죽였다.

    하지만 아군이, 사람도 아닌 짐승에게 물려죽자 훨씬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맹수를 부리다니! 보면 볼수록 놀랍구나. 고련을 거친 검사들을 파죽지세로 헤집는 저 짐승의 움직임. 한낱 미물이 아니야. 힘은 물론이고 마치··· 인간 수준의 지능이 있는 것 같구나.’

    반백년이 넘는 시간을 강호에서 보내며 온갖 기사(奇事)를 접한 여승이지만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숙련된 검사가 검을 놀리듯 원시부족의 족장은 능숙하게 맹수를 부리며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대단히 위험한 자이지요. 미리 야만전사 놈들을 상당수 거꾸러뜨려 놨으니 망정이지, 그 병력이 그대로 뒤를 받치며 밀고 올라왔다면······ 아마도 산출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여승과 노도사는 전장을 지배하는 거한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안색을 살피며 눈치를 보던 중년 사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본산이 침공 당했던 빚을 갚고자 역공을 가한 게 전부입니다. 허나 저 미개하고 후안무치한 야만인 놈은 제 잘못을 돌아보기는커녕 이 먼 사천까지 쫓아 올라왔지요. 장문인, 저자가 이끄는 야만부족에게 쓰러진 제자들이 벌써 수백을 헤아립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을 수 있으나 저자를 제압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되는군요.”

    ‘확실히··· 무언가가 있구나.’

    적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비난을 가하는 동시에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한다.

    전장에 나오기 전부터 어렴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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