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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의 후원목록 [email protected]연비몽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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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롤로그 #

    [Prologue]

    흔히들 말한다.

    될 놈은 된다고.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안 된 사람들이다.

    ‘왜 난 안되는데 쟤는 되지?’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서 그 원인을 찾지 못 했을 때, 이 말을 하는 거다.

    “쟤는 그냥 될 놈이라서 된 거구나.”

    그 사람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아니면 운이 좋아서 된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안’ 되었다는 거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았을 때 오는 허탈감.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

    “왜? 나는 왜 안 되는 건데!”

    그래, 나또한 그랬었다.

    내가 한 노력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렇게 내 실패를 부정하고 또 부정하며, 이 빌어먹을 희망고문을 반복했을 때.

    [S급 빨간 팬티가 당신을 후원합니다.]

    내 눈에 헛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 예술의 전당(Hall of Art) #

    좁은 단칸방.

    이불이 돌돌 말린 침대와 속옷이 널려있는 빨래건조대가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익숙한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수개월째 먹고 자고를 반복했던 곳이다.

    집 안 구석구석 내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만약 정전되더라도 발 한번 안 찧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낯익고 친숙한 풍경 가운데,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헤븐TV에 접속을 시작합니다.]

    [Loading···13%]

    ···글자다.

    그것도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반투명한 글자!

    “···너, 뭐냐.”

    녀석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눈싸움 한판.

    “···.”

    [···.]

    중간중간, 혹시 이게 꿈인가 싶어 볼도 꼬집어보고, 손으로 글자를 이리저리 휘저어도 보았지만, 여전히 글자는 내 눈앞에 있었다.

    이윽고, 눈에 습기가 차고 눈물이 찔끔 나올 때가 되어서야 지금 이 상황이 꿈 따위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갑자기 내가 미쳐버린 걸까?

    아니면, 왜 이런 게 보이는 거지?

    도대체 왜?

    마치 편집증 환자처럼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저 헛것의 정체부터 시작해서 외계인의 음모론이란 것까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도달한 것은, 이 사태의 원인이었다.

    무언가 대단한 이유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최소한 이런 이변이 일어나려면 그에 걸맞은 전조나 원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벼락에 맞았다던가.

    아니면, 별똥별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던가.

    하다못해, 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났다는 것 같은, 그런 이유 말이다.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이 일어나서.

    평소와 같은 밥을 먹고.

    평소처럼 행동했을 뿐이다.

    도저히 특별한 일이 없었건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그때였다.

    [Loading···100%]

    로딩의 퍼센트가 차차 올라가 100%에 도달하는 순간, 변화가 있어났다.

    [헤븐TV에 접속이 완료되었습니다.]

    [사용자의 직업을 확인. 채널이 예술의 전당(Hall of Art) 채널로 고정됩니다.]

    [사용자 정보를 확인해주십시오]

    새로 뜬 글자를 자세히 살펴봤다.

    예술의 전당이라.

    혹시 서초구에 있는 공연장을 말하는 걸까 하는 시답잖은 생각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만약 그렇다면 예술의 전당, 아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겠지.

    저것 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빨리 이름을 말하라는 듯 글자 녀석이 좌우로 요동을 치고 있지 않은가.

    “그 사용자 정보라는 건 어떻게 확인하는 거지?”

    혹시나 답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담으며 말했다.

    그러자.

    츠팟!

    응답하듯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사용자 정보>

    이름 : 서연우

    등급 : 브론즈

    달란트 : 0

    <후원 목록>

    -없음.

    “오···.”

    사용자 정보는 글자와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홀로그램이었다.

    갑자기 예전에 본 영화가 떠올랐다.

    철갑슈트를 입은 히어로.

    그 영화에 보면 주인공이 다루는 홀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것과 유사했다.

    “그런데 이거 시야를 너무 방해하는데 어떻게 사라지게 못 만드···.”

    츠팟!

    ···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정말로 창과 글자가 사라져버렸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고집불통 노인네처럼 으름장을 내놓으며 버티던 녀석이 이렇게 간단히 사라져주니 내가 더 당황스럽다.

    [···.]

    크흠, 그래도 사라져서 다행이었다.

    설마 홀로그램을 띄운 채로 생활해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삐비빅, 삐비비빅!

    휴대폰 알람을 듣는 순간, 하나의 기억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

    화들짝 놀란 나는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했다.

    [‘고백’ 오디션, 오후 1시까지 청담동 비비 아카데미로]

    어젯밤 잠이 들기 전에 설정해두었던 알람 메모였다.

    지금 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마도 수능 날 아침에 늦잠을 잔 기분과 비슷할 거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행동도 다르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수험생처럼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

    파란색의 인조가죽으로 이루어진 좌석에 내 몸을 실었다.

    “아슬아슬···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막 출발하려고 했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버스의 앞문을 두들겼고, 내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버스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었다.

    만약 그때, 버스를 놓쳤다면···.

    으윽, 생각하기도 싫다.

    “쯧, 잊을 게 따로 있지.”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자, 이내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어떻게 오디션을 새까맣게 잊을 수 있지?

    물론, 변명은 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기현상에 너무 정신이 팔려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은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수능 날 늦었다고 재시험을 보는 일은 없는 것처럼, 오디션도 늦으면 그냥 끝이었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데.”

    영화 ‘고백’.

    로맨스 계열의 영화를 2편이나 찍은 감독의 신작이었다.

    그의 전작들이 다소 진부하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메가폰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한 해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이 넘어가는 비율은 대략 2, 30%가량.

    큰 수익은 없었지만 그래도 손해를 본 적도 없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입맛을 끌기 충분했다.

    또한, 그러한 점은 배우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꽤 많은 배우들이 고백이라는 열차에 탑승하기를 원했고, 자연히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의 가치도 올라갔다.

    그러한 가운데 무명배우인 내가 오디션이라는 기회를 잡은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후.

    - 이번 정류소는 ‘청담역’, ‘경기고교역’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영동교입구’입니다.

    목적지를 알리는 버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현재 시각 12시 30분.

    다행히 안 늦었다.

    지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안내 방송 때문인지 버스에서 내리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음, 이 근처인데.”

    목적지인 비비 아카데미는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기껏해야 약 10분 정도의 거리.

    다만, 휴대폰의 약도를 보면서 찾아가는 거라 약간 헷갈리는 면이 있었다.

    “찾았다.”

    고개를 들어 비비 아카데미라 적힌 간판을 바라보았다.

    영화 오디션이 진행되는 장소는 제각각이었지만, 이처럼 연기학원을 대관해서 진행하기도 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출입문을 열려는 순간, 입구에 붙어있는 A4용지가 눈에 들어왔다.

    [상업영화 '고백' 오디션]

    상업영화.

    영리적 목적 하에 제작되는 영화를 말했다.

    오직 이익을 얻기 위해 제작비를 대는 투자자와,

    흥행에 성공해 이익을 남겨야 하는 제작자.

    그야말로, 예술의 영역에서 펼쳐지는 철저한 비즈니스(business).

    그들은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 했고, 배우 하나 캐스팅하는 데에도 여러 가지를 신경 썼다.

    과연, 사람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이른바 티켓파워를 지닌 사람을 찾았다.

    때문에 나 같은 무명배우는 기회의 문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두고 봐. 내가 이번에 확 떠서, 너희들이 원하는 그런 배우가 되어줄 테니까.”

    그렇게 다짐하면서 마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무거운 공기가 나를 덮쳤다.

    초조해하는 사람,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 귀를 막고 대사를 반복해서 외우는 사람.

    가느다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기 위해 모인 사람들.

    오늘 모집하는 역은 비중 있는 역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주인공의 친구나 짝사랑하는 여자A 같은 조조연급 정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혹시, 어쩌면, 운 좋게, 같은 희망을 좇으며 살아가는 거다.

    마치 나처럼.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음, 서연우 씨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그동안 수없이 봤던 오디션이지만,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만큼은 늘 똑같다.

    똑같이 떨리고, 똑같이 숨이 막힌다.

    “안녕하십니까, 서연우입니다!”

    입장과 동시에 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숙였던 허리를 펴며 고개를 들었을 때.

    ‘아···!’

    나는 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감독님의 옆자리, 주연 자리에 ‘그놈’이 앉아있었으니까.

    # 꿈과 욕심 #

    “대본 받으셨죠?”

    “···아, 예. 받았습니다.”

    나는 경직된 얼굴에 애써 미소를 만들려 노력하면서 대답했다.

    “아직 다 못 외우셨을 테니 보면서 하세요. 씬 14, 시작합니다.”

    [씬 14, 동수가 일어나며 말한다.]

    “야, 너 걔 좋아하냐?”

    연기를 하면서도 집중이 되질 않는다.

    빌어먹을, 이 영화 주인공이 놈이었나?

    놈은 나를 곁눈질하며 감독에게 귓속말을 하는 중이다.

    뭐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좋은 내용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지원한 배역은 주인공의 친구인 '동수'.

    비중이 크지 않은 역으로, 대부분의 화면에 주인공과 붙어서 나온다.

    만약 주인공인 놈이 나를 거부하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일까.

    연기를 끝마칠 때까지 잡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네, 잘 봤습니다. 자유연기는 뭐 준비하셨나요?”

    역시나.

    잘 봤다는 말과는 다르게, 감독의 표정이 애매하다.

    “영화 ‘거기 있어줄래요?’에 나오는 우현 역을 준비···.”

    “아, 그거 말고.”

    놈이 내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왜 또?’라는 생각에 쳐다보니, 놈의 비릿한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연기를 보고 싶은데 볼 수 있을까요?”

    “···네?”

    “동물연기요, 고양이나 개는 너무 흔하고 타조면 어떨까 싶은데?”

    뭐, 그럴 수 있다.

    연기를 배울 때, 기초단계에서 동물연기를 배우니까.

    충분히 오디션에서도 동물연기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킨 사람이 놈이란 사실이 문제였다.

    놈의 이름은, 신주혁.

    내가 다녔던 대학교의 후배로, 나와는 달리 이미 스타가 된 녀석이었다.

    “···.”

    “힘들면 괜찮아요. 그래도 오디션 보러 오신 분이, 순발력 너무 떨어지신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녀석이기도 했다.

    “하겠습니다.”

    놈이 저러는 이유.

    나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대학시절, 이름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도 매번 시비를 건 이유가 무엇인지.

    “후우.”

    반쯤 체념이 담긴 한숨이 내뱉어진다.

    어찌됐든 주연배우가 시키면 해야지, 뭐 별수 있나.

    동물묘사는 포인트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주 약간의 디테일이 잘했다와 못했다로 갈리니까.

    천천히 타조연기를 시작했다.

    한발을 들고, 남은 발은 무릎을 반쯤 구부린다.

    엉덩이는 빼고, 목은 늘린다.

    양손을 엉덩이에 붙인 채, 목을 천천히 돌린다.

    그리고 들고 있던 발을 느릿하게 내리며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나는 한 마리의 타조가 되었다.

    “크큭, 크크크, 크하하하!”

    억눌린, 아니 억누르는 척하는 웃음소리에 몰입이 깨졌다.

    범인은 다름 아닌 신주혁.

    저 미친놈이 시켜놓고 쪼개고 있네.

    창피하지는 않았다. 이것도 엄연히 연기니까.

    그런데 저놈이 저럴수록.

    화가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짝짝짝!

    “행동묘사가 좋은데요? 섬세하게 잘 표현하셨어요. 그렇죠, 주혁 씨?”

    주연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감독이 박수를 치며 수습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맞아요. 이야, 정말 잘하시네. 완전 타조야, 타조! 크크큭!”

    놈이 계속 쪼갠다. 이제는 아주 테이블까지 치면서.

    참자, 참아.

    참을 인(忍)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지 않던가.

    ***

    집 앞 공터.

    도저히 맨 정신으로 있을 수 없어, 깡소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아, 시발.”

    분통이 터진다.

    내가 순서를 기다리며 떨고 있을 때, 놈은 명단을 보며 얼마나 비웃었을까.

    만약, 영화의 주연이 그놈인 걸 알았다면.

    그랬다면, 안 갔을 거다.

    놈이 벌리고 있는 아가리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그런 멍청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거다.

    띠리링, 띠리리링!

    단조로운 기본 알람이 전화가 왔음을 알려왔다.

    휴대폰 액정에 뜬 이름, 한민식.

    오늘 오디션 자리를 구해준 형이다

    “···예, 형.”

    - 목소리 가라앉은 거 보니 망쳤구나?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눈치도 빨라요.

    “뭐, 그렇게 됐네요.”

    - 긴장이라도 한 거야?

    “아뇨. 혹시 신주혁이라고 아세요?”

    - 아! 케이블 드라마로 뜬 애?

    하긴.

    이 바닥 사람이라면, 최근 핫한 배우인 녀석을 모를 리 없었다.

    “네, 놈이 주연이었어요.”

    - 그래? 전에 듣기로는 아직 주연 결정 안 됐다고 하더니 물밑으로 진행했었나 보네. 그런데 그거랑 너 떨어진 거랑 무슨 상관이야?

    “걔가 대학교 후밴데, 절 예전부터 싫어했거든요.”

    - 왜? 네가 여자친구라도 뺏었냐?

    그래. 그러면 이해라도 하지.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고 했던가.

    진실은.

    아주 하찮은 이유였다.

    “이게 제 입으로 말하기 좀 우스운데··· 저도 최근에야 이유를 알았어요. 토크쇼에서 말하는 걸 봤거든요.”

    - ···.

    “강의 시간에 동물연기로 시험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같이 시험 봤던 애가 놈이었는데, 제가 타조를 묘사하는 모습이 웃겼나 봐요.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화가 난 교수님이 F를 줬죠. 그 뒤로 자신을 웃게 만든 제가 싫어졌다고 하더라고요.”

    - 미친놈.

    그래, 미친놈이다.

    동물연기도 엄연히 연기다. 게다가 시험.

    그런데 지가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임해놓고 나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는 거다.

    “후,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해야죠.”

    - 욕봤다. 그냥 오늘 오디션은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기운 내라. 오디션 자리 생기면 또 연락할게.

    “···고마워요, 형. 조만간 극단에도 들릴게요.”

    - 그래, 그때 보자.

    전화가 끊어지고 다시 소주병을 들이켰다.

    하아, 쓰다.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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