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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 완벽한 죽음을 위하여 1_40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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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001 0. 서막 =========================

    0.서막 I- 이올라 에스체트

    과거, 제국에서도 가장 고귀하다 일컬어지던 서북부의 대영주, 에스체트 대공가가 있었다.

    오랫동안 번성한 역사가 깊은 가문으로 중앙 권력과는 그 거리가 멀었으나 그 이름은 드높았다. 서쪽에서 쳐들어오는 마물을 제 한 몸으로 막아서는 에스체트 대공가는 제국의 가장 굳건한 방패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믿었다. 에스체트 대공가의 번영은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고.

    그러나 가문의 파멸은, 말도 안 되는 작은 트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에스체트 대공가에는 아름다운 대공비가 있었다. 대공과 대공비는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문제는, 그런 대공비를 홀로 연모하여 질투로 두 눈을 불태우던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질투와 연모에 미쳐 가던 사람은, 제국의 유일한 황제였다.

    황제는 대공을 불러다 대공비를 자신의 후궁으로 달라 청했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무례인 줄을 알면서도 그리하였다. 제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대공은 당연히 황제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황제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이었다. 에스체트 대공은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마물 토벌하기 위해 기사들과 군대를 이끌고 자리를 비웠다.

    대공은 그 날이 자신의 가문이 파멸하는 날인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황제는 대공에게 반역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황제의 군사들이 에스체트 대공령을 기습했다. 뭔가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대공이 군대를 물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대공비는 물론이요, 세 아들과 두 딸까지 모조리 목숨을 잃었다. 마물 토벌을 끝내고 지친 군대 또한 황제는 쉽게 처리했다. 대공 또한 죽였다. 대공가는 멸문했다.

    붉은 열기가 에스체트 영지를 삼켰고, 다시는 그 초목이 푸르러지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죽었다 생각한 에스체트 가문의 사람 중 한 사람이 살아남았다.

    이올라 에스체트.

    에스체트 대공가의 넷째딸이던 그녀는 살아남았다.

    이올라를 구한 건 그녀가 우연히 알게 된 마법이었다.

    에스체트 대공가의 시조는 대마법사였다. 그 피가 그녀를 살렸다. 도망치고 또 도망치고, 세달이 넘는 도주였다. 결국 고지를 코앞에 두고 황제의 친위대에게 찔려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도 이젠 죽었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살았다. 이올라는 어떻게 살아났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마법으로 살아났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황제의 친위대는 그녀의 시신을 찾을 순 없지만 확실히 죽었다 보고했고. 황제는 친위대의 보고를 믿었다. 그녀의 죽음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숨죽이고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구했던 마법은 그녀를 죽였다.

    그녀가 복수를 위해 마법을 쓸 때 마다 그녀의 수명은 줄어들었다.

    처음부터 복수를 꿈꾼 건 아니었다. 제국의 황제는 지엄했고 어린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대부분 시간을 먼저 가버린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자신을 원망하고, 살아남은 스스로를 증오했다. 낮에 잠들고 밤에 깨어나 미친 사람처럼 숲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우연한 일로 자신의 수명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2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그녀는 슬픔보다 오히려 선명해지는 세상을 느꼈다.

    생의 끝에 복수를 시작했다. 시작은 성을 버리는 것이다. 이올라는 에스체트란 성을 버렸다. 에스체트란 이름을 버리자 그녀의 모습마저도 바뀌었다. 검은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초록색 눈동자는 뿌연 청회색 빛으로 변했다.

    이올라는 오롯이 이름만을 남겨놓고 맹세했다.

    살아남은 숨 하나하나를 창에 꿰이는 고통을 겪게 할 것이다.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느끼게 되는, 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고통. 진창에 처박힌, 볕 한 점 없는 지옥 같은 세상. 그 모든 것을 황제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모든 것을 잃고, 목숨 하나만을 남긴 황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분노할까? 비명을 지를까? 미쳐버릴까? 그 어느 것이든 좋았다. 황제가 어떤 고통을 느끼던, 그녀가 느끼는 고통의 아주 작은 일부도 알지 못할 테니까.

    죽음은 안락하다. 그런 축복을 내리진 않을 것이다.

    운명을 바꾸기 위해 마법을 쓸 때마다 그녀는 죽어갔다.

    보통 마법사- 메이지들의 수명은 길었다. 삶보다 깨달음에 전념하는 그들에게 긴 수명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보조도구 정도일 뿐. 더군다나 메이지들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마법을 쓰지도 않았다. 오직 깨달음만을 위해 마법을 사용하고 세상만사에 초탈한 이들. 그들이 메이지라 말했다.

    이올라는 그 속에서 유일한 이단자였다. 그리고 유일한 이단자는 줄어드는 수명과 비례하듯 복수를 이뤄갔다. 마법을 사용하고, 마법을 사용한 걸 숨기는데 또 마법을 썼다. 정체를 숨기고 복수만을 향하는 그녀를 만류하는 이가 없던 건 아니다. 그리운 인연, 새로운 인연. 영혼을 불태우는 삶 속에서도 만남은 있었고 행복은 있었다. 그러나 이올라는 그 무엇보다 복수가 중요했다.

    삶을 깎는 노력 끝에 그녀의 복수는 성공했고, 모든 권력을 잃은 황제는 유폐되었다.

    에스체트는 대공가는 누명을 벗고 다시 복권되었다.

    비록 그 대공가로 돌아갈 이는 하나도 남지 않았지만 이올라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올라는 끝내 그녀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복수를 하며 무고한 이들도 수없이 죽였다. 죄책감 따윈 없지만 이올라가 뒤집어 쓴 피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에스체트 가문은 영원히 고결해야했다.

    복수를 끝낸 그녀는 아주 만족스럽게 죽음의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빙의물로 빙의된 몸에 적응하는 것보다 원래 삶에 미련을 가득가진 주인공이 보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올라 에스체트는 13년전 죽었다 알려져 있습니다.

    +이올라는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 죽었습니다.

    00002 0. 서막 =========================

    0.서막II - 헤세나 엔하르트

    -

    황녀의 넓은 집무실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과 몇 명의 시종, 그리고 그 서류를 같이 처리하고 있는 백작뿐이었다. 묵묵히 일하던 황녀가 물었다.

    “뮐러공은?”

    “아직 저택에 불이 켜지질 않았습니다.”

    황녀는 침묵하며 책상 구석을 노려보았다. 다 읽은 서류를 한쪽 분류하던 엔하르트 백작이 말했다.

    “연락차 보냈던 시종도 돌려 보냈다 합니다.”

    “그래.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말하긴 힘들군.”

    백작의 말에 황녀는 침음을 내며 말했다. 황녀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날 생각 없어 보이는 이름을 불렀다.

    “이올라.”

    백작은 눈을 내리깔았다.

    “하필이면 뮐러공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람이 그녀일 줄이야. 뮐러공이 몇 년을 찾았지?”

    손으로 셈하던 황녀는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10년쯤 되었나 보군.”

    백작이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정도나 되었습니까?”

    “그래. 지금 생각해 보면 뮐러공이 공작위에 올라가자마자 찾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네.”

    “세상에 그럼 거의 11년 정도 아닙니까? 대체 언제 만났던 거랍니까?”

    “그건 나도 모르네. 말을 해주질 않으니.”

    자리에서 일어난 황녀가 팔을 뻗으며 기지개를 폈다. 근 12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일한 몸이 찌뿌둥했다. 전장을 구르는 것보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올라와 뮐러공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그녀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뮐러공이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황녀는 정말 궁금했다. 그녀가 알고도 피한 것일까? 그렇다면 뮐러공이 이올라를 찾았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던 걸까. 지금까지는 뭐 첫사랑이라도 찾는다 여겼다. 그러나 이제 와선 그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올라는 나를 황위에 올려주겠다 말한 첫 번째 사람이지. 그런데 뮐러공과는 같은자리에 있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녀가 피한 걸까?”

    “만약 뮐러공이 그녀를 만나고 싶어 했다면 피할 순 없었을 겁니다. 다만 뮐러공이… 그녀를 싫어했죠. 근본 없는 자를 믿을 수 없다고.”

    황녀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것이었다. 옆에 있는 자도 못 알아보고 못 찾아냈다. 5년은 그렇다고 치자 황녀도 이올라를 만나지 못했을 때니. 그러나 남은 5년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러나 찾지 못했다. 이게 가능한 것인가? 그들의 관계를 생각할수록 두통만 일었다.

    “뮐러공도 참… 공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함부로 사람을 믿을 순 없겠지만. 그녀가 그렇게… 죽어버릴 줄 알았으면 좀 더 얘기를 나눠볼 걸 그랬네.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이올라가 황녀님을 따랐을 때부터 각오 한일 일 겁니다.”

    “백작은 알고 있었소? 그녀가… 얼마 남지 않았단 것을.”

    “직접 말하는 걸 들은 건 아닙니다만 다만 행동을 보고 추측했습니다. 그녀는 마치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처음엔 그냥 황녀님이 즉위하시면 건강을 위해 제도에서 떠나려 하는 줄 알았습니다. 권력에 욕심 없는 청렴한 자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더군요. 그녀는 마치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주변을 강박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황녀는 그녀의 마지막을 떠올리곤 주먹을 쥐었다. 그녀의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더욱 노력해야했다.

    “어쩔 수 없군. 뮐러공이 추스를 때까지 백작이 좀 더 고생하시겠소.”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엔하르트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황녀 또한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 다시 서류를 살피기 시작했다.

    황제는 폐위되어 유폐된 상태. 이제 제국의 수장은 후계자가 된 14황녀 그레흐텐 니데르 라투칼린이었다. 더군다나 황태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준비도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최소 일 년은 황태녀로 자리를 지키다 황제의 자리에 올라야 했다. 그레흐텐은 쓸모없는 제국 법 따위 뜯어고치고 싶다 생각하며 서류에 사인했다.

    지나가는 개미 손이라도 필요한 상황에 칩거 하는 뮐러 공작을 끌어내 마땅했으나 그레흐텐은 터지기 직전인 활화산을 건들기보다는 잠시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십 년 넘게 찾던 이가 눈앞에서 죽어버렸으니 건드렸다가 정말 터지기라도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과 함께 노크소리가 들렸다. 시종이 무슨 일인지 나가 확인하곤 엔하르트 백작에게 온 소식이라며 알렸다. 백작은 한숨과 함께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서 일어났다.

    “잠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레흐텐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끄덕였다. 큰일이라고 생각지 않았었다. 그러나 곧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말인가!”

    큰소리에 그레흐텐이 고개를 들어 문을 보았다. 곧이어 엔하르트 백작이 들어와 예의를 갖추며 고개 숙였다.

    “집안에 일이 생겨 자택에 갔다와봐야겠습니다 퇴궐해봐야겠습니다.”

    “엔하르트백? 대체 무슨 일인가?”

    “한시가 급하므로 추후에 설명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문책받겠습니다.”

    엔하르트 백작은 인사를 마치고 급하게 뛰어나갔다. 그레흐텐은 뛰어나가는 엔하르트 백작의 뒷모습을 황망하게 보았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건가?”

    소식을 가져온 시종은 백작과 함께 뛰어나간 상황. 그레흐텐은 다른 시종을 지목하며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노기 어린 그레흐텐의 목소리에 시종이 황급히 방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사색이 된 시종이 들어왔다. 그레흐텐은 어서 말하라 재촉했다.

    “…그….”

    “빨리 말해 봐라. 대체 무슨 일이더냐! 지금 백작마저 자리를 비우면 어찌하자고!”

    시종이 우물쭈물하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흥분한 그레흐텐이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빨리 말해봐라!”

    시종은 두 눈을 감고 에라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엔하르트 백작영애가 자살 기도를 했다는 소식입니다.”

    -

    “죽어버릴 거야.”

    헤세나는 엔하르트 백작가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난간을 붙들고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토할 것 같았다.

    바람조차 잔잔한 하늘마저 자신의 심정도 알아주지 않는 듯했다. 분했다. 억울했다. 화가나 미칠 것 같았다. 감히 나를! 나를! 헤세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이 이렇게 난간에 서 있어도 아무도 말릴 생각 안 하는 저택의 사람들도 짜증 났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녀가 본디부터 엔하르트 백작가의 하나뿐인 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위로 남자 형제와 아래로 여동생이 있었다. 여동생은 10살이 되기 전에 열병을 앓다 죽어버렸고 오라비는 가문이 중립을 선택하는데 자신이 주군을 선택하겠다 나서다 반대진영에 살해당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가문을 이끌어나가려던 백작은 아내마저 충격에 시름시름 앓다 사망하자 중립노선을 버리고 황위다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 남은 헤세나는 방치되었다. 사실 그리 방치까지는 아니었다. 아비인 엔하르트 백작은 살뜰하게 챙겨주는 사람은 못될지언정 모자라게 해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태어나 단 한 번도 모자라본 적 없는 헤세나는 가질 수 없는 것일수록 더욱 탐욕스럽게 원했다.

    헤세나는 복수 같은 건 지긋지긋했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고 악을 쓰고 나를 봐달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아버진 그녀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때때로 들어와 선물만 안겨 주고 미안하다 한마디 하고 나갈 뿐이었다. 15살 생일도 혼자 쓸쓸히 보냈을 때부터였을지도 몰랐다. 죽어버릴 거야. 죽으면 봐주겠지. 아버지는 죽은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매일같이 저주하고 있을 때 그를 만났다.

    흐트러진 머리칼에 그림 같은 미소.

    ‘엔하르트 백작을 찾아왔는데.’

    그때 자신이 뭐라고 대답했더라. 멍청하게 어버버 거리다가 아버지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안 그가 웃으며 작별인사를 했었다. 그 모습조차 멍하니 바라봤다.

    한눈에 반했다. 그 뒤로 그가 나타나는 곳에는 열심히 나타나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그녀를 특별 취급해줬다. 헤세나를 그가 그녀를 사랑 한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른 여자라면 단칼에 거절할 부탁을 들어주고 그녀와 차도 마셨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고백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그는 아무런 고백도 하지 않았다. 결국, 먼저 인내심이 다한 그녀가 고백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

    ‘왜요? 당신은 나를 좋아하잖아요!’

    그제야 주변을 둘러 볼 수 있었다. 공작을 쫓아다니는 철없는 영애.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더욱더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비사드는 헤세나에게서 멀어졌다. 그가 좋아하는 것 같은 검은 머리로 염색도 해보고,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사랑한다 울기도 했었다. 다른 여자가 접근하는걸 참을 수 없어 머리채를 붙들고 싸운 적도 있었다. 비사드에게 접근하는 여자를 모조리 치워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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