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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긴]_밀랍인형학원폭렬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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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GIN

    밀랍인형폭렬학원가 <제1장 강희제>

    <신력 865년, 강희제>

    그날의 석양은 태어나서 구경한 가장 붉은 색깔이었다.

    무가(武家)에서 태어나 가족의 아침밥상부터 경계선의 동향을 화제로 삼아오며 살아온 강희제에게도 화륜 3도에 발 딛은 이후

    처음으로 눈으로 목격한 난민들의 굶주리고 헐벗은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고향이 자리잡고 있는 경화 2도는 처음부터 신(神)의 지배에 고분고분했지만, 20여 년간 반란지였던 화륜 3도는 7년 전에야

    간신히 수습된 악명 높은 지역이었기에 아는 것이라고는 단편적인 짤막한 이야기들밖에 없었다.

    그 단편적인 지식이래 봐야 '그 곳은 문둥이가 득실거려서 공기만 쐬어도 온 몸에 진물이 생긴다더라.' 또는 '딸이 태어나면

    수수밭에 버리고 심장을 꺼내 식구들이 배를 채운다더라. 그 이유는 딸은 전쟁에 필요가 없기 때문이대더라.' 등등의 고전

    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무시무시한 이야기 정도였다. 그러나…

    "제발 자비를!"

    "조금만 적선을!"

    화도 학교에 입교하기까지 극소수의 선발 학생들에게 특별히 제공되는 차에 달라붙어 구걸하는 여인들의 젖꼭지에는 하나같이

    젖먹이들이 달라붙어 어미의 쪼그라든 젖을 힘겹게 빨고 있었다.

    딸이 태어나면 수수밭에 버리고 심장을 꺼내 먹는 이유라면 지독한 굶주림 외에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 내기 힘들었다.

    "신은 화륜 3도에 재앙을 내린 거야. 당신에게 도전한 자들의 종말은 이렇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체감시키는 거지. 반란을

    진압한 뒤 신이 맨 처음 한 일은 농기구를 부수고, 저수지를 전부 덮어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거였다."

    "…"

    "그리고 외부와 모든 것을 차단시켰지. 그들은 스스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바깥에서 얻을 수도 없어. 그래서 한 번

    외부에서 타지인이 들어오면 저렇게 난리를 치는 거지"

    "…"

    "제군들, 동정심을 버리고 똑똑히 구경해두게. 신에게 도전한 자는 죽음 뿐이야, 벗어나는 길도 죽음밖에 없어"

    인솔하는 교관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 말투에서 단 한 점의 동정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화륜 3도를 경유하는 이틀의 여정 내내 교관을 비롯하여 경화 2도에서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5명의 학생 전원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화륜 3도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맞이한 것은 차를 가로막고 큰 대자(大子)로 뻗어 구걸하는 여자였다.

    여자는 길가에 주르륵 서 있는 해골 같은 형상의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식량들을 조금만이라도 나누어 줄 것을

    호소했으나 교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짤막한 명령이었다.

    "밟아."

    그대로 차는 여인을 뭉개버렸다. 그리고 그 뒤 몇 번이고 징을 박은 타이어에 수명의 여자가, 수명의 늙은이가 희생되었다.

    화륜 3도를 지나는 내내 먹고, 자고, 싸는 일은 전부 차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강희제는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차에서 내려 행여나 실수라도 피와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타이어를 눈으로 확인할까 두려웠다.

    그러나 이 고통스런 여정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곧 17년간 꿈꾸어 온 화도 학교에 도착할 것이다.

    하루, 하루만 참으면…

    "도대체 언제쯤 끝나는 거야?"

    교관이 혀를 차며 차를 수리하는 수행병을 닦달했다.

    차는 화륜 3도가 거의 끝나는 자의산 봉우리에서 고장을 일으켰다. 이틀 넘게 연료를 공급받는 짤막한 휴식 외에는 쉬지 않고

    무리하게 운행한 결과였다. 선발 학생 5명 전원, 차에서 내려 주위를 경계할 것을 명령받았다.

    해골 형상의 난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 이 높은 자의산 봉우리까지 올라올까 싶었지만, 명령에 어쩔 수 없이 강희제는 검을

    뽑아들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설사 난민들이 습격하더라도 그 굶주린 인간들에게 갈고 닦은 솜씨를 제대로 발휘할 자신은 없었다.

    굶주린 난민들의 분노가 물들인 듯한 붉은 석양이 차츰 색을 잃어 가며 늬엇늬엇 넘어갔다. 하늘에는 이미 육안으로도 뚜렷이

    보이는 누런 달이 태양보다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위가 어두워져 가건만 수리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희제는 지루함을 참으며 무심하게 정면의 무성한 수풀더미를 바라보다, 무엇인가 아주 미세하게 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강희제의 몸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땀으로 젖어왔다. 몸이 본능적으로 주위의 위험한 살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살기가 어느 샌가 노골적으로 강희제를 쏘아보았다.

    바람 한 점 불지도 않건만 수풀이 들썩들썩 움직였다. 수풀의 모습이 서서히 형상을 바꾸고 있었다. 강희제는 눈을 의심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쑥, 팔이 수풀에서 돋고 사람의 머리가 쭉 위로 올라왔다. 광기에 찬 희번덕거리는 눈동자가 강희제를 노려보았다.

    그 뒤에 또 다른 수풀들이 형체를 바꾸고, 바꾸고, 강희제를 포함한 7명의 주위가 수풀로 위장한 난민들로 순식간에 포위되었다.

    손에는 조악하게 만든 돌도끼를 들고 있었다. 강희제는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숨막히는 살기와 분노, 광기가 10여 년간 힘들게 단련한 무술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칼을 버려, 그리고 식량을 내 놔, 이 돼지들아. 그러면 기어다닐 정도의 자비는 베풀어주마."

    선봉에 선 남자가 말했다. 앙상하긴 했으나 인간 수풀더미 무리 중에서 발군으로 장대한 기골이었다. 수풀 더미들은 서서히

    경계를 좁혀 왔다.

    "이, 벌레 같은 놈들! 신(神)의 귀에 들어가면 10족이 멸해지는 것을 알고 하는 짓이냐!"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치던 교관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쓰러졌다. 교관의 왼쪽 눈에 차갑게 빛나는

    돌도끼가 박혀 있었다. 선봉의 남자가 이죽거렸다.

    "벌레에게 개죽음 당한 기분이 어때, 돼지."

    강희제의 머리 속에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소중한 가족들, 고향의 풍경들, 그리고 마지막 가는 길에는 제발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기를 갈망하는 마음이었다. 수풀더미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가 싶더니, 짐승과도 같은 울부짖음을 목구멍에서

    가르렁거리며 강희제를 비롯한 선발 학생들을 덮쳤다.

    맨 처음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학생은 90도 방향에서 경계를 보던 녀석이었다. 강희제의 고향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 출신으로서

    화도 학교로 가는 내내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썩 사근사근한 성격이 돋보이던 학생이었다. 수풀더미들은 돌도끼로 명중시킨

    학생에게 아귀 떼처럼 덤벼들었다. 사지가 찢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인간 수풀더미 무리들에는 여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여자들은 살해한 학생의 몸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피를 손가락에 적셔 젖꼭지에 칠했다. 수풀에 가려져 있던 아기가 얼굴을 드러내고,

    젖꼭지에 묻은 선혈을 나오지 않는 모유 대신 허겁지겁 빨았다. 산산조각으로 분해된 학생의 살덩이를 성급하게 이빨로 찢어 삼키는

    인간들도 있었다. 상상도 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지옥도에 강희제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완전히 혼이 나갔다.

    또다시 비명이 하늘을 가르고, 똑같은 참상이 벌어졌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파열음, 자의산 봉우리는 광기와

    피 냄새로 가득 찼다.

    몇 개의 비명이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을 가르자 남은 것은 강희제 밖에 없었다. 10여 년간 어머니에게 엉덩이를 맞아가며

    배운 검술은 식인(食人) 수풀더미들을 무기력하게 위협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이젠 정말 죽는구나.

    완전히 체념한 강희제의 손이 마법을 부리기라도 한 듯이 아래로 떨구어졌다. 강희제의 뺨에 짭짤한 것이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비쩍 마른 아이를 들쳐업은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의 눈에 일체의 자비로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강희제의 몸에서 흘러내릴 선혈로 새끼를 배불릴 생각에 광기만이 충만했다. 나직하게 그르렁거리는 소리 가운데 누군가

    새된 비명을 지르자 흥분에 불붙은 식인마들은 강희제를 덮쳤다. 쓰러진 강희제의 가슴을 깔고 앉은 남자의 손에 피묻은

    돌도끼가 번쩍였다. 강희제는 눈을 질끈 감았다.

    "……."

    식인마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귀신같이 뚝 그치고 조용한 정적만이 돌았다.

    강희제는 눈을 슬쩍 떴다. 강희제의 가슴을 깔고 앉아 있던 남자의 목에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박혀 있었다. 눈이 찢어져라 튀어

    나와 몸을 부들부들 떨던 남자는 잠시 뒤 쓰러졌다. 강희제는 남자의 채 식지 않은 몸 아래에서 허둥지둥 빠져 나왔다.

    이제는 완전히 어둠만이 깔려있는 산 속에 차가운 한줄기 빛이 식인마들과 강희제를 쏘아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빛을 향했다.

    빛은 그들의 약간 위 산등성이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바이크였다.

    빛은 바이크의 헤드에서 나오고 있었다. 달빛을 받아 음침하게 빛나는 붉은 빛의 바이크는 마치 땅 위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유령처럼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검은 헬멧을 쓴 바이크의 남자는 바이크에 올라탄 채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헬멧 아래에 드러난 눈동자는 섬뜩하리 만치

    차갑고 비정했다.

    "…넌 누구야? 너도 우리들 저녁밥이 되고 싶냐, 꼬마야?"

    식인마들은 돌도끼를 곧추 세워 잡고 한발자국 내딛었다. 흥겨운 축제에 갑자기 침입한 불청객의 존재에 잠시 당황했던

    수풀더미들은 수적 우세에 다시 자신감을 얻었는지, 캬르릉거리는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소롭다는 듯이 키들거리며

    한발자국, 두발자국, 좁혀들던 무리가 이제는 한 뼘 거리로 바이크의 남자를 포위했다.

    바이크의 남자는 미동도 없이 그들을 지켜보았다.

    남자의 태연한 침묵은 수풀더미들에게 외려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아무도 먼저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가운데,

    실성한 광인 마냥 고개를 까드득거리던 수풀더미 중의 한 명이 괴성을 지르며 남자를 덮쳤다.

    순식간이었다.

    바이크의 남자는 어깨에 걸쳐 메고 있던 큰 장검에서 칼을 휙 뽑아들고 그대로 비껴 45도 각도로 휘둘렀다. 강희제가 태어나

    목격한 최고의 발검이었다.

    덤벼든 수풀더미는 그대로 허리가 잘려져 피를 뿜었다. 동강난 상체는 땅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렸다. 숨이 끊어지지 않은 입과

    허리 아래 튀어나온 내장에서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조금은 더 버티고 서 있던 나머지 반 토막 허리 아래가 상체의 뒤를 이어

    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수풀더미들은 두려움에 차 지척으로 좁혀 들었던 바이크 주변에서 성급하게 물러났다.

    바이크의 남자가 손에 뽑아든 장검을 들고 공중에서 한바퀴 천천히 휘둘렀다. 두려움이라고는 일체 보이지 않는 그의 동작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잘라버린 남자의 몸에서 묻은 한줄기 피가 긴 장검을 타고 주루룩 흘러내렸다. 장검은 달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을 발했다.

    숨이 거칠어진 수풀더미들은 더욱 더 발걸음을 뒤로 물렸다.

    공포가 전염병처럼 빠르게 감염되고 있었다. 그들의 목구멍에서는 이제 비명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배고픔을 아직도 채우지 못한

    갓난애의 울음소리만이 하늘을 울렸다.

    헬멧을 쓴 남자의 손이 다시 한번 세차게 공기를 갈랐다. 바이크 옆, 큰 나무의 수십 년간 지탱해왔던 허리가 꺾이고 커다란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남자가 잘라버린 나무 밑둥은 보통의 깨끗한 직각 모양의 단선과는 조금 틀린 형체였다. 약간 비틀게 잘려진 상흔은 번개모양을

    하고 있었다. 검술에 식견이 있는 강희제는 그 기술이 남경의 호환검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얼어붙은 침묵 가운데 검은 헬멧 아래에서 조용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나직한 그 음성은 자의산을 가득 채우는 피 냄새 만큼이나

    비현실적이었다.

    "자, 피 한 방울이라도 섞였을 우리 형제들. 선택은 두 가지요. 이대로 까마귀밥이 되던가, 아니면 10개 세는 동안에

    내 눈앞에서 사라지던가."

    술렁거림이 작은 파도처럼 수풀더미들에게서 요동쳤다. 남자는 기다리지 않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 아홉, 여덟…"

    주춤거리던 수풀더미들이 곧 뿔뿔이 흩어졌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황천에 보내버린 학생들과 수행교관들의 시체덩이를 손에

    수습하여 들고 꽁무니가 빠져라 자의산 언덕길을 줄행랑 쳤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듬성이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자 남은 것은 산 깊숙이 울먹이는 부엉이 소리밖에 없었다.

    "……."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커지고, 그 빛은 강희제의 앞에서 멈추었다. 강희제는 눈이 부셔 얼굴을 찌푸렸다.

    검은 헬멧을 쓴 남자의 시선이 강희제를 훑어보았다.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둘 사이에는 강희제가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남자가 헬멧을 벗었다. 길게 내려온 앞머리에 눈은 반쯤 가려져 있었고 왼쪽 코에는 은회색의 작은 보석으로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강희제와 비슷한 연배의 예상외로 앳된 얼굴이었다. 저 무시무시한 실력의 냉혈한이 자신과 비슷한 소년이라는 사실에 강희제는

    충격을 받았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피어싱 쪽이었다.

    "선택은 두 가지야. 이걸 타고 같이 가던가, 아니면 저 차로 직접 학교로 가든가."

    "…화도 학교 선발생…입니까?"

    목소리가 달라붙어 강희제의 귀에도 들릴락 말락 작았다. 피어싱은 가볍게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도 크게 이런 탈탈이로 화륜 3도를 직접 지나치려고 했다니… 알아서 무덤 판 셈이지.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화륜 2도 쪽으로

    둘러 가는 것이 육체 보존하는 지름길이었건만. 어이, 너 자의산의 다른 이름을 알아?"

    "……."

    "거미산이라고 하지. 화륜 3도의 마지막 관문이라, 타지인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들으면 화륜 3도의 굶주린 인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거미줄에 통통한 나방 걸리기를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곳이라고."

    "……."

    그 무서운 화륜 3도에 피어싱은 어떻게 홀홀 단신으로 돌아다녔느냐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이미 명쾌한 해답은 피어싱의 솜씨가

    눈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차 구석에 처박혀 앉아 두려움에 떨었던 자신이 한심해져 오는 강희제였다. 강희제의 침묵을 혼자 차를 운전하여 학교로

    들어가겠다는 답변으로 알아들었는지 피어싱은 기다리지 않고 헬멧을 다시 썼다. 강희제는 차로 눈길을 돌렸다.

    차는 온통 학생들과 수행 교관들의 살점과 피로 범벅이었다. 화도로 가는 길목 내내 귀신들이 달라붙을 것 같았다.

    망설이던 강희제는 결국 힘겹게 입을 열었다.

    "좀… 학교까지 부탁드립니다."

    헬멧 아래의 눈이 씨익 반달모양으로 작아졌다. 예상하지 못한 눈웃음이었다. 검은 헬멧은 뒤를 손으로 가리켰다.

    "꽉 잡아. 첫 스타트 때 잘못하면 뒤로 퉁겨나가니까. 이 놈이 좀 거칠어서 말야."

    강희제는 검은 헬멧의 뒤에 올라타 그의 허리를 꽉 잡았다. 예상하지 못한 눈웃음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강희제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저… 이름은…"

    대답하지 않고 검은 헬멧은 바이크의 시동을 걸었다. 거칠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강한 반동이 강희제의 몸을 진동시켰다.

    격렬한 배기음이 소리를 내자 힘차게 바이크는 앞으로 퉁겨나갔다. 굉장한 속도였다. 가속도가 만들어낸 공기의 세찬 부딪힘이

    얼얼하게 뺨을 때렸다. 동시에 검은 헬멧이 외쳤다.

    "호피!"

    "호피?"

    특이한 이름이었다.

    "성은 류씨지만 모두 성은 떼고 호피라고 부른다. 너는?"

    "강희제! 옛날 고대 중국을 통치한 제왕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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