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검색

??? 사탕수수 바사라 Blue 외사랑 눈의여왕 니비 기린 밤하늘을 역전 마왕의 절교 none 악연 복숭아 골드 이츠키 조이 예그리나 y

[청령음]미엘르 - 1

  • [청령음]미엘르.txt (1079kb) 직접다운로드

    기묘한 밤이었다.

    늘 가파른 절애의 절벽들 사이로 내달리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도, 애수를 담은 듯 목 놓아 우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도 없는 조용한 밤이었다.

    단지 깎아질듯 시린 빛을 뿜는 푸른 보름달만이, 어두운 장막이 드린 밤하늘에 위용을 자랑하며 떠있었다.

    이곳에 살았던 원주민들마저도 깊은 저주가 깃들어 버린 곳이라 하며 떠난 땅이었다.

    늑대의 울음소리 말고는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적막의 땅에 돌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웅!!!! 달과 보다 가까이 있을 법한, 높디높은 절벽 위의 고성. 굉음은 고성의 첨탑 중 하나가 엄청난 기세로 폭발함과 동시에 무너지며 만들어 지는 것이었다.

    쾅 쾅. 하지만 굉음은 무언가를 집요하게 쫓듯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순간, 무너진 돌더미 사이에서 검은 인영이 튀어 올라 필사적으로 달려 나갔다.

    그 인영을 쫓는 그림자가 있었다. 스산한 바람에 휘날리는 어두운 코트를 걸치고 있는 남자였다. 장갑을 낀 남자의 각 두 손에는 검은색의 총이 들려있었는데, 두 자루의 검은 총은 마치 어둠을 가르는 동물의 가죽과도 같은 음울한 검은빛을 띄고 있었다.

    남자는 거침없이 손을 들어, 다수의 공격에 비틀거리며 날아오르는 검은 인영을 향해 발포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깨끗한 동작이었다.

    쾅! 검은 인영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어 총알을 피해냈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다른 손의 총으로 두 번을 연속 발포했다. 하나는 검은 인영의 어깨에, 두 번째 총알은 검은 인영의 허리춤을 스치고 반대쪽 벽에 가서 박혔다. 곧, 회색의 벽돌을 쌓아 만든 성벽에 가서 박힌 남자의 총알을 중심으로 성벽은 그물 같은 모양으로 갈라져버렸다. 마치 박힌 총알에서 터져 나온 뭔가가 2중 충격을 만들어낸 것처럼...

    “크아아아아아아아!!!!!!”

    그 증거로 남자의 총탄을 그대로 맞은 검은 인영은 고막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을 처참하게 내지르며 벽에 충돌했다.

    퍽.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와 온 사방을 수놓듯이 공중으로 흩어져 얼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바닥으로 추락한 검은 인영은 아직도 목숨을 건사하고 있는지, 고통스럽게 부들부들 떨면서도 계속 일어서려고 했다.

    남자는 한 치의 동요도 없는 절제된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검은 인영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다시 한 번 도약해 첨탑의 최고층 창문 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남자는 역시 동요하지 않았다. 이 정도 발악은 예상했다는 듯이 조용히 첨탑에 달린 문을 통해 첨탑으로 들어갔다.

    미지의 것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절대적인 어둠. 더더군다나 상처 입은 야수가 숨어있는 장소. 어둠이 주는 극대화되는 상상의 공포뿐 만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손에 긴장의 땀을 쥘만한 상황이었는데도 남자는 어째서인지 태연했다.

    남자는 드디어 가장 위층에 도착하여 문을 발로 차 열었다. 공격의 조짐이나 살기(殺氣)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휘이이이이-- -....

    검은 인영이 숨어들었을 것이라 추측되는 창문에서, 고풍스러운 금박이 박힌 중세풍의 붉은 벨벳의 커튼이 휘날렸다.

    창문 아래부터, 남자의 앞을 지나 다른 방으로 엄청난 양의 핏줄기가 연결되어 있었다. 흥건히 바닥에 흘러내린 피는 달빛 아래서도 섬뜩할 만큼 붉어 마치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것처럼 묘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는 총을 겨누고 핏줄기가 이어진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 기묘한 밤만큼,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검은 인영이 입고 있었던 것이 분명한, 피로 젖은 검은 망토 아래 검은 가루의 뭔가가 파스스 흩어져있다. 검은 가루로 사람이 누워있는 모양을 그려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검은 망토 아래 이루어진 피 웅덩이 속에 흰 뭉치가 놓여있었다. 그것뿐이었다면 ‘기묘하다’라는 단어까지는 쓰지 않았겠지만, 흰 뭉치가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기묘하다면 기묘한 것이었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피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흰 뭉치를 집어 올렸다.

    여신(女神)이 신들이 마시는, 부숴 질 듯한 금빛으로 빛나는 꿀을 흘려놓고 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달콤한 향기를 품을 것 같은 작은 아기였다.

    어슴푸레한 월훈이 진 푸른 달이 높이 뜬, 기묘한 밤이었다.

    [대디(Daddy)! 대디(Daddy)!]

    작은 꼬마가 웃고 있었다. 함박웃음을 주렁주렁 단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꼬마가 달려오자 누군가가 꼬마를 단숨에 덥썩 안아 올렸다.

    [대디.]

    꼬마는 아직 작은 손으로, 자신이 ‘대디’라고 부른 남자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어머. 미엘르는 대디만 보이나봐? 이 캐서린은 봐주지 않는 거야?]

    짐짓 새초롬한 농담조로 이야기하는 여인은 ‘대디'라고 불린 남자 옆에 서있었다. 그 여인은 황홀할 만큼 부드러운 곡선으로 흘러내리는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매혹적인 여성이었다.

    [미엘르는 대디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크면 대디랑 결혼할거야!]

    [풋. 미엘르. 결혼이란 게 뭔 줄이나 아는 거야?]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게 결혼 아니야? 대디랑 나는 좋아하니까 결혼 할 거야!]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은 질렸다는 듯이 웃었다.

    [미엘르. 결혼이란 건 남자랑 여자랑 하는 거야. 미엘르는 남자잖아.]

    [그럼.... 그럼 미엘르는 대디랑 결혼 못해?]

    ‘미엘르’라고 불린 꼬마는 자신이 안겨있는 남자를 울먹이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대디’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을 뿐이었다. 바람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부드러운 순풍과도, 달콤한 봄바람과도, 싱그러운 여름바람과도 같았다.

    [이안. 너는 미엘르에게만 웃음을 보여주네. 그거 지나친 편애 아니야? 이러다가 미엘르가 파파보이가 되어버려도 난 몰라.]

    그 말에 의기양양해진 꼬마가 외쳤다.

    [캐서린. 그건 대디가 미엘르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눈을 뜨니 보이는 것은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었다. 방안이 온통 아침 햇빛으로 가득한 것을 보니 아침인 모양이었다. 나는 부스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긁적였다.

    “오랜만에 옛날 꿈을 꿨네.”

    옛날 꿈을 꾸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분명 어렸을 때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나중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이었다.

    정말 나도 순진했었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대디랑 결혼하기라니. 뭐, 그때는 남자니 여자니 하는 개념이 없었을 정도로 어린 꼬맹이였으니 가능한 발상이었지.

    시계를 흘긋 보니 벌써 10시였다. 오늘 강의 시작은 11시 30분부터니 그다지 빠듯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제 늦게 잠들었더니 몸은 아직도 잠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으으. 그래도 일어나야지.”

    으득거리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찢어지도록 하품을 하며 내 방의 반대편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아직 어둡고, 바로 보이는 침대 위는 불룩 솟아있었다. 늘 그렇듯 이쪽은 내가 깨우기 전까지는 아주 깊디깊은 꿈나라다. 아마 그의 체내 시계 시간으로는 새벽 5시 정도 밖에 안 되었으리라.

    “대디. 아침이야. 일어나.”

    방문을 붙잡고 몇 번 불렀지만, 움찔 조차도 하지 않았다.

    “대디! 나도 졸려. 어서 일어나라니까.”

    역시 묵묵부답.

    에잇. 모르겠다싶어 그의 몸 위로 사정없이 다이빙 해버렸다.

    “윽.”

    아무리 그라도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가해진 170cm 남성의 몸무게에는 놀랐는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대디!”

    그는 몸을 돌리고 눈가를 움찔 하더니 스르륵 눈을 떴다. 막 잠에서 깨어 희미한 시야로 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자는 사람 위로 올라탄 것이 나인 것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갑자기 몸 위에 올라타지 말라고 했잖아.”

    잠에 취해 평소보다 깊이 가라앉아 있는 목소리는 아들인 내가 들어줘도 꽤나 뇌쇄적이었다.

    “부르면 좀 일어나라고 했잖아.”

    “부르는 소리 안 들렸어.”

    “거 무심하네. 하여간 나 곧 학교 가야하니까 어서 일어나서 나와. 비번이라고 늘어져있지 말고.”

    그의 몸 위에서 일어나 나서면서 말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아침밥을 만들고 있는데,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한 목소리가 폭풍처럼 온 집안을 메웠다.

    “미엘르~”

    오늘은 그녀도 비번인지, 평소와 달리 아주 평범하게 차려입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적갈색의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는 집안으로 폴짝 뛰어 들어왔다.

    “캐서린.”

    “미엘르. 요 예쁜 것. 오늘도 잘잤누?”

    “물론. 캐서린도 오늘 비번?”

    “고렇쥐. 아직 아침을 못 먹어서 이쯤이면 미엘르가 아침밥을 하겠다 싶어서 쳐들어왔지~”

    할리우드의 여배우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어울리는 캐서린은 무척 감각적인 느낌의 여성이었다. 그러나 속은 아직 10대 소녀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활발. 그 자체랄까?

    대디의 유일한 오랜 친구로, 내게는 엄마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물론 그 ‘엄마’에 포함된 의미에서 ‘대디의 아내’의 뜻은 빼주길 바란다. 둘은 남자와 여자라는 성별에 구애되지 않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서린은 겉 외모는 할리우드의 우아한 여배우지만, FBI 마약 단속국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로 터프했다.

    “이안은?”

    이미 만들어놓은 샌드위치 하나를 쏙 집어 먹더니, 그제야 자신의 친구를 찾는다.

    “샤워 중. 또 안 일어나 길래 이번에는 몸 위로 다이빙해서 깨웠지.”

    “깔깔. 원래 그런 육식과의 남자들은 야행성이란다. 녀석은 예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걸 제일 고역으로 여겼지.”

    “보통 때 아침에 일어나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니까.”

    “원래 정신력으로 움직이는 남자잖아. 다른 조건이 좋으면 뭘 해? 해야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정말 쓸모없는 남잔걸.”

    아침밥을 만드는 옆에서 캐서린은 따글따글 웃으며 내 말에 맞장구를 친다.

    이미 35살의 캐서린이지만, 아직 20대 중반 같은 외모로 늘 파워풀하고 늘 기운이 넘친다. 그러니 그 기운을 주체 못해 FBI 마약 단속반 같은 걸 하는 걸지도.

    “욕은 본인에게 안 들리도록 하는 게 어때.”

    샤워를 끝냈는지 물기어린 머리카락으로 대디가 거실로 나온다.

    “어머! 이안 씨. 일어나셨어요?”

    캐서린은 반성의 기운은 전혀 없다는 듯이, 농담조로 말을 건넸다. 하지만 워낙 그런 성격의 캐서린이니 대디는 신경도 쓰지 않고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미엘르. 신문.”

    “아, 현관 앞에. 캐서린 신문 좀 가져다주라.”

    “넹. 이안을 위해서 움직이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미엘르 부탁이라면야.”

    막 샤워를 끝낸 터라 젖어서, 평소보다 길게 흘러내리고 있는 흑발. 맑은 색의 푸른 눈동자. 187cm의 장신. 직업상 탄탄하게 근육이 붙은 육감적인 몸과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의 얼굴. 하지만 성격이란 게 얼굴에 드러나서인지 짙은 머리카락 색과 어울려 엄청 딱딱해 보인다.

    이 남자가 바로 내 아버지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에 더불어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 36살의 나이임에도 도저히 그렇게 볼 수 없는 20대 중후반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 나이 20세. 같이 길을 다니면 백이면 백 모두가 친구 사이로 본다. 머리카락과 눈 색이 다르니 형제로도 봐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결국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자명함에도 그 누구도 그렇게 봐주지 않는, 잘 봐줘도 형 동생 사이로 봐주는 겉 외모였다. 하지만 이안 블랑쉬. 나이는 36세. 뉴욕 시경 형사 1과의 형사님으로 호적에도 명실상부하게 내 아버지가 맞다. 그래도 친 아버지가 아니긴 아니다. 만약 대디가 내 친 아버지라면 16살에 날 낳았다는 말이 되니까.

    내가 대디의 양자라는 걸 알았을 때는 8살 때.(머리카락색의 차이. 양자라는 개념. 같은 혈육은 비슷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이때야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금발에 초록색 눈을 가진 완벽한 백인인데 비해 대디는 푸른 눈을 가진 혼혈아다. 이런데도 양자가 아니라는 걸 모른다면 그건 세상 살 자격이 없다.

    “아. 벌써 11시다! 11시 반에 강의 시작하는데! 대디. 캐서린. 난 이만 가볼게!”

    “웅. 잘 다녀와!”

    “대디. 다녀올게.”

    “그래.”

    늘 나가기 전, 잠들기 전의 버릇대로 대디의 뺨에 입 맞추고는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현관 앞에 놓아둔, 바인더가 든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일일이 매일 나갈 때마다 대디에게 뽀뽀로 인사하는 동년배 녀석들은 거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에겐 별로 그것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어떤 종류의 약속 같은 것인데다가, 무엇보다 내가 유별난 파파보이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미엘르 블랑쉬(Miel Blanche). 나이는 20세로 현재 해리스 대학(Harris University) 1년에 재학 중이다.

    이름은 프랑스풍이지만 국적 역시 미국인이고, 미국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랐다. 그래서 프랑스어라고는 봉쥬르 정도 밖에 모른다.

    몇 개월도 안 된 아기였는데 버려져있던 나를 대디가 주워다 키웠다고 한다. 대디가 프랑스인이라 성도 대디를 따랐을 뿐, 외모는 우선 백인이지만 내 진정한 핏줄이 어딘지는 나도 모른다.

    대디는 어머니가 동양인이었고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다. 그런데 아버지 집안에서 상대가 동양인이라 그런지 결혼에 반대가 심해서 미국으로 도망 와서 대디를 낳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디는 프랑스 혼혈아지만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랐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프랑스어에는 아주 능통하다. 어쨌든 나를 주워 양자로 들인 탓에, 대디는 졸지에 미혼부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결혼도 하지 않아서 나와 대디만 쭉 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캐서린이 제 집처럼 자주 드나들긴 하지만 대디는 남자 혼자 몸으로 날 키운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내 세상은 대디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대디는 목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딱딱하고 메마른 사람이라, 사교적이거나 남에게 친절한 성격은 아니지만 언제나 나에게만은 상냥하다. 그 결과, 난 캐서린의 걱정대로 대디가 0순위인 파파보이로 커버리고 말았다는 말씀.

    “잠시 설문 조사 종이를 나누어 주겠으니, 정직하게 대답하여 적어내주세요.”

    문득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교수가 뜬금없이 설문 조사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나는 사학과이다. 묘하게 어렸을 때부터 역사니 과거니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결국 진학마저 사학과로 해버렸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긴 하지만, 뭐 우선 그건 그렇다 치고.

    “학점과는 관계없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시구요.”

    설문 종이를 받아보니 가장 첫 번째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입니까?]

    난 정말 주저 없이 연필을 놀렸다.

    - Blue

    “미엘르. 너는 여전히 블루?”

    옆 자리에 앉아있던 브래드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브래드와는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흔히들 베스트 프랜드라고 부르는 관계의 녀석이었다. 하지만 7년의 친구임에도 이 녀석은 대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대디와 둘만 사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우리 집에 놀러오게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대디와 너무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대디가 비정상일 정도로 젊어 보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전혀 아니다. 그저 대디가 내가 친구 데려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디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시절 친구를 집에 데리고 가면 어쩐지 대디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내가 알아서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을 피하게 되었다. 뭐, 궁극의 파파보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물론.”

    “어머. 미엘르. 너 파란색을 가장 좋아해?”

    브래드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었는지 주변에 있었던 여자애 중 하나가 말을 걸어온다. 대답한 것은 브래드였다

베스트 & 작품 리스트

요청게시판

옵션